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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65화 (16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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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는 곧장 전투에 대비했다.

눈앞의 여자가 조직원이 아니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호야! 뭐해!"

미우가 소리쳤다.

호야는 여자를 보며 멍청히 눈을 깜빡였다.

"당신 저번에..."

"기억하네? 그때랑은 조금 다른 모습인데."

"호야? 그게 무슨 말이야?"

미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여자를 보는 호야의 반응은 마치 아는 사람인 것 같았다.

"멍청아. 기억 안 나? 저번에 유현한테 찾아갔을 때 봤던 그 사람이잖아."

미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를 유심히 살폈다.

붉은색의 털 망토와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옷차림.

긴 머리는 한 갈래로 묶어 길게 늘어졌다.

'이런 사람을 봤을 리가...'

미우가 여자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차가운 눈동자와 오뚝한 코, 갸름한 턱선까지. 전체적인 조화가 어우러지는 이름다운 미형의 외모였다.

"......아!"

미우는 그제야 눈앞의 여자가 지난번 봤던 기자와 동일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안경과 캐주얼한 정장을 입었던 당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렇기에 알아보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신이 왜 여기에..."

여자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도도한 미소였다.

미우는 마른침을 삼켰다.

'평범한 기자가 아니었어.'

그때도 조금 이상함을 느끼긴 했다. 정말 평범한 기자였다면, 자신들이 그곳에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제 갈 길을 갔을 테니까.

하지만 설마 여기서 이렇게 마주칠 줄은...

"다, 당신. 정체가 뭐야?"

미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눈앞의 여자가 과연 적일까, 아군일까. 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가여운 것. 너무 긴장하지 마렴."

"빨리 말해! 대답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할 거야."

미우가 호야에게 눈짓했다.

멍하니 있던 호야가 급히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연구소에 널린 게 아군이다.

도움을 요청한다면 당장이라도 조직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 것이다.

"후후. 내가 너희의 적 같니?"

"그럼 뭔데?"

여자는 대답 대신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만 지어 보였다.

"호야. 지원 불러."

어떻게 봐도 수상한 상대.

아군이라면 이런 식으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일 리 없다.

"호야?"

호야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미우가 그를 돌아보았다.

미우와 달리 호야는 우물쭈물하며 미우와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호야. 뭐해!"

"모, 모르겠어. 저 사람 정말로 적이야?"

"바보야. 이런 상황에서 망설이면 안 된다고."

"하지만...!"

하지만, 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적을 인식하는 편이 많았던 그인 만큼, 행동에 더 신중을 기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익숙한 느낌이 들어."

지난번 봤었을 때와는 달리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건 단순히 외형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치 언젠가 만났던 이를 다시 만난 듯한 느낌이랄까.

"역시 감이 좋구나."

"당신 누구인지 말해. 왜 당신한테서 이런 느낌이 드는 거지?"

"넌 네 능력의 기원을 알고 있니?"

"뭐?"

뚱딴지 같은 소리였다.

능력의 기원이라니.

특성에 관해 물어보는 걸까?

아리송한 질문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 특성을 말하는 거야?"

"그게 특성일까?"

"당연히 특성이지! 내 특성은 날개라고!"

여자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 네 손에 들린 그것 좀 돌려주겠니?"

호야가 돌멩이를 뒤로 감췄다.

그러나 그 행동이 무의미하게 돌멩이가 손을 벗어나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 이게 왜..."

호야는 나머지 돌멩이들이 벗어나지 못하게 손을 꽉 쥐었다.

그러나 여자의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건 내가 가져갈게."

허공으로 떠오른 돌멩이들은 모두 여자의 손에 돌아갔다.

"아, 안 돼! 나한테 준 임무라고!"

"그놈들은 널 이용하는 거야."

여자가 돌멩이 하나를 손에 들었다. 그러자 호야가 돌멩이를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표면의 선을 타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 어떻게...!"

호야의 눈빛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미우에게는 반응하지 않고, 자신에게만 반응했던 돌멩이.

그 돌멩이가 여자의 손에서도 반응하고 있었다.

"이게 너와 내가 공유한 비밀이야."

여자가 돌멩이를 다시 허공에 띄웠다. 빛을 잃은 돌멩이들이 허공을 부유하더니 여자의 손짓 한 번에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

연속하여 일어난 충격적인 광경에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여전히 도도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여자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너희의 목적은 오늘로 아주 잘 깨달았어. 설마 차원을 넘어온 룬석이 이곳에서 연구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여자의 말에 호야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반면, 미우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의 목적이라니? 차원을 넘어온 룬석은 또 뭐고?"

"흐음. 너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구나. 알려줄까?"

미우는 긴장한 얼굴로 여자를 응시했다.

일개 말단 조직원들은 알 수 없는 상부의 목적.

그걸 어떻게 저 여자가 알고 있다는 걸까?

'블러핑?'

하지만 속여서 얻을 이득이 없다. 이미 돌멩이는 여자의 손에 넘어갔으니까.

'본부에 보고해야 해.'

그게 최선이었다.

싸워서 원하는 걸 쟁취하는 방법도 있지만, 눈앞의 여자를 상대로 그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호야. 일단 물러나자."

미우가 뒤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속삭였다.

호야는 답이 없었다.

"호야?"

미우가 이번에는 완전히 고개를 돌렸다.

호야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여자에게 쏠려 있었다.

호야의 눈빛을 확인한 미우는 급히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안 돼, 호야."

여자를 향해 반짝이는 호야의 눈동자. 흥미와 적대감, 호승심을 비롯한 싸움을 향한 의지가 한 눈에 깃들어 있었다.

"호야."

손목을 붙들었음에도 호야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미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늦었어.'

이런 호야를 말리려면 능력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미우가 호야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미우, 하지 마."

호야가 얼굴로 향하던 미우의 손을 붙잡았다.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에게 미우가 황급히 덧붙였다.

"자리를 피해야 해."

"싸울 거야."

"못 이겨."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저 여자는 많은 걸 알고 있어. 저 돌의 정체, 본부의 목적, 그리고 내 과거."

과거라는 말에 미우가 멈칫했다.

호야가 언제나 궁금해했던 화제.

여자가 그걸 아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으니 호야로서는 절대 여자를 그냥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

미우 역시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조금 머리가 크고 조직에 거두어진 자신과는 달리, 호야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조직에 있었다고 들었다.

혹자는 그가 버려진 고아라고 했고, 누군가는 그의 부모가 케이디의 간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문만 무성하던 호야가 가진 출생의 비밀. 줄곧 궁금증만 증폭되어 오던 그 비밀을 정말 저 여자가 알고 있는 걸까.

"...지원을 부르자, 호야."

"어머, 그럼 난 도망칠 거란다. 너희 간부들은 거부감이 들거든."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라고 생각했건만, 여자가 용케 듣고 끼어들었다.

"......"

미우가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이 이야기를 다 듣고도 계속 이곳에 머물다니. 마치 자신들쯤은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호야가 가진 호승심에 비하면 터럭만큼도 되지 않는 알량한 승부욕이지만, 여자의 태도는 그녀의 마음에 불을 놓았다.

"호야. 안 되면 바로 도망치는 거야."

호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양팔을 펼쳤다.

"어서 오렴. 같이 한 번 놀아보자꾸나."

그 말에 먼저 반응한 건 호야였다.

협소한 공간에 맞게 최소한의 크기로 날개를 펼친 채 여자를 향해 달려가는 호야.

발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낮은 비행을 시작한다.

날개가 되지 못한 깃털들은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아름다운 날개구나."

호야가 여자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의 날개를 따라온 깃털들이 총알처럼 여자를 향해 발사됐다.

쐐애액!

살벌한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깃털. 여자는 가볍게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해냈다.

직후, 호야가 전방으로 뻗었던 손을 콱 움켜쥐었다.

여자가 피한 깃털들이 우뚝 멈추더니 다시금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뒤에도 눈이 달린 게 아닌 이상 피할 수 없는 공격.

호야가 성공을 예감한 순간.

팅!

깃털이 무언가에 맞고 튕겨 나갔다. 힘을 잃고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는 깃털들.

여자의 발이 깃털 하나를 짓밟았다.

"뻔히 보이는 수야."

"어떻게..."

"말했잖니. 뻔히 보인다고."

여자가 바닥에 떨어진 깃털들을 허공으로 띄웠다.

호야는 깃털들을 다시 불러들였지만, 깃털들은 여자의 힘에 붙들려 꼼작도 하지 않았다.

"방어막에 염력. 이중 특성이야."

미우의 말에 여자가 피식 웃었다.

"몸뚱이 하나에 한두 가지 능력만 존재해야 한다는 편견은 슬슬 버릴 때도 되지 않았어?"

여자의 손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그 불꽃은 이내 물이 되었고, 모래가 되었다.

"이러면 사중 특성이니?"

"......"

미우의 눈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사람이 저렇게 많은 능력을 사용하는 건 유현 이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또 있다고?

"당신 대체..."

"궁금하면 너도 어서 덤비렴. 호야 혼자 싸우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미우가 여자의 도발에 이를 악물며 능력을 발동했다.

서로 뒤엉키며 단단해진 공기가 여자의 두 발목을 묶었다.

"호야!"

뒤이어 여자를 향해 쏟아지는 수백 가닥의 깃털들.

미리 말이라도 맞춰 놓은 듯 두 사람의 합동 공격이 이어졌다.

"안 된다는 걸 알았을 텐데."

여자가 방어막을 펼치려던 그 순간. 미우가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했다. 고체처럼 딱딱해진 투명한 공기가 여자의 호흡을 차단했다.

순간적으로 숨이 막힌 여자는 당황했고, 그런 그녀를 향해 깃털들이 쇄도했다.

그대로 여자의 몸을 헤집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깃털.

여자의 전신이 순식간에 깃털로 뒤덮였다.

"성공이야!"

미우가 구속을 풀었다.

여자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여자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호야. 깃털 치워."

호야가 여자의 몸에서 깃털을 회수했다.

이윽고 드러난 여자의 모습.

호야와 미우의 눈이 커졌다.

그곳에 있던 건 여자가 아니라 웬 나무 토막이었다.

"둘이 꽤 호흡이 잘 맞는구나?"

자료실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두 사람은 손전등을 비추며 바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후후. 난 이만 갈게. 아무래도 누군가 찾아올 것 같아서."

"도망치지 마!"

"너희도 서둘러 피하는 게..."

그때였다.

쾅!

굉음과 함께 천장이 무너졌다.

호야와 미우는 곧장 그쪽으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호야. 먼지 좀 치워 봐."

펄럭.

호야가 피어오른 먼지를 날갯짓으로 날려보냈다.

그곳에 드러난 건 무언가를 바닥에 처박은 듯한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내가 찾는 사람이 여기 다 모여 있었네?"

호야의 동공이 어느 때보다 크게 확장되었다.

"유, 유현."

이쪽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내. 그는 유현이었다.

"그래. 오랜만이다, 이 새끼야."

호야의 눈동자가 떼구르 굴러갔다. 유현의 손 아래 깔려 바닥에 짓눌리고 있는 것은, 조금 전 사라졌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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