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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51화 (1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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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 개자식들아!"

뜨겁게 내리쬐는 뙤약볕.

유현은 열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래를 파헤쳤다.

알갱이가 워낙에 작은 탓에 파내도 파내도 자꾸만 모여들었지만, 유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다른 곳이면 몰라도 사막지대는 그렇지."

안칠성은 유현의 기가 막힌 행동을 보며 어안이 벙벙했다.

사막지대는 내부의 특성상 몬스터들이 하나같이 진동에 민감하다.

그래서 자칫하다가는 전투의 진동을 눈치챈 몬스들이 한 번에 몰려올 수도 있다.

헌터의 목적이 사냥이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몬스터를 감당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

몬스터를 얼마나 불러들일지 모르는 지금 같은 행동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던전형 게이트가 아니니까 그렇게 많이 모이진 않을 것 같은데…."

"저기가 오픈된 사냥형 게이트라면 그렇지. 하지만 인공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 그 정도로 넓지 않아."

"헉. 그 말은 설마..."

"좁은 밀도에 많은 몬스터가 몰려 있어."

아니나 다를까.

유현이 일으킨 소란에 몬스터들이 하나둘 모래 속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전갈 형태의 몬스터부터, 기다란 몸뚱이를 가진 지렁이 몬스터까지.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외형을 가진 놈들 뿐이었다.

"......"

몬스터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처음에도 많았다고 생각했거늘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의 절반을 가득 채웠다.

"서, 선생님! 저기에!"

"......보스 몬스터군."

거대한 몬스터가 모래를 뚫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벌과 비슷한 생김새의 몬스터.

통칭 사막의 말벌이라고 불리는, 사막지대의 보스 몬스터 중 하나인 슈퍼 호넷이었다.

"어떻게 벌이 모래 속에서 나와요?"

"괜히 사막의 말벌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니야. 녀석은 날개를 가진 주제에 모래 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어."

위이이이잉!

마치 전투기가 등장한 것처럼 엄청난 소음을 일으키는 말벌.

매서운 날갯짓에 다른 몬스터들 몇 마리가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유현이 땅을 파헤치기 시작한지 고작 1분 남짓.

게이트에 있는 몬스터들이 모두 모여들기라도 한 것처럼, 엄청난 군세가 한 자리에 집결했다.

"허..."

안칠성이 탄식했다.

몬스터가 많아도 너무 많다.

애초에 클리어하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몬스터와 조우하다니.

'보스까지 나온 건 너무 하잖아.'

아무리 약화되었다고는 해도 몬스터는 몬스터.

저 숫자를 과연 유현이 감당할 수 있을까.

"혀, 현이가 괜찮을까요?"

"...잘 모르겠구나."

안칠성도 확신할 수 없었다.

게이트의 몬스터들은 등급 테스트 때 만났던 녀석들보다 강한 개체다.

임의로 등급을 부여했던 시험의 탑과 달리 이곳의 몬스터들은 모두 공식 기준으로 C-등급 이상이기 때문이다.

'제일 낮은 녀석이 C-. 가장 높은 슈퍼 호넷이 B+등급.'

유현은 강하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많다.

몇 마리씩이라면 몰라도, 보스 몬스터까지 가세한 수십 마리의 몬스터 군단과 싸워도 무사할 거란 보장이 없었다.

"안 되겠다. 이건 연락해서 중단해야겠어."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아무리 유현이라도 저 군세를 감당할 수는 없을 터.

대회를 포기하고 안전요원을 투입하는 게 현명하다.

비록 종합 우승을 놓칠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 따위와 목숨을 저울질하는 건 시간 낭비였다.

'다 잡기만 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게이트의 클리어 조건은 보스 몬스터의 격파.

보스 몬스터를 찾으려면, 무작정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과 같은 상황을 잘 넘길 수만 있다면, 가장 빠른 속도로 클리어할 가능성이 크다.

'......확률적으로 너무 낮아.'

A등급 이상의 헌터도 고전할 만한 물량이다.

유현이 과연 이 상황을 무사히 넘길 가능성이 있을까?

안칠성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긴장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서 선택해야 한다.

유현을 믿고 이 상황을 두고 볼지.

아니면, 전화를 걸어 안전요원을 투입해야 할지.

"...하아."

안칠성은 한숨을 쉬며 전화를 들었다.

아무리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학생을 사지로 내모는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서, 선생님! 잠깐만요!"

그때, 메이블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잠시 모니터에 등을 돌리고 있던 안칠성이 그녀의 호들갑에 홱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

***

"에이, 저건 아무리 유현이라도 안 되지."

"유현의 시대니 뭐니 하더니, 머리가 저렇게 나쁠 줄이야."

"아까 누가 똑똑하다 그랬어?"

메인 중계 채널에서는 유현의 상황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두가 그가 벌인 기행을 지켜보았다. 그에게 기대를 품고 있던 관중들은 순식간에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저건 거의 자살행위 아닌가?"

"빨리 안전요원 투입해야 할 것 같은데."

"관계자는 어디 갔어?"

곳곳에서 쏟아지는 유현을 향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

관계자석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하! 저렇게 멍청한 짓을 하다니!"

왕쓰총이 그에게 아낌없는 비웃음을 보냈다.

다들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왕쓰총의 말에 공감하는 바였다.

유현의 행동은 정말로 헌터의 기본도 모르는 어린아이나 할 법한 짓이었으니까.

"메리. 한국 쪽 관계자한테 연락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몇 안 되는 서부 팀 참가자들로 인해 제임스도 이 자리에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유현을 걱정했다.

그에게 도움을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나 미안한 일이 있었던 까닭이다.

"나라고 그 사람 연락처가 있는 게 아니라서."

"젠장. 내가 가서 말해야 하나?"

"오지랖 부리지 마. 안 선생도 다 보고 있겠지. 아마 고민하지 않을까?"

"고민? 흐음..."

곰곰이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만약 자신이 안칠성의 상황에 놓였더라도 상당히 고민이 되었을 것이다.

역대급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를 믿어볼 건지 아니면, 빠르게 경기를 중단시킬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후자겠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직 제대로 된 헌터가 아닌 학생이다.

저 많은 몬스터를 상대로 싸우겠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과연 유현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까.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을 제임스 역시도 궁금해했다.

"하하하! 아직도 중단을 안 하는 거면 죽어도 상관없다는 뜻이구나! 굴러 들어온 복을 자기 발로 걷어차다니! 하하하!"

제임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저쪽을 응시했다.

자국의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신나게 떠드는 왕쓰총.

눈치도 없는지 주변에서 계속 시선을 보내는데도 유현을 비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저 쥐새끼 같은 놈 덕분에 안 선생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 마침 나도."

제임스와 메리뿐만 아니라 같은 미국 팀의 다른 관계자들도 동조했다.

그리고 이내 그 결과가 화면 위로 나타났다.

"어, 어어?"

"뭐, 뭐야 저게?"

관계자들이 화면을 보며 웅성거렸다.

그 웅성거림은 곧 시험장 전역까지 번졌다.

화면 위로 보이는 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은 유현의 모습.

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푸른 빛 에너지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하늘로 치솟았다.

전광판에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빛이 순식간에 관중들의 동공을 푸르게 물들였다.

"와, 와아악!"

"이런 미친!"

모래 언덕을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모습을 감추었다.

일대에 드리운 어둠.

사람들의 시선은 막 피어오른 먹구름에 꽂혀 있었다.

"비, 비다!"

"허..."

먹구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먹구름을 만들어낸 것도 신기한데, 비까지 내리다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광경에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가 경악했다.

"말도 안 돼."

제임스와 메리 역시 멍하니 입을 벌렸다.

촉촉하게 젖어 드는 사막의 대지. 모래가 물을 머금고 움직이기 쉬운 지형으로 바뀌어 갔다.

"허, 허허..."

제임스가 얼빠진 얼굴로 헛웃었다.

원소의 특성 중 물과 관련된 능력을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식이었을 줄이야.

"정말 말도 안 되는군. 저리도 간단하게 비를 만들다니."

물을 다루는 능력자 중에서도 기후까지 조절하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적어도 A등급 이상의 능력자들. 그런 이들조차 비를 만들어내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게 상식이거늘.

'그걸 고작 손짓 한 번으로 해결했어.'

유현이 적어도 물이라는 속성에서 A등급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 아직 몰라! 고작 비가 오는 것뿐이잖아!"

왕쓰총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그 역시 크게 당황했다.

꼼짝없이 당할 거라고 예상했던 유현이 느닷없이 엄청난 기예를 선보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야. 겨우 비만 내리게 해서는 싸움이 끝난 게 아니니까."

"그래도 이 정도면 승산이 몇 배는 커졌다고 보는데."

사막의 몬스터들이 누릴 수 있는 강점 중 하나인 도주와 기습.

부드러웠던 모래가 조금 딱딱해지며, 그 두 가지 강점이 약화되었다.

더불어 사막의 몬스터들은 물에 익숙하지 않다. 몸이 젖는다고 힘이 줄어들지는 않지만,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둔해진다.

유현이 처한 상황에서는 희소식이었다.

"......근데 이거 그치긴 하는 거야?"

끝도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

잠깐의 소나기라고 생각했건만, 먹구름의 크기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제임스는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을 부정했다.

아무리 밀폐된 공간이라고 해도, 웬만한 운동장 몇십 배의 크기.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었다.

"표정이 왜 그래?"

"잠깐 이상한 상상을 했네."

"이상한 상상?"

"저 공간을 물로 가득 채워서 몬스터들을 익사시키는 상상."

메리가 실소했다.

정말로 이상한 상상이었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그렇지? 역시 그게..."

그러나 곧 화면 속에 펼쳐진 광경은 그들의 기대를 철저히 부서뜨렸다.

***

"하아. 시원하니까 좀 낫네."

유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땅을 파헤친 건, 기본도 모르는 행동이 아니었다.

게이트 속 기후에 관한 건 수업시간에 배우는 기본 중의 기본.

사막지대에서는 작은 충격만으로도 몬스터가 몰려온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언제 한 놈씩 찾으면서 싸우고 있어. 그냥 모아두고 패는 게 깔끔하지."

그편이 더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

"저기, 저놈이 보스구만."

하늘을 나는 벌처럼 생긴 몬스터. 풍기는 기운부터가 다른 녀석들과 달랐다.

"모래에서 튀어나온 것도 그렇고, 신기한 능력을 쓰네."

슈퍼 호넷은 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투명한 막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지 빗방울이 무언가에 막혀 흘러내렸다.

"까다로운 놈이야."

유현은 다른 몬스터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천천히 세다가 끝이 없을 것 같아 다시 손을 내린다.

"많긴 더럽게 많네."

일일이 잡기에는 질릴 정도로 많은 양.

일단 비를 내려 움직임을 막긴 했지만, 하나씩 잡는 것도 일이다.

"이 정도 양이면 주먹으로 패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이 좋을 것 같은데."

"크아아아!"

"우어어어!"

느닷없이 쏟아진 폭우에 멈춰있던 것도 잠시. 몬스터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를 향해 날아드는 공격.

속도가 조금 느려졌지만, 여전히 매서운 공격이었다.

쾅!

유현은 가볍게 허공으로 도약해 공격을 피했다.

공중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의 풍경. 그 순간, 유현의 뇌리에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거다."

다시금 아래로 내려가는 몸뚱이.

유현은 지상으로 마나를 뻗어 모래를 솟구치게 했다.

탁.

솟아오른 모래의 탑에 가볍게 착지한 유현.

주변을 굽어보며 몬스터들이 위치한 범위를 확인했다.

이미 유현에게 어그로가 끌린 몬스터들이었기에, 작은 범위 안에 많은 몬스터들이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될 것 같구만."

판단을 내린 유현이 코어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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