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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38화 (13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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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의 질문에 유현은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세상에 마법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니 저 질문도 어린 애들이 할법한 말장난이라고 생각했다.

"마법이라니. 장난치냐?"

"여기까지 와서 헛소리하겠어?"

호야의 표정은 진지했다.

유현은 그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얌전히 따라올래, 아니면 맞고 갈래?"

"뭐?"

"경찰서까지 어떻게 갈 거냐고."

호야가 똥 씹은 얼굴로 미우를 돌아보았다.

"어떡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호야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애초에 어떤 대책을 세우고 이곳에 온 것도 아니었다.

유현이 사용한 것이 마법이 아닐까. 그 생각이 만들어 낸 마법저인 끌림에 저도 모르게 이끌렸다.

"끄응."

호야는 깊이 침음성을 냈다. 진퇴양난의 상황.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우리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은데."

"쯔쯧. 정확히 봤네."

"미우, 어쩌지?"

"포탈을 열까?"

미우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을 때, 유현은 그녀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또 튀려고?"

"......"

유현은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 앉아 한쪽 팔을 각각 목에 둘렀다.

"내 질문에 잘만 답하면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몰라."

"......"

"마법 같은 허상을 믿냐?

미우는 고개를 저었고 호야는 어깨를 으쓱였다.

"없다고 증명할 수 없으니 있을지도 모르잖아."

"참 편한 생각이네."

"이런 건 왜 물어봐? 뭐 찔리는 거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유현은 호야의 뒷덜미를 꼬집었다. 따끔한 통증에 호야가 신음했다.

"두 번째. 동물들을 데려다가 어떤 실험에 썼는지, 아직도 모르냐?"

처음 만났을 당시, 그의 목숨을 빌미로 잡고 했던 질문이었다.

그 당시에 알아냈던 건 케이디 소속이라는 것, 그들이 동물을 납치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실험에 사용한다는 것.

하지만 그게 정확히 무슨 실험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몰라."

"아직도 몰라?"

"응."

거짓말이었다.

전 조직원이 작전을 위해 동원된 지금. 그 실험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티만 내지 않는다면...

"구라치네."

"진짜야."

"심박수가 좀 빨라졌는데?"

"...뭐?"

"내가 좀 예민해서 말이야. 이렇게 가까이 붙어 있으면 그 정도는 들리거든."

호야가 그에게서 떨어지려고 했으나 유현의 팔은 꼼짝도하지 않앗다.

"말해. 무슨 실험이야?"

"......"

"네가 말하지 않으면 이쪽이 고통받을 거야."

유현이 미우의 구렛나루를 잡아 당겼다.

"으윽!"

"미우!"

미우가 고통을 호소하자 호야가 발버둥 쳤다.

유현이 씩 웃었다.

"어서 말하는 게 좋을걸?"

유현은 구렛나루를 뜯을 기세로 더 강하게 잡아당겼다. 미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 아파!"

"그만해! 말하면 되잖아!"

그럼 그렇지.

본인 대신 미우를 공략한 건 지난번 싸움과 연결된 판단이었다.

그때 호야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니 본인을 고문하는 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

"젠장, 괜히 왔어."

유현이 다시 구렛나루에 손을 올리자 미우가 움찔 몸을 떨었다.

호야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동물을 개조한다고 들었어."

"개조?"

"동물한테 약을 먹여서 몬스터처럼 만든대. 나도 그 이상은 몰라."

유현의 눈에 근심이 어렸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들이 그 결과물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자명했다.

도시에 풀어 사람들을 습격하고, 도시를 망치겠지.

게이트를 나온 몬스터가 어떤 난동을 부리는지 생각해 보면 재앙과 다름없었다.

"성공했어?"

"나도 그 이상은 모른다고!"

흥분한 호야의 심박수로는 더 이상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었다.

유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의심스럽게 쳐다보기만 할 뿐, 더 추궁하지는 못했다.

"이제 보내줘!"

"그렇게는 안 되지."

"다, 다 말하면 보내 준다며?"

"내가 언제? 보내줄 수도 있다고 했지."

아직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많았다.

지금이라면 질문해도 의심하지 않겠지.

"왜 내가 마법을 썼다고 생각했어?"

애초에 마법이라는 허구적인 존재를 머릿속에 담아놓지 않았다면 사용자가 다중 특성이라고 말한 것을 마법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유현이 이 부분을 의심한 건 여러 가지가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케이디와 판대륙의 관계.'

판대륙과 비슷한 세계관을 만든 작가의 작품을 연구하는 단체로 시작된 케이디.

그 단체의 소속이 마법이라며 의심하는 게 과연 우연일까?

'무언가 알고 있을 게 분명해.'

그들을 통해 왜 지구에 판대륙과 관련된 물건이 여럿 보이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이야 범죄 조직이 되었다지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그게 세상의 위기가 찾아올 징조가 될지도 모르기에.

"당연한 거 아니야? 다중 특성인데 하필 그 특성이 여러 가지 능력을 다루는 원소라니. 너무 편한 변명이잖아."

"내가 그렇다는데 무슨 변명이야? 애초에 마법이라는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건데?"

"그, 그건 어렸을 때 그쪽에 관심이 많아서…. 아니! 내가 이런 말을 왜 하지? 빨리 보내줘!"

호야가 더 격하게 발버둥 쳤다.

그 답은 유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뭔가를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단순히 판타지를 좋아했던 것뿐이었다.

"너 몇 살이냐?"

"나이는 왜 물어보는데?"

"애새끼 같아서."

저번에 싸울 때는 몰랐는데 이제보니 애나 다름없었다.

외모도 그렇고, 말투나 성격도 그렇고.

"저번이 좀 더 멋있었던 것 같은데..."

"그거야 싸울 때니까 그렇지. 나는 싸우는 걸 좋아하거든."

싸움 이야기를 꺼내자 호야의 표정이 달라졌다.

지난번 봤던, 자신감과 여유가 그 얼굴이었다.

자신감과 여유가 잔뜩 흘러나왔다.

"가라, 가."

유현은 두 사람의 어깨동무를 풀었다. 그러기 무섭게 두 사람이 동시에 소파에서 일어나 훌쩍 물러났다.

"이번에는 이렇게 가지만 다음에는..."

"야, 입 다물고 꺼져. 다음에 또 와서 헛소리하면 네 날개 두 쪽 다 부러뜨려버린다."

호야가 흥분하여 콧김을 뿜었지만, 죽자고 달려들지는 않았다.

미우가 옆에서 그를 말린 덕이었다.

"호야, 빨리 가자."

두 사람은 유현을 경계하며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유현이 날려 보낸 마법이 호야의 몸에 안착했다.

[추적]

그를 보내주는 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케이디에 관해 궁금한 것들이 많다.

아무리 과거의 케이디와는 다른 노선을 탔어도 과거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지는 않을 터.

그 부분을 좀 더 집중적으로 조사해볼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빌런 소탕도 하고.'

물론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으니까.

***

"하, 젠장."

경기장 밖까지 뛰어나온 호야가 욕설을 지껄였다.

너무 성급하게 들어간 걸까.

하지만 마법 이야기를 꺼내면 적어도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한 식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상대방이 저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수확은 없고 잃기만 했어."

실험에 관한 정보를 그에게 불었다. 비록 알고 있던 상세 정보들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비밀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

"그래도 무사히 나온 게 어디야."

미우의 말도 일리가 있다.

만약 저 안에서 붙잡혀 경찰로 인계되었다면, 계획의 상당 부분이 틀어진다.

탈출할 방법이야 가지고 있었지만,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도 짜증 난다고. 젠장."

마법.

어렸을 적 들었으며, 무턱대고 존재를 믿었던 허상.

그 실체를 눈앞에서 봤다고 생각했기에 무척이나 흥분했다.

'정말 마법이 아닌가?'

유현의 태도는 아무리 봐도 마법을 아는 사람 같지 않았다.

물론 다중 특성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시각.

상식적으로 봤을 때 확률이 높은 쪽은 명확했다.

"호야, 돌아가자. 슬슬 시간 돼가."

"알겠어."

미우가 스크롤을 찢자 허공에 일회용 포탈이 나타났다.

호야는 경기장을 한 번 돌아보고는 미련을 뒤로한 채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그날 밤.

유현은 노크를 듣고 숙소의 문을 열었다.

바깥에 서 있던 건 서부 팀의 인솔 교사인 제임스였다.

유현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통역기를 착용했다.

"무슨 일이에요?"

안톤의 상태가 좋지 않은 건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기의 결과.

바깥에서 있었던 사건을 모르는 안톤이 찾아와서 따지거나 항의할 문제는 아니었다.

"이야기 들었네."

제임스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바짝 조아린 고개는 그가 얼마나 반성하는지를 나타냈다.

"정말 미안하네."

"......"

"관계된 이들은 모두 처벌받을 거야. 자네의 선생을 만나 경찰 측에 협조하겠다고 이미 말해두었어."

아무래도 제임스가 사건의 내용을 알게 된 듯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아이들이 말했어. 안톤이 당한 걸 보고, 자기들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며 겁을 집어먹었더군."

화려한 마법의 향연이 이루어낸 한 편의 쇼는 곧장 효과를 보였다.

"사과는 제가 아니라…."

"물론 한서희 양에게 해야겠지. 하지만 출입할 수 없어서 자네를 먼저 찾아왔네."

"그렇군요."

제임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처음 봤을 때의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표정에는 근심만이 가득했다. 진심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본래 이런 사과는 당사자가 직접 와서 하는 게 마땅하겠지만…."

"그놈들 얼굴 보면 주먹부터 나갈 것 같네요."

이미 한 번씩 때려주긴 했지만.

"...그래, 그렇겠지. 정말 미안해. 사죄의 의미로 가담자와 주동자는 모두 기권하기로 했네."

일전에 그가 차에서 종용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무산되었던 요구사항이 이제야 받아들여졌다.

"뭐 원하는 건 없나?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겠네."

"아뇨 딱히..."

원하는 건 없다고 말하려던 유현은 이내 마음을 바꿔 먹었다.

그렇게 당해놓고 뭐 하나라도 뜯어내지 않으면 억울했다.

"이 사건은 당연히 언론에 공표되겠죠?"

"그게... 잘 모르겠군. 발표하는 게 마땅한데 위쪽의 압박이 거세서 말이야."

당장 국가의 위신과 관련이 있는 문제. 이런 사건으로 미국의 위상이 휘청거리지는 않겠지만, 다른 국가로부터 질타받을 사유를 제공하는 건 분명했다.

"발표하세요. 그거 말고는 바라는 거 없습니다."

돈, 명예.

미국 팀과 관련되었기에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지만, 유현은 세상에 사건이 알려지는 걸 택했다.

"위쪽에서 허락해줄지는 모르겠다만..."

"목숨 걸고라도 발표하세요. 안 그러면 제가 직접 움직일 테니까."

"......"

제임스는 말이 없었다.

확실히 쉽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상부의 지시를 거절하고 독단적으로 진실을 밝힌다면, 아마 조국에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톤이 그런 꼴을 당했는데 이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지.'

한참을 고민하던 제임스는 깊이 심호흡하더니 이내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 말대로 하마."

어차피 관리 부실의 책임을 면치는 못할 것이다.

진실을 밝혔을 때의 후폭풍보다는 약한 수위의 벌을 받겠지만, 찜찜함을 가진 채 살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바로 돌아가서 회견 일정을 잡지. 정말로, 정말로 미안했어."

제임스가 돌아갔다.

그도 조금은 학생들의 문제를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말하는 걸 보니 정말 하나도 모르고 있던 눈치였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좀 더 지켜봐야 알려나.

유현은 방으로 돌아갔다.

*

제임스의 기자회견이 열린 건 이튿날 새벽이었다.

유현은 그 모습을 TV로 지켜보았다.

화면 너머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수척해 보였다. 어제 돌아간 뒤로 한숨도 자지 않은 것 같았다.

-모두 서부 팀의 전적인 잘못입니다.

새벽의 기자회견이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열성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 팀의 비인도적인 행위는 그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한국 측에는 사과를 드릴 것이며, 한국 팀에게는 이미 사과를...

기자회견은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제임스는 모든 이야기를 밝혔다.

서부 팀이 저지른 일. 그로 인해 피해를 본 학생과 국가. 향후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지 등.

아무런 능력도 없이 인솔 교사 자리를 맡은 게 괜한 이유가 아니라는 듯 많은 내용을 혼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설명했다.

지켜보고 있던 유현도 그의 능력에 내심 감탄했다.

"똑똑한 사람이네."

결과적으로, 그는 유현이 말한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었다.

유현은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TV를 껐다.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된 안톤과 그 무리의 만행.

놈들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빌런 짓거리밖에 없으리라.

"조금 자둘까."

날이 완전히 밝으면, 난리가 날 게 뻔하다.

마법이 만들어낸 뜨거운 관심, 더불어 미국 팀과 얽힌 역대급 사건까지.

유현은 자기 전,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바꿔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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