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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99화 (99/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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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잡힌 최강자전의 일정은 빠르게 외부로 퍼져 나갔다.

길드들 역시 그 소식을 접하고 업무를 수정했다.

5대 길드 중 하나인 [소나무]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망주 리스트입니다.”

[소나무]의 인사팀 사무실.

직원들은 최강자전 참가자들의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 있었다.

팀전은 무효화 되었지만, 거기서 보여준 성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을 토대로 정보를 수정하고 밸류를 조정했다.

“이 친구는 값을 떨어뜨리기에는 조금 애매한데요?”

“걔는 빼. 스파르타 길드 소속이잖아. 돈 얼마 주든 안 넘어와. 얼마나 의리가 끈끈한데.”

최강자전은 유망주들을 유망주다운 금액에 영입할 마지막 찬스였다.

3학년부터는 계약한 길드 위주의 실습이 주가 되기에, 그 시기에 돌입하면 웬만해서는 미리 계약한 길드를 나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위약금이 좀 센데 뺄까요?”

“위약금 얼마든 넣어 놔. 그건 우리가 신경쓸 거 아니니까.”

위약금이 있지만, 그걸 지불하면서도 다른 유망주를 빼오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돈(MONEY).

웬만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헌터들의 몸값은 우상향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많은 이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헌터 역시 사람인지라 기복이 생기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몇 년의 기복은 손해가 아니었다.

한편,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5대 길드에 한 자리를 담당하는 생화.

생화 길드에서도 유망주를 위한 회의가 한창이었다.

“현재 무소속은 한 명. 위약금 100억 이하는 다섯 명. 나머지는 그 이상입니다.”

모던 톤의 깔끔한 회의실에 양복 차림의 길드 간부들이 모여 앉았다.

“무소속은 그 친군가? 유현?”

가장 상석에 앉은 남자가 물었다.

날렵한 턱선, 콧대, 눈매.

목소리마저도 감미로워 미남이라는 말에 손색이 없는 남자였다.

“예, 그렇습니다.”

발표자가 프레젠테이션을 넘겼다. 화면 위로 유현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이름은 유현, 나이는 18세, 부모님은 자영업에 종사 중이며, 소나무 길드와 꽤 연관이 깊습니다. 현재 거주 중인 곳도 송진그룹과 법인 계약이 되어있고 부모님이 운영중이신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소나무 길드가 깊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꼭 저런 걸 써야 했나?”

프로필에 나타난 사진은 최강자전 당시 유현이 카메라를 붙잡고 지었던 우스꽝스러운 표정이었다.

“유현 검색어로 가장 최상단에 나오는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여자는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남자도 크게 신경 쓰이진 않는지 말을 이었다.

“컨택은 어떻게 됐지?”

“일전부터 아가씨께서 아카데미 내부에서 컨택을 진행했지만, 소득은 없었습니다.”

길드 생화의 마스터, 서동철은 의외의 대답에 턱을 매만졌다.

“그건 몰랐군.”

길드 스카우트는 그의 주 업무가 아니었다. 그래서 자신의 딸이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서동철은 책상에 시선을 둔 채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외부 컨택은 시도해봤나?”

“예. 편지나 전화, 부모님 가게 방문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으나 역시 성과는 없었습니다.”

“입단 시 혜택은 확실히 설명했고?”

“본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부모님께 설명은 드렸지만, 아무래도 본인의 의사를 가장 중요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을 설득하기에 금액이 너무 적진 않았나?”

오가는 대답 속에서 간부들은 긴장을 머금었다.

서동철의 카리스마는 고작 말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했다.

그 대화의 당사자가 된 발표자도 조금 긴장한 얼굴로 슬라이드를 넘겼다.

유현에게 제시한 혜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카데미 S등급 유망주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혜택입니다.”

서동철은 말없이 리스트를 읽었다.

입단 시 20억 지급.

토벌 던전 성과급 3%.

한도 50억 저금리 대출.

수도권 사택 제공.

그 외 기타 등등.

넘치면 넘쳤지 부족한 혜택은 아니었다.

“가게 장사가 잘되나?”

“정확한 회계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만, 배달 어플 치킨 분류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서동철은 잠깐 다른 생각을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유망주 영입을 위해 가게 운영에 압박을 주는 건 비도덕적인 짓이었다.

“소나무 길드와 유현이 계약을 맺지 않은 건 확실한가?”

“예, 확실합니다.”

소나무 길드에서 계약을 제의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지금도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 분명 노림수가 있는 게 틀림없다.

“그럼 이렇게 하지. 모든 혜택을 세 배로 늘려 다시 제안하게.”

그 말에 간부들이 웅성거렸다.

“세 배는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

“지금 주는 혜택도 과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S등급 유망주라지만, 길드의 다른 지출도 고려하셔야죠.”

눈치를 살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간부들.

유망주 영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게 보통이었지만, 너무나 과하다.

특히 그 대상이 유현이라서 간부들은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다들 그 아이에게 특성이 없다는 걸 신경 쓰고 있는 것 같군.”

서동철의 말에 몇 간부들이 헛기침했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아무리 신체 능력이 좋아도, 특성이 없다면 결국에는 한계에 봉착할 겁니다.”

“동의합니다.”

유현의 특성이 신체 강화가 아니라는 건, 웬만한 길드 관계자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간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현이 팀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인상 깊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감각이 좋은 거지 헌터 본연의 업무와는 관련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등급 테스트에서 얻은 점수도 다른 아이의 점수를 갈취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죠. 그때 참가한 스카우터가 직접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유현이 지금껏 외부에 보여줬던, 헌터로서 인정할 만한 성과라고는 등급 테스트가 전부였다.

그런데 그런 성과조차 본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낸 게 아니라면, 그의 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대들의 말에도 일리는 있네.”

서동철도 간부들의 반대는 인정했다.

하지만 그가 조건을 올린 건 유현을 고평가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소나무 길드가 왜 그를 도와주는지 모르겠나? 집을 구해준 건, 집이 없으니 인도적인 차원에서 했다 쳐도, 자사의 자원까지 투입하여 부모님의 사업을 돕는 건?”

소나무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

송진 그룹이 모체가 되는 길드인 만큼, 그들은 손익 계산에 능하다.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을 굳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확실히 부모님의 사업까지 도와주는 건 조금 특이하네요.”

“혹시 그런 것 아닙니까? 소나무 길드의 한서희와 유현이 미래를 기약하는….”

째릿.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 젊은 간부가 입을 다물었다.

“마스터님의 말씀은 소나무 길드가 유현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이시군요.”

프레젠테이션을 넘기던 여성이 안경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서동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의 눈에는 가치가 없어 보여도, 경쟁사가 자원을 투입한다면 따라가는 수밖에 없네.”

곳곳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틀을 벗어나 허를 찌르는 생각이었다.

“역시 대단한 통찰력이십니다.”

“저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칭송하는 말 사이로 조금 불량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우리 마스터님, 외국에서 놀기만 한 건 아닌가봐?”

비어있던 책상의 맞은편에 어느새 웬 청년 하나가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입술과 귀를 장식한 피어싱들.

뒤로 시원하게 넘긴 장발.

날카로운 눈매는 척 보기에도 불량스러운 느낌을 잔뜩 풍겼다.

청년을 발견한 서동철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각하지 마라.”

청년이 씩 웃었다.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났다.

“뭐, 어때. 어차피 스카우트 때문에 회의하는 건데.”

“간부 회의에 간부가 지각하지 않는 건 상식이다. 박이랑.”

박이랑은 다리를 풀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불량한 태도를 유지했다.

“소나무가 어떤 가치를 매기든, 우리가 가서 보고 판단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그럼 뭐하러 여기서 떠들어?”

“만약 유현에게 가치가 있다면, 우리가 무엇을 지불할지 즉석에서 정할 건가?”

박이랑이 작은 탄성을 질렀다.

“그러네. 맞는 말이네. 이야, 역시 우리 마스터. 대단해.”

박이랑이 감탄한 얼굴로 손뼉을 쳤다. 순수한 감탄이 아닌 비꼬는 듯한 말이었다.

“조용히 있어라. 괜히 방해하지 말고.”

“네~”

회의는 재개되었다.

유현의 가치 확인은 최강자전을 직접 보고 판단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만약 그 아이에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아까 정한 혜택을 담아 계약을 요구하겠다.”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

최강자전이 가까워지며, 대형 길드들 사이에서는 유망주들의 가치 재고가 완료되었다.

유현의 가치는 처음과 비슷했다.

팀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만, 그건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그의 가치적 변화가 없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특성이 없다는 점.

두 번째, 등급 테스트에서 얻은 성적이 오로지 자신의 힘이 아니라는 점.

처음에는 베일에 싸여있었고, 첫 등장이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이었기에 사람들에게서 큰 인기를 얻었을 뿐.

그 능력은 다른 유망주들에 비해 크게 특출나지 않고,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네가 어떤 가능성을 보는지 이 삼촌은 도통 알 수가 없다.”

소나무의 단장, 한상용.

눈앞의 모니터에는 잠옷 차림의 한서희가 있었다.

최강자전이 하루 남은 오늘, 한서희는 소나무 길드가 판단한 유현의 가치를 확인하고는 급히 화상 전화를 걸었다.

-삼촌도 아시잖아요. 걔가 준 포션 레시피로 시제품 출시한 거.

“그건 그거고. 헌터로서의 능력이랑은 별개야.”

-걔는 검술도...

“그건 훈련에서의 성과지 외부에 보여지는 게 아니잖아.”

-......어쨌든, 이걸로는 안 돼요. 처음이랑 달라진 게 없잖아요. 다른 곳에서 몇 배는 높게 부르면 어쩌려고 해요?

한상용은 한숨을 쉬었다.

평소의 한서희라면 왜 유현이라는 아이를 위해 돈을 써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텐데, 그런 식의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직감.

그것만이 그녀가 설명하는 이유의 전부였다.

“다른 유망주 지키려면 어지간한 돈으로는 부족해. 그리고 걔는 어차피 길드 들어갈 생각이 없다며. 네가 계약서까지 받았잖아?”

-그런 계약서로 쉽게 묶어둘 수 없다는 거 잘 아시잖아요.

위약금 몇억짜리 계약서.

다른 길드에서 충분히 지불하고 유현을 데려갈 만한 계약서였다.

“아무리 그래도 고작 네 직감 때문에 다른 것들을 전부 망칠 수는 없어. 이만 끊는다.”

-삼촌! 삼...

화면이 꺼지고, 한상용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

머릿속으로 지난번 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맴돌았다.

-서희가 유현에게 선물을 받았다고 하더구나.

한때, 한서희의 어머니가 모으던 인형의 한정판. 한상용 역시 조카를 위해 꽤 오랜 시간을 찾았지만, 찾을 수 없을 만큼 귀한 물건이었다.

‘그걸 선물로 줬다….’

이벤트 보상이라지만 다른 좋은 것들을 두고 굳이 그걸 선택했다?

둘 사이에 자연스레 의심이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젊은 남녀 사이에 정분이 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한상용 역시 조카의 사랑이라면 환영할 생각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유도, 논리도 없이 우기는 이유가 그런 감정 때문이라면….

“삼촌은 그런 건 용납 못 한다.”

한 길드의 수장이자 한 아이의 삼촌으로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놈인지 똑똑히 봐야겠군.”

그간 유현에 대해 들어만 봤지 제대로 본 적은 없다.

최강자전 역시 해괴한 팀전이 이루어진다고 하기에 시청하지 않았다.

“이상한 놈이기만 해봐.”

만약 그렇다면 한서희도 유현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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