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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최강자전. 아직 개인전은 시작도 안 했지만, 시청자 숫자는 어느새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헌터라는 분야가 가지는 특수성.
더불어 인터넷 중계인 덕분에 국내외로 사람이 몰렸다.
-시바ㅋㅋ 압도적이네
-존나 멋있는데?
-wwwwwwwwwwこれが日本の辛味
-Holy Moly did you see that boy??? Fucking great!
-wow scheiße!!!!!
실시간 채팅에서는 온갖 국가의 언어들이 뛰쳐나와 감탄을 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최강자전으로 시끌벅적했다.
[방금 무빙 뭐임?]
-어케 사람이 저래 움직임?
댓글
-미쳤다니까 진짜
-이거 조작 아님?
[방금 3구간 유현 움짤 따옴]
-구라임ㅋㅋ
댓글
-아 ㅅㅂ
-이 새끼 갤 차단 좀;
[울프 혼 왜 빠른 거 같냐?]
-원래 저 속도임?
댓글
-걘 원래 빠름
-원래 빠른 놈이긴 한데 유현 쪽이 이상하게 더 빠른 것 같네
-누가 비교해서 올려보셈
[그러니까 아카데미 놈들은 이 좋은 걸 지들만 보고 있었다는 거지?]
-씹새끼들이네
댓글
-ㄹㅇㅋㅋ
-아카데미 뒤집어 엎어야 됨
[팀전 기획한 새끼 나와]
-아주 잘했어
댓글
-ㅇㅈ개꿀잼
-난 노잼인데. 휴가 복귀 때문에 오늘 본선 못 봐서 심술난 건 아니고 진짜 노잼임
ㄴㅋㅋ군붕이 이 악물고 노잼
뜨거운 반응은 경기장 지하에 있는 휴게실에서도 터져 나왔다.
“와! 대박!”
화면을 보던 메이블이 큰 소리로 감탄했다.
휴게실에는 그녀 외에도 참가자들이 몇 모여 있었다.
팀전이 끝나고 주어진 자유시간.
누군가는 휴식을, 누군가는 훈련을, 누군가는 이처럼 TV 앞에 모여 남은 팀전의 구경을 선택했다.
“점마 머선 미친 개이처럼 움직이네.”
커다란 화면 위로는 4구간에 돌입한 유현의 모습이 보였다.
4구간, 일명 죽음의 외다리.
장애물이 존재하는 외다리를 건너 맞은편 끝까지 나아가는 구간이었다.
날카로운 칼날, 거대한 철퇴, 좌우로 쉴새없이 날아드는 화살, 밑에서 솟아오르는 창들까지.
언뜻 보기에도 살벌해 보이는 장애물들이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게다가 다리는 끝까지 이어져 있지도 않았다.
중간중간 빈틈이 있고, 그 사이를 뛰어넘을 수 없게 가림막으로 막혀 있기까지 했다.
통과하는 방법은 하나.
협동 미션을 통해 서로의 다리를 놓아주고 함께 나아가는 것.
벌써 몇 개 조가 외다리 옆으로 떨어지며 실격당한 마의 구간이었다.
“대단하다. 저기서 어떻게 저리 움직이지?”
4구간을 구경하던 참가자들이 감탄한 건 유현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외나무다리를 걸어가는 그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날아드는 철퇴는 아슬아슬하게 그의 뒤통수를 스치고, 우뚝 걸음을 멈추자 코앞으로 화살이 지났다.
구석에서 구경하던 한서희가 조용히 감탄했다.
‘꼭 뭐가 올지 알고 있는 것 같아.’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듯한 회피 방식. 그가 부정을 저지른 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점마 벌써 저까지 갔네. 지금 시간 얼마나 지났나?”
한주석의 의문에 대답하듯 화면 구석에 초시계가 나타났다.
30초가 막 흐른 참이었다.
“......”
고작 30초.
길게는 10분도 넘게 걸린 첫 번째 테스트 구간 진입을 유현은 고작 30초 만에 해냈다.
다들 할 말을 잃은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곧 화면이 이케가미의 코스로 바뀌었다. 이케가미 역시 미리 구조를 알고 있었기에 유현보다 조금 늦게 첫 번째 시험 앞에 도착했다.
그의 뒷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더욱 경악했다.
“쟤, 쟤는 왜 저렇게 빨라?”
서혜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을 더듬었다.
여기까지 빠르게 온 것도 놀랍지만, 이케가미가 저토록 침착하다는 것도 놀라운 포인트였다.
“시작한다.”
화면이 반으로 나눠졌다.
좌측에는 이케가미의 코스가, 우측에는 유현의 코스가 나타났다.
유현의 앞에는 끊긴 다리가 있었고, 다리와 다리 사이에 커다란 발판이 있었다.
반면 이케가미의 다리 사이에는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저걸 뛰어서 밟으라는 건가.”
거리가 꽤 있었지만, 유현은 망설임 없이 점프했다.
그 순간.
우측 관자놀이로 싸늘함이 느껴졌다.
미세한 파공음이 귓가에 스몄다.
유현은 급히 우측으로 손을 뻗었다.
쇄액!
날아오던 쇠뇌가 그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직후, 유현은 발판에 착지했다.
“이건 좀 위험한데.”
이동 중에 날아오는 쇠뇌도 쇠뇌지만, 촉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보나 마나 독이겠지.
유현은 쇠뇌를 부러뜨려 밑으로 던졌다. 한참 뒤 아래쪽에서 소음이 들려왔다.
“꽤 깊군.”
빠지면 탈출은 고사하고 그대로 병원행일 것 같았다.
아무리 자신의 탈락을 원한다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발판을 밟으면 다리가 나타나나 했는데 정작 변화는 없었다.
전방에 가림막으로 인해 건너편 다리까지 뛰지 못하는 상황.
잠시 고민하던 사이, 눈앞에 갑자기 다리가 나타났다.
“......?”
유현은 의문을 느끼며 다리 위로 올라갔다.
다시 이어지는 장애물의 행렬들.
그것들을 모두 돌파하고, 끊긴 다리 앞에 다시 섰을 때, 그는 4구간의 해답을 깨달았다.
“저쪽에서 다리를 놓아주는 식이군.”
곧 그의 앞에 다리가 생겼다.
유현은 조금씩 속도를 높였다.
덩달아 이케가미의 속도도 빨라졌다.
유현이 구간의 해답을 깨닫고 난 이후, 두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4구간을 돌파해냈다.
“와아아아!”
개인전과는 또 다른 재미의 팀전.
앞선 조들과는 달리 12조는 팀전의 본연적인 재미를 가장 충실하게 관중들에게 전달했다.
마치 서로 짜놓은 것 같은 빠른 협동 진행. 어떤 말도, 행동도 통하지 않는 독립된 공간임에도 그들은 꼭 한 몸처럼 움직였다.
“......대단한데.”
이케가미는 유현에게 진심으로 감탄했다.
자신이야 며칠 밤을 새워가며 구조를 외웠으니 이렇게 빠르게 나아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유현이 이 속도를 따라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심지어 유현의 코스는 일반 코스보다 더 어렵다.
장애물은 더 많고, 한 번이라도 당하면 병원에 직행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대로만 가면 돼.”
앞으로 몇 구간 남지 않았다.
유현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그에게 아무런 피해 없이 팀전을 끝낼 수 있으리라.
***
4구간을 돌파한 12조는 빠른 속도로 다음 구간을 돌파했다.
5구간, 6구간, 7구간을 빠르게 지나 도착한 마지막 구간. 8구간.
눈이 쌓인 높은 절벽을 올라가는 구간이었다.
“......”
양동길은 체념한 얼굴로 화면을 지켜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와 초췌해진 낯빛. 몰골과 마찬가지로 VIP실도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대체 왜...”
양동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몇 주를 고민하며 설계한 작전.
확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장치를 준비했다.
하지만 유현은 어떠한 방해 공작에도 휩쓸리지 않았다.
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수많은 함정, 독이 묻은 기습 장애물, 필드 내에 떨어지던 독성 빗줄기 등. 무엇으로도 그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하….”
허탈한 웃음에서는 탈력감이 느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시발.”
양동길이 손에 쥔 맥주 캔을 찌그러뜨렸다.
유현의 활약으로 완전히 어그러진 계획. 이번 팀전을 계기로 안칠성은 더욱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될 것이다.
그를 엿 먹이려다 도리어 그를 도와준 꼴이 되어버렸다.
“...다음 기회를 노리는 수밖에.”
양동길은 흥분한 가슴을 가라앉혔다.
화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
괜히 흥분하여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다음을 노리는 게 현명했다.
“혹시 몰라. 여기서 막힐지.”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최후의 보루, 설원의 절벽.
경기장을 뚫고 하늘 높이 치솟을 만큼 높은 절벽이었다.
조금 기울었으나 한없이 직각에 가까운 경사도. 떨어진다면 아무리 유현이라도 큰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다들 여기서 포기했지. 하지만 유현 너라면 도전할 줄 알았다.”
마지막 구간까지 온 참가자들도 절벽 앞에서 포기를 선언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눈 덮인 절벽.
안전요원이 대기하고 있지만, 목숨을 걸고 도박을 펼치려는 사람은 없었다.
“이게 마지막 희망이야.”
유현의 절벽은 튼튼하지 않게 설계되어 무너질 위험이 몇 배는 높다.
‘떨어지면 병원행. 최강자전은 탈락.’
절망 속에서 발견한 한 줄기 희망.
다른 구간에 비해 유현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크크큭.”
양동길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곳곳에 널린 술병 사이를 지나 경기장이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기대되는구나.”
저 멀리 유현이 절벽을 등반하는 게 보였다.
아직 초반이지만, 붙잡거나 디디고 선 바위가 부서지는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럴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우! 저러다 떨어지는 거 아냐?”
“사람 죽는다!”
그런 반응은 소수였다.
다들 아슬아슬한 상황에 오히려 재밌다며 박수를 쳤다.
자극적이기에 반응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근데 너무 많이 떨어지는 거 아냐?”
“그러게. 왜 한쪽만 자꾸 떨어지지?”
일부는 유현의 추락이 이상하리만치 많은 것에 의문을 품었다.
반면, 이케가미는 한 번도 추락하지 않고 순조롭게 등반했다. 특성이 있기에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건 유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쪽은 자꾸 떨어지고, 한쪽은 잘만 올라가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다.
“아까도 계속 그래. 유현 쪽이 더 어렵잖아.”
“외다리에서도 장애물이 더 많았어.”
“그다음은 또 어떻고?”
이케가미는 물론 이전에 유현의 코스에서 팀전을 진행한 참가자들과도 명확히 비교됐다.
하지만 다들 거기까지만 생각할 뿐.
그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못했다.
사적으로 개입해 참가자에게 불이익을 준다니. 누가 상상이나 하겠나.
“......끝났군.”
근처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안칠성은 미소를 지었다.
관중들도 눈치를 챌 정도라면, 증거로는 충분하다.
‘이 정도로 티를 내다니.’
처음에는 크게 티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몬스터의 미세한 차이까지 알아볼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하지만 구간이 진행될수록, 명확히 다른 차이가 속속들이 나타났다.
‘제 딴에는 티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양동길은 치밀한 듯 하면서도 상당히 허술한 면이 있었다.
과거에 자신이 뇌물 수수 정황을 포착한 것도 그런 허술함 때문에 생긴 우연이었다.
‘통장을 파쇄하지 않고 그냥 버렸지.’
애석하게도 곧장 돌아온 양동길에게 들켜 통장을 빼앗기는 바람에 증거로 남기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영상이 있고, 녹음된 파일이 있다.
“무사히 끝내자, 현아.”
안칠성은 나지막이 소망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걱정이 앞섰지만, 이제는 많이 덜었다.
“그럼 이제 나도….”
화면을 보던 안칠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현이 무사히 마무리하는 걸 지켜보고 싶었으나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끝장을 보러 가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