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81화 (81/219)

81

길드 파티가 끝난 이후, 유현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아카데미의 S등급이기도 했지만, 그가 한 행동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권민성 가스 라이팅 논란]

[싸우다가 방뇨하는 헌터?]

[헌터에게 사이다 먹인 아카데미 학생!]

권민성이 저지른 언행들은 생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언론은 빠르게 기사를 써냈고, 사람들은 권민성을 비난했다.

-아; 전여친 ptsd오네

-내가 뭐랬냐 저새끼 관상 싸하댔잖아

-시발ㅋㅋ 민성이 고삐리한테 쫄아서 지린 거임?

그런 한편 유현을 칭찬하는 반응도 많았다.

-속이 뻥~~!

-사이다 지렸다ㅋㅋ

-이게 아카데미 1등의 품격?

중간중간 인터뷰를 진행한 김현식과 말리지 않은 주변인들을 욕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다.

김현식 역시 파티가 끝난 이후, 속보로 나간 기사들을 봤기에, 대세에 맞추려고 밤새 길드 파티 영상을 편집했다.

늦은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너무 피곤하여 하루 정도는 미루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꾸역꾸역 졸음을 참은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와...”

오전에 잠들어 저녁에 일어난 김현식은 채널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인터넷 여론에 힘입어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게 된 영상은 고작 몇 시간 만에 백만 단위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구독자 수 역시 몇만이나 늘었다.

“미쳤다.”

김현식은 활짝 웃으며 영상 통계를 살폈다. 편집했어도 한 시간 가까이 되는 영상이었는데 평균 시청 시간이 30분이 넘었다.

“진짜 대박인데?”

이 정도라면 광고 수익도 상당할 것이다. 아니, 역대급 수준이었다. 그간 채널에서 이렇게 조회 수가 잘 나온 영상은 없었으니까.

김현식은 활짝 웃으면서 댓글을 살폈다.

-권민성 인성 수준 ㅡㅡ

-민성이 개새끼네

-기저귀 광고 들어가는 거 아님?

몇천개가 넘게 달린 댓글에는 권민성을 향한 욕설들이 많았다.

김현식은 속으로 깊이 반성하며 계속 댓글을 내렸다.

-대한민국 헌터계의 미래가 밝다

-와, 얘가 진짜 아카데미 1등한 그 사람임?

-키, 얼굴, 능력, 시원한 성격까지 완벽

-갓-현

-오늘부터 팬합니다,,,

-허허... 고등학생이라고...

-인생 시발!

유현을 향한 조금 과격한 반응과 애정어린 표현들도 많았다.

“파격적인 등장이긴 하지.”

그간 은둔고수처럼 감춰져 있던 존재가, 악인을 벌하는 것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했으니, 이렇게 화제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와, 근데 진짜 조회수 너무 많은데?”

역시 교육 컨텐츠는 자극적인 컨텐츠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가.

안타까우면서도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일단 연락 드려야지.”

김현식은 문자를 보내기 전에 단톡방에 들어갔다. 교육 영상을 찍을 때 함께 던전에 들어가는 팀원들이었다.

단톡방 역시 김현식이 올린 영상으로 뜨거웠다.

“후훗, 녀석들.”

김현식은 팀원들에게 간단히 인사하고, 영상 비율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결론은 김현식의 마음대로 정하라는 것이었다.

영상을 찍은 것도 편집한 것도 그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흠….”

잠시 고민하던 김현식은 영상의 링크와 함께 문자를 보냈다.

***

그날은 마침 치킨집이 쉬는 날이었다. 하지만 유현은 쉴 수 없었다.

“오빠! 오빠! 대박! 여기 이 사람 엄청 유명한 연예인인데….”

“꺼져, 좀.”

“아니 이거 봐봐! 인스타에 오빠 이름 올라왔어! 그리고….”

유현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유희연을 밀어내고 문을 잠갔다.

“스마트폰을 뺏든가 해야지 온종일 저것만 보고 있네.”

유현의 유명세는 그의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당장 유희연만 해도 난리였다.

어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빠 여론이 이렇다, 연예인 누가 오빠를 언급했다 등. 정보를 얻으면 곧장 뛰어와 알려주었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유현은 무시했지만, 곧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아, 엄마야.

유현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세요?”

“...혹시 삼촌 기억나니?”

어머니의 앞이었으나 유현은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친척들과의 인연은 과거에 모두 끊겼다.

다른 사람들은 얼굴을 본 적도 없고, 그나마 같이 살았던 삼촌만이 기억에 남아있다.

‘생활비 들고 튄 새끼.’

그것 때문에, 부모님이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원래 그날이 일 년에 몇 번 없는 치킨 먹는 날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았다.

“기억나는데 왜요?”

“그게 삼촌한테 전화가 왔는데...”

“돈 빌려달라고요?”

지금 타이밍에 전화가 왔다는 건 뻔했다. 보나마나 뉴스나 인터넷을 보다가 유현을 보고 긴가민가 싶어 연락한 것이겠지.

‘어머니는 그게 나라는 걸 확인시켜줬고, 그래서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군.’

안봐도 비디오였다.

“지금 전화 중이죠?”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 좀 줘보세요.”

유현은 어머니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를 건네받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후우.”

침대에 앉아 천천히 심호흡했다.

목소리를 들어도 화내지 말자.

그냥 조용히 경고만 하자.

어머니의 가족이니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자.

유현은 여러 번 다짐한 뒤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어, 그래. 현아. 삼촌이야.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유현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쏟아냈다.

“xx! xxxx!”

포화처럼 쌍욕을 쏟아낸 유현은 호흡을 가다듬고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다시는 전화하지 마라. 목적이 뭐든 한 번만 더 전화하면 이걸로 안 끝내.”

-......

“대답해.”

-아, 알겠습니다.

고작 전화였지만, 유현의 분노는 목소리에 담겨 확실하게 전달됐다.

유현은 번호를 차단하고 통화기록을 삭제한 뒤 방을 나왔다.

어머니가 초조한 얼굴로 서 있었다.

“혹시 또 누가 돈 빌려달라고 하면 빌려주지 마세요.”

“......미안. 엄마가 말했어야 했는데.”

“아뇨. 저는 어릴 때 잠깐 본 게 전부지만, 어머니는 오래 본 가족이잖아요. 이해해요.”

피로만 이어진 가족 같지도 않은 존재. 줄곧 연락 한 번 닿지 않더니, 어떻게 번호를 알고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저 집에 없을 때 거절하기 어려우면 희연이한테 부탁해요. 걔도 성질 어지간하니까.”

“고마워, 우리 아들.”

“편히 쉬세요. 오늘처럼 쉬는 날 아니면 쉬지도 못하시니까.”

유현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 휴대전화의 진동이 울렸다.

어제 막 저장했던 김현식에게서 문자가 왔다.

“......4:6?”

수익 배분 비율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영상도 자기가 찍고, 편집도 자기가 해놓고 60%를 주겠다니.

‘뭘 좀 아는 사람이네.’

유현은 흔쾌히 답장을 보냈다.

그 역시 동생 때문에 이미 영상을 확인한 상태. 조회수가 높다는 건 알고 있다.

얼마나 입금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은 금액은 아닐 것 같다.

“들어오는 돈에 레시피까지 팔면 새로 공장 만들 정도는 되겠는데.”

유현은 돈이 들어갈 곳을 정리했다.

우선 포션 공장 부지 및 추가 설비 확보. 재료가 출하되는 던전이 가까이에 있다면 좋겠지만, 조건이 늘면 가격도 비싸진다. 그러니 수도권에 가깝고 넓은 공장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설립 자금.’

치킨집 분점 요청도 점점 늘고 있고, 사업 자금에 여유도 생겼다.

다만 프랜차이즈가 돈으로만 되는 게 아니기에 섣불리 시도할 생각은 들지 않앗다.

‘돈부터 더 모아야 하려나.’

부모님이 알아서 하신다고는 했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도와줄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싶었다.

“이래서 현질은 언제 하냐~”

개학이라도 해야 의뢰를 뛰든 뭘 하든 할 텐데.

기지개를 켜던 그때, 스마트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한서희에게서 온 전화였다.

***

포션 공장을 견학 온 한서희는 그 조악한 현장에 경악했다.

가스버너와 무쇠 냄비.

그리고 그 안에서 끓어오르는 고약한 액체.

최근 시장에서 화제가 되는 해독 포션의 제조과정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빈약했다.

“여, 여기가 진짜 공장이에요?”

“어때? 아늑하지?”

아늑하고 나발이고.

이건 그냥 교도소 수준인데.

한서희는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진짜 레시피 있는 거 맞죠?”

유현은 대답 대신 레시피를 적어놓았던 종이를 건넸다.

“거기에 나와 있는 재료랑 나와있는 방법 대로만 하면 돼.”

“진짜 되요?”

“해보고 되면 입금하든가.”

한서희는 긴가민가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흠. 일단 해볼게요.”

“아,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는데.”

“......?”

“혹시 너 프랜차이즈 어떻게 만드는지 아냐?”

***

아카데미의 개학 일자는 빠르게 다가왔다.

유현은 남은 기간 동안 계획해둔 일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한서희에게 포션 레시피를 팔았고, 그 돈으로 경기도에 폐창고를 구매했다.

현재는 그 공장의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며, 포션 설비도 모두 공장 인근 창고로 옮겨두었다.

그리고 포션 쪽 운영에 대한 전권은 강찬성과 왕대길에게 맡겼다. 제조는 물론이고, 그 외에 모든 부분까지.

‘내가 하면 좋겠지만, 학교에 있는 동안은 신경 쓸 수 없으니까.’

처음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이야기했던 날 왕대길이 얼마나 눈물 콧물을 질질 짜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전 직장에서 얼마나 신뢰를 못 받았으면.’

그러니 여기저기 구르고 치이다가 좌천됐겠지.

그건 아마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너무 착하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유현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부모님 가게도 이 정도면 됐고.”

성황리에 영업하던 부모님의 가게도 결국에는 분점을 냈다.

한서희의 도움 덕분이었다.

지난번 인형을 넘겨준 것 때문인지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프랜차이즈 사업화 경력이 있는 인력들 덕분에 큰 고생 없이 빠르게 프랜차이즈화에 성공했다.

아직은 손가락에 꼽을 숫자지만, 지금도 계속 가맹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한서희가 계속 도와준다고 하니 머지않아 전국적으로 퍼지지 않을까.

“그럼 이제 남은 건….”

유현은 텅 빈 작업실의 냉장고를 열었다. 가져가기도, 버리기도 뭣하여 아직 작업실에 남겨둔 냉장고였다.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레시피를 팔고 얻은 금액 중, 이런저런 금액들을 모두 빼고 남은 여윳돈을 모두 털어 간신히 마나 재구조화 포션의 재료를 구했다.

‘재료의 공급이 너무 적어.’

희귀한 재료라 공급이 생각 이상으로 적다. 힘들게 구매한 재료로 만든 것도 겨우 한 병 분량이 다 였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유현은 냉장고에서 포션을 꺼냈다.

거액과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든 마나 재구조화 가속 포션.

사실상 포션 사업 시작의 계기가 되는 물건이었다.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설계는 성공적이었으나 먹어보기 전까진 장담할 수 없다.

사람에 따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포션처럼 인체 실험을 거친 것도 아니니 어떤 변수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후.”

긴장되는 순간.

가볍게 심호흡하고는 포션을 열었다.

코르크 마개가 뽑히듯, 뻥! 하는 시원한 소리가 들렸다.

“냄새 죽이네.”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만약 냄새와 맛이 비례한다면, 이 포션은 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간다.”

유현은 굳게 마음을 먹은 뒤 포션을 들이켰다.

숨을 참았지만, 그래도 쓴맛이 느껴졌다. 참고 삼켰다가는 모조리 토해버릴 것 같았다.

“으으읍!”

유현은 자신의 입을 틀어 막고 억지로 목구멍을 열었다. 그 상태로 고개를 뒤로 젖혀 약을 몸 안으로 들이밀었다.

꼴깍꼴깍.

순식간에 포션병이 바닥을 드러냈다.

유현은 열심히 몸을 흔들어 포션이 역류하지 않게 했다.

“우윽….”

혀는 얼얼했고, 식도는 타들어 가는 듯했다. 마치 위액이 솟구쳐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걸 앞으로도 몇 번이고 계속 마셔야 한다니.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

유현은 제자리에 앉아 잠자코 포션이 체내에 흡수되길 기다렸다.

1분 남짓 지났을까.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프다.’

포션을 사용한 강제적인 변화.

몸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유현은 두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고통을 참고 안정을 유지하는 것만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조금씩 되고 있어.’

마나 코어의 마나량이 증가하는 게 느껴졌다. 마나의 축적 속도가 이전보다 확실히 빨라졌다.

물론 본래 가진 양에 비하면 여전히 쥐꼬리만 하지만, 꾸준히 포션을 복용하면 언젠가는 모든 마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시간도 시험해봐야겠군.”

유현은 그 뒤로 포션의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 작업실에 처박혀 있었다.

처음 포션 제조당시 예상했던 지속시간은 12시간. 실제로는 한 시간이 늘어나 13시간이었다.

“한 병에 13시간….”

꾸준히 복용한다고 해도 몇 년은 걸릴지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포션을 제작할 상황이 안 되니 더 길게 걸릴 거고.

‘그나마 건틀릿이 있는 게 다행이네.’

암시장에서 얻었던 마석을 장착할 수 있는 팔 보호대.

가장 좋은 마석들만 착용한다면, 10급 수준의 고위 마법도 한 번쯤은 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굳이 거기까지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스스로 던진 질문에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지구에서 그 수준의 마법까지 쓸 일은 없을 터. 설령 있다고 해도 먼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럴 일은 없으면 좋으련만.’

유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밤은 늦었고, 이곳의 계약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작업실도 냉장고도 이제는 떠나보낼 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