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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주최 정규 모임.
짧게 줄여 길드 파티라고 불리는 이벤트의 시간이 다가왔다.
모임 장소인 호텔에는 이미 파티 준비가 끝나 있었다.
“이벤트 준비는 잘 됐나?”
“완벽합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최칠기는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를 점검했다.
참여율이 줄어든 만큼, 연회장의 품질이나 이벤트 개최를 통해 파티 자체의 즐거움을 높여 다음 해의 참여율을 끌어올릴 생각이었다.
“그래도 막바지에 참여 신청이 많이 와서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최칠기는 장내에 놓인 원형 테이블 사이를 거닐었다.
테이블보에 먼지가 쌓이진 않았는지, 위치가 뒤틀리진 않았는지를 세세하게 살폈다.
“저들은 뭔가?”
그러던 그의 시선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직 파티의 시작까지 몇 시간이 남았기에 최칠기는 의아함을 느꼈다.
“멀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서 물어보고 올까요?”
“아니네. 뭐하러 귀찮게 그러나.”
최칠기가 다시 점검에 집중하는 한편. 적막한 장내에 세 사람의 대화 소리가 옅게 퍼졌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우리 왜 이렇게 빨리 왔냐?”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어떻게 참아?”
유현이 강찬성을 나무랐지만, 강찬성은 싱글벙글 웃어댔다.
“오빠. 나 그냥 그 옷으로 갈아입으면 안 돼?”
옆에 붙어 있던 유희연이 불편한 얼굴로 물었다.
단정한 정장이었지만, 옷이 익숙지 않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안 돼.”
유현은 동생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강찬성이 유희연의 몫으로 구입한 옷은 등이 파인 드레스였다.
제 딴에는 예쁘다고 샀겠지만, 유현의 눈에는 굉장히 거슬렸다.
“희연아. 네 오빠도 참 쩨쩨하다. 내가 여기저기 발품 팔면서 예쁜 옷으로 골라왔는데.”
“그러니까요~ 진짜 예뻤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유현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눈에 흙이 들어가도 여동생의 등짝을 볼 순 없지.’
입는 건 상관없다. 문제는 그게 자신의 앞이라는 점이다. 남의 눈에 얼마나 예쁘던, 혈육의 살갗을 보고 싶지 않았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 진짜 안 돼?”
“집에 가서 많이 입어.”
“집에 가서 입으면 엄마가 등짝 때릴 것 같단 말이야.”
“나한테 맞는 것보단 나을걸?”
유희연은 거기서 입을 다물었다.
강경하게 나오니 더 고집을 피워봤자 무의미했다. 그리고 더 말했다가는 진짜 맞을 것 같았다.
“근데 넌 뭘 그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왔어?”
강찬성이 유현이 멘 백팩을 가리키며 물었다. 유현은 대답 대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난 너 그렇게 웃을 때마다 무섭더라. 무슨 일 날 것 같아.”
강찬성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이상한 거 가져온 건 아니지? 괜히 협회에 잘못 찍히면 안 돼.”
유현이 가방을 살짝 열어 안을 보여주었다. 백팩 안에는 해독 포션이 가득 담겨 있었다.
“포션?”
“길드들 모이는 자리면 영업하라고 차려둔 판이잖아. 괜히 시간 버리지 말고 영업이라도 해야지.”
강찬성이 입을 벌리며 감탄했다.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나는 그냥 놀 생각만 했는데. 열심히 해라.”
“뭘 열심히 해. 너 시키려고 가져온 건데.”
“...어?”
“네가 데려왔으니까 네가 하는 게 맞지. 아니냐?”
강찬성이 난처한 듯 볼을 긁적였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이거 모임인데 길드 마스터가 영업하면 좀 그렇지~”
“밖에선 잘만 하고 다녔잖아.”
“그건 밖이고 여기는….”
유현이 싱긋 웃으며 강찬성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강찬성의 표정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하자.”
“......”
“알겠지?”
강찬성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길드 파티는 대중들에게도 이목을 끌었다. 참여 길드는 줄어들었지만, 국내에 몇 없는 헌터 행사인 만큼 관심은 여전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공지드린 대로 길드 파티 현장에 찾아왔습니다!”
헌터 크리에이터 김현식 역시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아직 행사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미리 다른 헌터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다.
“보니까 다른 크리에이터 분들도 많이 오셨네요.”
김현식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부분 자신보다 구독자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와, 저기 저분도 계시네. 혹시 사인 좀 받고 와도 될까요?”
-받고 오면 구독 한 번 더 누름.
-현식이 많이 컸다 헌터 행사도 초청받고. 근데 아직 방송하다 다른 데 튀고 그럴 짬은 아니지 않나?
휴대전화 화면 위로 채팅창이 느릿느릿 올라왔다.
“하하! 농담입니다! 제가 어디 우리 구독자님들 두고 한눈을 팔겠습니까?”
김현식의 구독자는 10만명.
방송을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이곳에 초청된 크리에이터들 중에서는 가장 구독자가 적었다.
그의 컨텐츠가 몬스터 공략 등 교육이 위주인 탓이었다.
“그러면 일단 한 번 쫙 둘러보겠습니다. 겸사겸사 인터뷰도 섭외해볼게요!”
김현식이 입구를 지나 홀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시상식장처럼 꾸며진 내부. 채팅창에서 감탄이 쏟아졌다.
-와 지리네 ㄷㄷ
-현식님 옷 잘못입으신 거 아님?
-귀한 곳에 누추한 분이 오셨네;;
“에이, 이거 제가 백만 넘게 주고 산 정장이에요. 이 정도면 딱이지.”
-그럼 얼굴이 문젠가.
-화폐 단위가 혹시 짐바브웨 달러임?
-정보) 백만 짐바브웨 달러로는 현지에서 사과 한 조각도 못삼.
채팅창에서 난무하는 드립들에 김현식은 정신없이 웃어댔다.
“아, 여러분. 장난치지 마세요. 이제 진지하게 가보겠습니다.”
김현식은 웃음을 진정시키고는 카메라에 담을 먹잇감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마침 가까이에 얼굴이 좀 알려진 헌터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교육 전문 헌터 채널 현식TV의 김현식이라고 합니다. 잠깐 인터뷰 가능할까요?”
“예? 인터뷰요?”
상대가 떨떠름한 얼굴로 김현식을 바라보았다.
“네. 힘드신가요?”
“아뇨, 힘든 건 아닌데….”
어딘가 불만족스러운 표정.
김현식은 곧 그 이유를 깨달았다.
“성길태 헌터님!”
“아! 이은수씨!”
헌터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크리에이터 이은수. 그녀가 다가가자 성길태가 화색 했다.
“잠깐 인터뷰 되세요?”
“아, 예! 물론이죠!”
이은수가 김현식을 슬쩍 흘기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이쪽으로 가시죠!”
두 사람이 떠나가고, 김현식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성길태는 인터뷰를 고민하던 게 아니라 상대를 고민하던 것이었다.
“......하아.”
김현식은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 속에 조금 전 남았던 쓰라림을 털어냈다.
어쩔 수 있나. 이게 유명하지 않은 크리에이터의 숙명인 것을.
“아이고, 여러분. 첫 번째 섭외는 실패했습니다.”
김현식이 방송의 음소거를 풀고 다시 셀카봉을 들었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재차 인터뷰할 상대를 모색했다.
“오, 마침 한 분이 이쪽으로 오시네요. 잠깐 물어보겠습니다.”
김현식이 다시 스피커를 끄고 휴대전화를 내렸다.
“저기 혹시 인터뷰….”
“포션 사실래요?”
“예?”
“포션.”
강찬성이 힘없이 포션을 내밀었다.
“지금 계약 맺으시면 열 병당 한 병 더 드리거든요? 이게 가성비가 진짜 굿이에요.”
포션을 받아든 김현식은 어리둥절했다. 길드 파티에서 포션 팔이라니.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제가 원래 이런 자리에서 영업하는 사람이 아닌데 저희 사장님께서 이게 기회라고 하셔서요.”
“아…….”
“계약하실래요? 한 번 시음해보셔도 돼요. 이게 해독 포션이거든요. 여기 제가 독도 같이 가져왔는데….”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밝았던 강찬성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아, 그러면 이만….”
몸을 돌려 떠나가려는 강찬성을 김현식이 황급히 붙잡았다.
“잠깐만요. 혹시 헌터시면 인터뷰 안 하실래요?”
인터뷰라는 말에 강찬성의 귀가 쫑긋했다.
“인터뷰요?”
“네, 인터뷰.”
“해, 해야죠! 당연히 해야죠!”
사람들에게 길드를 알릴 기회. 강찬성은 고민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아, 그러면 혹시 성함하고….”
“와아아아!”
그때였다.
입구 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갔고, 인터뷰는 자연스레 끊겼다.
“누가 왔나 본데요?”
김현식은 카메라를 입구로 돌렸다.
아까까지는 보이지 않던 인파가 넓은 입구를 가득 메웠다. 옷차림을 보아하니 파티에 초청된 이들이 아닌 외부인 같았다.
“오빠!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형님!”
마치 연예인이라도 온 듯한 반응에 두 사람의 궁금증은 더 심화되었다.
곧 인파가 서서히 갈라지며 그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저분은….”
“......”
강찬성이 굳은 얼굴로 몸을 돌렸다.
“인터뷰 저쪽 가서 빨리할까요?”
“아, 예. 죄송합니다.”
다시 카메라를 돌리려던 김현식은 채팅창의 뜨거운 반응에 멈칫했다.
-캐리어 부마스터 권민성 아님?
-ㄷㄷ 맞는 듯
-와 진짜 잘 생기긴 했네. 아이돌인줄.
-형 저분 인터뷰하자.
생방송을 자주 한 건 아니지만, 여기서 화면을 돌리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잠시만요….”
김현식은 주머니를 뒤적이며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그 덕에 장내로 들어온 권민성은 낯익은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강찬성!”
일부러 몸을 돌리고 있던 강찬성이 흠칫했다. 의외의 상황에 김현식이 그를 돌아보았다.
“서로 아는 사이세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강찬성은 급히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권민성이 먼저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야, 왜 무시해?”
“......”
강찬성이 어색한 미소와 함께 몸을 돌렸다.
“아, 너구나? 미안. 못 들었어.”
“못 듣기는. 그렇게 크게 불렀는데.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그럭저럭.”
대화 사이에 흐르는 어색함.
두 사람을 처음 보는 김현식도 둘의 사이가 어떨지 대강은 알 수 있었다.
“그쪽은 인터뷰하러 오셨나?”
“아, 예. 맞습니다.”
“그럼 해요. 난 옆에서 좀 기다리면 되니까.”
김현식은 권민성을 인터뷰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그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았다.
“저기, 혹시 이분 인터뷰하시고 인터뷰 가능하신가요?”
“나는 좀 비싼 몸인데. 뭐, 찬성이가 잘하면 나도 할게요.”
찬성이가 잘하면.
왜 거기에 자신을 들먹이는지 강찬성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권민성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심리적 압박을 즐기는 놈이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러면 시작할까요?”
신난 김현식은 곧장 인터뷰를 시작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찬성입니다. C등급 헌터고요. 길드 마스터이기도 합니다.”
“오, 길드 마스터시군요. 어떤 길드인지….”
“그 소꿉놀이 아직도 하는 거야?”
권민성의 목소리가 김현식의 말을 끊었다.
“별 소득도 없는데 그 정도 했으면 됐지 않나?”
“아….”
김현식이 난처한 얼굴로 권민성을 돌아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권민성이 반문했다.
“왜요?”
“아니, 아닙니다.”
태연하게 미소짓는 권민성.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상대를 무시하는 뉘앙스가 가득했다.
“헌터가 되신지는 몇 년이나 지나셨나요?”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김현식은 인터뷰를 재개했다.
“아카데미 졸업하고 몇 년 재수했습니다. 한 8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와, 8년이면 꽤 오래 활동하셨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뭔가요?”
“음…. 얼마 전에 불가능하게 느껴졌던 일을 해냈습니다. 시도할 때까지만 해도 이게 되나 싶었는데, 어찌어찌 성공했었네요.”
“와, A등급 게이트라도 도셨나보네요?”
“푸하핫!”
강찬성이 대답하려는 타이밍에 권민성의 실소가 끼어들었다.
“우리 기자님? 뭐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쪽. A등급이 누구 집 개이름인 줄 알아요?”
“......김현식입니다. 저도 헌터라 A등급 게이트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어요.”
“아, 예 현식씨.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A등급 던전형 게이트는 몬스터의 차원이 달라요. 사냥형 게이트랑 비교가 안 된다니까요?”
“아, 그렇군요. 제가 등급이 낮아서 그건 잘 몰랐습니다.”
헌터의 기본이었지만, 김현식은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거짓말까지 섞어가며 이야기했다.
“하하, 모를 수 있죠. 배우면 돼요. 제가 나중에 학원이라도 소개해드릴까요?”
“그럼 감사하죠~”
“보니까 배움의 자세가 갖춰진 분이시네. 누구처럼 똥고집 부리다가 인생 말아먹지는 않겠어요.”
그 말에 강찬성이 움찔했다.
자신을 저격한 게 분명했지만, 여기서 화를 내면 오히려 자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너보고 한 말 아닌데 왜 그렇게 발끈해? 하면서.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에요. 인터뷰 계속하세요~”
김현식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 채널이 교육 방송이다 보니 헌터 지망생 분들이 많은데요. 강찬성 헌터님. 업계 선배로서 팁 하나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팁이랄 게 있나요. 그냥 열심히 하면 됩니다. 저도 열심히….”
“에이, 나 정도는 돼야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있지. 아니야?”
권민성이 강찬성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화면 안으로 끼어들었다.
“안녕하세요~”
생중계 중인 스마트폰을 향해 손을 흔드는 권민성. 강찬성의 표정은 더 딱딱하게 굳었다.
-와! 권민성이다!
-ㅁㅊ존잘
-말투 존나 재수없네ㅋㅋ
“재수없다뇨! 귀엽게 봐주세요~”
채팅창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그가 자꾸만 인터뷰에 끼어들어 좋지 않은 반응도 몇몇 있었지만, 권민성의 유연한 대처에 금세 사그라들었다.
“같이 인터뷰해도 되죠?”
“아, 예!”
권민성이 인터뷰에 등장하자 시청자수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조금 석연찮은 점이 있었지만, 김현식은 내심 쾌재를 지르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분은 무슨 관계세요? 되게 잘 아시는 것 같은데.”
“사촌이에요, 사촌. 안 믿기죠? 이렇게 생긴 것도 다르고 능력도 다른데 피가 섞여 있다니. 하하!”
“......하하.”
권민성의 농담을 가장한 비방은 계속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김현식은 강찬성의 멘탈이 대단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렇게 속을 살살 긁어대는데도 화 한 번 내지 않았다.
“또 길드 이야기를 안 해볼 수가 없는데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주변에 사람들이 모였다. 김현식은 늘어난 인파에서 애써 눈을 돌리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강찬성님은 길드 마스터라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권민성님은 캐리어 길드의 부마스터시고요.”
“네~ 동네 통장과 부통령 정도의 차이죠. 그치?”
권민성이 강찬성의 팔을 툭 쳤다.
이번에도 강찬성은 반응하지 않았다.
“근데 길드 이름이 뭐였더라? 요새도 활동은 하냐?”
“어, 뭐. 그럭저럭.”
“열심히 좀 해라. 길드 지원금도 받는다며?”
“그래.”
권민성의 입이 씩 벌어졌다.
“괜히 세금 축내지 말고 때려치우는 것도 방법이긴 해~ 지원금 때문에 우리도 세금 많이 내는 거 알지?”
그것은 분명 욕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도리어 웃을 뿐이었다. 채팅창 역시 마찬가지였다.
권민성에게는 어떤 말이든 농담처럼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가벼운 목소리와 말투.
호감형의 외모. 그리고 그가 가진 사회적 위치까지.
그것들은 권민성이 올라탄 외줄의 범위를 넓혀줬고, 그는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며 강찬성을 비꼬았다.
‘병신.’
권민성은 본래 이 행사에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안 그래도 요새 일이 안 풀리는데 이런 곳에 쓸 시간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강찬성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스트레스나 풀 겸 참가했다.
“야.”
만약 이 자리에 강찬성이 혼자였다면, 권민성은 집에 돌아가 두 다리를 쭉 뻗고 잤을 것이다.
“이 싹수없는 새끼 말하는 것 좀 봐라.”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