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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48화 (4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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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은 낙찰 확인 증서를 받아들고 밖으로 나왔다.

24시간 내에 이 티켓을 들고 다시 경매장으로 찾아가면 대금을 내고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마, 와이리 늦게 나오노.”

“아까 그놈이랑 한 판 뜨기로 했다.”

“뭐? 누랑 뜬다고?”

그때 마스톨이 경매장에서 나왔다.

뒤로는 수행원과 경비원들이 낙찰받은 물건을 끌고 따라왔다.

“이야, 돈을 벌써 줬어?”

못해도 이백억은 될 것 같은데 그걸 즉석에서 내버리다니. 과연 재벌다운 재력이었다.

“야, 점마 왜 일로 오나?”

마스톨이 목을 꺽으며 두 사람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다가왔다.

“쟤랑 싸울 거야.”

“뭐, 뭐?”

“바로 가지?”

마스톨의 옆에 서 있던 경호원이 그의 말을 통역하여 유현에게 전달했다.

“오케이, 레쓰고.”

한주석이 무어라 이야기하기도 전에 유현이 마스톨을 따라갔다.

한주석은 벙찐 채로 그 자리에 굳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머릿속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복수? 협박?’

그런 것 치고는 분위기가 평화로워 쉽게 판단할 수가 없었다. 하나 확실한 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

‘점마랑 엮여서 좋을 게 없는데.’

제레미 마스톨.

철강, 석유, 몬스터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 MST 회장의 열 번째 아들. 다른 형제들보다 사업적 수완이 없어 후계 자리에서는 진즉에 탈락했으며, 방탕한 성격 탓에 내놓은 자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언제까지나 형제들과 비교 했을 때의 이야기.

그는 뒷세계에서 자신의 나름대로 자금을 창출했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암시장에 입성했다.

‘점마가 무서운 건 돈 때문이 아이지.’

덩치나 능력도 뛰어나지만, 마스톨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잔혹한 성정이었다.

그가 처음 격투장에 섰을 때, 상대가 쓰러지면 공격을 멈춘다는 격투장의 암묵적인 룰은 완전히 깨졌다.

마스톨이 지금껏 격투장에서 사람을 죽인 적은 없지만, 모두 죽기 직전까지 치달았다.

기절한 상대를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리고.

그와 싸운 이들은 식물인간이 되거나 장애가 생기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암시장이었으니까.

그것 외에도 소문이 자자하다.

물건을 얻기 위해 누구를 납치하고, 고문하고, 죽였다는 등.

소문이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악마 같은 놈.’

법이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힘과 재력 모두를 가진 마스톨은 무적에 가까웠다.

그런 위험한 놈이 동행인 유현과 함께 움직이고 있으니 한주석은 머리에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하, 미쳐뿌겠네.’

한주석은 결국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유현을 데려온 건 자신이다.

옆에 붙은 놈과 얽히는 게 무섭다고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마, 같이 가!”

뒤를 쫓아 도착한 곳은 격투장이었다. 마스톨을 따라온 건지 아까는 조용하던 격투장에 사람이 많았다.

“이거 너지?”

“하하! 이제야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냐!”

그 모습을 본 한주석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둘이 친구라도 묵었나? 싸운다 캐놓고.’

유현을 당장 여기서 끌고 나가야 할까. 아니면, 그냥 지켜봐야 할까.

한주석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야, 근데 넌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 이건 무슨 깡패처럼 나왔네.”

깡패라는 말에 통역을 진행하던 남자가 멈칫했다.

마스톨이 눈길을 주자 그가 입술을 열었다.

“뭐? 깡패?”

마스톨이 눈을 부라렸다.

유현은 살기 어린 눈빛을 보며 싱글거렸다.

“어, 깡패.”

마스톨은 속으로 분노를 삭였다.

참는 건 성미에 맞지 않지만, 굳이 여기서 터뜨릴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결투장에 올라가면 모든 게 끝날 테니까.

“말조심하라고.”

“내가 왜?”

“뒤지기 싫으면 말이야.”

경고를 남긴 마스톨이 자리를 비웠다. 기회를 포착한 한주석은 재빨리 유현에게 다가갔다.

“마! 빨리 튀자!”

“튀어? 왜?”

“니 점마가 누군지 모르나? 내 아까 설명했잖아!”

“알지.”

“아는데 지금 뭐하노!”

“서로 이해관계가 맞았으니까.”

“시부럴 돌았나! 뒤지기 싫으면 가자꼬!”

마스톨은 금방 돌아왔다.

조금 전과는 달리 전신에 온갖 장비를 두르고 있었다. 아까 전 낙찰받은 도구들도 보였다.

“엉? 넌 뭐냐? 친구냐?”

한주석은 말없이 뒤로 물러났다.

고작 한 마디였지만, 목소리에서 대단한 중압감이 느껴졌다.

‘장비만 없으면 함 해볼만 한데.’

자신 역시 A급의 능력자.

아직 가르침을 받는 아카데미의 학생이지만, 마스톨과 싸우면 쉽게 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맨몸으로 싸울 때의 이야기지만.

격투장 아래에서는 경호원이, 격투장 위에서는 그의 장비들이 그와 함께했다.

“대진표가 나왔습니다.”

마스톨의 수행원 중 하나가 이전 스케줄을 취소하고 유현을 대전 상대로 새롭게 등록했다.

곧 격투장 곳곳에 있는 전광판 위로 유현과 마스톨의 이름이 나타났다.

“진짜 싸우나 봐!”

“이름도 없는 애송이가 저 마스톨에 덤빈다고?”

마스톨이 격투장에 들어선 뒤로 줄곧 웅성거리던 사람들. 대진이 확정되자 목소리가 더 커졌다.

“후후, 봐라! 이게 나다! 내가 싸운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마스톨의 싸움은 잔혹하지만, 암시장에 어울리는 볼거리였다.

그걸 증명하듯 그가 처음 격투장에 등장한 이후 격투장의 크기와 상금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빨리 싸워라!”

“오늘은 어떻게 죽일 거냐!”

마스톨의 인기는 실로 파괴적이었다. 그가 싸운다는 소문이 곳곳으로 퍼졌고, 격투장은 몰려온 인파로 가득 찼다.

“어이! 바로 올라가자고!”

“기다려봐. 그냥 싸우면 재미없잖아.”

유현이 한주석에게 자신의 통장을 건넸다.

“뭐, 뭐고?”

“이 돈 전부 나한테 걸어. 그리고 네가 가진 돈도 싹 다 걸어. 아까 거래소에서 계좌 정리하는 거 봤으니까 없다고 구라치지 말고….”

“이, 이게 진짜 쳐 돌았나!”

유현은 지그시 한주석의 어깨를 짓눌렀다. 상체가 서서히 기울며 두 사람의 머리가 맞닿았다.

“이게 내 계획이야.”

“인마, 니지금 점마 이기겠다고 그러는거가? 이겨서 역배 묵겠다고?”

“맞아. 정확히 봤네.”

“와, 시빠. 돌아뿌겠네 진짜.”

한주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는 안 할란다. 너도 접어라. 오래 살아야제!”

“사나이가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

“뒤질바에야 혓바닥 날름거리고말제! 그리고 베팅이 니랑 내만 건다고 되는 게 아이다 인마!”

“내가 그것도 모를 것 같아?”

“......?”

“얼굴 맞대고 큰 소리로 떠드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 어? 그것도 저놈 앞에서.”

한주석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통역이 두 사람의 대화를 그대로 마스톨에게 전하고 있었다.

“니, 니 설매.”

“저 새끼 저거 도발하면 무조건 넘어와. 내가 저런 새끼 많이 봐서 알아. 그러니까 후딱 가서 돈 걸고 와라.”

한주석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진짜 미친놈이고.”

“빨리 가.”

“하아, 씨빠.”

한주석이 베팅을 위해 후다닥 뛰어갔다. 유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너, 너 지금 베팅했냐?”

마스톨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래. 했다.”

참가 선수의 베팅. 바깥에서는 할 수 없는 행위지만, 암시장에서는 가능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거야? 네가 너한테 베팅했다고?”

“그럼 당연히 나한테 하지. 내가 이길 텐데 미쳤다고 너한테 하겠냐?”

마르톨이 유현을 보며 실소했다.

유현 역시 따라 웃었다.

웃음소리는 서서히 커졌고, 머지않아 사람들의 웅성거림마저 웃음소리에 파묻혔다.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정신이 나간 것처럼 웃어 대는 두 사람. 그들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며 조금씩 거리를 물러났다.

“왜 이리 춥지?”

“난 땀 나는데.”

잠시 뒤, 두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웃음을 멈췄다.

마스톨의 입안에서 까드득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트렁크에 넣어둔 물건들 경매장에 반납하고 싹 다 나한테 걸어.”

옆에 있던 수행원이 당황하며 되물었다.

“이, 일단 조금 진정하시는 게…….”

다음 순간, 수행원의 목이 사라졌다. 목을 잃은 몸이 힘을 잃고 기울어졌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다른 수행원 하나가 급히 달려갔다.

순식간에 돌변한 현장의 분위기.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고요해졌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지만, 현장을 떠나는 이는 없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공포에 떨더라도 스릴을 추구하는 존재였다.

띠링!

그때, 전광판의 효과음이 울리며 화면이 뒤바뀌었다.

유현, 마스톨.

두 사람의 이름 양옆으로 배당이 업데이트됐다.

“......”

압도적으로 높은 베당률을 보며 유현이 씩 웃었다.

도발에 넘어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이야.

아직 도발하기 위해 준비해둔 말이 잔뜩 남아 있었고, 혹여 베팅할 돈이 부족할까 그다음 계획까지 세워두었다.

그런데 고작 몇 마디로 요구사항이 모두 충족됐다. 놈의 프라이드는 아무래도 자신의 생각 이상인 것 같았다.

“여기 있는 놈들 잘 들어라!”

갑자기 마스톨이 소리쳤다.

주변의 시선이 단번에 그에게 돌아갔다.

“지금 당장 가서 나에게 돈을 걸어!”

이미 베당률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 돈을 걸어서 마스톨이 승리한다고 해도 큰 이득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랬기에 누구도 마스톨의 말에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윽고 이어진 말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내가 승리하면 너희가 베팅한 금액의 다섯 배를 주마!”

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였다.

“다, 다섯 배라고?”

“진짜 줄까?”

“상대는 그 마스톨이야 등신아! 당연히 주겠지!”

처음에는 몇몇 사람이 떠나가더니 이내 서서히 숫자가 늘어 주변이 휑해졌다.

늘어나는 베팅 금액에 유현의 입가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내기 하나를 추가하겠다!”

“뭔데? 뭐든 말해. 다 들어줄게.”

“내가 이기면 네놈의 목을 가져가겠어.”

“반대도 되지?”

“......이 썩어빠진 개새끼가!”

마스톨이 성큼성큼 유현의 앞으로 다가갔다. 유현은 가만히 그를 올려다봤다. 여유가 넘치는 미소에 마스톨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전혀 긴장하고 있지 않잖아.’

눈빛은 평온하고, 호흡은 차분하다.

허세라면 티가 나기 마련인데, 그런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누구라도 자신의 앞에 서면 벌벌 떨었거늘.

“내가 이기면 반대도 되는걸로 한다.”

“......”

“그리고 돈은 알지? 내가 저 사람들 것도 다 먹는 거야?”

유현이 베팅을 위해 달려나간 사람들을 가리켰다.

“알겠지?”

마스톨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의 상대는 잔잔한 바다 같았다.

고요하지만, 언제라도 길길이 날뛸 수 있는 바다.

‘내가… 겁을 먹었나?’

그런 생각이 든 직후, 마스톨은 주먹을 쥐고 자신의 명치를 몇 번이나 내리쳤다. 살갗이 파이고 피가 튀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으아아아!”

고통 속에서 기묘한 감정은 사라지고 다시금 분노가 들끓었다.

반드시 죽인다. 자신에게 몇 번이나 수모를 선사한 저놈을 반드시 죽인다.

가족의 멸시를 피해 도망친 암시장.

이런 곳에서조차 무시당하는 것은 그에게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

“미친놈인가.”

그런 마스톨을 보며 유현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통역은 그 말을 듣지 못한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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