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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43화 (4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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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으로 팽팽했던 공동의 분위기가 한층 풀어졌다.

유현의 등장으로 그들은 짐을 되찾았고, 후방에는 적이 없다는 사실도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몬스터가 없다고?”

“네.”

“그럼 저들이 본 건 뭐지? 상처도 입었잖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진짜 적이 있었다면 제가 멀쩡했을까요?”

유현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을 고했다. 김한수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유현은 흔들림 없이 그 눈빛을 맞받아쳤다.

“거짓말 같지는 않군.”

“에이~ 제가 뭐하러 그럽니까~”

유현의 장난스러운 어투에 김한수가 피식 웃었다.

“아무튼,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네.”

“몬스터가 나왔더라도 나눠주신 스크롤 덕에 살았을 겁니다.”

“갑작스럽게 당하면 스크롤 찢을 시간도 없지 않나. 하하.”

김한수가 웃으며 유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많은 짐을 한 번에 들고 왔는데 무겁지도 않나?”

“힘은 자신 있습니다.”

“내가 아카데미 있을 때랑 등급 기준이 바뀐 건가? 자네 같은 사람이 F등급이라는 게 말이 안 되는군.”

유현은 멋쩍게 웃었다.

“등급 테스트가 머지않았으니 거기서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유현의 말에 전사가 자신의 아카데미 시절을 회상했다.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추억이었다.

“너무 훈련만 하지는 말게. 교복 입는 것도 그때가 마지막이니까.”

”하하, 알겠습니다.“

김한수가 몸을 돌려 떠나갔다.

구석에 혼자 남은 유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걸릴 뻔했네.’

조금 전의 대화는 일종의 분수령이었다. 거기서 조금이라도 대답을 잘못했거나 연기하는 티가 났다면 오늘 자신의 수입은 0이 되었을 것이다.

‘던전 내 먹튀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지.’

누구 수업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짓은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던 기억이 있다.

‘몬스터가 있었다는 걸 들키면 전부 빼앗길 거야.’

얻은 마석은 물론 오늘 받아야 할 일당까지.

유현은 슬쩍 자신의 가슴팍 위에 손을 올렸다. 손끝에 느껴지는 딱딱한 감각들. 크기도 크고 수량도 꽤 있는 탓에 가슴에 둔덕이 생겼다.

“흡.”

유현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등을 굽혔다. 가슴팍이 조금 평평해졌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보스를 죽이고 게이트를 나가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며, 여전히 수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었다.

당장 저쪽 바닥에 누워 회복 중인 짐꾼들부터가 문제였다.

‘저들이 깨어나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유현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들을 죽일 수는 없기에 쉽게 깨어나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혈을 눌렀다.

기껏해야 하위 등급의 각성자들.

그들의 신체는 반발 없이 유현의 손가락을 받아들였다.

‘푹 자고 깨어나면 전부 꿈이라고 생각하겠지.’

어차피 적을 두 눈으로 똑똑이 확인한 사람은 없다.

집중해서 볼 시간이었다면 도망치지 못했을 테고, 도망치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멀쩡한 게 핵심이지.’

F등급 짐꾼인 자신이 아무런 상처도 없이 살아있다. 정말 몬스터가 나타났다면 불가능한 일.

그러니 짐꾼들이 다시 일어나서 똑같은 주장을 한다고 해도 토벌대가 믿어줄 리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유현은 한결 안심했다. 이제는 괜히 긴장이 풀려서 헛소리하거나 마석을 떨어뜨리지만 않으면 된다.

“출발한다.”

토벌대가 다시 진열을 갖췄다.

유현도 짐꾼들의 짐을 모두 들고 맨 뒤에 섰다.

“대장은 쟤 말 믿어요?”

“무슨 뜻인가?”

“짐꾼 중에 다친 사람도 있었잖아요. 아무리 봐도 몬스터의 흔적 같은데.”

김한수는 의심하는 토벌대원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몬스터가 나타났다면 저 친구가 어떻게 저리 멀쩡히 살아있겠나?”

“그건 그렇긴 한데…….”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하자고. 아카데미 소속 F등급 학생이 몬스터를 전부 죽이고 아무런 상처도 없이 살아 돌아왔다는 게 현실적인가, 아니면 짐꾼들이 단체로 헛것을 보고 도망치다가 부상을 입은 게 현실적인가?”

“......”

“둘 다 굉장히 가능성이 낮은 일이지. 그래도 한 가지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면 나는 후자가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네. 왜 그런 이야기도 있잖나. 던전에서 환각을 보고 아군을 모두 죽인 이야기.”

확실히 후자가 더 현실적이긴 하다.

애초에 C등급 던전형 게이트 몬스터에게 F등급이 살아남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대장이 정 그렇다면… 알겠어요.”

토벌대원은 의심을 내려놓았다.

F등급이 저 많은 짐을 들고 있는 게 신기했지만, 힘과 등급이 언제나 비례하지는 않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럼 출발하겠다!”

선두가 통로로 진입했다.

유현은 이전과는 달리 최후방이 아닌 중간에서 뒤를 따랐다. 김한수의 명령 때문이었다.

넓은 통로는 어둡기 그지없었다.

시야를 밝히던 광물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허공에 떠오른 전등과 손에 든 횃불만이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공기가 다르군.’

다른 이들은 포착하지 못한 미세한 차이를 유현은 곧장 알아차렸다.

한층 더 짙고 끈적한 감촉.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선발 탐험대는 이놈들에게 당한 것 같다.

‘사방에 있어.’

유현은 두 눈에 마법을 걸어 내부의 시야를 확보했다.

넓은 통로 곳곳에 뚫린 구멍들.

그 구멍들 안에 적들이 숨어있었다.

“크아아!”

그때, 적들이 동시에 여러 구멍에서 뛰쳐나왔다.

“나왔다!”

“진열 갖춰!”

토벌대원들이 빠르게 움직여 피해를 최소화했다.

선발 탐험대의 활약으로 적들의 위치와 방식을 일부 파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격!”

예상한 기습인 만큼 전투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순조롭게 승리했다. 토벌대는 휴식 없이 다시 나아갔다. 그렇게 몇 번의 전투를 더 치른 후, 선발 탐험대가 도달하지 못한 위치까지 도착했다.

“휴식한다.”

토벌을 재개하고 처음 취하는 휴식.

가방을 내려놓고 쉬려던 유현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칠흑처럼 어두운 통로의 저편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뭔가 있어.’

멀리서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

공기의 미세한 흔들림, 흐릿하게 풍기는 이질적인 악취. 수없이 많은 경험으로 만들어진 본능이 신호를 보냈다.

‘위험할지도 모르겠는데.’

선발 탐험대를 공격한 놈은 아니다.

저런 녀석에게 당했다면 누구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보스급?’

아마도 그럴 터. 솔직히 조금 놀라웠다. C등급 게이트는 중간에 속하는 게이트인데 이렇게 강한 힘을 지닌 몬스터가 나오다니.

던전형 게이트는 수준이 다르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그냥 두긴 좀 그런데.’

유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유롭게 쉬고 있는 토벌대. 여전히 전투태세를 유지 중이기에 큰 피해는 없겠지만, 보스급 몬스터에게 기습당한다면 분명 사상자가 생길 것이다.

‘직접 나설 순 없고.’

죽는 건 이들이지 자신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른 척 내버려 두자니 꺼림칙했다.

“크흠.”

유현은 커다란 가방에 몸을 숨겨 슬쩍 벽에 붙었다. 다들 통로의 중앙 부근에 몰려 있었기에, 유현이 있는 곳까지는 빛이 닿지 않았다.

유현은 어둠 속에서 벽을 타고 올라가 거미처럼 천장에 달라붙었다.

[변형]

[증폭]

마나를 절반으로 나누어 각각 두 가지 마법을 사용했다.

[변형] 마법으로 목소리를 바꾸고, [증폭] 마법으로 목소리의 크기를 키웠다.

“쿠어어어어어!”

유현의 입에서 괴성이 뿜어져 나왔다. 벽력같은 포효는 지축을 뒤흔들었고, 휴식을 취하던 토벌대원들이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투 준비!”

유현은 그대로 천장에서 떨어져 착지했다. 전투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그의 착지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한 차례 괴성 이후, 동굴은 잠잠했다. 하지만 토벌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대형을 펼친 채 적이 오기를 기다렸다.

‘빨라졌다.’

유현의 포효 덕분인지 적의 접근 속도가 빠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느낄 수 있는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땅이 진동하며 적의 고성이 가까워졌다. 이윽고 저 앞에 던져놓은 전등 아래로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

그것은 머리였다. 통로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머리. 입은 머리만큼 컸으며 토벌대 전원을 단번에 집어삼키기에 충분했다.

유현의 시선은 자연스레 아래로 향했다. 다리가 없다. 보이는 거라고는 아귀를 닮은 거대한 머리 하나뿐. 마치 지렁이처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움직임에 맞춰 벌어지는 입안으로는 날카로운 이빨이 보였다. 몸체의 크기만큼 거대한 이빨. 이빨에는 찌꺼기처럼 무언가 끼어있었다.

‘몬스터.’

따지고 보면 먹지 못할 것도 없다.

동족 포식도 하는 마당이니 다른 몬스터를 먹는 건 특이한 일도 아니었다.

“대, 대장!”

김한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수많은 몬스터를 만났지만, 이렇게 큰 놈은 처음이었다.

“보스다.”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크기, 기세.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몬스터. 설마 보스가 이 타이밍에 나타날 줄이야.

죽일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저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쫄지마!”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김한수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뒤로 늘어선 토벌대원 사이로 한 사람이 보였다.

F등급의 짐꾼이 수많은 사람 속에서 단번에 시선을 빼앗았다.

“여기 C등급 게이트잖아! 쫄지마!”

초유의 적이 등장한 가운데, 잔뜩 긴장했던 토벌대는 새삼스레 깨달았다.

“맞아. 여기 C등급이야.”

“지금까지 클리어 한 곳이랑 다를 거 없다고.”

서서히 두려움에 빠져가던 전사도 뒤늦게 침착을 되찾았다.

‘기껏해야 C등급.’

던전형 게이트의 몬스터라지만, 게이트의 등급이 C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전원 방어 대형!”

전사가 소리치고, 토벌대가 움직였다.

유현은 방해되지 않도록 후방으로 물러났다.

녀석이 풍기는 위압감은 장난이나 착각이 아니다.

자신의 감각이 반응한 것처럼 강한 상대인 건 틀림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길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괜히 겁먹어서 움츠러들지만 않으면 돼.’

유현은 이들이 적의 생김새에 압도되었다는 걸 빠르게 눈치챘고, 그래서 소리쳤다.

그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쾅!

빠르게 다가온 몬스터는 김한수가 펼친 거대한 보호막에 틀어막혔다.

강한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김한수 역시 그에 밀리지 않고 버텨냈다.

결국, 진격은 멈췄다. 속도를 잃은 몬스터는 물 밖에 나온 생선처럼 제자리에서 꿈틀거릴 뿐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원거리에서 공격해!”

가까이 다가가면 놈에게 먹힌다.

토벌대의 원거리 공격수들은 김한수의 명령에 따라 일제사격을 퍼부었다.

“짐꾼! 스크롤 좀 찢어봐!”

토벌대원 중 하나가 소리쳤다.

유현은 가방에서 스크롤을 꺼냈다.

“뭘 찢어요?”

“공격해 공격!”

“아니. 뭐가 공격 스크롤인데.”

스크롤은 색깔 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유현은 그 사이에서 헤맸다.

‘빨간색인가? 아니면 노란색?’

스크롤의 구분은 아카데미에서도 가르치는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유현은 기억하지 못했다. 잤으니까.

“짐꾼! 빨리!”

크게 밀리지는 않지만, 압도하지도 않는 상황.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마당에 더 지체할 수는 없었다.

‘에이씨, 모르겠다.’

일일이 스크롤을 펼치며 무슨 특성이 담겼는지 확인할 시간이 없다.

유현은 스크롤 한 뭉텅이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마나를 역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으!”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짜릿한 감각.

마나 흡수.

사물에 담긴 마나를 역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위험한 방법은 아니지만, 고통을 동반하기에 선호하지 않았다.

“밀린다!”

유현이 스크롤에서 손을 뗐다.

마나를 잃은 특수 양피지는 불에 그을린 듯 검게 변해 바닥에 떨어졌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마나.

많은 양은 아니었다. 마나 흡수는 본체의 마나 상당량을 소실하기 때문이다.

‘하위 공격 마법 한 번.’

유현은 전방으로 손을 뻗었다.

뇌내에 순식간에 그려지는 술식.

술식의 설계에 따라 체내의 마나가 손바닥을 향해 질주했다.

[라이트닝]

손바닥을 빠져나온 마나는 불꽃이 되어 허공을 달렸다.

토벌대원들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번쩍였다.

쾅!

지상에 낙뢰가 떨어지듯 거대한 몸뚱이에 벼락이 작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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