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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41화 (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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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들어가는 던전형 게이트.

게이트를 통과할 때의 감각은 사냥형 게이트와 비슷했다.

그러나 들어온 내부는 지금까지 봤던 사냥형 게이트와는 완전히 달랐다.

“와.”

넓은 통로 곳곳에 박힌 형형색색의 광석들이 동굴의 내부를 밝혔다.

발광하는 색채의 조화는 한 폭의 예술 작품 같았다. 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긴 유현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던전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광물.’

언젠가 읽은 기억이 있다.

던전에서만 나오는 특수한 광물은 꽤 고가에 거래된다고. 무기나 방어구는 물론 산업 분야 전반에도 쓰인다고 했다.

꿀꺽.

유현은 애써 시선을 돌렸다.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계속 보고 있으면 욕심이 생길 것 같았다.

‘이래서 곡괭이를 챙긴 거군.’

유현은 뒤에서 일렁이는 게이트를 돌아보았다. 사람이 들어온다고 게이트가 닫히진 않았다.

“선발 탐험대의 신호가 잡힌다! 대기!”

게이트에 먼저 들어온 건 토벌대가 아니었다. 저 멀리 동굴의 안쪽에서 지친 기색의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선발 탐험대?’

유현은 귀를 쫑긋 세웠다.

선발 탐험대라고 불린 자들은 토벌대의 주요 인원에게 던전 내부의 구조를 설명했다.

옆에 있던 서포터는 그 설명을 토대로 종이 위에 지도를 그렸다.

-확인한 결과, 내부는 직선 동굴입니다. 중간중간 벽에 난 틈새에서 몬스터가 등장하며, 계속 가다 보면 커다란 공동이 나옵니다.

-그 공동에는 중간 보스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가 있습니다만, 제 은신을 감지할 정도로 예민하여 그 이상으로는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공동의 몬스터를 처치하고 다시 탐험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은신과 감지 능력자들로 구성된 선발 탐험대는 던전의 끝을 목표로 내부를 탐험한다.

내부의 대략적인 구조는 어떻고, 갑자기 환경이 변하는 포인트는 없는지 등.

변수가 될 만한 정보들을 미리 포착하고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그냥 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잡는 게 아니구나.’

확실히 선발 탐험대를 기용하는 방식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일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른 채 들어가서 함정에 당하거나 습격당하면 큰 피해를 볼 테니까.

-그럼 중간 공동에서 적을 물리치고 휴식한다. 거리는 얼마나 되지?

-지금 전력이라면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몇 번의 대화가 더 오가고 토벌대의 선두가 출발했다. 선발 탐험대도 토벌대에 섞여 나아갔다.

‘상당히 체계적이야.’

유현은 던전형 게이트의 토벌 방식에 내심 감탄했다.

아카데미에서도 가르치는 기본이지만, 대부분의 수업 시간을 수면으로 보낸 유현에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토벌대가 횃불을 들고는 입구 부근의 넓은 공동을 지나 비교적 좁은 통로로 진입했다.

통로의 크기도 제법 넓어 통행헤 어려움은 없었다.

‘슬쩍 하나만 떼 갈까.’

벽에 박힌 광물들을 보며 유현이 혀를 날름거렸다.

던전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해당 길드의 자산. 훔치는 건 도둑질이지만, 들키지 않으면 도둑질도 아니었다.

“적이다!”

고민하던 사이, 전방에서 고성이 울려 퍼졌다.

토벌대는 전투 대형을 갖추고, 뒤쪽에 있던 짐꾼들도 더 뒤로 물러났다.

‘기회다.’

벽에 바짝 붙은 유현은 슬쩍 손을 뻗어 벽에 박힌 광물을 부드럽게 뽑아냈다.

발굴에는 반드시 곡괭이가 필요했지만, 유현의 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후후.’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작은 광물을 품속에 넣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공간 조끼를 입고 오는 건데.

“크아아아앙!”

전방에서 살벌한 포효가 들려왔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나타난 것 같았다.

챙!

사방으로 불꽃이 튀며 전투가 이어진다. 파찰음이 들리고, 마나의 응축과 폭발이 느껴졌다.

전투는 길지 않았다.

과연 토벌대다운 전력이었다.

“시체는 옆으로 치우고 남은 적이 없는지 틈을 살펴라!”

대장의 명령에 따라 토벌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몇 사람은 시체를 치우고, 몇 사람은 통로의 틈새로 들어가 수색했다.

“틈새 안전합니다!”

“이쪽도 없습니다!”

잠시 뒤, 토벌대가 다시 움직였다.

“오.”

몬스터들의 시체를 지나며 유현은 작게 감탄했다.

시체들의 상태가 깔끔하다.

돈이 되는 자원인 만큼 최대한 손상을 덜 가하는 식으로 잡는 것 같았다.

‘대단한데.’

단순히 잡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깨끗하게 죽인다는 건 토벌대원들 대부분이 상당한 실력자라는 뜻이었다.

‘이건 가져가면 들키겠지.’

C등급 던전형 게이트에서 출하된 마석이라면 크기가 제법 클 터.

하지만 무조건 들킨다. 아까 누군가 시체들의 숫자를 세는 걸 봤다.

마석의 개수가 틀리면 당장 짐꾼들부터 의심하리라.

“쩝.”

유현은 입맛을 다시고는 다시 짐꾼들의 꽁무니를 따라갔다.

그의 위치는 후방 짐꾼 무리에서도 가장 뒤였다.

***

푸확!

날카로운 검이 트로그의 목을 찔렀다. 검을 빼자 초록색 피가 튀기며 몸체가 기울었다.

길드 아수라의 토벌대 대장 김한수.

그가 검을 크게 털어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이 너무 적어.’

선발 탐험대도 말했지만, 던전의 등급과 규모에 비해 그 숫자가 너무 적었다.

‘하지만 틈새에도 몬스터의 흔적은 없었는데.’

무언가 놓친 것 같은데, 뭘 놓쳤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결국, 김한수는 할 수 없이 이전처럼 명령을 반복했다.

“틈새 확인하고 다시 이동한다!”

그의 명령에 토벌대원들이 인원을 나눠 양옆과 대각선에 있는 틈새로 움직였다.

이번에도 틈새에서는 무엇 하나 발견되지 않았다.

어딘가 찜찜했지만, 김한수는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걷지 않아 커다란 공동 앞에 도착했다.

탐험대가 이야기했던 중간급 보스로 추정되는 몬스터가 있는 곳.

뒤로 수신호를 보내 위험한 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리고는, 발소리를 최대한 죽여 내부로 진입했다.

토벌대원들 역시 살금살금 움직였다.

한편, 토벌대에서 한참 뒤떨어진 짐꾼들의 무리.

그 무리에서도 최후방에 있던 유현은 돈이 될만한 것들, 없어져도 들키지 않을 만한 것들, 몰래 숨겨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것들.

세 가지 요소를 만족하는 물건을 찾아 동굴 곳곳을 기웃거렸다.

몬스터의 시체는 이미 포기했고, 벽에 박힌 광석도 무게와 크기 때문에 포기했다.

‘이런 던전형 게이트에서는 약초나 버섯 같은 것들도 나온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로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꼼꼼히 살폈다.

그 덕에 짐꾼들의 안전을 지켜줄 토벌대원들과는 멀어졌지만, 유현은 상관하지 않았다.

“사이사이에 틈이 엄청 많네.”

통로만 살피던 유현은 벽면의 틈새까지 수색 범위를 넓혔다.

틈새라기에는 넓고 크지만, 통로의 넓이에 비하면 틈새 정도의 폭이었다.

‘어두운데.’

틈새에는 광석이 없어 완전히 캄캄했다. 유현은 간단한 마법을 사용해 시야를 확보했다.

절벽 사이에 들어온 것처럼 투박한 내부. 몬스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깨끗하네.”

틈새를 샅샅이 뒤진 유현은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미세한 진동이 울렸다.

유현이 걸음을 멈췄다. 진동이 서서히 강해지고 있었다.

‘전투의 반향은 아니야.’

전투의 영향으로 생긴 진동이 아니었다. 점차 커지고, 가까워진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았다.

‘어디지?’

진동이 사방으로 퍼지는 바람에 근원지를 파악할 수 없다.

유현은 두 눈을 감고 허공으로 손을 들었다. 공기를 통해 사방에서 매질하는 진동. 그 미세한 강약의 차이를 차분하게 포착해냈다.

‘밑이다.’

적의 접근을 확실하게 인지한 순간.

쾅!

맹렬한 파괴음이 귓가를 덮쳤다.

유현이 홱 고개를 돌렸다.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 굉음.

선두까지 치고 나간 토벌대에서 발생한 소음이 아니었다.

뒤이어 들려온 비명이 상황을 예상케 했다.

“끄아아아악!”

유현은 급히 틈새를 벗어나려 했지만, 무언가가 땅에서 솟구치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

“캬아악!”

줄곧 등장했던 몬스터들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의 몬스터.

벌레의 머리와 몸뚱이, 수십 개의 칼날 같은 다리. 그것은 마치 거대한 지네 같았다.

“캬아아!”

머리에 달린 커다란 집게를 싹둑거리며, 적이 쇄도했다.

유현은 가볍게 녀석의 공격을 흘려냈지만, 가방에 피해가 가는 건 피하지 못했다.

“아!”

찢어진 가방 사이로 후두둑 떨어지는 물건들.

유현은 아차하며 틈새 저편으로 가방을 내던졌다.

“저거 물어내라고 하면 돈이 얼만데.”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빛살처럼 유현의 뇌리를 스쳤다.

지금 눈앞에 등장한 이 몬스터. 이놈은 토벌대 측에서 파악하지 못한 몬스터다. 그 말은 즉, 잡아서 죽을 쑤든 뭘 하든 상관없는 녀석이라는 뜻이었다.

‘들키지만 않으면 돼.’

시체도 가져가면 더 좋겠지만, 그건 어려우니 시체는 깊숙이 땅을 파서 묻고, 적당히 마석만 챙겨나가면 된다.

마석의 처리 방법은 묘연하지만, 일단 가져가면 언젠가는 돈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거 다 돈으로 바꾸면 뽑기가 몇 번이야.’

유현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입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가며 실실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흐흐.”

순식간에 일변한 그의 분위기에 몬스터가 본능적으로 멈칫했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하며 다리 위에 난 자글자글한 솜털이 곤두섰다.

“캬아-”

몬스터가 유현을 경계하며 나온 구멍으로 되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유현이 더 빨랐다.

주먹이 단단한 갑옷 같은 피부를 꿰뚫었다. 머리가 관통당한 몬스터는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고꾸라졌다.

“캬아아아악!”

유현의 다음 공격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몬스터의 기다란 몸뚱이에 순식간에 몇 십 개의 구멍이 뚫렸다.

쿵.

몬스터가 쓰러졌다.

유현은 시체에 코를 가져다 대고 깊이 흡입했다.

코끝으로 느껴지는 역겨운 냄새.

그것은 돈의 향기였다.

“자, 마석은 어디 있을까~?”

마나를 사용해 몬스터의 몸에 있는 마석의 위치를 파악했다.

유현은 몬스터의 머릿속에 손을 쑤셔 마석을 꺼냈다.

“작네?”

생각보다 작은 크기.

그래도 사냥형 게이트의 마석보다는 컸다.

“오히려 작은 게 낫지.”

들키지 않고 많이 모으려면 작은 편이 오히려 이득이었다.

유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마석을 품속에 넣었다.

다음으로 유현은 빠르게 땅을 파낸 뒤, 시체를 묻었다.

“킁, 킁.”

동굴 곳곳에서 돈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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