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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32화 (3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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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은 마나에 기반한다.

대기 중에 머무는 마나가 호흡과 함께 신체의 마나 코어로 흡수되며, 마나 코어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마나를 필요한 곳으로 내보내는 구조다.

마나 코어에 저장되는 마나의 총량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또한, 마나를 흡수하고 내보내는 속도 역시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러한 마나 코어는 일종의 근육과 같아 부족한 부분은 어느 정도 수련하여 채울 수 있다.

단, 그 한계는 존재한다.

근육이 무한정 커지지 않듯, 마나 코어 역시 그렇다.

“그래서 마나 코어는 어떻게 훈련하는데?”

“말했잖아 근육이랑 똑같다고.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거야.”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앞서.

유현은 두 사람에게 간단한 이론을 알려주었다.

바로 훈련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어떤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머리로 인식한 뒤 시작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 알아들었지?”

“응!”

“그럼 계획을 알려 줄게. 참고로 거부권은 없어.”

훈련은 두 가지 패턴으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신체 훈련과 특성 훈련.

유현은 두 사람에게 훈련 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모두 판대륙에서 몸소 실행했었던 훈련법들이었다.

“단순한 게 가장 강한 법이야.”

“그, 그래도 그건 좀 무리가 아닐까?”

“너무 무식한데.”

두 사람의 반론은 일체 무시한 채 훈련의 첫 번째 루틴을 진행했다.

“우선 달리기 1시간. 말했다시피 체력이 안 좋으면 아무리 특성이 좋아도 도루묵이야.”

주시하와 금태양이 곧장 출발했다.

뛰는 속도는 금태양이 더 빠르다.

“현아- 1시간은-!”

“뛰면서 말하지 마! 그럼 더 힘들어!”

막 한 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던 주시하가 다시 멀어졌다.

고작 한 바퀴 뛰어놓고 벌써 저렇게 호흡이 거칠다니.

‘갈 길이 머네.’

2주. 학교 수업까지 병행해야 하니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될 것이다.

“야, 물 한 잔만 줘라.”

“뛰기나 해.”

금태양이 다시 뛰어갔다.

“물이 있긴 있어야겠네.”

뛰고 나면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

고작 달리기 하나로 훈련을 끝낼 생각은 없으니 배를 채울 것도 필요하다.

‘훈련장에 매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유현은 훈련장을 나섰다.

***

개인 훈련실 103호.

서혜빈이 붉은 머리를 뒤로 묶은 채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쾅!

그녀의 손을 떠난 마나가 벽에 부딪히며 강력한 충격이 일었다.

“후.”

등급 테스트까지 앞으로 한 달.

말이 한 달이지 다음 달 말에 일정이 잡혀있어 두 달이나 다름없다.

시간은 아직 여유롭지만,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목표는 S등급.’

상위 클래스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하이패스 테스트를 통해 2학년으로 바로 올라와 등급 테스트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1학년부터 S등급에 가려면 입학시험에서 그만한 성취를 올려야 하는데 역사에 남을 재능이 아닌 이상 그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래서 현재 2학년의 S반은 공석이었다.

학년 최초의 S등급.

한서희도 달성하지 못한 곳에 자신이 먼저 도달한다면, 그 짜릿함은 상상도 할 수 없으리라.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어.”

오늘의 훈련은 이걸로 끝이었다.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매일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으니 하루 정도는 일찍 끝내도 괜찮으리라.

서혜빈이 수건과 가방을 챙겨 훈련실을 빠져나왔다.

개인 훈련실들의 입구가 나열된 넓은 복도.

그녀가 나온 103호실의 옆인 101호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복도로 나왔다. 서혜빈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침묵이 흐른다. 그 시선의 교차 속에서, 서혜빈은 웃었다. 억지로 지은 미소치고는 제법 자연스러웠다.

“안녕.”

“웃기 싫으면 웃지마요.”

한서희의 날이 선 목소리에 서혜빈이 인상을 구겼다.

“그러려니 인사하고 넘어가면 안 되니? 그렇게 태클을 걸어야겠어?”

“보이는 대로 말했을 뿐이에요.”

서혜빈은 담담하게 답하는 한서희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기류. 한서희가 한숨을 내쉬며 먼저 고개를 돌렸다.

“야! 어디가!”

“더 할 말 있어요?”

“너 혹시 걔랑 친해?”

질문에 주어는 없었지만, 한서희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당신과는 상관없는데요.”

“상관이 왜 없어? 내가 저번에 걔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는 줄 알아?”

“당신이 잘못했겠죠.”

“뭐, 뭐라고?”

서혜빈이 자신의 옆을 지나가려는 한서희의 팔을 붙잡는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지껄여.”

“평소 행실을 보면 뻔하지 않나요?”

“내, 내 행실이 뭐가 어때서?!”

한서희가 서혜빈을 쏘아보며 손을 쳐낸다. 매끈하게 손질된 눈썹이 상대를 동정하듯 구부러졌다.

“몇 년 뒤면 당신도 성인이에요. 예전처럼 고집부린다고 세상만사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요.”

“갑자기 무슨….”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앞으로는 나이에 맞게 좀 행동해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한서희가 잔소리를 쏟아내고는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은 서혜빈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었다.

“......”

피가 날 만큼 억세게 쥔 주먹이 파르르 떨려왔다.

꽉 깨문 입술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지만, 서혜빈은 힘을 풀지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선 채, 한서희가 사라진 자리를 노려볼 뿐이었다.

***

“아, 씨. 길 잃었다.”

온갖 시설이 뒤엉킨 훈련장의 구조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매점을 찾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유현은 결국 개인 훈련실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거기서 눈에 띄는 빨간 머리를 발견했다. 왜인지 부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걘가?’

아카데미의 두발은 자유였고, 빨간 머리는 제법 흔했다. 그래서 조금 확신이 없었다.

‘맞는 것 같은데.’

작은 신장과 체구.

눈앞의 여자가 지난번 만난 그 사람일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빨간 머리는 가만히 서서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다.

뒷모습뿐이었지만, 어딘가 이상하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신경 쓸 일은 아니기에 유현은 서혜빈의 옆을 지나치려 했다.

“이 개자식아!”

갑자기 서혜빈이 몸을 돌려 유현의 팔을 붙잡았다. 꼿꼿이 세운 발끝이 유현의 정강이를 향해 쇄도했다.

느닷없는 고성에 당황하는 한편 유현은 능숙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이게 돌았나!”

“이 새끼고 저 새끼고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빨간 포니테일이 목소리에 맞춰 세차게 흔들렸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뭐가 문제야?! 그게 뭐가 문제라고 나한테 자꾸 심한 말 하는데에!!”

커다란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동안의 설움이 담긴 외침.

서혜빈에게는 감정의 폭발이었지만, 유현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이런 미친년이?’

서혜빈이 유현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든다. 그렁그렁 맺혔던 슬픔은 어느새 흐느낌이 되었다.

“흐엉엉! 내가 너 절대 가만히 안 둘거야! 너랑 한서희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할 거야!”

서혜빈이 몸을 홱 돌려 뛰어갔다.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복도를 벗어났다.

“......한서희?”

그 여자 얘기가 왜 지금 나와?

유현은 복잡한 눈으로 복도 너머를 바라보았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문제에 괜히 자신이 끼어든 것 같았다.

“길드 계약 때문인가?”

셋이 엮일 만한 문제는 그것뿐이었다.

“어우, 이유야 뭐든 다시 안 봤으면 좋겠다.

유현은 작은 소망을 품으며 복도를 지났다. 이놈의 매점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

“아, 시발. 존나 힘드네.”

유현이 자리를 비운 훈련장.

훈련을 시작 한지 몇 분 만에 금태양은 달리기를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쉬, 쉬면 안 돼.”

주시하가 그 옆에 멈춰섰다.

아직 금태양과의 대화는 어색했다.

엉겁결에 용서한다고 말은 했지만, 아직 마음속에는 과거의 응어리가 한가득 남아 있었다.

“야, 조금 쉬는 건 괜찮아.”

“그, 그래도…….”

“아, 새끼 답답하네. 따지고 보면 너도 지금 쉬고 있는 거 아니냐?”

“나, 나는 그냥 쉬면 안 된다고 말 하려고…….”

금태양이 피식 웃으며 손을 들었다.

자신을 때린다고 착각한 주시하가 급히 팔을 들어 머리를 막았다.

“안 때려 새끼야. 아까 미안하다고 해놓고 내가 때리겠냐?”

“아, 미, 미안.”

잔근육이 새겨진 팔이 주시하를 억지로 바닥에 끌어 앉혔다.

“융통성 있게 쉬어라, 좀.”

“그, 그치만 현이가 힘들여서 해주는 거잖아.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지.”

“......착한 척 그만해 등신아.”

주시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착한 척 아닌데-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욕 듣는 것도 싫다.’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때는 기분이 좋았지만, 지금은 침울했다.

고작 욕 몇 마디였지만, 상대가 금태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여전히 금태양은 두렵고 꺼림칙한 존재였다.

“야, 내가 미리 말해두는 건데 아까 사과했다고 우습게 보고 그러지 마라?”

“......”

“대답 안 해? 너도 내가 좆밥으로 보이냐?”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럼 왜 대답 안 하는데?”

“아, 알겠어. 안 그럴게.”

금태양이 씩 웃으며 주시하의 등을 강하게 때렸다.

“윽!”

“일어나라. 슬슬 올 삘이다.”

금태양이 다시 트랙을 달렸다.

주시하는 깊게 한숨을 쉬고는 그 뒤를 따랐다.

‘똑같아.’

금태양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폭력적이며, 약자에게 강하다.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건 왜일까. 그저 본인의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였을까.

‘싫다.’

역시 용서되지 않는다.

마음을 좋게 쓰려고 해도 과거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짜증 나.’

금태양에게도, 자신에게도 짜증이 났다.

조금의 용기가 있었다면 욕 좀 그만하라고 소리 질렀을 텐데. 아까 때리라고 할 때 때릴 수 있었을 텐데. 용서해달라고 할 때 엉겁결에 용서하겠다고 말하지 않았을 텐데.

‘나도 변하고 싶다.’

현이는 그렇게나 많이 변했는데,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약하고, 비굴하고, 호구였다.

‘능력도 쓸모없고.’

맞는 데 최적화된 특성.

괴롭힘의 타겟이 된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왜 나를 괴롭혔지?’

잘 모르겠다.

물어보면 알려줄까.

하지만 먼저 말을 걸 엄두도 나지 않았다.

역시 변할 수 없다. 마음가짐을 달리한다고, 없던 용기가 생기진 않는다.

‘그냥 생각하지 말자.’

주시하는 결국 과거를 반복했다.

괴롭힘의 이유를 자문하다 도착하는 종착점. 더는 그 문제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 것. 도피하는 게 최고는 아니겠지만, 최악도 아닌 선택지다.

“둘 다 스탑.”

그때, 갑자기 유현이 트랙 위에 나타났다.

금태양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넘어졌다. 주시하는 잔발을 밟으며 멈춰섰다.

“너네 쉬었냐?”

“......”

“야, 금태양. 뒤질래?”

“아, 아니 잠깐 쉰 건데….”

“쉬었다는 거네?”

금태양이 아차했다.

상식적으로 녀석이 쉬는 걸 봤을 리는 없을 터. 유도 신문에 완전히 걸려버렸다.

“그, 그래. 좀 쉬었다.”

“미, 미안. 현아.”

주시하가 마른 침을 삼켰다.

조금 전 머릿속에 남아 있던 복잡한 생각은 유현이 풍기는 살벌한 기세에 완전히 사라졌다.

“일어나.”

금태양이 허둥지둥 기립했다.

“팔굽혀펴기 100개.”

“100개는 너무...”

“주시하, 너도 100개.”

말없이 엎드리는 주시하를 보며 금태양은 짜증을 느꼈다.

왜 저리 고분고분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가 그러면 나도 해야 하잖아.’

변명으로 벌에서 벗어날 조금의 가능성조차 사라졌다.

금태양은 한숨을 쉬며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다 끝나면 일어나서 다시 뛰어라.”

유현이 봉투에서 팥빵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달콤한 팥이 혀끝을 타고 스며든다. 진한 풍미에 침샘이 폭발했다.

“헉, 헉.”

“멈추지 마!”

팔굽혀펴기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유현은 그 자리에 앉아 매점에서 사 온 팝콘을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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