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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27화 (2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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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지역 인근에 위치한 작은 식당. 평소라면 공사장의 인부로 붐비는 곳이지만, 최근에는 영 장사가 되질 않았다.

“아줌마, 오늘도 자리 없어요?”

“죄송합니다.”

식사를 위해 찾아온 인부들은 자리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식당을 나갔다.

“하아.”

인부들을 돌려보낸 유현의 어머니가 식당을 돌아보았다.

자리에 앉은 검은 양복의 사내들. 식당이 붐빌 점심시간만 되면 들어와 영업을 방해했다.

‘차라리 행패라도 부리면 경찰을 부를 텐데.’

그러나 그들은 저렇게 자리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주문은 물론이고 일행끼리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차라리 자리라도 같이 앉아주면 좋겠는데, 꼭 따로 앉아서 다른 손님들의 자리를 빼앗았다.

“저기, 주문 안 하실 거면 나가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고르고 있는데요?”

그렇게 말하면 사내들은 한참을 더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 공기밥 하나를 시키고는 나갔다.

그 탓에 그들을 쫓아내지도 못하고, 경찰도 부르지 못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에이, 씨발!”

“뭐? 씨발? 이 개새끼가 뒤질라고!”

저녁 무렵에는 술을 마시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최근 들어 손님 간의 싸움이 잦아지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쨍그랑!

서로 치고박는 통에 그릇이 깨지거나 다른 손님이 쫓기듯 나가는 등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싸운 사람들은 매번 술값조차 계산하지 않은 채 식당을 빠져나갔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면 몸에 새긴 문신을 보여주며 깽판을 놓겠다고 협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저런 문제들이 겹친 탓에 안 그래도 적은 가게의 매출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휴.”

유현의 어머니는 손님들이 어지럽히고 간 식당을 치웠다.

본래 일하던 식당을 헐값에 넘겨받은 지 고작 몇 주.

그동안은 없었던 문제들이 최근 들어 일어나기 시작했다.

보복이 무서워 경찰에 신고도 못 하고, 장사할수록 되려 손해를 보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아파라.”

그릇을 치우던 어머니가 깨진 그릇에 그만 손을 베였다.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대충 휴지로 휘감고는 청소를 끝마쳤다.

“하아.”

적막한 식당을 보면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요새 집안에 액운이 낀 걸까.

식당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이상한 일이 생겼다.

당장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편부터 그랬다.

떨어지는 자재에 맞을 뻔하거나, 공사 차량이 넘어지며 깔릴뻔하는 등, 안전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누군가 고의로 저지른 것처럼 작위적인 일들이었지만, 범인은 찾을 수 없었다.

“희연이랑 하연이는 잘 들어갔으려나.”

딸들에게도 심상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동생을 데리고 집에 돌아가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계속 쫓아온다고 한다.

어떤 해코지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 상황이 반복되니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시한폭탄처럼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나마 집이 대로변에 있는 덕에 별일은 없었지만, 만약 이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전적이 있기에 어머니는 일이 생길까 두렵고 무서웠다.

“대체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어머니가 한탄하듯 중얼거렸다.

마치 누군가 사주라도 한 것처럼 한 번에 겹친 기이한 일들.

하지만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었다. 평생을 일만 해온 삶이었으니까.

“가게를 접어야 하나.”

당장 집이나 생활비는 걱정이 없다.

사금융에서 받은 대출도 아들이 벌어온 돈으로 전부 해결했다.

하지만 아직 은행권 대출과 가게의 대금이 남아 있었다.

아들이 벌어온 돈은 최대한 적게 쓰고 싶었기에 이자가 높은 사금융만 해결했다.

‘......현이한테 도와달라고 할까.’

아들에게 도움을 청할까 고민하던 어머니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안 그래도 어려서부터 해준 게 없는 아들에게 또 다른 짐을 안겨줄 수는 없었다.

‘희연이 학비도 직접 구해왔잖아.’

그것만으로도 무척 미안했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을 자신이 직접 했으니까.

언젠가는 도움을 청하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학생처럼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게 부족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

하이패스 테스트 이후 이 주일이 지났다.

무사히 2학년 F반으로 편입된 유현은 지난 이 주일 내내 귀찮은 날을 보냈다.

“유현!”

“현아!”

쉬는 시간마다 찾아오는 학생들.

시간이 지나도 그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어우, 귀찮아.”

그들은 유현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가입한 길드는 있냐, 자기 길드에 들어와라, 계속 F반에 있을 거냐, 여자친구는 있냐 등등.

처음에는 무시로 일관하던 유현도 더는 감당이 안 되어 쉬는 시간마다 자리를 피했다.

자리를 옮기는 건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말을 걸어오는 게 더 귀찮았다.

“......”

옥상으로 향하는 층계에는 선객이 있었다.

유현은 말없이 한서희를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우물거리던 한서희가 급히 음식물을 삼켰다.

“너 친구 없지.”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그러니까 맨날 여기 있지.”

“매일 아니거든요?”

유현이 입을 쩍 벌리며 하품했다.

“아니면 말고. 나 좀 잔다.”

“여기서요?”

“교실 가면 애들이 달라붙어서 잠을 못 자.”

한서희도 유현이 요새 화제의 중심인 건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가 속한 A반에서도 유현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그 탓에 조금 불안했지만, 번번이 길드 가입 제의를 했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며 안심했다.

꾸르륵.

그때 유현의 복부에서 괴상한 소리가 울렸다.

“......”

“어우, 이거 소화가 너무 잘 되네.”

유현이 멋쩍게 배를 쓰다듬었다.

한서희는 그런 유현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언제 먹었는데 소화가 벌써 돼요?”

“특성 때문에 그래. 이제 한숨 때리고 일어나서 똥싸야지.”

“......?”

순간 한서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건가?

“특성이요?”

“응, 특성.”

“특성이 뭔데요? 신체 강화 아니에요?”

계단참에 누워있던 유현이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아닌데?”

“그럼 뭐에요?”

“소화 가속. 소화가 빨리 돼.”

한서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특성이 신체 강화가 아니었다는 점도 당황스러웠지만, 그 특성이라는 것도 굉장히 기이한 능력이었다.

“특성이 신체 강화가 아니면, 지금까지 보여준 건 뭔가요?”

“그건 그냥 내 신체 능력이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어마어마한 충격. 줄곧 신체 강화가 특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단순한 신체의 능력이라니.

“지금까지 그냥 맨주먹으로 몬스터를 때려잡은 거예요?”

“마나를 쓸 때도 있었지.”

“어쨌든 맨주먹이나 다름없잖아요. 그게 말이 돼요?”

단순한 신체의 힘으로 그런 짓을 벌이다니. 상식에 완전히 역행하는 말이었다.

백번 양보해서 특성도 없이 몬스터를 잡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어찌어찌 노력하면 한 마리 정도는 잡겠지. 하지만 유현이 지금껏 보여준 성과는 이해의 한계를 넘어섰다.

“자세히 설명 좀 해줘요. 그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지.”

유현은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운동 좀 했다고 그게 돼요?”

거기에 대한 반박 역시 똑같이 대응했다.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판치는 세상. 자신 역시 그 범주의 하나일 뿐이라고.

“허…. 믿을 수가 없네요.”

“믿는 수밖에 없어.”

“네, 그건 알아요. 게이트를 통해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람의 마음을 읽기도 하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1년간 운동해서 그런 능력을 얻었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지는 않아요. 그냥 믿기가 어려울 뿐이지. 처음 세상에 특성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과 비슷한 기분이에요.”

“그게 무슨 기분이지?”

“그런 일도 가능하구나, 싶은 거죠.”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한서희는 그런 일도 가능하구나 하며 수긍했다.

거기서 그 원인을 더 파고드는 건 우주의 탄생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묻는 것 만큼이나 무의미했다.

“그럼 당신이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보여준 모습도 이해가 되네요. 첫 전투는 그렇게 빨리 끝내놓고, 두 번째 전투는 왜 느린가 싶었는데. 물론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말이에요.”

“맞아. 그때도 처음에만 마나를 사용했었지.”

테스트를 관람하며 가졌던 의문점 몇 개가 해소되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물어볼 생각도 없었는데.

‘이제라도 제대로 된 능력을 알게 돼서 다행이야.’

유현의 가치를 재고할 수 있게 됐다. 범인은 물론 능력자마저도 초월할 정도의 신체 능력. 더불어 특성도 존재하기에 마나까지 다룰 수 있다.

‘가면 갈수록 더 영입하고 싶어지네.’

한서희가 유현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정말 끝까지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걸까. 그냥 개인 헌터로 풀어놓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재였다.

“혹시 당신은 교실 옮길 생각은 없어요? S반도 될 것 같은데.”

“옮기면 뭐가 달라지는데?”

“수업의 질이 달라지죠. 그 수업을 받으면 당신은 더 뛰어난 헌터가 될지도 몰라요. 또 복지의 질도 올라가고요.”

“필요 없어.”

“그럴 것 같았어요.”

한서희는 유현의 말을 수긍했다.

그는 마치 해탈한 사람 같았다. 돈도 명예도 필요치 않은, 속세를 벗어난 사람.

분명 돈이 아예 필요 없는 건 아닌데, 이유를 살펴보면 거기에 본인의 욕심은 전혀 없었다.

‘모두 가족을 위해서.’

헌터가 되려는 이유도 가족 때문이겠지.

“당신은 가족 때문에 헌터가 되려는 거죠?”

“응. 돈 벌어서 가족들이랑 평범하게 살아야지.”

“참 가족들을 끔찍이 생각하시네요.”

한서희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가족 간의 사랑과 서로가 소중하다는 건 알지만,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역시 알려드리는 게 낫겠어요.”

“어? 뭘?”

“희연이가 절대 오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그냥 잠깐 스쳐 지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요. 남의 가정사라 제가 끼어들기도 그렇고.”

누워있던 유현이 몸을 일으켰다.

“뭔데. 무슨 일이야?”

“최근에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긴대요. 어머님 가게도 그렇고, 동생 데리고 올 때도 그렇고.”

한서희는 유희연에게 들었던 것들을 모두 알려주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유현은 한숨을 쉬었다.

“부모님이 단속시켰겠군.”

“왜요? 당신한테 말하면 금방 해결 될 것 같은데.”

“괜히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거지. 하아.”

유현이 마른세수를 했다.

당장 주말에 나가보든가 해야 할 것 같았다.

“주말 외박권이 얼마지?”

“한 300포인트 될 거에요.”

“내가 테스트 보고 받은 게 200포인트니까…. 모자라네.”

그냥 밤에 몰래 빠져나가야 하나.

갑자기 찾아오면 부모님이 또 꼬치꼬치 캐물을 것 같은데.

“음….”

“포인트 빌려줘요?”

“빌려줄 수도 있어?”

“네. 양도 계약서 쓰면 가능해요.”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한서희는 수첩을 뜯어 대충 계약서를 적었다.

100포인트를 빌려주는 대신 150포인트로 갚기.

“이 포인트라는 건 어디서 모아야 하냐? 그걸 알아야 갚든가 할 텐데.”

“학교 행사 참가. 아니면, 의뢰라는 방법도 있어요.”

“의뢰? 그건 또 뭐야?”

헌터 아카데미에는 의뢰 시스템이 존재했다. 외부에서 아카데미로 필요한 인력을 요청하면, 학생들이 그걸 선택하여 일종의 아르바이트처럼 일하는 것이다.

“종류도 다양해요. 보통 자기 특성에 맞게 선택하고요.”

마석을 구해달라는 의뢰가 있는가 하면, 물건에 담긴 기억을 읽어달라는 의뢰도 있고, 건설 자재 운반을 도와달라는 의뢰도 있다.

“학생들한테 별 걸 다 시키네.”

“학생이라 단가가 싸잖아요.”

의뢰인들은 업계의 단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원하는 바를 달성하고, 학생들은 돈도 벌고, 경험도 쌓는,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참고로 위험한 의뢰는 일정 등급 이상이 되어야 수행할 수 있어요. 물론 그런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요.”

“던전 짐꾼 정도는 F등급도 괜찮겠지?”

“그 정도는 괜찮죠.”

자려고 계단에 드러누웠던 유현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의뢰는 어디서 받지?”

“교무실 옆에 의뢰실이라고 따로 공간이 있어요.”

“오케이, 땡큐.”

“바로 가게요?”

유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여기도 글렀다 싶어서.”

“...?”

“희연이 얘기는 알려줘서 고맙다. 간다.”

한서희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 건 유현이 떠나고 한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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