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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26화 (26/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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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한 F반의 하이패스 테스트가 끝난 이후, 교내는 온종일 테스트의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테스트 참가자가 누구인지, 왜 F반이었는지 등, 확인되지 않은 온갖 정보들이 학생들 사이로 퍼졌다.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었대.”

“대체 왜 그랬을까?”

“무슨 기업 후계자인데 정체를 들키면 안 돼서 그랬다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하위 클래스는 물론 상위 클래스에도 만연했다.

하지만 워낙에 정보가 없는 탓에 누구도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했다.

“여기가 유현 반이야?”

“걔 있냐?”

하위 클래스 건물은 평소와 달리 학생들의 행렬로 시끌벅적했다.

하위 클래스는 물론 상위 클래스의 아이들까지 유현을 보기 위해 F-3반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한 이는 없었다.

“없다는데?”

“테스트 끝나고 계속 안 보인대.”

서혜빈 역시 수업이 끝날 때마다 유현을 찾아왔지만, 번번이 허탕쳤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마, 그니까 아까 내가 말한 대로 바로 내려갔으면 됐지 않나.”

“중간에 껴서 못 움직였잖아!”

“그런 고난을 이겨냈으면 가를 만난다는 열매를 얻었겠지. 그지?”

서혜빈의 주먹이 한주석의 옆구리에 꽂혔다.

“너는 입만 열면 매를 벌어.”

“내가 뭐 틀린 말….”

옆구리를 문지르던 한주석이 전방으로 손을 뻗었다.

“마! 저, 저기 있네!”

유현이 어떤 아이와 함께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서혜빈의 표정이 밝아졌다.

“옆에 쟤는 누구지?”

“친구 아이겠나?”

뭐, 누가 있든 상관없겠지.

서혜빈이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유현에게 다가갔다.

“진짜 대단했어.”

“그 정도였나?”

“반응 짱이었다니까?”

유현과 주시하는 교무실에서 절차를 마친 뒤 주변을 산책하다가 본 건물로 돌아오던 참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앞을 서혜빈이 막아섰다.

“네가 유현?”

“그런데?”

“나 누군지 알지?”

유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느닷없이 나타나서 자기가 누군지를 아냐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얘 누구냐?”

유현이 주시하를 돌아보았다.

주시하라면 알지 않을까.

예상대로 알고 있는지 반응이 심상치 않다.

“어, 어….”

눈을 크게 뜨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주시하. 서혜빈이 그럼 그렇지 하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서, 서혜빈?”

“그래. 나 서혜빈이야.”

유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굉장히 거부감이 드는 말투였다.

“시하야, 너한테 맡긴다.”

“어, 어?”

유현은 눈앞의 여자를 상대하면 피곤해질 것 같다고 직감했다.

그대로 주시하에게 떠넘기고 지나치려 했지만, 서혜빈이 다시 그 앞을 막았다.

“어딜 가? 내가 친히 행차했는데.”

“내가 오라고 했냐? 네가 기어왔지.”

“기어오다니!”

유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할 말이 뭔데. 빨리 말해봐.”

“우리 길드로 와. 계약하자.”

주시하가 입을 틀어막았다.

계약.

아카데미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일종의 성공 보증 수표.

‘서혜빈이라면 생화겠지.’

길드 생화.

길드 순위를 매기면 매번 5위 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그 명성에 걸맞게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길드이기도 했다.

그러니 서혜빈의 직접적인 영입 시도는 엄청난 일이었다.

“네가 한서희랑 계약을 맺은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우리가 무조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게.”

“싫어.”

단호한 거절에 서혜빈이 당황했다.

“시, 싫다고? 왜?”

“그냥.”

유현의 말에 주시하가 화들짝 놀랐다.

“혀, 현아? 왜….”

“왜!”

서혜빈이 소리를 질렀다.

유현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충 어떤 성격인지 알 것 같았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모든 게 이루어져야 하는 사람. 그게 안 되면 되지도 않는 고집을 부리는 사람.

판대륙에서도 익히 봐오던 스타일이었다.

‘떼어내는 건 간단하지.’

이런 문제는 확실하게 설명하고 끝내는 게 낫다. 자꾸만 달라붙으려 한다면, 더 확실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왜 싫은데!? 이유가 뭔데!?”

“딱히 길드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말이야.”

“그럼 한서희는! 걔랑은 계약 맺었잖아! 내가 더 좋은 조건에 맞춰준다니까!”

“나는 소나무로 들어간다고 계약한 적 없어. 나중에 들어갈 생각이 생기면 그쪽으로 간다는 계약이었지.”

“그런 거였어? 그럼 나랑도 계약 해. 소나무랑 생화 중에 하나 결정하면 되지.”

“그쪽에 받은 게 많아서 그건 힘들겠다.”

연속해서 거절당한 서혜빈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달아올랐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걔가 뭘 줬는데? 나는 그것보다 더 줄게.”

“필요 없어.”

“필요 없는 게 어딨어!”

유현이 귀찮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필요 없다는데 네가 왜 그래?”

“걔가 대체 뭘 줬는데? 집? 돈? 나도 다 줄 수 있다니까?”

유현이 한숨을 쉬며 서혜빈을 옆으로 밀었다.

옆에 서 있던 한주석이 넘어지려는 서혜빈을 붙잡았다.

“야! 왜 밀어!”

“꺼져, 좀.”

유현의 눈동자가 분노한 서혜빈을 내려다본다.

“뭐, 뭐라고?”

“꺼지라고. 왜 사람이 한번 말을 하면 못 알아먹냐. 주변에서 고집부리는 대로 오냐오냐해주니까 개념을 밥 말아 먹었어? 내가 뭐, 해달라는 대로 해줘야 해? 그래야 비켜줄 거냐?”

유현이 말을 쏟아내고는 서혜빈을 지나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초조하게 서 있던 주시하가 급히 그 뒤를 따랐다.

“가, 같이 가 현아!”

두 사람은 순식간에 멀어졌다.

서혜빈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 안 일어나나?”

한주석이 억지로 그녀를 일으켰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없는지 비틀거렸다.

“......”

“인마, 왜 이러나? 그기 그렇게 충격이었나?”

“내가, 내가 왜 쟤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해?”

“네가 잘못했으니까.”

“내가 뭘 잘못했는데!”

“첨보는 아한테 그렇게 말하는 게 잘못이지.”

“그래도 저렇게 말할 건 없잖아! 오냐오냐는 무슨….”

한주석이 조용히 웃었다.

초면인 사람이 저런 말을 할 정도인데 정작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다니.

“진짜 몰라서 그러나?”

“너도 내가 오냐오냐 자랐다고 생각해?”

“뭐, 틀린 말은 아이지.”

“야!”

“마, 함 잘 생각해봐라. 오죽하면 저러겠나.”

“몰라!”

서혜빈이 역정을 내며 자리를 떴다.

짜증이 잔뜩 섞인 걸음에 마주 오던 학생들이 길을 열어주었다.

“점마는 대체 언제 철드노.”

아까 전 그 남자가 말한 대로 서혜빈은 응석받이로 자랐다.

사 남매의 막내이며, 늦둥이이자 유일한 여자아이.

잘못은 지적하지 않고, 원하는 건 모두 해주니 저렇게 자랄 수밖에.

게다가 부모님이 아니라 조부모님의 손에 자랐기에 더 그런 경향이 강했다.

“지가 잘못한 줄 깨달으면 좋을텐데.”

옆에서 아무리 말해주어도 제대로 듣지 않는다. 너무나 오랜 친구이기 때문에 그런 걸까.

한주석이 한숨을 내쉬고는 서혜빈을 따라갔다.

***

세상에는 다양한 특성이 있다.

물건을 옮기는 염력이 있는가 하면, 하늘을 비행하는 비행 특성도 존재했다.

처음으로 특성이 드러나는 나이는 평균 11세.

특성을 얻게 된 사람들은 그때를 기점으로 제각각의 진로를 선택했다.

기억을 읽는 사무소의 주인 역시 자신의 특성을 활용하여 돈을 받고 누군가의 심리 상태를 치료하는 일을 시작했다.

“당사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제가 알아낼 수 없어요.”

“상관없습니다. 일단 봐주시죠.”

가운을 입은 여자가 의자에 앉아 황중성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곧 그녀의 손에 옅은 푸른 빛이 일었다.

“알아보고 싶으신 내용은요?”

“학교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요.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에요.”

남자는 자신의 동생을 내려다보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동생이 학교에서 구급차에 실려간 날. 그날부터 동생이 이상해졌다.

별다른 외상이 없는데도 온종일 아프다며 울부짖었다.

정밀 검사를 해봤지만, 어느 병원에 가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진통제를 맞아도 소용없었다.

효과가 있는 건 그나마 수면제뿐.

대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아도 고통에 신음하느라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 왔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분명 동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제발.’

남자는 간절했다.

하나 남은 유일한 가족.

앞으로 남은 평생을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었다.

‘미안하다. 중성아.’

남자가 황중성의 손을 쓰다듬었다.

그동안 조직에서 자리를 잡느라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조금 더 동생을 돌봤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누구의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인이 있는 건 분명하다. 당한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죽인다.’

어떻게 해서든 범인을 잡아 동생을 원상태로 되돌릴 것이다.

그리고 상대를 짓밟으리라.

자신과 동생이 겪은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주리라.

이미 모든 작전은 구상해 놓았다.

천천히 피를 말려서 종국에는 처절하게 죽일 것이다.

“화장실이라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확인됐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남자는 비장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형님, 어떻게 됐습니까?”

“찾았어.”

그가 전화를 들어 곧장 명령을 내렸다. 빠르게 정보를 확보하고, 당사자의 가족들을 찾았다.

“천천히 말려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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