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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24화 (2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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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카데미 부지 한 편에 마련된 커다란 경기장.

그곳에 하이패스 테스트를 위한 무대가 마련되었다.

“조용하네요.”

윤혜경이 경기장에 들어서며 중얼거렸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관중석을 메웠지만, 장내는 그리 떠들썩하지 않았다.

누구도 시험에 기대하지 않았으며, 열광하지도 않았다.

“F반이라 그런가보군.”

“역시 그렇죠.”

지금까지 있던 하이패스 테스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학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들도 별다른 기대를 품지 않았다.

“언제 끝날지 내기할래요?”

“저는 1분 안에 끝난다에 5만원 겁니다.”

윤혜경이 앞서가는 선생들을 노려보았다.

“학생이 시험 보는데 응원은 못 해줄망정 내기나 하고 한심하네요.”

“허허. 근데 자네도 심사에 참여 안 했으면 저랬을 것 같은데.”

윤혜경이 멋쩍게 웃었다.

그 말대로 그랬을 것 같았으니까.

윤혜경과 박철수는 교사석에 자리를 잡았다.

미리 와 있던 안칠성이 그들과 인사했다.

“다른 분들은 안 오셨습니까?”

“음, 글쎄요?”

교사들 역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복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복지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는 게 이것저것 많이 있기에 다들 웬만하면 참여하는 편이었다.

“F반이 테스트를 본다는 게 말이 돼요?”

“허가해준 게 신기해요.”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윤혜경이 눈을 돌렸다.

이쪽을 힐끔거리며 이야기하는 다른 선생들. 대놓고 자신들의 선택을 비웃고 있었다.

“지들도 거기 있었으면 똑같았을 거면서.”

“어차피 결과가 증명해줄 걸세. 우리는 유현 학생을 직접 보지 않았나? 그러니까 일일이 열 내지 말게나.”

윤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시작 안 했죠?”

그때 신소영이 도착했다.

안칠성이 옆으로 한 자리 옮겨 좌석을 마련해주었다.

“곧 시작할 것 같아요.”

윤혜경이 경기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넓은 경기장을 메운 커다란 테스트 시설들. 오직 하이패스 테스트만을 위해 설치된 시설이었다.

“현이가 테스트 준비를 했을까요?”

윤혜경이 안칠성에게 물었다.

그나마 그가 유현과 가까운 사람이었다.

“기본적인 건 알려줬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도 몰라서 못알려줬어요.”

“다행이네요. 아예 모르고 시작하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

하이패스 테스트는 총 다섯 개의 스테이지로 진행된다.

스테이지마다 게이트에서 포획한 몬스터가 출현하며, 스테이지 별로 통과 조건이 제각기 다르다.

그 구성 내용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오, 저기 나오네요.”

경기장 안으로 유현이 들어왔다.

곳곳에 설치된 커다란 전광판을 통해 유현의 모습이 다양한 각도로 비쳤다.

그는 웃고 있었다. 긴장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벌써 포기한 것 같은데?”

“저럴 거면 왜 신청한 거야?”

주변에서 유현의 태도를 보며 웅성거렸다. 시험에 임한다기에는 지나치게 여유로운 태도였다.

“시험은 쟤가 치는데 왜 제가 불안하죠?”

“그만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뜻이지. 나도 조금 불안해졌네. 너무 여유가 넘쳐.”

박철수는 저 여유가 방심을 불러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무리 실력에 자신이 있어도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떨어질 수 있는 게 이 하이패스 테스트였다.

“솔직히 좀 걱정되네요. 저 아이의 힘이 안에서 통할지 모르겠어요.”

“저도요~! 어떡하지? 아~”

“어떡하긴. 열심히 응원해야지.”

유현을 응원하는 선생들은 모두 한 마음 한뜻이었다.

불안함이 많았고, 작지만 기대도 품고 있었다.

이제는 그저 잘하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할 거면 빨리하지 왜 저리 시간을 끌어?”

“어차피 떨어질 게 뻔한데 빨리 들어가라!”

“우우우우우!”

여유를 부리는 유현에게 사람들이 야유를 쏟아냈다.

어차피 탈락할 건데 왜 저렇게 시간을 끄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

주시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탈락을 예상하는 게 당연하긴 했다.

하지만 말의 정도가 너무나 심하다고 느껴졌다.

“현아! 힘내!”

주시하가 목청껏 소리쳤다.

작은 체구에서 나왔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목소리였다.

주변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돌아갔고, 몇몇은 불만스럽게 노려보았지만, 주시하도 이번만큼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했다.

‘너희는 야유해! 나는 응원할 거야!’

그 응원의 목소리는 유현에게도 닿았다.

밀려드는 야유 속에서 들려온 한 줄기 따뜻한 응원.

유현이 주시하를 향해 손을 들었다.

“말 안 해도 알아서 힘 낸다, 인마.”

유현은 다시 손을 내리고 자리에 선 채 관중석을 바라보았다.

멸시와 무시가 어린 냉담한 시선이 그의 전신을 훑었다.

그들을 향해 유현은 자신 있게 손가락을 뻗었다.

“凸”

사람들의 반응은 단연 뜨거웠다.

“저 새끼 손가락 분질러 저거!”

“미친놈 아니야!”

“우우우우우우!”

유현이 손가락을 거두었다.

“새끼들이 말이 많아. 지들은 시도도 안 하면서.”

유현은 몸을 돌려 다시 테스트장으로 향했다.

테스트 시설은 놀이동산의 어트랙션처럼 직접 들어가는 구조였다.

계단을 올라가 입구 앞에 서자 옆에 있던 스피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참가자, 준비됐습니까?

“예.”

입구가 열렸다.

***

경기장에 들어선 유현은 내부를 둘러보았다.

첫 번째 스테이지는 바위로 이루어진 직선 필드였다. 그 길 위에는 몬스터들이 드글거렸다.

“바위 골렘이야!”

“처음부터 힘들겠네.”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졌다.

길에 가득 깔린 바위 골렘들.

E등급이지만, 그 숫자가 많고 상대가 쉽지 않아 1단계 중에서는 상당한 난이도에 속했다.

-등장하는 몬스터를 죽이며 끝까지 도달하면 클리어입니다.

“단순해서 좋네.”

그저 통로를 달리며 닥쳐오는 골렘들을 죽이면 되는 쉬운 시험이었다.

쿵! 쿵!

골렘 수십 마리가 유현에게 달려왔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시설 전체가 흔들렸다.

“우어어어!”

가까이 다가온 골렘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유현은 망설임 없이 골렘들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미, 미친놈 아니야!”

“저길 왜 들어가!”

골렘들의 주먹이 고립된 유현에게 내리꽂혔다. 다음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중들이 움찔했다.

“마, 맞는다!”

골렘들의 공격이 지면을 강타했다. 엄청난 충격이 일고, 피어오른 먼지가 경기장의 시야를 가렸다.

관중석이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저, 저거 뒤진 거 아니야?”

“이런, 미친!”

그때였다.

흙먼지 속에서 푸른 빛이 일었다. 먼지에 가려 흐릿했지만, 그것은 분명 빛이었다.

다음 순간, 푸른 빛이 잔상을 남기며 전방을 향해 치달았다.

“우어어어!”

장내로 골렘들의 포효와 수차례의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콰과광!

강한 충격과 함께 재차 흙먼지가 일었다.

이전보다 더 자욱해진 내부.

흙먼지의 영향으로 전광판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 지금 뭐고?”

“......다 죽인 것 같은데.”

두 사람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일어난 충격은 골렘이 쓰러진 영향이라는 것을.

“와... 지리네. 우예 사람이 저렇게 빠르나.”

“저게 특성이라면 가능하겠지.”

“점마 그럼 등급이 어떻게 되는 거고?”

“나도 모르지.”

하나 알 수 있는 건 특성이 신체 강화라는 것. 그게 아니면 저 속도는 불가능하다.

‘등급은….’

E 등급 몬스터 바위 골렘.

저렇게 숫자가 많으면 C등급 헌터 정도는 와야 상대가 가능할 것이다.

‘일단 C등급.’

최소 기준이지 확정이 아니다.

한서희가 집착할 정도라면 지금 보여준 건 저 사람의 전부가 아닐 테니까.

서혜빈이 생각을 이어가는 사이, 먼지가 가라앉고, 스테이지 내부의 모습이 전광판에 나타났다.

통로를 가득 메운 거대한 돌덩이들. 마치 누군가 바위산을 폭탄으로 터뜨린 다음의 풍경 같았다.

“......”

장내가 고요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유현을 향했던 조롱은 자취를 감췄다.

다들 멍하니 전광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말도 안 돼.”

신소영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유현.

분명히 마나가 없던 아이였다. 그런데 조금 전에 보였던 푸른색 빛은 분명한 마나의 흔적이었다.

“소, 소영쌤. 쟤 방금 마나 쓴 거 아니에요?”

“......맞아요.”

“저번에는 없다면서요. 마나가 다시 생긴 거예요?”

그 질문에 박철수와 안칠성도 그녀를 돌아보았다.

“......맞아요.”

신소영은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있던 마나가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 게 있지만, 사라진 마나가 다시 생기는 건 처음 봤다.

“진짜요?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고요?”

“제대로 보셨어요.”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신소영의 오른쪽 눈동자.

특성 ‘간파’가 활성화된 상태였다. 그녀의 오른쪽 눈에는 유현의 체내에서 일렁이는 마나의 흔적이 뚜렷하게 보였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건가?”

“그건 잘 모르겠어요.”

“말도 안 되는군요. 그럼 현이가 이제 저 강한 몸뚱이에 마나까지 쓸 수 있다는 겁니까?”

“......그렇겠죠.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지금 같은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게 가능했다.

그 사실은 신소영을 한 번 더 놀라게 만들었다.

‘만약 마나가 지금보다 많다면….’

그녀가 긴장을 삼켰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의 힘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저기 근데, 왜 현이가 안 보이죠?”

“네?”

“전광판 어디에도 없어요.”

유현의 파괴력에 넋을 놓았던 이들도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술렁이기 시작했다.

“죽었나?”

“깔린 거 아니야?”

신소영은 선생들에게 유현이 바위 아래에 깔려 있다고 말해주었다. 마나를 볼 수 있는 그녀만이 알 수 있는 정보였다.

“살아는 있나요?”

“제가 생명 신호까지 알 수는 없어서요.”

“구조팀이 안 움직이면 목숨에 큰 이상은 없다는 소리겠지.”

참가자는 원칙적으로 생명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를 몸에 부착하고 시험에 임한다.

유현 역시 그 장치를 붙였다.

그러니 아직 구조팀이 출동하지 않았다는 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저 밑에서 나올 수 있을까요?”

“글쎄. 저 많은 골렘을 혼자 쓰러뜨렸으니 힘이 빠져 못 나올 수도 있지.”

이동 불가 상태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험은 자동으로 중단된다.

이대로 바위 밑에 고립되어 있다면, 유현의 탈락은 확정이었다.

“설마 못 나오겠어요? 저렇게 강한데.”

“원래 강한 사람들이 쉽게 방심하는 법이네.”

그때, 바위 언덕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곧 꼭대기 부근에 있던 돌덩이들이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가라앉았던 흙먼지들이 다시 나풀거렸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전광판을 응시했다.

쾅!

거대한 바위 하나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유현의 손이 솟아났다.

“나, 나왔다!”

유현이 낑낑거리며 바위 무덤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은 언제 유현을 비난했냐는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

“개쩔잖아!!!”

비난을 열광으로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유현은 자신의 몸을 살폈다.

교복은 물론이고 몸 안쪽에도 흙더미가 들어가 꺼림칙했다.

[클리닝]

소량의 마나를 사용해 마법을 발동시켰다. 온몸에 잔뜩 묻은 흙먼지가 씻겨나갔다.

“퉤.”

마나를 더 사용했다면 입안까지 닦아냈겠지만, 아직 어떤 스테이지가 남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 그래도 적은 마나를 낭비할 수는 없었다.

“돌이 아니라 유리네, 유리.”

골렘들을 죽이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부서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시험에 나오는 몬스터라서 조금 강할 줄 알았더니.’

게이트에서 만났던 녀석들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약했다.

구태여 마나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고 전력을 다할 필요도 없었다.

“많이 잡은 것 같은데, 아직도 남아있구만.”

유현은 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착점은 멀었고, 골렘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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