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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23화 (2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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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은 만족스러운 금액을 손에 쥔 채 집으로 돌아왔다.

마석을 넘기고 계좌로 입금된 금액은 3억 남짓. D급 몬스터를 백 마리 가까이 잡았으니 당연한 금액이었다.

“이 정도면 헌터 되기 전까지는 생활비로 충분히 쓰겠는데.”

어느 정도는 저축하고, 나머지는 학비, 생활비, 집값으로 조금씩 상환하면 될 것 같다.

“돈 버는 게 참 쉽단 말이야.”

괜히 목숨 걸어가면서 헌터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게 아니었다.

아카데미의 크기나 학생 수도 이해가 됐다.

“다녀왔습니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집에는 동생들밖에 없었다 부모님 두 분은 오늘도 야근이었다.

“오빠아아아아!”

유하연이 거실부터 뛰어와 유현을 맞아주었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유희연도 현관으로 걸어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돈 벌어왔다.”

“뭐?”

유현이 오늘 막 발급받은 따끈따끈한 통장을 유희연에게 건넸다.

통장을 확인한 유희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야? 무슨 돈이 이렇게 많아?”

“말했잖아. 너 학교 보낼 돈 내가 벌어오겠다고.”

“아니, 너무 많잖아. 혹시 장기라도 팔았어?”

“하연이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다.”

유현은 유하연을 안아 들고 등을 토닥였다.

밤늦게까지 졸음을 참아가며 오빠를 기다리던 유하연은 금세 잠들었다.

유현이 방에 동생을 눕히고 거실로 나왔다.

TV를 보던 유희연이 테이블 위에 올려둔 통장을 내밀었다.

“대체 어디서 난 거야?”

“몬스터 잡았지.”

그 말에 유희연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빠가 게이트에 어떻게 들어가? 헌터도 아니잖아.”

“한서희가 도와줬어.”

한서희의 이름이 나오자 유희연이 입을 틀어막았다.

“서희가 나를 위해서….”

“...꼴값은.”

“진짜 감동이다.”

“야, 몬스터 잡은 건 나다?”

글썽거리던 유희연이 단숨에 표정을 바꿨다.

“뭐, 고맙다.”

“그게 다야?”

“뽀뽀라도 해줘?”

입술을 내밀며 다가오는 유희연에게 유현은 가증스러움을 느꼈다.

“꺼져.”

“어차피 할 생각 없었거든.”

유희연이 유현을 향해 메롱을 날리더니 씩 웃었다.

“근데 고마운 건 진짜야.”

유현은 멋쩍게 코를 쓱 닦았다.

평소에 못살게 구는 동생이지만, 좋아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았다.

“오빠 잘 뒀지?”

“오빠가 판대륙인지 뭔지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게 잘된 일이지.

솔직히 거기 안 갔으면 오빠 지금도 엄청 소심하고 답답했을걸?”

“그건 맞아.”

유현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자신은 바뀌지 않았을 테니까.

“아, 그렇다고 그게 잘된 일이라는 건 아니야. 거기서 개고생했잖아.”

“그랬지.”

수많은 고통 속에서 성장했고, 그 고통은 괴로운 기억으로 남았다.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투성이였다.

“......내가 쓸데없는 말 했나?”

유희연이 오빠의 표정이 굳은 걸 알아채고는 말했다.

유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짜샤.”

유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유희연의 어깨를 건드렸다.

유희연이 신음을 흘리며 멍이 든 어깨를 손으로 가렸다.

“아직 다 안 나았어. 건들지 마.”

“일부러 건든 건데?”

“......”

유희연이 유현을 쏘아보았다.

유현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 동생의 팔을 살살 건드렸다.

“아프냐?”

“하지 마라.”

“해지매래~”

유희연이 주먹을 날렸다. 유현은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이리저리 주먹을 피했다.

“넌 죽어도 나 못 때려.”

“하아.”

유희연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 옆으로 유현이 슬금슬금 다가갔다.

“동생아. 이 오빠는 언제나 네 편이다.”

“...그래. 알겠어.”

“네가 무슨 일을 하든 이 오빠는 언제나 네 뒤에 있어. 알겠냐?”

유희연이 얼굴을 찌푸렸다.

“갑자기 뭐야, 오글거리게.”

“그만큼 오빠는 너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지.”

“아, 진짜 싫다.”

“네가 아직 사춘기라 그래. 나처럼 천년 살아봐. 가족만큼 소중한 게 없어.”

유희연이 쿡쿡거리며 웃었다.

“오빠 진짜 오래 살긴 했구나. 그런 말도 다 하고.”

그렇게 말하며 어깨에 올라온 유현의 손을 두드렸다.

“알았어. 오빠한테는 다 말할게.”

“남자친구 생기면 허락받고.”

“그건 너무 참견 아니야?”

“사귈 순 있냐?”

유희연의 손이 유현의 손을 내리쳤다.

짝!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유현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가족과 나누는 평화로운 대화.

판대륙에서 소망하던 평범한 일상이다. 너무나 즐겁고, 기뻤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싶었다.

평화로운 세상에서 용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

하이패스 테스트.

재능의 원석들을 위해 마련된 아카데미의 진급 제도.

누구나 응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시험이기에 상위 클래스의 기준이 되는 B등급 미만의 참여는 없다시피 했다.

“그거 들었냐? 이번에 테스트 보는 놈이 F반이래.”

“당연히 들었지. 애들이 걔 죽을지 살지 내기하던데?”

그래서 F반 학생의 테스트는 학생들 사이에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C나 D도 아닌 최하급 F반.

특성과 마나를 가지고 있지만, 어딘가 많이 부족한 이들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학급이었다.

학생은 물론이고 선생들 사이에서도 어떻게 테스트가 허가됐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뇌물이라도 먹였나?”

“어차피 통과 못 할 게 뻔한데 뭐하러 돈까지 주냐?”

교내 게시판 앞.

학생들이 게시판에 붙은 테스트 일정 공고를 보며 떠들었다.

뇌물, 인맥, 혈연 등등. 온갖 추측이 난무할 정도로 F반의 하이패스 테스트는 초유의 사태였다.

“보러 갈 거야?”

“포인트 먹으러 가야지.”

시험의 내용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참관을 생각하는 건 복지 포인트 때문이었다.

“이번에 포인트 받으면 외박권 사야겠다.”

“생각해보면 하위 반 애들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맞아. 시험은 금방 끝나고, 포인트는 똑같이 얻고. 그야말로 일석이조지.”

복지 포인트는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특수한 재화다.

학생 식당이나 매점에서 화폐처럼 쓰기이기도 하고, 외출권이나 외박권을 구매할 수도 있었다.

“다들 아침부터 소란스럽네.”

서혜빈이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복도에 모인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하이패스 테스트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나도 알거든.”

서혜빈은 라운지로 몸을 돌렸다.

게시판 앞에는 사람이 더 몰려 번잡해졌다.

“한서희는 어때?”

“평소와 같습니다.”

“유현이 테스트를 하든 말든 별 상관없나 보네.”

인정하기는 싫지만, 한서희는 유현의 영입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다.

어떤 길드가 관심을 가지든 자신을 이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겠지. 심지어 길드 계약도 맺었고.

“재수 없는 년.”

그녀가 원하는 건 모두 빼앗고 싶었다.

사적인 이유도 있지만, 업계의 경쟁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서혜빈. 그녀의 가문은 대대로 내려오는 유서 깊은 헌터 집안이었다.

강한 능력으로 많은 부를 축적했으며, 송진 그룹에서 소나무라는 길드를 운영하는 것처럼 서씨 가문 역시 길드를 운영했다.

소나무 길드와는 업계의 순위를 다투는 경쟁 상대.

소나무의 몸집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가문 측에서도 기꺼이 지원해줄 게 분명하다.

‘문제는 그 남자가 길드에 얼마나 도움이 되냐는 건데.’

하이패스 테스트의 시기가 참으로 시의적절했다.

오늘로 유현이라는 남자가 얼마나 길드에 도움이 될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한서희. 저번에 아주 기세가 등등했었지.’

서혜빈이 지난 기억을 곱씹었다.

-올챙이가 개구리를 이길 수는 없다.

그런 건방진 말을 지껄인 한서희를 절대 가만히 둘 수 없었다.

‘두고 봐.’

더는 자신들을 올챙이라고 평가할 수 없을 만큼 짓밟아줄테다.

서혜빈이 복수심을 불태웠다.

***

-크아아앙!“

스마트폰 스피커 너머로 괴물의 흉성이 터져 나왔다.

한서희는 물끄러미 화면을 바라보았다.

화전의 대지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유현의 영상.

반나절 이상을 게이트에서 머물렀다고 하는데, 정작 제대로 찍힌 영상은 1분 남짓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유현의 전투력은 그 60초에 착실히 담겼다.

“......”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그의 자세한 힘을 알고 싶어서 영상을 찍어오라고 했건만, 그에게 D등급 게이트는 동네 마실 수준도 아니었다.

“압도적이야.”

한서희는 문득 유현의 특성이 궁금해졌다.

분명 신체를 강화하는 특성이겠지만, 그 한계가 어디일까.

D+ 등급에 해당하는 붉은 여우도 이렇게 쉽게 잡아버린다면….

‘적어도 B?’

최소 B등급은 된다는 소리다.

‘B등급은 조금 아쉬운데.’

적어도 A등급 이상이길 바랐다.

그래야 수지타산이 맞는다.

자기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줬는데 A도 되지 않으면 그 시간을 낭비한 것이나 다름없다.

‘오늘이면 알게 되겠지.’

테스트에는 다양한 등급의 몬스터가 등장한다.

F등급부터 시작하여 A등급까지.

보통 A등급은 보스급 몬스터이기에 마지막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유현이 테스트를 모두 통과한다면 A등급 수준인 건 확실해진다.

“뭐하냐?”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한서희를 상념에서 끌어냈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깜짝이야.”

“왜 여기 있어?”

한서희가 앉은 이곳은 하위 클래스 건물의 옥상으로 향하는 층계였다.

옥상의 문이 잠겨있어 사람이 오지 않는 곳이기에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이곳에 오곤 했다.

“잠깐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요.”

“상위 클래스는 시끄러워?”

“조용한 장소가 있긴 한데 거긴 맨날 불청객이 있어서요.”

서혜빈과 그 무리를 생각하며 한서희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셔틀 타고 여기까지 오는 거야?”

“셔틀 타고 올 때도 있고, 걸어올 때도 있어요.”

“고생을 사서 하네.”

한서희가 옅게 웃었다.

“근데 여긴 어찌한 일이에요?”

“그냥 너 냄새나서 와봤어.”

“내, 냄새요?”

한서희가 자신의 몸을 킁킁거렸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데 대체 무슨 냄새를 맡았다는 걸까.

“뭘 그리 킁킁거려?”

“당신이 냄새난다고 하니까 신경 쓰이잖아요.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원래 자기 냄새는 자기가 못 맡아.”

“진짜 안 난다니까요?”

“안 나면 말고.”

유현이 다시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저기, 잠깐만요.”

한서희가 그를 불러세웠다.

“왜?”

“오늘 시험 자신 있죠?”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럼 안 되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주세요.”

그래야 투자한 가치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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