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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22화 (2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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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의 대지를 방황하는 몬스터들. 여러 파티가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다.

D급 헌터뿐만 아니라, E급 헌터로 이루어진 파티도 있다.

이곳은 D급 게이트지만, E급 헌터들도 팀워크만 잘 맞는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곳이었다.

화르륵!

온몸을 불태우며 유현의 앞을 막아서는 거대한 불도마뱀.

뒤쪽에 떨어져 있는 이성욱이 마른 침을 삼켰다.

과연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한서희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도마뱀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놈 같다?”

적을 앞에 둔 채 유현이 태연하게 몸을 풀었다.

그의 주먹 위로 체내를 감돌던 마나가 덧씌워졌다.

불꽃이 상대의 무기라면 꺼버리면 그만. 유현이 적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크윽!”

엄청난 세기의 바람이 몰아쳤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이성욱도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안 돼! 놓칠 수 없어!’

이성욱이 불굴의 기지를 발휘하여 가까스로 몸을 낮춰 바람에 대항했다.

사명감 하나로 자세를 다 잡은 이성욱이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어?”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좀 전까지 앞에 있던 유현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셨지?”

자신의 앞에는 거대한 도마뱀이 불꽃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짧은 사이에 사냥이 끝났다.

“얼마나 쌘거야?”

“꺄악!”

그때, 뒤쪽에서 비명이 들렸다.

이성욱이 재빨리 몸을 돌렸다.

“아, 저기 계시네.”

근처에 있는 불도마뱀 앞에 유현이 서 있었다.

이성욱이 카메라의 줌을 확대해 유현을 화면에 담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마음을 먹은 순간, 유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허공으로 피가 튀어 올랐다. 뒤이어 도마뱀의 몸이 기울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어라?”

사라졌던 유현이 다시 화면 위로 나타났다. 그 손에는 마석이 들려 있었다.

“한 번에 죽였어?”

유현이 다시 움직였다.

이성욱은 그를 놓칠 새랴 허겁지겁 뛰었다.

“유현님! 같이 가요!”

***

“으윽!”

불도마뱀의 꼬리가 전사의 방패를 강타했다. 간신히 막아냈지만, 방패의 상태가 좋지 않다. 앞으로 몇 번이면 부서질지도 모른다.

“대장! 어떡해!”

뒤쪽에서 들려온 파티원의 고성에 방패를 든 철갑주의 전사가 이를 악물었다.

너무 깊이 들어온 게 실수였다. 돌아가는 길 역시 고려했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몬스터들과 마주쳤다.

‘젠장.’

긴 사냥으로 파티원들은 지쳤다. 장비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 회복약은 다 떨어진 지 오래다.

이대로 가면 불도마뱀에게 몰살당할 게 분명한 상황. 누군가가 희생하여 불도뱀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그래야 파티원들을 살릴 수 있었다.

“크워어어어!”

불도마뱀이 재차 공격했다.

날아드는 불꽃들.

전사가 얼마 남지 않은 마나를 활용하여 특성을 발동시켰다.

쾅!

방패를 기점으로 펼쳐진 보호막이 불덩이를 막아냈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었다. 최후의 방어를 펼친 방패가 반으로 쪼개진 것이다.

“도망쳐!”

전사가 뒤쪽에 모여있던 파티원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기진맥진하여 제대로 도망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다.

“대, 대장은요?!”

“말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튀라고!”

전사가 바닥에 널브러진 검을 들고는 도마뱀을 향해 뛰었다.

그의 뒤를 보던 파티원들도 망설임 끝에 등을 돌렸다.

다들 알고 있었다. 방심이 위기를 불러온 이상, 모두가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군가는 희생해야 했으며, 대장이 그 역할을 자처했다.

“씨바아알!”

욕을 내뱉으며 달아나는 파티원들. 헌터의 세계에서 신뢰하는 동료를 잃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미련하게 자리를 지켜 동료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는 없다.

쾅!

그때, 뒤쪽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불도마뱀이 일으켰다고는 믿기지 않는 강력한 충격.

도망치던 파티원들도 발을 멈춘 채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안 보여.”

“대장!”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자욱한 먼지를 걷어냈다.

검을 들고 서 있는 전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앞에는 불도마뱀이 쓰러져 있었다.

“대장!”

파티원들이 다시 전사의 옆으로 돌아갔다.

전사는 얼떨떨한 얼굴로 파티를 돌아보았다.

“대단한데 대장!”

“......”

“대체 검술은 언제 배운 거야?!”

전사는 멍하니 불도마뱀을 바라보았다.

“내가 한 게 아니야.”

“뭐라고?”

파티원들의 시선이 불도마뱀에게 돌아갔다. 머리는 물론이고 온몸에 뚫린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어떤 흔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검으로 만들어진 자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현님! 어디 계세요!”

의문에 빠진 파티원들의 옆에 이성욱이 나타났다.

파티원들이 그를 돌아보는 사이, 시체 위로 누군가 착지했다.

“여기요.”

“제발 같이 좀 다녀주십쇼! 보고하려면 영상을 찍어야 합니다!”

“알아서 잘 따라와야죠.”

“그리고 아까부터 자꾸 그러시는데 사냥감을 빼앗는 건 절대 안 됩니다! 괜한 분쟁이라도 생겼다가는….”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죠. 한 번 당길 수 있을 때 바짝 당겨둬야 한단 말이에요.”

파티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들로서는 알 수 없었다.

“저, 저기!”

전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유현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요?”

“고맙습니다!”

유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항의하면 적반하장으로 나갈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고맙다니.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무리를 살피던 유현은 곧 그가 고마워 한 이유를 깨달았다.

“아저씨 멋진데요?”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들을 살리려 하다니. 판대륙에서도 보기 드문 용맹하고 의리 있는 사람이었다.

“저 분이 잡은 거예요?”

“맞아.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타나셨어.”

얼굴을 가린 무서운 가면과 불도마뱀을 단번에 쓰러뜨린 엄청난 실력. 파티원들은 자연스레 유현을 우러러보았다.

“앞으로도 그 희생정신. 잊지 않길 바랍니다.”

유현은 전사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주고는 훌쩍 뛰어 파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마석을 돌려주는 일 따위는 없었다.

“유현님!”

이성욱이 급히 뒤를 따랐다.

덩그러니 남은 파티는 조금 전까지 그들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유현이라고 했지.”

“옷차림은 고인물 같았는데 이름은 처음 들어봐요.”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진짜 정체를 감춘 채 활동하는 이들. 유현이라는 저 남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파티였다.

“만약 저분이 정체를 밝히게 되면, 우리가 팬클럽 만들자.”

전사의 말에 반론하는 이는 없었다.

***

“유현님, 유현님! 제발!”

“빨리 와요!”

유현은 무서운 속도로 화전의 대지를 누볐다.

단순히 마석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그는 전투를 즐기고 있었다.

지난번 들어갔던 게이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타격감.

D급 게이트의 몬스터 역시 그의 상대는 되지 않았지만,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하악, 하악.”

이성욱이 숨을 헐떡였다.

촬영은 커녕 뒤를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일반적인 능력자라면 따라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하하!”

오랜만에 느껴보는 전투의 쾌감.

거기에 돈까지 들어오니 유현의 기분은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유현님!”

또 한 마리의 불도마뱀에게서 마석을 회수한 유현은 자리에 서서 이성욱을 기다렸다.

몇 시간 동안 얻은 마석만 해도 백 개가 넘었다. 이 정도면 학비는 물론이고 생활비도 충족할 수 있었다.

“드디어 멈춰주셨군요.”

“하나만 더 잡고 갑시다. 이번에는 찍을 수 있게 천천히 움직일게요.”

“막 봐주시고 그러면 안 됩니다. 아가씨는 유현님의 실전 전투력을 보고 싶어 하시는 거니까요.”

“오케이. 안 봐줄게요.”

유현이 이전보다 느린 속도로 적을 찾아 움직였다.

“크아아앙!”

얼마나 이동했을까.

몬스터가 유현의 앞을 막아섰다.

지금껏 사냥했던 불도마뱀과는 다른 몬스터였다.

“부, 불꽃 여우!”

불도마뱀보다 한 단계 높은 D+ 등급에 해당하는 몬스터다.

과연 유현은 어떤 전투를 보여줄까.

이성욱은 기대감과 함께 녹화를 시작했다.

“크아앙!”

울부짖는 불꽃 여우에게 유현이 곧장 쇄도했다.

화면을 보던 이성욱은 눈을 크게 떴다.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 주먹에 가격당한 불꽃 여우의 머리가 반대로 완전히 돌아가기도 전에 유현이 반대쪽에서 나타나 다시 머리를 가격했다.

일반인이 봤다면 불꽃 여우가 무엇에 공격당하는지도 눈치채지 못할 속도였다.

‘말도 안 돼.’

공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치 드럼을 치는 것처럼 점점 빨라졌다.

“허.”

이성욱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건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아가씨가 괜히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었어.’

어느 정도 강한 사람이라는 건 예상했지만,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최상급 헌터가 아니라면 보여줄 수 없는 움직임. 어중간한 수준의 헌터가 아니었다.

‘B급. 아니, A급? 어쩌면 S급에 버금갈지도 몰라.’

그 등급을 쉽게 예측할 수가 없었다.

쿵!

불꽃 여우가 쓰러졌다.

순식간에 끝난 전투. 유현은 태연하게 불꽃 여우에게서 마석을 채취했다.

“대단하신데요.”

이성욱도 녹화를 끝내고 유현에게 다가갔다.

유현은 웃으며 지금까지 모은 마석을 모두 꺼냈다.

“와, 정말 많네요.”

“얼마나 나올까요?”

이성욱이 가방에 마석을 넣으며 계산했다.

“D급 마석 평균 시세가 소형 기준으로 개당 200만원 선입니다. 이 정도면 동생분 학비는 충분히 채우겠는데요?”

유현은 만족했다.

간만에 몸도 풀었고, 돈도 많이 벌었다. 이 정도면 헌터 일도 크게 어렵지 않게 해낼 것 같았다.

“참, 그러고 보니 아가씨가 전해달라는 말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뭔데요?”

“마석 처분을 도와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셨습니다.”

“예? 왜요?”

“계속 도움을 주면 유현님께서 헌터 아카데미를 그만두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런 방법이.”

확실히 계속 도와주면 굳이 시간들여가면서 아카데미 졸업장을 딸 필요가 없기도 하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줄이야.’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치밀한 사람이었다.

“그럼 슬슬 돌아가죠.”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이번에는 길을 아는 이성욱이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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