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7화 (1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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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이네.”

“겨우 두 마리? 뭐, 근데 마나가 없으면 저것도 못 잡겠지.”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고블린들이 이쪽으로 뛰어오는데도 유현은 허리를 잠깐 숙인 것 외에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포기한 것 같은데요.”

“손은 왜 저러고 있는 거야?”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안칠성은 조용히 유현을 응시했다.

유현은 앞으로 손을 뻗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부장님? 포기한 것 같은데 끝내죠?”

“아직 이릅니다.”

“안 선생님. 담임이었다고 너무 편드는 데 그러다 애 버릇 잘못 들어요.”

안칠성이 째릿 눈에 힘을 주자 윤혜경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조금만 더 두고 보죠.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며 중지하겠습니다.”

박정숙은 조금이지만 유현에게 기대를 걸었다.

심사 자리에서 선생님들을 상대로 보여주던 그 패기와 자신감이 헛된 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아, 지금 아니면 오늘 수업 꽉 차 있어서 쉬는 시간도 없는데….”

“허허, 윤선생. 우리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자고.”

띠링!

그때였다.

스피커를 통해 장내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가 유현을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이거 몬스터 죽었다는 소리 아니에요?”

“맞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두 마리 다 아직 서 있는데?”

선생들이 전방을 바라보았다.

고블린 한 마리는 여전히 달려오고 있었고, 다른 고블린 하나는 그 자리에 선 채로 굳어 있었다.

왜 소리가 들린 건지 의문스러운 상황. 누구 하나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서 있던 고블린이 털썩하고 쓰러졌다.

“어, 어?”

“왜 쓰러져?”

띠링!

이윽고 다시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선생들도 뛰어오던 고블린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걸 목격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이유는 오리무중이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소, 소, 손가락.”

윤혜경이 말을 더듬으며 유현을 가리켰다. 그 끝에는 앞으로 뻗은 손가락이 있었다.

“손가락이 뭐요?”

“저, 저걸로 뭔가를 튕겼어요.”

유현이 몸을 돌렸다. 여유로운 미소가 그의 얼굴에 걸려 있었다.

“통과죠?”

“어떻게 한 건가요?”

“그냥 튕겼는데요?”

“튕기다니 뭘요?”

유현은 대답대신 허리를 숙여 경기장의 딱딱 흙을 파냈다.

“이거요.”

유현이 딱딱한 흙을 작고 둥글둥글 말아 손가락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박정숙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걸 손가락으로 튕겨서 몬스터를 잡았다고요?”

“네. 저런 놈들이면 이걸로 떡을치죠.”

“한 번 보여줄래요?”

유현은 엄지에 침을 발라 작은 흙구슬의 접착력을 높였다. 그대로 앞으로 손을 뻗고, 딱밤을 때리듯 검지를 튕겼다.

피잉-!

구슬이 박정숙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선생들 사이를 지나 반대편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박정숙이 긴장을 삼키며 고개를 살짝 틀었다. 구슬에 스친 머리카락 몇 가닥이 어깨 위로 떨어졌다.

“말도 안 돼.”

“손가락으로 저런 파워를 낸다고?”

“시, 신 선생. 지금 저 아이 정말 마나가 없는 게 맞나?”

“......없어요. 전혀.”

선생들 사이에서 어처구니없는 헛웃음이 터졌다.

두 눈으로 보고서도 쉽게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소, 소영쌤. 거짓말 아니죠? 진짜로 마나 안 보여요?”

“제가 뭣하러 거짓말을 하겠어요.”

“지, 진짜 그럼 저게 손가락 힘이라고요…?”

윤혜경이 경악한 얼굴로 유현을 바라보았다.

그런 윤혜경을 보며 유현이 씩 웃었다.

“사과하실래요?”

“사, 사과는 무슨 사과?”

“자꾸 저한테 뭐라고 하시던데, 내가 직접 증명했잖아요. 사과하세요.”

“너는 애가 속 좁게 그런 걸로….”

“선생님 속은 넓어서 그런 말 하셨어요?”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안칠성이 중재하며 나섰다.

“야, 그만해라.”

“아뇨. 전 사과받아야겠는데요?”

“선생님한테 그러면 안 되지.”

“선생님이 학생한테 그러는 건 돼요?”

유현의 말에 안칠성은 할 말을 잃었다.

‘애가 왜 이렇게 논리적이야.’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나이가 지긋한 박철수 선생에게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받은 박철수는 헛기침하며 윤혜경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깔끔하게 끝내는 게 어떤가?”

“...알았어요. 하면 될 거 아니에요.”

윤혜경이 입술을 꾹 누르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내가 말이 심했어.”

“오케이.”

유현은 쿨하게 사과를 받아들였다.

한차례 소동이 끝나자 사람들의 관심사는 다시 조금 전의 테스트로 돌아갔다.

“유현 학생. 혹시 지금 그건 순수한 육체의 힘인가요?”

신소영의 물음에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럼 제 간파로도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네요.”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가?”

“열심히 운동하면 되죠.”

유현이 자신의 알통을 박철수에게 보여주었다. 굴곡진 근육의 형태에 다들 감탄했다.

“와, 대단한데?”

“만져봐도 돼?”

윤혜경도 스스럼없이 근육 구경에 합류했다.

주변의 환호를 받은 유현은 반대쪽 팔까지 까며 근육쇼를 펼쳤다.

“다들 조금 진정하세요.”

박정숙이 그들을 말렸다.

선생들은 헛기침하며 한 걸음 물러났다.

“대단하네요. 신체 강화형 능력자도 아닌데 그렇게 힘이 강하다니.”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노력해도 아무나 인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는 없죠. 혹시 그 힘은 손가락에만 국한된 건가요?”

유현은 대답 대신 허공으로 주먹을 뻗었다. 거리를 두고 서 있던 안칠성이 불어온 강풍에 휘청였다.

“전신에 해당하는군요. 그럼 더욱 더 기대가 되네요.”

“저거 해부감 아니에요? 너무 신기한데.”

“그러게 말일세. 살면서 능력도 아닌데 저렇게 강한 힘을 내는 사람은 처음 봤어.”

선생들은 저마다 그 이유를 생각해봤지만, 아무도 명확한 답을 떠올리진 못했다.

그만큼 유현의 힘은 불가사의했다.

“그럼 여러분, 아까 말한대로 유현 학생은 계속 아카데미에 재학합니다. 그리고 하이패스 테스트도 허가됐고요.”

박철수가 손뼉을 쳤다.

다른 선생들도 그를 따라 축하를 보냈다.

“등급은 어때요. 그대로가 좋나요? 올라가고 싶다면, 권한으로 올려줄 수 있어요. 비록 두 단계가 끝이지만.”

유현의 등급은 F.

하지만 지금 보여준 힘은 F등급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아, 얘 F반이었지.”

“이런 애가 어떻게 F반으로 갔지?”

선생들도 뒤늦게 상기하고는 신기하다며 떠들었다.

“딱히 상관없어요.”

“올라가면 여러 가지로 혜택이 많을 텐데요.”

“괜찮아요.”

“지금 상태로 하이패스 테스트를 통과한다고 해도 F반으로 갈 뿐이에요. 정말 상관없나요?”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올라갈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F반에 남아 있고 싶었다.

“유현 학생의 생각이 그렇다면 더 말하진 않을게요.”

오후의 소동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선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교실로 돌아갔다.

“야, 현아. 너 어떻게 된 거야?”

“피나는 노력,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냐? 노력했다고 1년 만에 그렇게 되면 개나소나 다 운동하게?”

“선생님. 세상이 이모양입니다. 저처럼 운동으로 이런 힘을 기를 수 있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어요.”

“......그것도 그러네.”

안칠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현의 말뜻을 이해했다.

왜? 라는 물음에 답할 수 없는 것들이 수없이 많은 세상이다. 그러니 더 이상의 출처를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

“아무튼, 잘 됐다, 이놈아!”

안칠성이 펄쩍 뛰어올라 유현의 목에 손을 감았다.

“아, 아! 아파요!”

“사내자식이 엄살은!”

***

유현은 혼자 교실로 돌아왔다.

이동 수업인 탓에 교실은 텅 비어 있었다.

“일이 술술 잘 풀리네.”

몇 번 난관이 있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돌파했다.

이제 남은 건 하이패스 테스트.

다들 어렵다고 말은 하는데 유현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봤자 고등학생 능력자들이 치를 수준이겠지.’

상위 클래스라고 해도 아직은 고등학생. 일천한 경험으로도 통과가 가능한 테스트다.

수많은 역경과 고행을 겪어온 유현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테스트 일정은 나중에 어머니 통해서 알려준다고 했고.”

이대로 집에 가서 테스트 일정이 잡힐 때까지 나오지 말라고 했다.

1학년 교실에 있기도 2학년 교실에 있기도 애매하기 때문이겠지.

유현은 쪽지를 적어 주시하의 책상 서랍에 넣었다.

오늘은 이만 하교하라는 안칠성의 말이 있었기에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산에나 들러야겠다.’

마나의 재구조화를 가속할 생각이었다. 당장 교복부터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네가 유현이냐?”

가방을 챙기려는데, 누군가 교실로 들어왔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유현 아니야?”

“누구더라.”

“맞는 거 같은데. 너 대체 금태양한테 뭔 짓을 했길래 애들이 니 이름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냐?”

금태양의 언급으로 유현은 상대가 누구인지 대충 깨달았다.

“걔가 복수해달라고 불렀냐?”

“아니, 그건 아니고. 위에서 널 좀 잡아오라고 해서.”

“위? 누구.”

“알면 찾아가게? 얌전히 따라와라 그냥.”

따라가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유현은 거짓말을 뱉었다.

“나 유현 아닌데.”

“아니라고?”

“응. 걔네 싸우는 건 아까 지나가다 봤어.”

“그럼 너 옷에 붙은 명찰은 뭐냐?”

“아.”

상대 무리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나와라.”

“싫어.”

유현은 주변에 CCTV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곧장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어어!”

“잡아!”

빠각!

유현이 당황하는 무리들 사이를 헤집으며 공격했다. 좀 싸우는 놈들인지 쉽게 당해주지만은 않았다.

날아오는 반격에 유현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후.”

한 차례 숨을 고른 뒤 상대의 주먹을 붙잡았다. 그리고 상대의 주먹 힘을 그대로 이용해 업어 쳤다.

쿵!

책상 위로 떨어지며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자, 잡아!”

유현은 이전보다 더 간결하고 민첩한 동작으로 공격을 회피하며 패거리들을 쓰러뜨렸다.

“커헉!”

“으윽!”

패거리는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유현은 바닥에 널브러진 이들을 훑어보았다.

“한서희는 아니겠고. 누구지?”

고통에 끙끙거리는 패거리들.

유현은 그들을 뒤로하고 교실을 나섰다.

“아, 참.”

교실을 나갔던 유현이 다시 돌아와 한마디를 던졌다.

“시킨 놈한테 전해라. 볼 일 있으면 직접 찾아오라고.”

***

방과 후.

상위 클래스의 라운지에 서혜빈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어, 어떻게 된거야!”

벤치에 앉아 있던 푸근한 덩치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허. 미안.”

“웃음이 나오냐?”

“그럼 뭐 우야꼬. 일이 이렇게 돼버렸는데.”

“하, 진짜….”

“들어보니까 금마 싸움을 억수로 잘한다카더만. 내가 가는 게 맞는 거 아이가?”

서혜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한서희한테 들키면 걔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안 들키게 몰래 가면 되지. 니 바보가?”

서혜빈이 주먹을 휘둘러 한주석의 팔을 때렸다.

두꺼운 지방 덕에 퍽- 하며 찰진 소리가 났다.

“아야….”

“E반 애들은 얻어터졌고, 걔가 직접 오라고 했다며?”

“예, 그렇습니다.”

“D반 애들은?”

“한주석님께서 보내도 똑같을 거라고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서혜빈이 한주석을 노려보았다.

그는 자신의 팔을 문지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마, 하성진! 너도 같이 상의했잖아! 왜 나만 팔어!”

“예? 언제요?”

“와! 환장하겠네!”

“조용히 해!”

서혜빈이 빽 소리를 지르자 한주석도 입을 다물었다.

“참, 그리고 아가씨. 이건 제가 지나가다 들은 정보긴 한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들으시겠습니까?”

“뭔데?”

“그 유현이라는 놈이 하이패스 테스트를 본다더라고요. 근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교무실 밖에서 슬쩍 들은거라서요.”

“그 정도면 확실한 정보네.”

이 정보는 유현의 힘을 증명하는 정보였다. 아마도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진실일 것이다.

“유현이 F반이긴 해도 아마 충분한 힘이 있으니까 그걸 심사에서 증명했겠지. 선생님들도 그래서 신청을 받아준 거고.”

“유현이 뭐?”

그때, 제삼자의 목소리가 라운지 내로 울렸다.

“하, 한서희…!”

한주석이 눈을 크게 떴다.

“유현이 뭐요.”

“......유연하다고 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길래 와봤더니,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건가요?”

한서희가 하성진을 노려보았다.

“당신이 아까 내 그림자에 숨었군요?”

“아닌데요.”

“시선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거기서 유현에 대한 정보도 얻었겠죠.”

“......”

한서희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할 짓이 그렇게 없나요? 내가 직접 피곤하게 만들어 줘요?”

“너 말이 좀 그렇다?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니?”

“다른 사람 대화 엿들어놓고 왜 그렇게 당당해요?”

서혜빈은 입을 다물었다. 그건 잘못이 맞았으니까.

“그냥 좀 조용히 가줘라. 너랑 떠들면 괜히 피곤해지니까.”

“누가 할 소리를요. 근데 가기 전에 확실하게 들어야겠어요. 유현이 하이패스 테스트를 본다는 게 진짜예요?”

서혜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 들어놓고 모른 척 물어본 거야?”

“대답만 해요.”

“그래, 유현이 하이패스 테스트 본다. 근데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한서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이패스 테스트는 시험이기도 했지만, 그걸 구경하는 학생들에게는 자극적인 스포츠와 마찬가지였다. 모두의 이목이 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현의 힘이 드러나면 경쟁자가 늘어날 텐데.’

학생들이 테스트를 참관할 테고, 유명 길드들과 계약관계인 학생들은 그의 이야기를 길드에 전할 것이다.

경쟁자는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계약은 맺었지만….’

위약금을 물어내서라도 데려갈 곳은 있을 터. 자신이 어떻게 터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떻게 보면 오히려 잘된 일이다.

하이패스 테스트를 통해 그의 정확한 힘을 파악하고, 가치를 재고할 기회였다.

지금은 그의 힘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 직감적으로 강자라고 느끼긴 했지만, 직감에 온전히 미래를 맡기기에는 불안했다.

‘어차피 언젠가는 드러날 보석이야.’

낭중지추의 인재였다.

시기가 빠르긴 하지만, 드러난다고 문제 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녀의 뒤에는 송진그룹이라는 대기업이 있었다. 유현이 이미 소나무와 계약했다는 걸 알게 되면 다들 싸울 생각 대신 발을 뺄 것이다.

“당신도 유현을 영입할 생각이군요?”

한서희가 서혜빈을 떠보았다.

서혜빈은 움찔하고는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내가 있는데 그게 될 것 같아요?”

“......”

“올챙이가 개구리를 이길 순 없어요. 당신 가문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연못을 벗어나지 못한다고요. 그러니까 주제를 알고 덤벼요.”

한서희가 휙 몸을 돌려 라운지를 나갔다.

적막이 들어선 라운지.

서혜빈은 말없이 입술을 잘근거리더니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으아아아아악! 망할 년 같으니라고!!”

“아, 아가씨. 진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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