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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10화 (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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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양인데 왜 네가 지랄이야!”

“동물 학대잖아요!”

문화센터 뒤편, 주차장 입구가 위치한 으슥한 구석.

한서희와 덩치 큰 남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한서희는 고양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품에 더 꽉 껴안았다.

“하, 어처구니가 없네. 고양이도 사유재산이야. 이거 절도라고!”

“동물학대범이 무슨 절도를 운운해요?”

“하, 시발. 한서희고 나발이고 안 되겠다.”

선두에 선 남자가 입고 있던 웃옷을 내동댕이쳤다. 뒤에 서 있던 다른 둘도 주먹을 쥐었다.

“바라던 봐에요. 내가 싸워서 질 것 같아요?”

“싸울 수 있으면 싸워봐. 우리 이거 다 녹화할 거야.”

남자가 휴대전화를 꺼내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여기 이 미친년이 제 고양이를 가져가서는 동물 학대라고 지랄지랄을 해댑니다.”

“당신이 때리는 걸 내가 봤다니까요!”

“거 시발! 말 안 들으면 매질도 하고 그러는 거지!”

한서희가 이를 악물었다.

“이 작고 귀여운 게 뭐가 나쁘다고 때려요?!”

“너도 돼지랑 소 먹잖아!”

“내가 고양이 먹는다고 뭐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왜 멀쩡한 애를 발로 차고 그러냐고요!”

대화는 끝없이 평행선을 그렸다.

남자는 분노에 가득찬 얼굴로 한서희를 노려보았다.

“하, 시발! 뺏자 그냥.”

천천히 다가오는 덩치 큰 세 사람.

한서희는 뒷걸음질 쳤다.

마음 같아서는 능력으로 정리하고 싶었지만, 저쪽 멀리 CCTV가 하나 보였다.

이들에게 능력을 사용한다면 아무리 동물 학대범이라고 해도 불리한 여론이 생길 가능성이 컸다. 재벌을 향한 대중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면 쓸 수밖에 없어.’

한서희가 능력의 사용을 준비하던 그때. 그들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

한서희의 기운을 쫓아온 유현은 의외의 광경을 목격했다.

서로 싸우는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아무래도 고양이 때문인 것 같았다.

‘여기다 두고 갈까.’

저 싸움은 보나 마나 여자의 승리다. 유현은 그대로 지갑을 내려놓고 떠나려 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더 높아졌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가만히 지켜보던 유현은 결국 싸움에 끼어들었다.

“여.”

남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한서희 역시 유현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넌 또 뭐야?”

“신고하면 뒤진다?”

유현은 말없이 사내들을 향해 쇄도했다. 잔상이 넘을 정도로 민첩한 움직임. 누구도 유현의 공격에 반응하지 못했다.

팍! 하는 소리가 세 번 들렸다.

한 명은 저 멀리 날아갔고, 한 명은 그 자리에서 바닥에 꽂혔으며, 마지막 한 명은 주차장 입구에 널브러졌다.

“......”

한서희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다.

날아가고, 구르고, 메다 꽂히고.

그건 마치 하나의 동작처럼 보일 정도였다.

“다, 당신 뭐에요?”

가까이 다가온 유현을 보며 한서희는 말을 더듬었다.

“유현이요.”

“아, 아니. 이름 말고요. 헌터에요? 길드 있어요?”

“아니요. 헌터 아닌데요.”

유현은 한서희에게 지갑을 내밀었다.

“이거 떨어뜨렸어요.”

한서희가 지갑을 보고 자신의 주머니를 더듬었다. 주머니가 빈 걸 확인하고는 황급히 지갑을 낚아챘다.

“......”

“고양이 많이 좋아하나 봐요.”

“......비밀로 해주세요.”

“예? 아, 예.”

네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비밀로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

“야오오옹!”

한서희가 품에 안았던 고양이를 내려주었다.

고양이는 쓰러진 남자에게 쪼르르 달려가더니 남자의 얼굴을 향해 오줌을 갈겼다.

그러고는 다시 한서희의 발치로 와서 몸을 비비더니 풀숲으로 사라졌다.

“재밌네. 고양이도 감정을 느끼나.”

“개체에 따르지만, 고양이도 감정을 느끼긴 해요. 주인의 감정을 신경 쓰는 녀석들도 있고요. 근데 저런 식으로 화풀이하는 건 처음 보네요. 보통은 냥냥펀치를….”

한서희가 말을 멈췄다.

하얀 피부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신났다고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다.

“고양이 박사시네요.”

“아, 아뇨….”

“그럼 저는 이만. 아까 도와준 은혜는 갚았습니다.”

한서희는 그대로 떠나려던 유현을 급히 붙잡았다.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는 끝났지만, 아직 그에게 볼일이 남아 있었다.

“아까 헌터가 아니라고 했죠?”

“예.”

“아카데미는 다녀요?”

“휴학중이에요.”

다니기는 한다는 소리였다.

한서희가 반색하며 유현의 손을 붙잡았다.

“그럼 우리 길드랑 계약해요.”

“길드는 좀...”

“저 한서희에요. 송진그룹 외손녀. 얼굴은 모르는 것 같은데 이름은 들어봤죠?”

유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듣는데요?”

한서희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녀는 짐짓 헛기침하며 냉정함을 되찾았다.

“그래도 송진 그룹은 알 거 아니에요.”

“거긴 들어봤죠.”

“그룹 산하에 소나무라는 길드가 있어요. 들어와요. 최고의 대우를 보장할게요.”

유현의 힘을 확실히는 모르지만, 범상치 않은 건 분명했다.

적을 상대하는 걸 보면 분명 재능과 경험을 겸비한 노련한 사람이었다.

“싫은데요.”

“...네? 왜요?”

“길드 들어갈 생각은 없어요. 그것보다 방금 막 생각난 게 있는데...”

유현의 말은 한서희에게 닿지 않았다. 소나무 길드는 나름 업계 탑에 속하는 길드 중 하나였다. 그런 곳에 조건도 들어보지 않고 들어가기 싫다니.

그녀로서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저기요?”

“......말씀하세요.”

“이거 마석 좀 돈으로 바꿔줄 수 있냐고요.”

마석이라는 말에 한서희가 반문했다.

“헌터도 아닌데 마석을 어떻게 가지고 있어요?”

“......노코멘트.”

“불법 침입이군요. 자격증이 없어서 처분도 못 하고 있고요.”

유현은 말을 아꼈다.

“도와줄게요.”

“오, 진짜요?”

“근데 공짜는 아니에요.”

기뻐하던 유현의 얼굴이 급격히 침울해졌다.

“그, 그렇게까지 실망할 건 없잖아요...!”

“나도 모르게 그만.”

“큰 부탁은 아니고, 그냥 질문 몇 개만 할게요. 우리 길드에 들어오기 싫다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길드가 싫은 거예요?”

유현은 담담하게 후자라고 말했다.

“제가 어디 소속되어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그럼 그나마 다행이네요.”

다른 곳에 경쟁자를 뺏기지는 않을 테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한서희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마석은 왜 돈으로 바꾸려는 거에요? 나중에 헌터 돼서 바꾸면 되잖아요.”

“좀 급한 일이라서요.”

“급한 일이면 빚 밖에 없지 않아요? 몇 살이에요?”

빚이라. 빚도 갚긴 갚아야 했다.

집안 빚이 그 대금업자들에게 빌린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빚도 갚아야 하고, 집도 사야 하고. 나이는 18살이에요.”

“저보다 한 살 많네요.”

“뭐? 진짜?”

“......말 놓는 게 너무 빠르지 않아요?”

“싫으면 너도 놓던가. 존댓말은 불편해.”

한서희는 고개를 젓고는 조금 전의 답변에서 다음 질문을 선택했다.

“집은 왜 사요? 집이 없어요? 아니면, 자기 명의가 아닌가?”

“......”

“......집이 없구나.”

한서희는 유현에게 측은함을 느꼈다. 컴퓨터도 쓸 줄 모르고, 집도 없고.

그러는 와중에 돈을 벌기 위해 몬스터를 잡았지만, 정작 그걸 바꿀 수익화 할 수도 없었다.

“내가 바꿔줄게요.”

“아싸, 땡큐.”

“근데 돈 말고 다른 걸로 바꿔줄게요.”

한서희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집이면 되죠?”

***

불쌍해서 그런다. 라는 게 한서희의 의견이었다.

동정을 받는 건 딱히 상관없었기에 유현은 한서희의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재벌이 좋긴 좋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불쌍하다고 집도 사주고.

물론 단순히 불쌍하다는 게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유현은 잘 알고 있었다. 부자란 족속들이 얼마나 머리를 잘 쓰는지를.

‘길드 들어오라고 어필하는 거겠지.’

그게 아니면, 굳이 집을 사줄 필요도 없다. 아마 미래에 자신의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기대하는 거겠지.

애석하게도 그럴 일은 없다.

한서희와 헤어진 유현은 도서관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서희의 정보를 검색해보기 위해서였다.

“진짜 유명한 사람이긴 한가 보네.”

그녀는 굉장한 유명세를 가진 인물이었다. 뛰어난 배경은 물론이고 연예인에 버금가는 외모. 오죽하면 회사 전속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이 사람도 아카데미 다니는구나.”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헌터를 육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은 대한민국에 하나뿐이었다.

헌터가 되려는 이들이 모두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집도 진짜 구해주겠지?”

아까 조사했던 리스트를 한서희에게 건네주기는 했다.

보자마자 한숨을 쉬더니 종이를 구겼다. 자기가 알아서 좋은 곳으로 구해주겠단다.

‘그렇게 말했으니 알아서 잘해주겠지.’

이후, 유현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정보들을 습득하며 시간을 보냈다.

부동산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굳이 귀가를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이제 문 닫아야 해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폐관 시간이 다가왔다.

사서의 말에 유현은 컴퓨터를 끄고 도서관을 나왔다.

처음 도서관에 들어갔을 때와는 달리 머릿속에는 세상의 온갖 잡다한 정보들이 담겨 있었다.

이 정도면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는 데도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위키라는 게 참 대단하구만.”

그토록 많은 정보가 잘 정리되어있다니. 마치 인터넷의 도서관 같은 곳이었다. 특히 남우위키가 대단했다.

***

헌터 아카데미 상위 클래스 기숙사.

온통 고양이 디자인의 인테리어로 꾸며진 넓은 거실에 한서희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켜진 TV에는 동물농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그녀가 말하기 무섭게 TV에 알람이 울렸다.

한서희는 패드를 조종해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녀를 담당하는 기사이자 집사인 이성욱에게서 온 메시지로 유현에 관한 간략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범죄 이력은 없고, 나이는 진짜 열여덟 살. 엄마 아빠 계시고, 여동생이 두 명. 그리고 저소득층 가정이네.”

가족 사항까지 파악한 그녀는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갔다.

가장 중요한 아카데미에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F급이라고?”

유현의 클래스는 F급이었다.

하위 중에서도 최하위. 게다가 현재는 1년째 휴학 중이었다.

“대학교도 아니고 무슨 휴학을 1년씩이나 해?”

왜 휴학을 했는지 크게 궁금하진 않았다. 보나마나 어려운 가계를 돕기 위해 이것저것 했겠지.

‘용케도 아카데미에 들어왔네.’

아카데미의 학비는 비싸다.

저소득층이니 국가의 지원을 받긴 했겠지만, 그래도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정보는 거기서 끝났다.

전체적인 감상평은 ‘신기하다’였다.

F급인데 그렇게 싸움을 잘하다니.

일부러 힘을 숨기는 걸까?

만약 다시 등급 테스트를 보면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했다.

유현의 정확한 힘을 모르니 쉽게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띠리링!

그때, 메시지 하나가 더 도착했다.

이성욱에게 조사를 맡긴 수도권의 아파트 매물들이었다.

유현의 집이 될 곳. 한서희는 나열된 매물 리스트 중 가장 좋은 곳을 선택했다. 서울 도심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로 교통이 특히나 훌륭한 곳이었다.

‘이 정도면 됐겠지.’

이렇게까지 해줬으니 언젠가 길드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분명 소나무를 먼저 고려할 것이다.

이건 그때를 위한 일종의 투자였다.

유현의 등급이 확실하지 않기에 손해 볼 확률이 높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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