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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7화 (7/219)

7

유현은 들어올 때와 같은 방법으로 게이트를 나왔다.

가면을 벗어 아공간에 넣고는 곧장 마석 은행을 향해 움직였다.

나오는 길에 다른 파티에게 물어본 결과, 마석은 마석 은행이라는 곳에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저긴가?”

얼마 안 가 마석 은행에 도착했다.

시간이 늦었는데도 내부에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 들어가면 꽤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다시 올까?’

잠시 고민하던 유현은 은행 안으로 들어가 번호표를 뽑았다.

나중에 다시 오느니 그냥 지금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냥 은행이랑 다를 게 없네.’

창구가 있고, 거기에는 직원들이 있다. 가림막으로 가려진 게 차이라면 차이일까.

‘얼마나 나오려나.’

마석은 그 빛깔과 크기로 등급이 구분된다. 유현이 얻은 마석은 마석 중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이었다.

돈이 되긴 하겠지만, 큰 수입이 들어올 것 같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현의 번호가 불렸다.

창구로 간 유현은 바구니에 마석들을 모두 털어 넣었다. 그걸 본 직원이 신기해하며 물었다.

“사냥 많이 하셨나 봐요? 이 정도면 거의 한 달 친데.”

“예, 좀 했습니다.”

“어머 E급 마석도 있네요. 보스급 잡았어요?”

조금 빛깔이 밝고 크기가 큰 건 렉스를 잡고 얻은 마석이었다.

“맞습니다. 혹시 이 정도면 얼마가 나올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창구 직원이 바구니에 가득 담긴 마석을 들고 안쪽으로 사라졌다.

어디로 가는 건지 보고 싶었지만, 가림막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팔고 빨리 집 가야겠다.’

유현은 벽면의 시계로 자정이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 자리를 비웠다는 걸 부모님이 알면 크게 걱정하실 것이다.

“계산 완료됐습니다.”

창구 너머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창구에 마련된 작은 전광판에 마석의 총 가격이 표시되었다.

[1천 3백만원]

예상 외의 성과에 유현이 눈을 크게 떴다.

천 삼백. 지구에서는 한 번도 손에 쥐어본 적이 없는 금액이었다.

“이, 이거 진짜에요? 진짜 천 삼백?”

“네. 무슨 문제라도 있으세요?”

“아, 아닙니다.”

유현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슬쩍 올라갔다.

하루 사냥으로 이런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집안을 다시 살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돈은 어떻게 받습니까?”

“헌터 신분증과 계좌번호 주시면 돼요.”

헌터 신분증이라는 말에 유현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게 없으면 안 되나요?”

“네. 우선 신분을 증명해야 하거든요. 계좌랑 맞는지 본인확인도 해야 하고.”

유현은 좌절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다.

“왜 그러세요?”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잠시 후, 유현은 마석은행 쇼핑백을 들고 은행을 나왔다.

쇼핑백 안에는 판매하려던 마석이 가득 담겨있었다.

“젠장.”

밤의 거리를 터덜터덜 걸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해야 헌터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즉,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돈을 벌 수 없었다.

‘아카데미는 휴학중이라고 했지.’

17살에 실종되었으니 아마 1학년일 것이다. 그럼 적어도 2년 이상은 지나야 했다.

‘그걸 기다릴 수 있겠냐.’

달리 마석을 처리할 방법은 없을까.

뒷거래라든가, 암시장이라든가.

판대륙에서도 암시장에 가서 이런 저런 비밀스러운 물건을 사고팔고는 했다.

전쟁 통에도 그런 곳이 있었으니, 지구도 똑같지 않을까.

‘이건 또 어디서 찾아봐야 하지.’

유현은 한숨을 쉬며 돌멩이를 걷어찼다. 집에 빨리 가야 하는데, 빨리 가고 싶지가 않았다.

***

서늘한 달빛이 폐허를 비췄다.

차 한 대가 간신히 통과할 골목길 사이사이에 검은색 밴 십 수 대가 줄지어 들어왔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이 가로등 대신 폐허를 비췄다.

“여긴 무슨 가로등 하나 없냐.”

승용차에 타고 있던 김두루미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애들 내리라 그래.”

“알겠습니다.”

박동칠이 무전기를 통해 각 밴에 명령을 보냈다. 나아가던 밴이 멈추고, 새까만 양복의 사내들이 우르르 하차했다.

캉! 깡! 팅!

손에 든 연장이 바닥에 부딪히며 기묘한 소음을 냈다.

“다들 주목.”

김두루미는 창문 너머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아까 말한 거 기억하지? 가족들은 기절만 시키고, 집은 다 부숴라. 남자 애는 나한테 데려오고.”

“알겠습니다!”

“이동해.”

김두루미의 명령이 하달되자 조직원들이 움직였다. 백에 가까운 숫자가 순식간에 몇 블록 떨어진 유현의 집에 도착했다.

쾅!

현관문이 부서지자 조직원들이 집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그들은 명령대로 방을 뒤져 유현의 가족을 먼저 생포했다. 최소한의 폭력으로 기절시키고, 입을 막은 뒤, 손발을 묶어 의자에 앉혔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모든 구성원을 사로잡은 조직원들은 집안을 부수기 시작했다.

김두루미는 일이 마무리 될 때쯤에야 여유롭게 걸어들어왔다.

그가 엉망진창이 된 집안을 훑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거실에 묶인 가족들을 돌아보았다.

“걔는 없어?”

“예. 젊은 남자는 없었습니다.”

“전화번호는?”

“가족 폰으로 전화해봤는데 꺼져있다고 나옵니다.”

“계속 기다릴 수는 없는데….”

김두루미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일단 마저 부숴. 안 오면 싹 데려가지 뭐.”

“납치는 좀 위험하지 않습니까?”

“지가 신고를 하겠어, 뭘 하겠어. 가족 목숨이 우리 손에 달려 있는데.”

다시 작업이 재개됐다.

가구가 깨지고 부서졌으며 낡은 벽이 허물어졌다.

어둠 속이 파괴로 물들었다.

그 소음에 기절해있던 유희연이 깨어났다.

“으윽.”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찐득한 열통.

그녀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어났어?”

김두루미가 그녀의 턱을 들었다.

유희연의 눈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

자다가 당한 습격. 금방 정신을 차리는 게 이상했다.

“우리 동생 팬 네 오빠 놈은 어디 갔냐?”

“......”

“내 정신 좀 봐라. 입을 막아놓고 물어보고 있었네.”

김두루미가 유희연에 입을 막은 테이프를 떼어냈다.

따끔한 느낌에 유희연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누, 누구세요?”

“너희한테 돈 빌려준 사람.”

유희연은 혼란스러웠다.

그들이 갑자기 찾아와서 난리를 피우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세요? 돈 계속 갚고 있었잖아요!”

“이년 봐라. 지금 네가 소리 지를 상황으로 보이냐?”

유희연은 그제야 옆에 있던 가족들을 발견했다.

“엄마, 아빠! 하연아!”

“목소리 낮춰. 싹 다 뒤지는 꼴 보기 싫으면.”

유희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지만, 괜히 신경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다.

“너 오빠 있지?”

“그게 왜요?”

“걔가 우리 동생 하나를 팼어. 그걸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냐? 못하지.”

“거짓말 하지마요!”

유희연이 기억하는 유현은 자기가 맞았으면 맞았지 누구를 패고 다닐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과 달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진 않을 것이다.

“내가 거짓말을 해? 뭐하러?”

“......”

“아까 이 집에 돼지 새끼 하나 왔었지? 걔가 밖에서 맞았대.”

유희연은 기억을 되짚었다.

사채업자가 집을 나가고, 그 뒤를 따라 나간 오빠. 아무래도 그때인 것 같았다.

‘진짜 때린 거야?’

따지고 보면 때릴 이유야 충분했다.

자신은 중간에 들어와 상황을 모르지만, 오빠는 계속 있었으니 사채업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모두 들었을 것이다.

“이, 이유가 있었으니 맞았겠죠!”

“이년 말하는 것 좀 봐라.”

김두루미가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유희연에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맞기 싫으면 아가리 닥치고 있어.”

그러는 사이, 기절해 있던 가족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김두루미를 발견하고는 눈을 부릅떴다.

“우읍! 우우읍!”

“한 대 더 쳐라.”

“예, 사장님.”

“때리기만 해봐! 소리 지를 거야!”

유희연이 호소했지만, 김두루미는 코웃음을 흘렸다.

“질러 보던가. 이 동네에 너희 밖에 없어.”

박동칠이 쇠파이프를 들고 아버지의 뒤로 향했다.

이미 진득한 피가 흐르고 있는 뒤통수. 한 번 더 맞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건 박동칠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몇 대나 때릴까요, 사장님?”

“두 대?”

“알겠습니다.”

빠각!

쇠파이프가 뒤통수에 강타하며 피가 튀었다. 아버지의 고개가 푹 꺾였다.

“한 대.”

박동칠은 다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더 이상 쇠파이프가 들려 있지 않았다.

“엉?”

놓쳤나?

박동칠은 고개를 돌렸고, 쇠파이프를 발견했다.

그 쇠파이프는 웬 건장한 사내의 손에 들려 있었다.

“내가 말했는데.”

유현의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시간이 얼어붙은 듯 조직원들이 행패를 멈췄다. 주변이 일순 조용해졌다.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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