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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자는 헌터가 하고 싶다-3화 (3/219)

3

특수 경찰서.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경찰 집단으로 범죄를 일으킨 능력자들을 담당하는 게 그들의 업무다.

유현은 특수 경찰서 내부에 앉아 있었다.

“이름은?”

고요한 경찰서 안.

유현을 데려온 경사가 그에게 물었다.

“유현.”

유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답했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고작 1년이라니.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믿어야 하는 걸까. 믿어도 되는 걸까.

‘천 년이 아니라, 일 년.’

그 사실을 다시 되뇌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돌아온 지구가 기억하던 대로였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환각으로 나타난 건 아닐까 의심도 들었다.

“주민등록번호 읊어봐.”

경찰이 유현에게 말했다.

잊고 있던 주민등록번호가 다시 기억났다.

그걸 말해주자 경찰이 컴퓨터에 무언가를 입력했다.

“가면도 좀 벗고. 안 답답하냐?”

봄에 어울리지 않는 더운 날씨로 경찰서 내부는 후끈후끈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던 유현은 그제야 더위를 느끼며 가면을 벗었다.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보며 경찰이 옅은 감탄을 뱉었다.

“이야, 잘 생겼네. 생길 만큼 생긴 사람이 그 안에서 왜 그러고 있었대?”

“......”

유현은 머릿속을 정리하기 바빴다.

특수 경찰서 내부의 전경도 경찰의 질문도 신경 쓸 수 없었다.

“말하기 싫은가 보네. 근데 다 말해야 해. 어떻게 들어갔는지, 누가 들여보내 줬는지.”

경찰이 유현에게 이야기하며 전산망을 통해 그의 정보를 조회했다.

모니터 위로 유현의 신상 정보가 나타났다. 실종자 처리가 된 상태였다.

“너, 너!”

경찰이 유현에게 삿대질하더니 허둥지둥 자리를 비웠다.

다급하게 어딘가의 전화를 거는 듯한 뒷모습.

“......?”

경찰의 태도에 의문을 느낀 유현은 책상 너머로 몸을 들이밀어 모니터를 살폈다.

[실종자 정보]

성명: 유현

실종 당시 나이: 만 16세

생년월일: 2006년 1월 24일

실종 신고 일시: 2022년 5월 13일

실종장소: 알 수 없음.

인상착의: 츄리닝. 왜소한 체격.

특이사항: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가출로 추정.

“...이게 무슨.”

“야! 똑바로 앉아 있어!”

잠시 전화를 위해 자리를 비웠던 경찰이 돌아왔다.

유현은 경찰의 고함에도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실종.’

누군가 자신이 사라졌다고 신고했다.

근데 그 정보가 아직도 남아있다.

이것도 환각일까.

유현은 자신의 뺨을 힘껏 때렸다.

얼얼한 통증과 함께 목이 크게 돌아갔다.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래!”

유현은 고개를 털고는 다시 일어나 모니터를 확인했다.

아까 본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이게 환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야, 너 괜찮냐?”

경찰이 유현에게 다가왔다.

유현은 경찰의 어깨를 힘껏 붙잡았다.

“지금이 몇 년이지?”

“뭐?”

“지금이 2023년 맞아?”

“맞는데? 별 걸 다 물어보네. 근데 말이 좀 짧다?”

“...진짜 2023년이라고?”

“그, 그렇다니까 그러네.”

유현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까 봤던 전광판의 날짜가 비로소 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1년. 겨우 1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1000년이 아니라, 고작 1년이었다.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는 건 니 싹바가지고. 아무튼, 부모님한테 연락 갔으니까 여기 가만히 있어. 근처라 금방 오신다니까 튀지 마라?”

경찰이 유현의 한쪽 수갑을 풀러 의자에 채웠다. 판대륙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대우였지만, 유현의 정신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정말 전부 살아있어?’

그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존재들.

세월의 흐름에 스러져 더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존재들.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

유현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일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시간의 풍파 속에서 잊어버렸던 애틋한 감정이 꿈틀거렸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동생들도.’

흐릿한 모습이 머릿속에 나타난다.

부모님의 어렴풋한 실루엣.

그 실루엣 위에 이목구비를 그려보지만, 완성할 수 없었다.

소중한 존재, 잊고 싶지 않은 존재였지만, 시간 앞에서는 불가항력이었다.

매일의 되새김질이 없었다면, 부모님이 계셨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으리라.

‘어떻게 생겼었더라.’

그때였다.

누군가가 경찰서의 문을 열고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현아!”

“유현!”

유현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손을 옥죄고 있던 수갑이 간단하게 끊어졌다.

‘...부모님.’

그가 머릿속에 그렸던 실루엣 위로, 두 사람의 모습이 합쳐졌다.

조금은 달라진 얼굴형,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지는 주름진 이목구비. 희미했던 기억이 현실과 겹쳐지며 서서히 뚜렷해졌다.

“현이, 우리 아가.”

여자가 유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매끈한 고무장갑의 감각이 유현의 뺨에 닿았다. 조금 전까지 사용하던 것인지 물기가 느껴졌다.

“어머니...?”

어머니.

그곳에서 숱하게 부르짖었던 이름이었지만, 왜인지 어색했다.

‘느낌이 이상해.’

유현은 혼란스러웠다.

지난 시간 동안 머릿속에 그려만 오던 가족을 이제야 만났는데, 무턱대고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모호한 감정.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쳤다.

“현아.”

유현의 아버지가 유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막 공사장에서 빠져나온 듯한 차림새. 손에 잔뜩 묻은 먼지가 허공에 휘날렸다.

“1년 만에 키가 많이 컸구나.”

그 말에 한 가지 기억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아버지의 막일을 돕던 날, 쉬는 시간에 키를 쟀었고, 비슷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훨씬 컸다.

‘내가 정말 돌아온 건가.’

시련 속에 잊혔던 부모님과의 추억이 하나하나 살아났다.

너무나 많은 기억. 머리가 아팠지만, 고통을 견뎌냈다.

깨어나는 기억 사이로 미묘한 감정들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아가, 잘 왔어.”

어머니가 유현을 안았다.

“아빠가 미안하다, 현아.”

유현의 아버지도 유현을 안았다.

두 사람의 포옹에 엉거주춤해 있던 유현은 비로소 실감했다.

‘돌아왔다.’

가슴 속에서 일렁거리던 복합적인 감정이 동심원을 그리듯 마음 전체로 퍼져나갔다.

촉촉이 젖어 드는 눈가.

오른쪽 뺨을 타고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말 돌아왔어.’

***

유현의 부모 유창준과 황세연은 자신들의 아들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실종된 지 1년.

지난 1년 동안 아들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전국의 가출 청소년들을 찾아다니거나, 전단지를 뿌리거나, 경찰의 힘을 빌리는 건 기본이었다.

흥신소에 거금을 쥐어가며 의뢰를 맡기고 무당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도 찾지 못했다.

죽은 건 아닐까, 매일 같이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죽었다면, 시체라도 건진다는 생각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리에 나가 전단지를 뿌렸다.

그 노력이 눈물겨웠던 탓일까.

신이 보낸 선물처럼, 아들이 돌아왔다.

“......”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껴안았다.

유현의 눈에서 떨어진 건 한 방울의 눈물이었지만,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비 오듯 눈물을 쏟아냈다.

그간의 그리움과 미안함이 눈물에 섞여 흘러내렸다.

“다음부터는 어디 가지마, 아들.”

유현은 말없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토닥였다.

1년. 자신이 사라졌던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두 사람이 고생한 것은 분명히 느껴졌다. 몸이든, 마음이든.

‘내가 죽은 줄 아셨겠지.’

판대륙에서도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수없이 봐왔다. 영혼이 빠진 듯 눈동자에 초점이 없던 이들. 그들은 밤낮이 떠나가라 울었고,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유현은 조금이지만 부모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정말 좋은 분들이었어.’

옛날 기억들을 돌아보니 울컥했다.

집안 사정은 좋지 않았지만, 두 분은 언제나 다정했다.

가정 사정이 좋지 않았음에도 자신을 포함한 동생들이 엇나가지 않았던 건 모두 부모님 덕분이었다.

“집으로 가자, 아들.”

***

“다음부터는 가출하지 말고. 그리고 헌터 아카데미 학생이라고 게이트 막 들어가도 되는 거 아니니까, 졸업하기 전에는 들어가지 마라. 봐주는 건 이번 한 번뿐이야.”

“알겠습니다.”

유현의 부모님이 경찰에게 허리를 바짝 숙였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니에요. 저 아니었어도 결국에는 발견됐을 거예요. 그럼 들어가세요~”

유현의 부모님은 유현이 게이트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까무러치듯 놀랐다.

그 이유를 들은 부모님은 유현을 향해 화를 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가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건 전쟁터로 나가다니. 어떤 부모가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아들, 엄마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어.”

“이제 안 들어간다니까요.”

“정말이지?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아카데미 졸업하고 나서 해야 한다?”

“알겠어요.”

어머니의 따뜻한 눈빛이 잠시 유현에게 머물렀다.

“근데 우리 아들, 어떻게 1년 사이에 키가 이렇게 컸지?”

예전에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머리 하나가 넘게 차이난다. 키뿐만이 아니다. 전체적인 인상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아빠도 처음 보고 운동선수인 줄 알았어.”

“근데도 용케 알아보셨네요.”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 아들인데 당연히 알아보지.”

아버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유현의 팔을 툭 쳤다.

“이따 저녁에 봐.”

유현의 부모님은 일터에서 전화를 받고 뛰어나온 참이었다.

아버지는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어머니는 전화로 사정을 설명한 뒤 퇴근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유현은 기억들 사이에서 지구의 음식들을 찾아냈다. 그 중 특히나 끌리는 건 치킨이었다. 판대륙에서는 쉽게 맛 볼 수 없는 튀김 요리. 치킨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불필요한 지출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먹고 싶어요.”

“아들 다 컸네.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유현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없고, 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낯을 굉장히 가리는, 소심함의 극을 달리던 사람이었다.

아마 그때의 자신이었다면 어머니께 이런 말은 하지 않았겠지.

‘많이도 바뀌었네.’

목소리의 교육은 성격마저 바꿔버렸다. 이제 과거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두 사람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유현은 1000년 만에 타는 택시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택시. 자동차.’

아무래도 어떤 사물을 본다고 모든 기억이 살아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명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택시의 경우에는 이름과 자동차라는 사실 만이 달랑 기억났다.

‘택시를 타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비루한 가정 형편 때문에 이용해본 기억이 없다. 그냥 지나가면서 움직이는 것 정도만 봤을 뿐이다.

‘아까 경찰서에서도 그랬어.’

그곳에 있던 전자기기들은 이름과 역할만 생각났다.

어쩌면 과거에 많이 접했던 것들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TV가 있었기에 다행이지.’

싸구려 TV였지만, 그 TV로 많은 것을 봤다. 간단한 뉴스부터 유튜브에 올라오던 영상들을 방영하던 채널도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 건 하나하나 다시 배워가야겠군.’

대표적인 건 컴퓨터.

몇 번 만져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써본 적은 없었다.

‘골치아프네.’

배움은 언제나 어려운 법.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표정이 안 좋네. 어디 아프니?”

“아뇨. 괜찮아요.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요.”

“정말 괜찮아? 병원 가서 검사 안해봐도 돼? 경찰 선생님도 그랬잖아. 무슨 증상 보이면 바로 병원 가라고.”

“그 정도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좀 더 실랑이가 이어지나 했으나, 때마침 어머니의 핸드폰이 울렸다.

유현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며칠만 기다려주세요.”

누구와의 통화인지 어머니의 목소리가 무뚝뚝하다.

유현은 이상함을 느꼈다. 어머니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절할 정도로 부드러운 분이었다.

‘누구길래 저러지?’

누구길래 저렇게 날이 서 있는 걸까. 스피커 너머의 음성을 파악하기 위해 귀를 기울였으나 어머니가 금세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나마 파악한 건 상대가 남자라는 점 하나였다.

“누구에요?”

“으, 응? 그냥 아는 사람~”

수상하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감추고 싶은 진실을 구태여 밝힐 필요는 없으니까.

택시는 빠르게 달려 집에 도착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초라한 외형. 실제로 주변의 집들은 대부분 무너져 있었다.

‘원래 이랬나?’

되살아나는 기억 속, 동네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유현은 곧 어떤 현수막을 발견하고는 이유를 깨달았다.

‘재개발이군.’

재개발 현수막,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집들을 무너뜨렸다는 소리였다.

“우리도 빨리 이사를 가야 할텐데...”

어머니는 작게 중얼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현도 그 뒤를 따랐다.

끼이익.

녹슨 경첩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오래된 나무 냄새가 확 풍겼다.

초라한 외형에 걸맞는 허름한 내부였다.

“......”

유현은 집안을 돌아보며 자신이 머물던 왕실의 호화로운 건물을 떠올렸다.

그곳과 비교해보았을 때, 이곳은 사용인들의 비루한 숙소 같은 느낌이었다.

“현아, 방에 들어가 있어. 엄마가 밥 차려줄게.”

“네.”

유현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깨끗했다. 침구는 잘 정돈되었고, 물건들도 가지런하게 놓여있다.

책상을 손가락으로 쓸어보지만, 먼지 한 톨 묻어나오지 않았다.

1년을 비웠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깨끗함. 유현의 머릿속에 방을 청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건... 교복이군.”

방을 둘러보던 유현은 교복을 발견했다. 잘 다려진 바지와 와이셔츠. 교복 외투에는 학교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헌터 아카데미.”

그곳과 관련되어 기억나는 건 자신이 1학년에 재학중이었다는 사실과 헌터 아카데미의 기본적인 정보뿐이었다.

잠깐 다녔다가 실종되었기에, 그것들 외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교복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아직 퇴학당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까 경찰의 말도 그렇고, 자신은 아직 헌터 아카데미의 전산망에 재학생으로 등록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여기를 졸업해야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가?’

유현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새롭게 알아가야 하는 지식들이 점점 늘고 있었다.

자신이 지구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알아야 하고, 이 세상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지구로 돌아와 가족과 만난 이상, 최우선 목표는 가족들과의 평범한 생활이다. 그리고 그러려면 세상의 지식을 얻어 적응해야 했다.

“학교에도 다시 가야 하고.”

유현은 아공간 마법이 걸린 의복을 벗고 교복을 갈아입었다.

“...이게 맞나?”

거울에 보인 모습은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제대로 입은 것 같지만, 바지는 짧고, 소매도 짧다. 전체적으로 꽉 끼는 느낌이었다.

“어머, 교복 입었네?”

“있길래 입어봤어요.”

“그거 입으니까 진짜 돌아온 것 같아서 좋다~ 이리와 봐. 사진 찍자.”

“사진이요?”

유현의 반문에 어머니가 화들짝 놀란다.

“싫으면 하지 말까?”

어머니의 반응에 유현은 아차했다.

괜히 싫어하는 짓을 하면, 자신이 또 집을 나갈 거라 생각한 것 같다.

“어머니, 저는 다시 가출할 생각 없습니다.”

“그럼! 당연히 하면 안 되지.”

“네. 그러니까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알겠어~”

어머니가 한결 편해진 얼굴로 다가왔다.

“찍는다. 하나 둘 셋.”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어머니는 휴대전화의 화면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후훗. 교복이 많이 작네?”

“아뇨, 딱 맞아요.”

“많이 작은 것 같은데 나중에 교복 새로 사자.”

“괜찮아요.”

“에이. 엄마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어.”

“진짜 괜찮아요. 하나도 안 불편해요.”

유현은 한사코 사양했다.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깔끔한 옷을 사려면 거금을 줘야 할 것이다. 괜한 지출로 부모님을 힘들게 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 마법으로 사이즈를 바꾸면 돼.’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전까지 참고 입을 생각이었다.

“정말 괜찮아?”

“네, 정말 괜찮아요.”

“알았어~ 그럼 나와서 밥 먹어.”

밥. 그 말에 유현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천년 만에 맛보는 고향의 식탁이다.

기억나는 건 음식들의 종류뿐 맛도 식감도 모두 잊어버렸다.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유현은 부엌으로 나와 식탁에 앉았다. 여러 가지 반찬이 식탁 위에 놓여있었다.

‘이건 시금치, 저건 무말랭이.’

유현은 반찬을 살피며 그 이름을 떠올렸다.

온통 풀밭이었지만, 만족스러웠다.

다른 누구도 아닌 어머니가 준비한 식사.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미안해. 고기라도 구워줘야 하는데.”

“괜찮아요.”

유현은 식기를 이용하여 식사했다.

젓가락질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판대륙에서도 손으로 집어 먹기 싫어 젓가락을 사용했었으니까.

‘식감 자체는 거기서 먹던 음식들이랑 비슷하네.’

맛은 확실히 이쪽이 좋다.

판대륙의 음식들은 지역에 따라서 음식의 간이 심하거나 너무 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어머니의 식탁은 모두 적당했다.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식사가 되었다.

“잘 먹었습니다.”

게 눈 감추듯 밥그릇을 비운 유현은포만감을 느끼며 배를 두드렸다.

“들어가서 쉬어. 많이 피곤하지?”

“좀만 잘게요.”

유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쿵, 쿵.

누군가가 거칠게 현관문을 두드렸다.

곧이어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와보쇼!

어딘가 화난 듯한 목소리.

달가운 손님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유현은 방으로 가는 대신 방향을 바꿔 현관으로 향했다.

“현아, 잠깐만!”

어머니가 그를 말렸지만, 유현은 멈추지 않고 현관을 열었다.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양복의 사내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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