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보호막 밖에서 미친 듯이 공격 중인 악마들,
놈들의 모습이 무척 가소롭게 느껴졌다.
놈들의 수준을 보니 베헤모스 주니어, 아크 리치, 슈프림 커맨더, 아마리안 전사 등,
지난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 사이클롭스 무리와 처음 보는 녹색 악마가 추가됐을 뿐이었다.
‘소환.’
그림자 군왕을 소환했다.
발타제를 비롯한 그림자 군왕이, 어둠 속에서 쓱~ 하고 솟구쳤다.
(가자.)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림자 군왕도 함께 날았다.
남쪽 보호막을 벗어나 악마들 머리 위,
상공에 다다르자 체공 상태에 머물렀다.
땅 아래를 향해, 우측 팔을 뻗었다.
그림자 군왕도 마찬가지였다.
● 폭사 : 상공에서 2000자루의 폭룡을 생성한다.
‘폭사.’
폭사를 시전하자, 그림자 군왕도 폭사를 시전했다.
순간, 상공에서 12000자루의 창이 생성되었다.
- 쉬익!
바람 소리와 함께, 빛살 같은 속도로 지상에 떨어졌다.
━━━━━━━━━ 콰콰콰콰콰콰콰...
엄청난 폭발과 함께 남쪽 평야가 초토화되었다.
그야말로 소멸 그 자체.
녹색 악마를 제하고 모든 악마들이 소멸되었다.
녹색 악마가 하늘 위로 비상했다.
놈에게서 풍기는 위엄이 보통이 아니었다.
고위급 악마가 틀림없었다.
하늘에서 놈과 마주 섰다.
그런데, 놈이 상당히 여유로웠다.
아니, 여유로움을 넘어 날 우습게 여기고 있는 듯했다.
놈의 표정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강한 것일까.
놈에게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나는 로도스의 태리 백작이다. 너는 누구냐.”
“&#*§※&★&···”
놈이 피식 웃더니, 요상한 주문을 읊었다.
순간, 녹색 빛이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녹색 뱀이 생성되었다.
20m 크기의 녹색 뱀이었다.
녹색 뱀이 내게 공격을 퍼부었다.
거대한 아가리로 날 통째로 먹으려 들었다.
독무를 사정없이 내뿜기도 했다,
거대한 몸체로 내게 돌진하거나, 꼬리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
놈이 또다시 주문을 읊었다.
거대한 녹색 뱀이 또다시 생성되었다.
내가 살짝 긴장할 정도.
데미 갓으로 진화 후, 이 정도 위협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마력을 끌어당기자,
검붉은 아우라가 타올랐다.
검붉은 아우라는 무형의 힘이 되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그 힘은 눈 깜짝할 사이에, 녹색 뱀들의 몸을 조였다.
마력을 발산하자, 녹색 뱀들이 허물어졌다.
녹색 악마가 화들짝 놀라며, 내 힘을 방어했다.
놈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내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더욱이, 그림자 군왕도 있었다.
그림자 군왕이 움직이자, 녹색 악마가 무너졌다.
놈의 사지가 으드득~ 거리며 뒤틀렸다.
놈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놈의 비명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팔이 뽑히고 다리가 뽑혔다.
사지가 뽑히자, 힘없이 추락했다.
땅에 떨어진 놈이, 피떡이 되었다.
완전 박살 난 것이다.
★ 그림자 부활 : 죽은 자를 즉시 부활시킨다.(9/100)
지금까지 총, 아홉 마리의 악마들을 수집했다.
녹색 악마까지 합치면 총 열 마리가 되었다.
놈의 곁으로 순간 이동했다.
‘그림자 부활.'
- 데미 갓의 권능으로 굴단을 부활합니다.
굴단의 사체가 쩌억~ 하고 늘어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영체가 되었다.
굴단의 기억을 공유했다.
‘웁스~'
대악마 베헤모스에 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놈과의 전투 시, 유용하게 사용될듯했다.
지옥에서 사이클롭스를 소환한 것이,
굴단의 짓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꽤 위험한 놈을 적절히 잘 처리하였다.
──── 필멸자 : 대악마를 처단하라.(데미 갓 1격, 시스템 영역)
베헤모스를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놈이 겁도 없이, 날 건드린 대가였다.
그때, 아침 해가 떠올랐다.
‘헐, 벌써 아침인가···’
밤새도록 전투를 벌인 것이다.
일단, 오늘은 푹 쉬기로 했다.
***
“어우 야~ 거, 거기는~”
“백작님 좋아요?”
“오오~”
“여기는요?”
“아~”
“여기도 좋죠?”
“응~”
“얼마나요?”
“으, 응···”
“백작님, 누워보세요. 여기도 해드릴게요.”
“헙!”
“좋죠?”
“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아흑~”
“짜릿하죠?”
“으, 응···”
“다리 좀 벌려보세요.”
“거, 거긴···”
“여기도 꾹~”
“아~”
“저기도 꾹~”
“아~”
“좀 더 위로 갈게요~”
“아앙~”
누가 들으면 이상야릇한 소리로 오해할 수 있겠지만,
절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나는 지금, 특별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요즘 악마들과 연이은 전투로 꽤나 몸이 고달팠다.
그런 상태로 피로를 못 풀자, 린이 달려든 것이다.
마사지를 해주겠다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웃통까지 벗은 채, 린의 손에 몸을 맡겼다.
아픈 곳과 쑤신 곳을 어찌나 꾹꾹 눌러주던지···
근육이 사르르~ 녹으면서 너무나 좋았다.
특히 그녀가 하체를 만질 때면,
몽롱한 상태로 잠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마사지를 받으며 기운을 회복하고 있을 때,
다비온 경이 찾는다는 전갈이 왔다.
다비온 경의 저택으로 향했다.
그의 저택에는 샤론 군주와 위로그 총관도 와 있었다.
“태리 경···”
다비온 경이 목이 메는듯한 목소리로 불렀다.
“자네가 꼭 확인해줘야 할 것이 있어서 불렀네.”
뭔가 긴장한 듯, 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크레일성의 프로미아인들을 구출했다는 얘기를 들었네. 아울러, 무라칸의 권속들을 모두 척살했다는 얘기도 말일세."
“·····”
“혹시 무라칸의 권속들 중에서 말이야. 드래고니안도 있었던가?”
다비온 경이 뭘 묻는지 알 것 같았다.
크레일성은 본래, 다비온 경이 다스리던 성이었다.
로서의 반란 때, 샤론 군주를 구하면서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포기했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가족들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
이미 샤론 군주와 위로그 총관에게 들은 후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라칸의 권속들 중에서, 드래고니안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울프였습니다.”
“아··· 고맙네, 태리 경.”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드래고니안을 본다면··· 죽이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원하시는 거지요?”
“태리 경···”
다비온 경이 내 손을 꼭 붙잡았다.
“고맙네···”
다비온 경이 자신의 딸, 아리온에 대해서 얘기했다.
비록, 무라칸의 권속이 됐지만 완전한 악마는 아니라고 했다.
그녀의 인성이 남아 있다면, 기회를 주고 싶다고도 했다.
다비온 경 자신이,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옆에 있던 샤론 군주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
- 드래곤이 다시 부활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소문인지 모르나,
이 소문이 로도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 아흔일곱의 드래곤이 악마를 몰아낼 것이다.
드래곤의 탄생은 프로미아인들에게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축복받은 이들이 하나둘씩 출현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슴에 문양이 생기며,
운명처럼 낙인이 찍혔다.
평생, 악마들에게 학대받고 고통받았던 프로미아인들이,
드래곤으로 각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샤론 군주를 포함해 벌써 일곱 명이나 탄생하였다.
그들은 머지않아, 드래곤으로 진화할 것이다.
로도스를 빛낼 미래의 영웅들이었다.
***
핀들레이의 축복과 함께,
왕국의 재건 사업도 척척 진행되었다.
왕성의 건설도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
머지않아, 대악마 베헤모스가 또다시 공격해 올 것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놈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샤론 군주를 비롯한 로도스 수뇌부들에게 출타를 알렸다.
대악마 베헤모스를 처단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샤론 군주가 걱정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고통받고 있는 프로미아인들을 구하기 위해,
지역을 살펴보겠다고만 했다.
***
대악마, 베헤모스의 땅까지 단번에 이동할 수 없었다.
고대 악마뿐 아니라, 수많은 악마들이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놈들에게 들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땅이든 하늘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래서, 침묵의 숲까지만 공간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출발해, 조심스럽게 침투할 예정이었다.
***
침묵의 숲으로 공간 이동했다.
잠시동안 주변을 정찰하고 있을 때,
──── 쾅! 쾅! 쾅! 쾅! 쾅!...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마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이,
지적 생명체일 확률이 높았다.
★ 그림자 은신 :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은신을 사용한 후, 폭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순간 이동했다.
‘뭐야 저건!'
체고 3m.
팔과 다리가 길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악마였다.
카카롯과 디마쉬의 기억에 의하면, 아크마가 분명했다.
아크마와 전투 중인 자들은 난생처음 보는 존재들이었다.
외모는 분명 드래고니안인데
날개를 달고 있었다.
‘헐,’
날개의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천사처럼 새하얀 비둘기의 날개,
악마와 비슷한 박쥐의 날개,
하늘을 비상하는 독수리의 날개,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수백이 넘는 아크마와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아크마 헬바인의 땅이었다.
──── 쾅! 쾅! 쾅! 쾅! 쾅!...
날개 달린 자들의 실력은 놀라웠다.
반신인 데미 갓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파워, 스피드 모든 면에서 말이다.
반면, 아크마의 수준은 하이퍼 스피릿 1단계였다.
날개 달린 자들이 아크마를 압도했다.
수백의 아크마 무리가 우후죽순처럼 쓰러졌다.
나는 그들의 전투를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기술들을 눈에 담았다.
그때였다.
- 쾅!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체고 3m.
둥그런 계란형 얼굴에, 팔이 여섯 개 달린 악마였다.
전투형 악마, 모르고트.
아크마 헬바인의 수족이었다.
이곳에 모르고트가 있다는 것은, 아크마 헬바인도 와 있다는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크마 헬바인이 상공에서 내려왔다.
놈이 체공 상태에 머물더니, 날개 달린 자들을 노려봤다.
얼핏 봐도 엄청난 포스···
과연, 대악마들도 한 수 접어준다는 아크마의 제왕다웠다.
“죽여라.”
으스스~
소름 돋는 목소리.
놈의 명령에, 10여 마리의 모르고트가 움직였다.
──── 쾅!
빨랐다.
──── 쾅!
굉장한 힘이었다.
──── 쾅!
과연, 전투형 악마다운 실력이었다.
──── 쾅! 쾅! 쾅! 쾅! 쾅!...
날개 달린 자들과 10여 마리의 모르고트가 제대로 붙었다.
그들의 전투는 박진감이 넘쳐흘렀다.
손에서 땀이 날 정도로 말이다.
“큭,”
나도 모르게 침음을 삼켰다.
저들과 한번 붙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꾹! 참으며, 전투를 관람했다.
──── 쾅! 쾅! 쾅! 쾅! 쾅!...
폭발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주위의 모든 것들을 파괴했다.
날개 달린 자들이 적일지 아군일지···
과연 둘 중, 누가 이길지···
그리고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어도 될지 안 될지···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하나였다.
아크마 헬바인과 모르고트는 이곳에서 죽는다는 것.
날개 달린 자들의 손에 죽을지, 아님 내 손에 죽을지···
아직은 모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