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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105화 (105/110)

105화

“이제 그만 나가시오!”

볼튼 국장의 말이 사나워졌다.

그는 내게 도움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고개를 돌려, 몰려온 사내들을 살펴봤다.

미국 최강이라는 다이슨과 크리스 브라운이었다.

그들 외에도 수십 명의 헌터들이 더 있었다.

“동양인, 이제 그만 꺼져라.”

다이슨이 팔짱을 낀 채 말했다.

그의 얼굴에 차가운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불가피하게 실력행사를 할 수밖에,”

“실력행사라··· 어디 한번 해보든가.”

다이슨이 고개를 까딱였다.

한 남자가 나섰다.

“헤이, 멍키~ 왜 말을 못 알아듣지? 냄새나는 엉덩이를 당장 치우라고!”

사내가 으르렁거렸다.

그가 내 어깨를 잡았다.

손에 힘주는 것이, 어깨뼈를 박살 내려는 듯했다.

놈의 손목을 잡은 후, 아래턱에 한 방 먹였다.

-덜컥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컥, 컥···”

놈이 컥컥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아래턱이 움푹 들어간 것이,

핏물을 주르륵~ 흘렸다.

부지불식간에 당한 것이라 미처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오우 쉣!”

“갓 뎀!”

동료가 당하자, 놈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그 순간, 마력을 장악했다.

놈들과의 수준 차이가, 워낙에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력 장악은 곧, 마력 동결로 이어졌다.

몸속 깊은 곳에서 마력을 끌어당기자,

검붉은 아우라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무형의 힘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그 힘은 눈 깜짝할 사이에, 놈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는, 다이슨이나 크리스 브라운도 예외가 아니었다.

놈들의 몸이 붕~ 뜨더니, 쾅! 소리와 함께 건물벽에 처박혔다.

있는 힘껏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놈들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놈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어, 어···”

그것은 볼튼 국장도 마찬가지였다.

대책 없이 어, 어, 만 반복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스켈레톤 드래곤을 사냥해 줬다. 그런데 그 대가가 겨우 이거란 말인가.”

당시, 내가 아니었다면 미국은 멸망했을 것이다.

멸망에서 구해준 대가가 겨우 이거라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내 여동생이 납치됐다.

납치범의 위치만 알려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 정도 일에도, 매몰차게 거절했다.

일언지하에 말이다.

나는 이번 일을 혹독하게 처리할 작정이었다.

두 번 다시는, 내게 이딴 식으로 대하지 못하게끔 만들어 놓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죽어라.”

힘을 발휘하자, 벽에 박힌 놈들의 모가지가 일제히 꺾였다.

단숨에 몰살된 것이다.

그 모습에, 볼튼 국장이 털썩 주저앉았다.

“사, 살려···”

“그러니까 나한테 왜 그랬어.”

“나, 날 죽이면··· 저, 전쟁이···”

“걱정 마, 필요하다면 백악관과 펜타곤도 지워버릴 생각이니까. 물론,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볼튼 국장의 목도 꺾었다.

‘그림자 부활.’

- 데미 갓의 권능으로 볼튼을 부활합니다.

볼튼의 사체가 쩌억~ 하고 늘어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영체가 되었다.

볼튼 국장의 지식이 공유되었다.

흡혈귀는 현재, 중국에 있었다.

필요한 것들을 모두 알아내자, 볼튼 국장을 소멸시켰다.

CIA 건물 밖으로 나갔다.

건물을 통째로 날려버릴까 하다가,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번 일로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차후, 두고 볼 생각이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 정부를 무너뜨릴 것이다.

내게 덤빈다면 더욱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나는 가볍게 다짐한 후, 공간을 개방했다.

흡혈귀가 머물고 있다는, 북경의 춘하추동이었다.

***

디마쉬가 중국으로 오게 된 것은 순전히 이태민 때문이었다.

놈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그림자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고드릭.

놈은 이태민의 권속이었다.

일개 권속 따위가 자신의 목숨을 위협했다.

만약, 고드릭 같은 놈이 하나만 더 있었다면,

목숨을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위험했다.

상당히 위험했다.

뭔가 안전한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이태민의 여동생을 자신의 권속으로 삼았다.

만에 하나를 대비한 최후의 수였다.

다음으로, 중국의 헌터들을 하나둘씩 수족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나라였다.

또한, 가장 많은 헌터들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했다.

중국의 헌터들을 모두 수족으로 삼는다면,

꽤 안전한 대책이 될 것 같았다.

제일 먼저 타깃이 된 것은 북경을 지배하고 있던 사룡방 길드였다.

사룡방 길드 마스터는 끽해야 그랜드 정도의 수준.

자신과 비교하면, 어른과 아이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사룡방을 습격했다.

사룡방 마스터를 권속으로 만들었다.

사룡방 길드가 자신의 차지가 된 것이다.

사룡방 길드원들도 모조리 권속으로 만들었다.

제법 쓸만한 흡혈귀 부대가 탄생했다.

수백 명이 넘는 헌터들을 손에 넣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천룡장, 무성, 일심회 등 북경의 이름있는 길드들을 작업했다.

마스터를 먼저 흡혈귀로 만든 뒤, 차근차근 손에 넣었다.

가히 문어발씩 확장이었다.

불과 보름도 안 돼, 북경을 장악했다.

그는 북경의 모든 길드를 모아,

혈교라는 전무후무한 단체를 탄생시켰다.

***

그녀를 권속으로 삼는 순간, 끝없는 쾌락과 환희를 맛봤다.

그녀의 피는 무엇이길래, 이토록 대단한 쾌락과 환희를 선사해 주는 것일까.

그녀를 보면 볼수록 의문만 남았다.

“이제 너도 명실상부한 흡혈귀다.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이제 그만 피를 마셔라.”

디마쉬가 혈액 통을 던졌다.

죽어도 인간의 목은 물지 못하겠다는 그녀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미봉책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이익!”

디마쉬가 으르렁거렸다.

벌써, 보름째 피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인데, 이렇게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더욱이 그녀의 피는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어떡해서든 그녀를 살려야 했다.

처음엔 살해 협박을 비롯한 온갖 폭력적인 말들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래서 강제적으로 옷을 벗긴 뒤, 몸을 취하려 했다.

본래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몸이 가면 마음도 따라오는 법이었으니까.

헌데 이게 웬일!

그녀의 눈빛이 죽어있었다.

몸을 취하는 즉시 자살할 것이 분명했다.

이쯤 되니, 디마쉬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냥 내버려 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 피를 마시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어떡한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준다면 어떨까 싶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봐도 좋다. 오빠에 대해서도 말이다.”

“오, 오빠···”

지금까지 반응이 없었던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래, 네 오빠. 지금 피를 마시지 않으면, 오빠를 만나보지도 못하고 죽게 될 것이다.”

디마쉬가 혈액 통의 뚜껑을 열었다.

향긋한 피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흡혈귀라면 절대로 참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은 향기였다.

“마셔라, 이것을 마시면 오빠를 만나게 해주겠다.”

디마쉬가 혈액 통을 내밀었다.

그녀가 혈액 통을 보며 벌벌 떨었다.

가히 흡혈귀를 초월한 인내력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마. 이제 곧, 오빠를 만나게 해주겠다. 그러니 어서 피를 마셔라.”

디마쉬가 또다시 오빠를 강조했다.

그녀의 동공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디마쉬가 쾌재를 불렀다.

“그래, 오빠다! 오빠!”

디마쉬가 계속해서 오빠를 강조했다.

“오빠···”

오빠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에, 그녀가 눈물을 쏟았다.

“자, 어서 피를 마셔라.”

“····· 그는··· 살아있나요?”

그녀가 머뭇거리며, 엉뚱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라니? 대체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절 지켜주던···”

“아, 그 놈팡이 놈 말이냐?”

학교에서 그녀를 지켜주던 놈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놈, 확실히 죽이지 않은 듯하군. 운이 좋다면야··· 살아있을 수도 있겠지.”

디마쉬의 말에,

“흑!”

그녀가 왈칵 눈물을 쏟았다.

‘뭐지 이건···’

디마쉬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공간이 쩌억~ 하고 갈라지더니, 누군가 걸어 나왔다.

20대 초반의 젊고 잘생긴 남자로,

은영의 기억 속에 있던 오빠였다.

디마쉬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오빠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현실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서서히 다가오는 이태민의 모습은 무덤덤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소름 끼쳤다.

뭔가 모르게 아주 강렬했던 것이다.

머리끝이 쭈뼛댈 만큼 그가 강하다는 소리였다.

***

춘하추동 호텔에 도착한 후,

흡혈귀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림자 부활이 있었기 때문이다.

흡혈귀가 있는 곳으로 공간 이동했다.

공간을 벗어나자, 흡혈귀와 은영의 모습이 보였다.

당최, 내 동생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불과 보름 사이에, 뼈만 남긴 채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X발 새끼가!”

분노로 인해, 힘이 폭발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둔 봉인된 힘마저도 말이다.

──── 콰앙!

폭발 소리와 함께, 온몸이 불타올랐다.

그와 동시에, 검붉은 아우라가 끝도 없이 퍼져나갔다.

순간, 바닥을 박찬 후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내 주먹이 어느새 흡혈귀의 몸통을 후려치고 있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엄청난 충격과 공포.

흡혈귀의 동공이 끝도 없이 확장되었다.

나는 아랑곳 없이, 수십 방을 때려 박았다.

“커어어어어어어···”

놈이 이상한 소리로 비명을 질러댔다.

내가 공격을 멈추자 그제서야 털썩 주저앉았다.

“우웨에에엑~”

놈이 배 속에 있던 모든 것을 게워냈다.

방금 전 산산조각 난 내장 조각까지도 말이다.

“아직이다.”

놈을 일으켜 세운 후, 또다시 주먹을 때려 박았다.

놈의 몸이 순식간에 터지며,

핏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하아,”

그렇게 얼마나 때렸을까···

데미 갓으로 진화 후, 처음으로 전력을 쏟았다.

압도적인 힘과 끝없는 마력.

검붉은 아우라의 폭발적인 파괴력까지···

예상을 훌쩍 넘는 능력에,

나조차도 기함했다.

황급히 은영에게 다가갔다.

힘없이 쓰러진 여동생을 보니,

왈칵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여동생의 목을 가볍게 안은 후, 그녀의 입에 내 손목을 갖다 대었다.

“오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동생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서,”

내가 재촉하자, 그제서야 은영이 입을 벌렸다.

내 손목을 입에 넣어주었다.

그녀가 송곳니를 꽂았다.

동생이 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한참을 기다려줬다.

백지장처럼 하얗던 얼굴이 점점 혈색을 되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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