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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102화 (102/110)

102화

그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디 한번 움직여봐. 토막을 내 버릴 테니까.”

기무라의 위협에 누구도 대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쪽발이 새끼가,”

울부짖던 최 대장이 조용히 읊조렸다.

“조센징, 지금 뭐라 했지?”

“그 입 찢어버린다.”

최 대장이 서서히 일어서며 검을 뽑았다.

“하,”

기무라가 히죽거렸다.

“그러니까 일본이 망하지. 입만 열면 거짓말에 온갖 추잡한 짓만 골라서 하는 놈들. 자국민을 핍박하고 뒤에서 구린 짓만 골라서 하는 새끼들. 전 세계에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고, 자신들만 옳다고 우기는 정신 나간 족속들··· 한마디로 말해 줄까? 너희 쪽발이들은 개 같은 민족이야!”

“빠까야로!”

“일본이 왜 망했을까?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일본만큼이나 위험해 처했던 나라들이다. 그 나라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지? 전 세계의 헌터들이 자발적으로 도왔다. 그런데 일본은? 아무도 돕지 않았어. 모두가 구경만 했지. 전 세계의 헌터들이 외면한 거다. 바로 니들, 쪽바리들을···”

“이익!”

“덤벼라,”

최 대장이 기무라에게 검을 겨눴다.

“죽어!”

기무라가 바닥을 박찼다.

[최, 최 대장님··· 저런 모습은 처음이네요.]

[그러게, 오랜만이네.]

[네?]

[최 대장 말이야.]

[그게 무슨···]

──── 쾅!

최 대장과 기무라의 대결이 펼쳐졌다.

[최 대장은 본래, 마감청에서 키운 비밀 병기였어. 곽 청장님도 그랬고, 전임 청장님도 그랬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키웠어.]

[처음 듣는 얘기네요.]

[비밀 임무만 수행했으니까.]

[설마, 태민 씨만큼 강하다는 소리인가요?]

[그럴 리가, 최 대장의 수준을 정확히 모른다는 소리지.]

──── 쾅! 쾅! 쾅! 쾅! 쾅!...

최 대장과 기무라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에,

유숙희의 몸이 타올랐다.

[다들 준비해~ 기무라 녀석, 생각보다 강한 거 같으니까.]

[예!!!]

유숙희와 금빛 독수리가 기무라를 포위했다.

곧이어, 최 대장과 함께 협공을 펼쳤다.

“고노야로!”

분노한 기무라가 힘을 발현했다.

몸속에서 엄청난 마력이 솟구쳤다.

무형의 아우라가 일렁이는듯한 느낌이었다.

***

로도스 왕국이 다시 세워졌다.

수도, 로도스가 빠르게 재건되었다.

딴딴한 체형의 돔족을 중심으로 수많은 건설 인력을 투입한 결과였다.

내가 구해준 수천의 프로미아인들을 위한,

주택도 건설되었다.

종족에 상관없이,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열심히 일했다.

프로미아인들의 저력에 진심으로 갈채를 보냈다.

로도스 왕국의 모든 내정은 위로그 총관이 맡았다.

그는 후작으로 승작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총리에 해당되는 직함이었다.

다비온 경은 총사령관직을 유지했다.

로도스 왕국의 모든 군대를 총괄하는 위치였다.

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로도스 왕국의 군주인 나 샤론 테일러는, 태리 경을 로도스 왕국의 백작으로 임명한다.”

준남작에서 백작으로 승작했다.

로도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승작이었다.

“또한, 태리 경을 로도스 왕국의 수호 기사로 임명하며, 사령관으로 내정하는 바이다.”

“군주님···”

“태리 경, 당신에게 합당한 부와 명예 그리고 노예들이 주어질 겁니다. 앞으로도 우리 로도스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주세요.”

그야말로 파격에 가까운 보상이었다.

물론, 내가 없었다면 지금의 로도스도 없었을 테지만···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극구 사양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양할 수 없게 만들었다.

“군주의 은혜를 사양하거나 거절하는 것은 신하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네.”

“암, 암, 그거야말로 대역 죄인이지.”

“예? 대역죄인요?”

다비온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자네도 명심하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것저것 따지거나 묻지 말게. 그저 자네는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돼.”

“하지만,”

“허허,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된데도.”

위로그 총관과 다비온 경이 한 말이었다.

쉽게 말해, 보상을 거절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사령관으로 취임 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총사령관과 함께, 군대를 사열하는 일이었다.

드래고니안 부대와 수인족 부대 그리고 돔족 부대까지,

100만에 가까운 병력을 로도스 외곽에 포진시켰다.

그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절로 기운이 솟았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약간의 시간을 지체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이 떠오르자,

가슴이 뭉클해졌다.

군대 사열을 마친 후, 지구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다비온 경이 펄쩍 뛰었다.

“금방 돌아올 겁니다.”

그제서야 안심한 표정이었다.

“자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군주님께서 크게 낙담하실 걸세. 가급적이면 빨리 돌아오게.”

다비온 경의 말에, 맹약이 떠올랐다.

- 맹약이 성사되었습니다.

- 인과율에 따라 맹약은 목숨을 담보합니다.

- 정령의 여왕을 구하라.

- 악룡 바하뮤트 없애라.

- 악마군의 침공까지 3년 남았습니다.

악마군이 침공한다는 것은,

지구 곳곳에 게이트가 생성되기 전까지 3년 남았다는 소리였다.

어쨌든 이곳에 돌아오기 싫어도 무조건 돌아와야 했다.

맹약에 내 목숨이 걸려있었다.

다시 한번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용암지대로 순간 이동하려던 그때,

뭔가 소름 끼치는 기운이 로도스 전체를 뒤덮었다.

하늘에 떠 있던 뭉개구름들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곧이어,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넓은 하늘을 꽉 채울 만큼, 엄청난 크기의 흉상이었다.

저것에 비하면 비홀더 킹과 길가메시는 티끌만 한 먼지와 다를 바 없었다.

로도스 전체가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나 역시도 굉장한 압박감을 느꼈다.

▣ 하이퍼 스피릿 데미 갓 : 혼돈 저항, 화염 저항, 빙하 저항, 뇌전 저항, 물리 저항, 마력 저항, 정신 저항. 저주 저항, 환영 저항, 석화 저항.

- 혼돈 저항을 발동하였습니다.

- 정신 저항을 발동하였습니다.

- 저주 저항을 발동하였습니다.

- 환영 저항을 발동하였습니다.

- 마력 저항을 발동하였습니다.

핀들레이의 저항이 발동되자,

압박감이 해소되었다.

거대한 생명체는 실제가 아닌, 허상이었다.

거대한 생명체를 직시했다.

(하등 생물이 정말로 격을 얻었구나.)

(넌 누구냐.)

(대악마 베헤모스다.)

(왜 내게 텔레파시를 보낸 거지?)

(기회를 주려고.)

(기회?)

(균열을 열어주마. 네 세계로 당장 떠나라.)

(싫다면?)

(로도스는 물론, 지구도 멸망시켜버리겠다.)

(그러시든가.)

(핀들레이의 보호막이 절대라 생각하지 마라. 레메게돈님의 권능이라면 보호막쯤은 언제든지 찢어버릴 수 있다.)

(그럼 찢든가.)

(기어코 해보겠다는 건가?)

(애초에 시작이 틀렸다, 악마 새끼야. 내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 니들이 지옥으로 꺼지는 게 순리다.)

(하, 죽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지금 당장 지구로, 악마군을 보내겠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보아라.)

놈이 한 가지 모습을 보여줬다.

수천의 악마군이 용암지대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새끼와 아크 리치 그리고 발록이 포함된 고위급 악마군이었다.

(얼마든지 덤벼라.)

(미친,)

하늘에서 놈이 사라지자 텔레파시가 끊겼다.

나는 볼 것도 없이 용암지대로 공간 이동했다.

지구와 연결된 균열 근처에,

수천의 악마군이 포진해 있었다.

나는 균열 앞으로 순간 이동했다.

내가 나타나자, 악마군이 웅성거렸다.

- 그림자 군왕(5), 그림자 대공(25), 그림자 공작(125), 그림자 후작(625)

‘소환.’

데미 갓인 그림자 군왕부터, 하이퍼 스피릿인 그림자 후작까지···

고위급 그림자들만 소환했다.

그림자 속에서 7백의 그림자가 솟구쳤다.

(발타제.)

(예, 주인님!)

(모조리 죽여라.)

(예!)

명령을 내리자, 그림자 병력이 달려 나갔다.

──── 콰앙!

폭발과 함께, 그림자 군과 악마군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

세븐 스타이자, 청룡의 에이스였던 강석.

그가 마감청 특무대로 지원한 것은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과거, 한 여학생을 구하려다 부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첫눈에 반해버린 그는,

그녀를 위해 특무대를 지원했다.

특무대의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후,

요인 경호를 맡은 유령 부대로 들어갔다.

그는 운 좋게도, 여학생의 경호를 맡을 수 있었다.

한 간에 소문으로는 누군가 자신을 꽂았다고 하는데,

정확한 진위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이 첫눈에 반해버린 그녀의 이름은 이은영.

인류 최강이라는 이태민의 여동생이었다.

올해 대학생이 된 은영.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경호하고 있을 때였다.

“오빠한테 아무 일 없겠죠?”

이태민이 게이트로 사라진 지 오늘로 5일째.

일본의 마물을 제거하다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오사카 미나토구에 생성된 게이트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게이트마저 소멸한 상태였다.

“당연하지. 인류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라고. 혼자서 마물들을 싹 쓸어버렸잖아.”

“그럼 뭐해요. 차원 게이트로 들어가 버렸는데···”

“이태민 헌터가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을 리 없어. 분명 뭔가가 있기에, 들어간 것이 분명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금방 돌아올 거야.”

“····· 진짜 그럴까요?”

“그럼~ 아 참! 오늘 오후 수업이 인문학 이랬지?”

“네.”

인문학 강의실이 있는 B-3 건물로 차를 몰았다.

잠시 후, B-3 건물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

“수업 잘 듣고, 이따가 봅시다~”

“네~”

그녀가 총총걸음으로 건물로 들어갔다.

이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강석은 차에서 내려, 그녀의 주위를 지켰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음습한 살기가 느껴졌다.

“헉,”

음습한 살기는 순식간에 거대해지더니,

공포스럽게 변했다.

살기는 곧장, 인문학 강의실로 향했다.

위험을 직감한 강석은 황급히 달리며, 무전을 때렸다.

[상황 발생! 불특정 인물 접근. 위험도··· S!]

[뭐!]

[위험도 S!]

[····· 알았다, 그쪽으로 가고 있다. 도착까지 앞으로 12초.]

[본부에 지원 요청 바랍니다!]

[이미 했다!]

[라져!]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린 강석이, 강의실 근처에 도착했을 때였다.

“꺄악!”

은영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강의실로 들어서자,

웬 사내가 은영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40대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였다.

“멈춰!”

강석이 마력을 발현했다.

- 파츠츠~

그의 양손에 뇌전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가 바닥을 박차고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헉!”

사내의 몸이 감촉같이 사라졌다.

강석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순간, 눈앞이 번쩍였다.

항거할 수 없는 충격에, 뒤로 날아갔다.

사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웬 날파리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현장 도착.]

[이봐 강석, 괜찮나?]

때마침 현장에 도착한 동료들이 사내를 에워쌌다.

[큭, 괜찮··· 커헉!]

강석이 한 움큼의 핏물을 토해냈다.

40대 사내가 단 한 방에 자신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모두 잘 들어라. 보통 놈이 아니다. 정신들 바짝 차리도록!]

유령 3팀에게 둘러싸인 사내는 태연자약했다.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3팀을 주시했다.

[여기는 본부, 지원부대 도착까지 앞으로 5분.]

앞으로 5분 동안은 놈을 잡고 있어야 했다.

그때, 사내가 움직였다.

빛이 번쩍이고.

“커헉,”

“아악!”

“켁!”

“으윽!”

“크악!”

눈 깜짝할 사이에, 3팀이 쓰러졌다.

“헉!”

그 모습에 강석이 경악했다.

몸을 돌린 사내가, 은영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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