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눈앞에 생소한 세계가 펼쳐졌다.
이곳이 바로, 지구란 행성이었다.
게이트 앞에 누군가 있었다.
“※!”
“&#※§!”
“#&!”
그들이 자신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당최, 무슨 소린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인간이구나.”
카마쉬가 빙의했던 하등 생명체,
테사다르의 기억 속 인간과 닮아있었다.
디마쉬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간의 향기가 기가 막힐 정도로 감미로웠던 것이다.
본인도 모르게 침을 삼킬 만큼 말이다.
인간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프로미아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세상 그 어떤 향기보다 강렬한 유혹이었다.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 마신께서 내게 축복을 내려주신 게야. 이 디마쉬에게 말이야. 으하하하~”
감미로운 향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곳이 바로 지상 낙원이었다.
“혼자서 뭐라고 쳐 웃는 거야!”
“야, 뭐 하는 놈이야!”
“일단 잡아!”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사내들이 디마쉬에게 달려들었다.
디마쉬가 손을 들었다.
“거기까지다.”
말과 함께, 디마쉬의 눈이 번쩍였다.
사내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흡혈귀 특유의 굴종이라는 마법이었다.
“꿇어라.”
디마쉬의 말에, 사내들이 무릎을 꿇었다.
디마쉬가 그들을 스캔했다.
“흐음, 먹이로는 최상급이나 권속으로 쓰기에는 너무 하등하구나.”
디마쉬가 한 사내의 목덜미를 덥석 물었다.
흡혈과 동시에, 사내의 모든 것들을 흡수했다.
사내의 이름은 미시마 카즈야.
신도맹 소속의 헌터였다.
‘수준이 겨우 엘리트라니. 이거야 원, 벌레와 비슷한 수준이군.’
디마쉬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뭔가가 뇌리에 번쩍였다.
‘인간들 수준이 이 정도라면···.’
디마쉬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카마쉬가 국가 하나를 통째로 멸망시켰다.
자신이라면 지구를 통째로 멸망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태민이란 존재가 있었지만,
그는 현재 카마쉬와 함께 실종된 상태였다.
‘프로미아로 건너갔겠군.’
이태민이 카마쉬를 처리한 게 틀림없었다.
‘그럼 볼 것도 없잖아.’
인류 최강이라는 이태민마저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야, 단순히 세상을 지배하는 것보다 신이 되는 것이 낮겠어.’
인간들을 노예로 만들어 추앙받는다면,
격을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도 얼마든지 신이 될 수 있었다.
‘참! 그래도 카마쉬의 복수는 해야겠지. 어쨌든 카마쉬가 죽었으니까 말이야.’
이태민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나도 없었다.
‘흐음, 어쩐다··· 우선, 이곳을 장악한 신도맹부터 만나보자.’
마음을 정한 디마쉬가,
미시마 카즈야를 일으켜 세웠다.
“신도맹으로 가자.”
디마쉬의 말에, 그가 길을 안내했다.
***
아마겟돈.
아포칼립스.
무정부 상태.
약육강식.
멸망.
이 모든 것들이 일본을 가리켰다.
이미 일본은 멸망했지만,
놀랍게도 이곳에 왕이 존재했다.
왕의 이름은 기무라 도시오.
일본 극우 단체의 수장이자, 이자카와 재단의 총수였던 자였다.
그는 현재, 신도맹의 맹주로서 일본의 왕임을 자처했다.
- 라이젠 놈들을 잡아라!
신도맹의 제1 강령이었다.
라이젠은 일본의 자유를 위해 신도맹과 싸웠다.
그 결과, 패배했다.
신도맹에게 항복하거나 숨어서 살아야 했다.
“으아악!”
“사, 살려줘···”
“꺄악!”
“아악!”
“자, 잘못했어요.”
“크아악~”
많은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인 채,
무릎 꿇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다 발가벗겨진 상태였다.
이들 중에는 형제나 자매, 심지어 일가족들도 있었다.
“죽어!”
신도맹의 헌터들이 가차 없이 채찍질했다.
사람들 몸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기무라의 눈빛이 흉흉해졌다.
자신에게 반하는 자들을 철저히 응징할 작정이었다.
“누구든 좋다. 라이젠의 위치를 알려다오. 그러면 살려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입을 다문다면 지옥보다 더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뭣들 하느냐! 저것들을 매우 쳐라!”
기무라의 명령에 신도맹 헌터들이 다시 채찍질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에, 흡족해진 기무라가 자신의 침실로 향했다.
총리 관저이기도 한 이곳은 신도맹의 본부로 사용하고 있었다.
기무라가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였다.
“기무라인가?”
침실에 웬 사내가 앉아있었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하, 간땡이가 부은 놈이군.”
기무라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 벌벌 떨고 있던 여배우들에게 말했다.
“니들은 나가 있어.”
기무라의 말에, 여배우들이 황급히 뛰쳐나갔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걸어서.”
“우리 애들이 꽤나 빡빡했을 텐데?”
“그닥.”
사내가 미소 지었다.
“이봐, 사람을 잘못 찾아온 거 아닌가?”
“기무라 도시오. 신도맹의 맹주라 하더군.”
“호오, 내가 누군지 안다? 그런데도 이리 태연하다?”
“너는 영광으로 알아라. 이 디마쉬 님께 선택받은 것을.”
“무슨, 개···”
디마쉬의 눈이 번쩍였다.
“꿇어라.”
기무라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흐음, 그랜드 등급이라··· 겨우 이 정도가 최선인가··· 많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디마쉬가 기무라의 목덜미를 물었다.
순간, 기무라의 몸이 우두둑~ 거리며 변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길어지고,
체형이 전투형으로 변형되었다.
기무라의 눈도 시뻘겋게 물들었다.
***
“웃어?”
아크 리치가 살기를 내뿜었다.
피가 얼어붙을 만큼 냉혹한 살기였다.
“지랄.”
바닥을 박찼다.
놈을 향해 짓쳐들었다.
아크 리치가 대검으로 반격해왔다.
──── 콰앙!
주먹과 대검.
내 주먹은 단순한 주먹이 아니었다.
검붉은 아우라···
그림자의 권능과 폭룡의 권능이 합쳐진 주먹이었다.
──── 쾅! 쾅! 쾅! 콩! 쾅!...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방의 주먹을 갈겼다.
그 위력에,
아크리치가 연신 뒷걸음쳤다.
‘이동.’
아크리치의 뒤를 점한 후, 주먹을 연타로 꽂았다.
아크 리치가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단검.’
검붉은 아우라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단검이 되었다.
‘이동.’
또다시 아크리치의 뒤를 점한 후,
놈의 등을 난도질했다.
“크아악!”
아크 리치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놈이 벌벌 떨었다.
(주인님!)
그때, 발타제를 비롯한 그림자 군왕이 달려왔다.
(놈들은?)
(그게··· 갑자기 뼈다귀로 변화는 바람에···)
발타제가 광장을 가리켰다.
그 많던 스켈레톤 병력이 뼈다귀가 된 채 널브러져 있었다.
에이션트 리치가 죽자, 힘을 잃은듯했다.
(근데, 이놈은 누굽니까?)
레슬러가 아크 리치를 가리켰다.
놈은 현재, 검은 피를 줄줄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뭐라더라, 대악마 베헤모스의 권속이라던가.)
(베헤모스요? 그게 누구···)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이봐, 룬.)
(예, 주인님!)
룬에게 아크 리치를 가리켰다.
(예, 알겠습니다.)
룬이 도끼를 꺼냈다.
그리고 아크 리치의 목을 단번에 끊었다.
‘슬슬 해볼까.’
에이션트 리치를 향해 우측 팔을 뻗었다.
★ 그림자 부활 : 죽은 자를 즉시 부활시킨다.(2/100)
‘그림자 부활.’
- 영혼이 이미 소멸된 상태입니다.
에이션트 리치가 부활되지 않았다.
‘윽, 이러면 안 되는데···.’
에이션트 리치에게서 발록의 위치를 알아내야 했다.
부활되지 않으면 큰일이었다.
일단, 발록의 문제는 제치고,
아크 리치를 향해 팔을 뻗었다.
‘그림자 부활.’
- 데미 갓의 권능으로 아크 리치가 부활합니다.
아크 리치의 사체가 쩌억~ 하고 늘어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영체가 되었다.
“기억 공유.”
아크 리치가 자신의 기억을 공유했다.
놈의 이름은 바쿠.
대악마 베헤모스의 권속으로,
친위대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베헤모스를 떠올려라!”
베헤모스에 대해 알아보려 했으나,
이상하게도 기억이 공유되지 않았다.
그저 엄청난 크기의 대제국과 놈이 왕이라는 것만 알아냈을 뿐이다.
“젠장.”
그렇게 실망하고 있을 때,
!!
날개 달린 악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헉!”
놀랍게도, 아크 리치가 발록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악마 베헤모스의 명을 받고 리치 평야로 오던 중,
놈과 마주친 것이다.
발록은 지금, 리치 평야에서 제법 먼 곳에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리 멀지 않았다.
불새와 순간 이동이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잘했다, 잘했어.”
아크 리치를 치하한 후, 소환 해제했다.
지금, 그림자 병력이 프로미안인들을 구하고 있었다.
프로미안인들의 건강 상태가 무척이나 악화되어 있었다.
그들을 데리고, 이동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휴, 다행이다. 이건 하늘이 도운 거야.’
공간 능력만 각성할 수 있다면,
저들을 안전하게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발타제, 내가 올 때까지 이곳을 지켜라.)
(예, 주인님.)
‘불새.’
바닥을 박찬 후, 하늘을 날았다.
***
체고 2m.
불쑥 솟은 두 개의 뿔.
등 뒤에는 한 쌍의 날개가 달려있었다.
발록···
수많은 악마들 중에서 공간 능력을 각성한 몇 안 되는 종족이었다.
그들의 희귀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발록 일족의 카카롯은 헬바인의 명을 받아,
리치 평야로 향하고 있었다.
용암 지대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그곳을 개방해 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수백 마리의 프로미안 가축들을,
지급받기로 했으니 말이다.
자신의 전용 마수인 쿰차를 타고,
야들야들한 드래고니안 고기를 씹으며,
리치 평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 끼에에엑!
스켈레톤 드래건 한 마리가 날아왔다.
드래건 위에는 아크 리치가 타고 있었다.
대악마, 베헤모스의 권속인 바쿠였다.
“죽고 싶은 것이냐!”
놈이 자신의 머리를 짓밟았다.
쿰차에서 내려와,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다음부터 조심하도록.”
카카롯은 어쩔 수 없이, 오체 투지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달아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린 카카롯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자신은 고위급 악마, 아크마 헬바인의 권속이었다.
아크마 헬바인은 대악마들도 함부로 하지 못할 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이런 상황에, 쿰차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리를 짓밟히다니···
이번 일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쿰차를 세워라!”
분노한 카카롯이 프로미아인들을 무릎 꿇렸다.
식량으로 데려온 것들이라 죽어도 상관없었다.
제일 먼저 드래고니안 암컷을 채찍질했다.
“죽어!”
“꺄악!”
드래고니안 암컷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다음으로 수인족 암컷을 채찍질했다.
“죽어!”
수인족 암컷이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을 때,
“이런 미친 새끼가!”
등 뒤에서 소름 돋는 음성이 들려왔다.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없었다.
“위다.”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웬 놈이 허공에 둥실~ 떠 있었다.
***
“이런 미친 새끼가!”
살이 찢기고 피가 터져 나왔다.
연약한 아이들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솟구쳤다.
호위병으로 보이는 악마들과 마수를 단숨에 죽였다.
다음으로, 발록의 팔과 다리를 순차적으로 잘랐다.
“크아악!”
발록이 고통에 울부짖자, 우측 발로 아구창을 걷어찼다.
놈이 꺼꺼~ 거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