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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91화 (91/110)

91화

그 충격에, 피화살을 뿌리며 날아갔다.

“크악!”

땅에 처박힌 순간,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

“커헉!”

한 움큼의 핏물을 토해냈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온몸을 벌벌 떨었다.

공포에 잠식된 것이다.

이런 무기력한 느낌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머릿속이 새까맣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살아야 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도망쳐야 한다는 생존 본능뿐이었다.

그때였다.

주마등일까···

찰나의 시간에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모두 다 과거의 기억들이었다.

그러다,

‘그림.’

봉황 길드가 점령했던 흑공작의 무덤이 떠올랐다.

정확히 말하면, 그곳에서 봤던 그림들이 떠올랐다.

‘아슬란 자라···’

그곳에 걸려있던 많은 그림 중, 자화상 한 점이 펼쳐졌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나,

자화상의 주인공이 아슬란 자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슬란 자라가 말했다.

“너는 그림자의 주인이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공포에 떨다니···.’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였다.

‘감히.’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솟구쳤다.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비온 경이 깜짝 놀라며, 눈을 부릅떴다.

공포를, 이토록 빨리 극복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허허허~”

그가 너털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그런데 그때,

“이제 그만 하세요!”

샤론 군주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녀가 양팔을 벌리며, 내 앞을 막았다.

“군주님, 염려 마십시오. 안 그래도 지금 그만하려던 참이었습니다.”

“다비온 경, 정말인가요?”

“로도스 왕국의 충신, 다비온 크레일입니다. 이 늙은이를 벌써 잊으셨습니까? 저는 오로지 군주님을 섬길 뿐입니다.”

“아.”

샤론 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다비온 경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그녀가 물러서자, 다비온 경이 다가왔다.

“너무 열받지 마시게. 난 10대 보물 중 하나를 잃었네. 보다시피 피투성이가 되었고. 그에 반하면 자네는 겨우 한 대밖에 맞지 않았잖은가. 누가 봐도 자네가 훨씬 더 이득일듯한데··· 어떤가, 이쯤에서 서로 합의하는 게?”

확실히 그랬다.

그의 보물을 흡수한 건 바로 나였다.

더욱이, 그를 피투성이로 만든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 정도 선에서 합의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비온 경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최소한 지금은 말이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나?”

“어떤,”

“자네는 분명 펜던트를 흡수하였네. 어찌 된 일인가?”

다비온 경의 말에, 잠시 고민해 보았다.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을듯했다.

“10대 보물이 특수 능력을 각성할 열쇠였습니다.”

“오호~ 그래? 그거참 놀라운 일이군. 10대 보물이 각성의 열쇠였다니···.”

“·····.”

“잠깐, 그렇다면 군단장들의 정보가 절실하겠구먼.”

“예?”

다비온 경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글로디악의 하이퍼 스피릿은 모두 4명이었다.

샤론 군주, 위로그 총관, 다비온 경 그리고 나였다.

샤론 군주는 로도스 왕국의 마지막 공주로,

크리스탈의 축복을 받아, 엘레멘탈 마스터가 될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이 잠시라도 말이다.

위로그 총관은 로도스 왕국의 마지막 총관으로,

하이퍼 스피릿 엘레멘탈이었다.

다비온 경은 글로디악 요새의 총사령관으로,

하이퍼 스피릿 울트라였다.

나는 샤론 군주, 위로그 총관, 다비온 경에게 발타제, 레슬러, 론, 프리실라, 가츠를 소개했다.

“맙소사, 정령이 실제로 존재할 줄이야···.”

고대 전쟁 이후, 정령은 완전히 소멸되었다.

그 때문인지,

샤론 군주를 비롯한 드래고니안들이 경악했다.

“흠흠~ 태리 단장, 자네는 로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로서라면, 암흑룡 길가메시의 화신이라는 것밖에는···.”

“로서는 말일세···.”

다비온 경이 로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암흑룡 길가메시의 화신인 로서는, 저주의 힘을 사용했다.

드래고니안들을 흑화시켜 정신을 조작하는 힘이었다.

그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수많은 드래고니안들을 흑화시켰다.

“만약 로서를 처리할 수 있다면, 베스 제국의 드래고니안들이 정신을 찾을 것이네.”

로서와 테사다르를 제하면, 모든 이들이 순수한 드래고니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전쟁도,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젠장!”

다비온 경이 울분을 터트렸다.

잠시 후, 조금 진정됐는지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베스 제국의 하이퍼 스피릿은 20~30명 정도네. 그들 모두가 군단장들이지.”

다비온 경이 군단장들에 대해서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끼에에에엑~

거대한 마수의 울음소리가 창공에 울려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수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의 몸통에 박쥐의 날개를 단 마수,

바이퍼였다.

바이퍼 위로 한 인물이 오연히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테사다르.

베스 제국의 총사령관이었다.

테사다르가 창공에서 글로디악 요새를 내려다보았다.

이미 적들은 철저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진용을 갖추어라.)

텔레파시로 명령하자, 30여 마리의 바이퍼들이 허공에서 활강했다.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바이퍼다!”

하늘에서 거대한 마수가 활강했다.

모두 합쳐, 30여 마리.

강력하기로 소문난 바이퍼였다.

- 키에에에엑!

괴성을 지른 바이퍼들이 독액을 뿜기 시작했다.

창공에서 수십 발의 독액이 쏘아졌다.

“제가 막겠어요.”

샤론 군주가 달려 나왔다.

그녀가 두 손을 모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수호의 결계.”

말과 함께 허공에 투명한 막이 생성되었다.

- 쾅! 쾅! 쾅! 쾅! 쾅!...

투명한 막은 바이퍼의 독액을 완벽히 막았다.

그 모습에 병사들이 안심하려던 찰나,

- 쿵! 쿵! 쿵! 쿵! 쿵!...

어디선가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

지평선 저 너머, 새카만 무언가가 몰려오고 있었다.

“저, 적이다!”

그것을 본 병사들이 고함을 질렀다.

베스 제국의 12군단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모두가 말했다.

이번 전쟁은 필패라고···

전쟁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조차도 그랬다.

로도스 왕국의 멸망.

드래고니안족의 멸종.

다비온 경의 말이 맞았다.

그의 말대로, 이곳을 벗어나면 그만이었다.

마물과 마수 그리고 악마들이 우글거리는 보호막 밖,

하이퍼 스피릿인 나는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었다.

이곳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내가,

전쟁을 치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전쟁에 참여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나는 후회하지 않았다.

- 10대 보물 중 3개 흡수 시, 하이퍼 스피릿 그림자 개방.

- 10대 보물 중 6개 흡수 시, 하이퍼 스피릿 폭룡 개방.

- 10대 보물 중 9개 흡수 시, 하이퍼 스피릿 데미 갓 개방.

10대 보물을 모두 흡수해, 데미 갓이 되는 것.

발록의 일족을 잡아, 공간 능력을 각성하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슬란 자라의 후손인 드래고니안을 생존시키는 것.

그것이 바로 내 목표였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 10대 보물을 흡수하는 것은 더욱 그랬다.

10대 보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운 좋게 군단장을 잡아도,

10대 보물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야말로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였다.

하지만 그래도 각오를 다졌다.

반드시 해내겠다고···

‘그러려면 우선, 살아남아야겠지.’

그랬다.

우선, 생존해야 했다.

목숨이 붙어있어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프로미안 행성은 마나가 무한대인 행성이었다.

무한대의 마나.

이것은 그야말로,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바로 나에게 말이다.

● 폭사 : 상공에서 300자루의 폭룡을 생성한다.

대인전에서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공성전은 달랐다.

공성전에서 나는 폭사를 무한대로 사용할 작정이었다.

누군가 폭사를 알았다면, 벌써 난리가 났을 터였다.

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

총사령관 다비온 경이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글로디악 요새에서 가장 중심인 센터를 맡아달라는 명령이었다.

센터에는 성문이 있었다.

성문은 핵심 중의 핵심인 곳이었다.

“정말, 제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아니면 누가 맡는단 말인가. 더구나 자네에게는 정령들이 있지 않은가. 태리 단장, 잘 부탁하네.”

요새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만큼, 나는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디폴트 기사장을 중심으로, 천명의 기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소환.’

그림자 후작(5), 그림자 백작(25), 그림자 자작(125), 그림자 남작(625)을 소환했다.

그림자 속에서 발타제, 레슬러, 룬, 프리실라, 가츠를 비롯한 그림자 병력이 솟구쳤다.

그 모습에, 디폴트 기사장을 비롯한 제7 기사단이 경악했다.

“놀라지 마라, 내 정령들이다.”

“저, 정령이라고 하시면···.”

나는 디폴트 기사장의 어깨를 다독였다.

그런 후, 그림자 병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잠시 후, 설명이 끝나자 그림자 병력을 확인했다.

마스터 이상의 그림자 병력은 780명뿐이었다.

그에 반해, 마스터 등급인 다크 템플러의 수는 120만.

적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이곳을 사수하라.)

(예, 주인님!!!)

그림자 병력에게 명령을 내린 후, 폭룡을 뽑았다.

***

──── 쾅! 쾅! 쾅! 쾅! 쾅!...

바이퍼들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샤론 군주와 위로그 총관이 놈들의 공격을 막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바이퍼를 타고 있던 한 인물이 눈에 띄었다.

얼핏 봐도, 보통 인물이 아닌듯했다.

“디폴트 기사장.”

“예, 단장님.”

“저자는 누군가?”

바이퍼를 타고 있던 한 인물을 가리켰다.

그러자, 디폴트 기사장이 두 눈을 부릅떴다.

“테, 테사다르입니다.”

베스 제국의 총사령관이자,

살육의 기사가 나타난 것이다.

테사다르는 바이퍼를 탄 채,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호승심이 불끈 타올랐다.

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던 그때,

- 뿌우우우우우~

진격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베스 제국의 12군단도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

적들이 사정권 안으로 들어왔다.

“발사!”

다비온 경이 발사 명령을 내렸다.

요새에 있던 공성무기들이 일제히 발사되었다.

뿐만 아니라, 1만의 궁수들도 일제히 살을 날렸다.

푸른 하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시커멓게 물들었다.

곧이어,

──── 콰앙! 쾅! 콰쾅! 쾅! 쾅!...

폭음이 울려 퍼졌다.

피가 튀고 살이 난무했다.

팔과 다리가 떨어지고, 고통과 비탄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구역질이 나올 만큼 참혹한 참상이었다.

“돌격!”

적들은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진격했다.

그 모습에,

“다들 죽지 마라.”

“예???”

부하들에게 죽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자 부하들이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뭔가 잘못 들은 게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장님, 기사에게 있어서 전투 중 죽음은 명예입니다만.”

“죽지 마라.”

“다, 단장님···”

디폴트 기사장을 비롯한 제7 기사단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정확히 직시하며 말했다.

“잘 들어라, 나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생각이다. 아니, 반드시 승리할 생각이다. 그러니 죽지 마라. 반드시 살아남아라.”

“다, 단장님···”

전방을 향해 우측 팔을 뻗었다.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살아남아라. 이건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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