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화
나는 이 광경에 기함했다.
다비온 경도 황당한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 스팟
몸에서 황금빛 빛이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 혼돈 저항을 각성하였습니다.
- 특수 능력을 각성하였습니다.
- 10대 보물 중 3개 흡수 시, 하이퍼 스피릿 그림자 개방.
- 10대 보물 중 6개 흡수 시, 하이퍼 스피릿 폭룡 개방.
- 10대 보물 중 9개 흡수 시, 하이퍼 스피릿 데미 갓 개방.
“헐.”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시스템 음성은 쉽게 말해, 10대 보물을 모두 흡수하라는 소리였다.
10대 보물을 모두 흡수하면, 특수 능력이 모두 개방된다는 것.
단숨에 명확한 목표가 생겼다.
- ▣ 하이퍼 스피릿 : 혼돈 저항.
‘혼돈 저항이라···’
새롭게 생성된 혼돈 저항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혼돈을 사용하는 고대 악마에게,
절대 면역이 되는 힘이었다.
쉽게 말해, 권능이랄까.
‘그나저나 어쩌지···.’
허락도 받지 않고 남의 물건을 흡수해버렸다.
그것도 10대 보물 중 하나를 말이다.
다비온 경이 장식품인 듯 떠들어댔지만,
그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빨리 펜던트를 내놓으라고.
분노한 다비온 경이 이를 갈았다.
얼핏 봐도,
뭔가 속은듯한 표정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내 펜던트가 왜 사라져!”
“그게···.”
“네놈, 일부러 사술을 부린 것이지.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자, 잠시만요.”
“겁도 없이 감히 날 속여!”
“그게 아니라···”
“문답 무용! 날 속인 죄, 목숨으로 갚아라!”
다비온 경이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이에 나도 황급히,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이놈!”
- 파앙!
공기가 터지는 파공음,
그가 움직였다.
순간, 머리끝이 쭈뼛거렸다.
그의 살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죽엇!”
다비온 경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 쾅!
폭음과 함께, 시작된 대결.
──── 콰콰콰콰콰...
수십 발의 주먹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마치 분수가 터지듯, 그의 주먹들이 작렬했다.
하지만, 나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윽.’
대체 무슨 장갑인지 모르겠다.
무기도 없이 오직 권으로만 폭룡과 맞부딪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갑에는 어떠한 흠집도 없었다.
그의 주먹들이 계속해서 날아왔다.
전방위적으로 날 압박했다.
그런데,
‘어라?’
뭔가 좀 이상했다.
‘뭐지, 이거···.’
생각보다 주먹의 파워가 강하지 않았다.
스피드는 제법 빨랐지만 못 막을 정도는 아니었다.
──── 쾅!
확실히 파워는, 내가 위였다.
다비온 경도 그것을 자각했는지, 표정이 굳어졌다.
생각보다, 내가 훨씬 더 강했던 것이다.
파워, 스피드에서 앞서자,
대결을 리드할 수 있었다.
(권.)
폭룡을 장갑으로 변화시켰다.
스피드가 월등히 상승되었다.
──── 콰콰콰콰콰...
다비온 경을 공격하자,
그의 표정이 무척이나 다급해졌다.
(뭔가 이상하다, 주인.)
폭룡의 말뜻을 알 것 같았다.
나도 지금 그것을,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무슨 속셈이지···.’
다비온 경은 분명 나보다 더 강했다.
그런데도 막상 부딪쳐보면 내가 압도적으로 더 강했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요리가 가능할 정도.
쉽게 말해서 이런 식이었다.
‘얼굴.’
──── 퍽!
‘다리.’
──── 퍽!
‘명치.’
──── 퍼버벅!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공격이 가능했다.
‘상단 차기.’
──── 콰직!
우측 다리로 얼굴을 직격했다.
다비온 경이 힘없이 무너졌다.
그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지금 그의 모습은 둘 중 하나.
애초부터 실력이 이 정도였거나,
날 우습게 보고 있거나였다.
날 우습게 보고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날 우습게 봤다 이거지? 얼마나 버티나 두고 보자고.’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다비온 경의 면상에 주먹을 때려 박았다.
지금이라면, 그를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혈은 피했다.
“꽤, 아플 겁니다!”
그의 면상에,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 쾅! 쾅! 쾅! 쾅! 쾅!...
마력이 담긴,
압도적인 파워의 주먹이었다.
가히 뚜드려 팬다고 하는 것이 맞을듯했다.
“커헉!”
다비온 경이 피 분수를 뿌리며 날아갔다.
“으윽.”
그가 힘겹게 일어서며, 입술의 피를 닦았다.
“큭, 제법이구나···”
뜻밖에도, 그가 미소 지었다.
그 모습에 우스스~ 소름이 돋았다.
‘설마.’
특수 능력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 우드드드득...
그의 몸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비틀리고,
근육이 범핑되었다.
체고가 무려, 5m.
마치 헐크와 같은 모습이었다.
‘젠장.’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그는 날 우습게 봤던 것이다.
그래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기본적인 힘만 사용한듯했다.
“이것이 바로, 자이언트다.”
자이언트를 발현한 그의 몸에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놀랍구나, 특수 능력도 없는 네게 자이언트를 사용할 줄이야.”
“잠깐만요.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펜던트가 녹아서 흡수될 줄은 저도 몰랐다고요.”
“흥, 변명 따위는 집어치워라. 이미 엎질러진 물. 그보다 각오나 다져라. 어찌 됐든 이제부터 시작이니 말이다.”
다비온 경이 바닥을 박찼다.
!!
“헉!”
그의 주먹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 콰콰콰콰콰...
강했다.
그리고 빨랐다.
힘과 스피드.
모든 신체 능력이 압도적으로 상승되었다.
과연, 자이언트.
최소, 2배 이상은 강해진 듯했다.
──── 콰콰콰콰콰...
계속해서 쏟아지는 주먹에,
‘이익!’
이번에야말로, 나도 전력을 쏟았다.
──── 쾅!
──── 퍽!
──── 팍!
──── 콰직!
──── 쿵!
──── 퍼억!
마력과 마력.
그리고 주먹과 주먹.
쉴 새 없이 서로의 팔과 다리가 맞부딪쳤다.
혼신의 힘을 다한 서로의 공격이 계속해서 작렬했다.
팽팽히 당겨진 고무줄처럼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지켜보던 수많은 드래고니안들이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
손에서 땀이 흐를 만큼 긴장감을 유발시켰다.
때마침 달려온 샤론 군주와 수뇌부들도,
이 광경 앞에선 침묵했다.
그러다,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는군요.”
샤론 군주가 침묵을 깼다.
“태리 단장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위로그 총관이 독백했다.
다비온 경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태리 단장의 얼굴은 멀쩡했다.
“전쟁이 코앞인데, 크게 다칠까 염려돼요.”
샤론 군주가 발을 동동 굴렀다.
“일단 내버려 두시지요. 지금 저 둘을 말리는 건,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하지만.”
“다비온 경이 비록 다혈질인 분이나, 막무가내인 분은 아니니까요. 믿어보시지요.”
“아.”
샤론 군주가 애타는지, 두 손을 꽉 모았다.
***
동급의 상대를 압도하는 것은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그만큼 내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 등급,
두 등급 위는 되어야 적수로 여겼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자이언트로 진화한 다비온 경이지만,
나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파워, 스피드···
모든 면에서 말이다.
더군다나 내게는 순간이동이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필살기 중의 필살기,
개사기 스킬이었다.
내가 순간 이동하자, 다비온 경이 기함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날 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특수 능력인 자이언트라도 소용없었다.
그의 공격은 내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다비온 경의 전신이, 피로 물들어갔다.
만약 사혈을 공격했다면,
벌써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어른이 아이를 데리고 노는듯한 느낌.
그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다비온 경이 발광했다.
“으아아아악!”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힌지, 괴성을 질러댔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
이 분노를, 쏟아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괴성을 지르는 것 외에는 말이다.
“마, 말도 안 돼···.”
격정, 분노, 충격 등 온갖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그의 뇌리를 지배했다.
자신에 비해 한참이나 어린 녀석이었다.
더군다나 특수 능력도 각성하지 못한,
반쪽짜리 하이퍼 스피릿이었다.
고작 그런 녀석에게,
로도스 왕국 최강의 전사가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가 극에 달했을까···
한참을 몸부림치던 그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뚝, 멈췄다.
드넓은 연무장에 적막감만이 흘러내렸다.
잠시 후, 다비온 경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크하하하~”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그가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큭, 예전에 그랬었지. 다혈질인 성격을 고치지 못하면 너 자신을 해치게 될 거라고···.”
분노에 치를 떨던 다비온 경의 얼굴이,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
“스승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었네. 그 말씀을 이제서야 깨닫다니··· 나도 참으로 멍청하구나.”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해탈한듯한 얼굴이었다.
“고맙다, 태리 단장. 그대 덕분에 드래건에 한발 가까워졌다.”
다비온 경이 계속해서 뜻 모를 말을 내뱉었다.
‘고맙다니···.’
갑자기 왜 고맙다고 하는 걸까.
방금 전 살기등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의 급격한 감정 변화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고맙다는 말씀은, 펜던트 일을 묻어주신다는···.”
“어허, 무슨 소린가?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일세. 방금 전 고맙다는 말은, 자네를 우습게 봐서 미안하다는 뜻이네.”
“에? 그게 무슨···.”
“쉽게 말해, 이제부터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릴세.”
“최, 최선요? 아니, 굳이 그러실 필요는···.”
“됐네, 아까도 말했지만, 자네와의 대결은 이제부터가 시작일세.”
- 우드드드득...
다비온 경의 몸이, 또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팔과 다리가 비틀어지더니, 더욱 늘어났다.
또한, 근육은 더욱더 범핑되었다.
체고가 무려, 10m.
마치 거대한 헐크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하이퍼 스피릿 2단계, 울트라일세.”
하이퍼 스피릿 울트라.
단순히 2배 이상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몇 배인지 모를 만큼 훨씬 더 강하게 진화되었다.
단순한 기파만으로 소름이 돋을 만큼 말이다.
“·····.”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도, 도망쳐야 해···.’
머릿속은 온통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순간이동도 발현되지 않았다.
마치 세상의 마나가 모두 동결된듯한 느낌.
과거 마력 동결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세상의 마나가 딱딱하게 얼어붙은 느낌일 걸세.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네만, 나는 아무런 능력도 발현하지 않았네.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소릴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네는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네. ····· 왜 그런지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
“허허~ 땀을 비 오듯이 흘리는군. 너무 그렇게 긴장하지는 말게.”
다비온 경이 다가오더니,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줬다.
“이유를 말해주겠네. 그건 바로, 격이라는 것 때문일세.”
순간, 거대한 주먹이 눈앞에서 번쩍였다.
──── 콰앙!
엄청난 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