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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87화 (87/110)

87화

‘맙소사···’

대체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머릿속은 온통 비홀더 킹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금 전 보았던 것이 실재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

비홀더 킹은 거대한 눈동자의 모습이었다.

어둠의 숲을 지나, 산 위로 둥실 떠 있는 거대한 눈동자.

반지의 제왕에서 보았던 사우론의 눈과 비슷했다.

직경 100m를 훌쩍 넘는 크기.

문제는 눈과 마주한 순간, 돌처럼 굳어진다는 것이다.

‘윽!’

지상으로 급속도로 추락했다.

살을 에는듯한 공기가 안면을 때렸다.

이대로 떨어진다면, 온몸이 박살 날 터.

그림자 후작을 소환하기에도 이미 늦은 후였다.

‘이익!’

그나마 다행인 것이, 몸속의 마력은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찰나의 순간,

도박을 감행했다.

‘이동!’

몸이 굳어진 상태,

순간 이동이 가능할지도 의문인 상황.

성공 확률은 불과, 30%도 되지 않았다.

- 빛이 번쩍이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에서 지상으로 순간 이동되었다.

‘헉!’

그러나, 추락 중이던 중력은 해소되지 않았다.

- 쾅!

지상과 정면으로 충돌해, 땅에 처박혔다.

‘윽!’

꽤나 큰 고통.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림자 후작!)

재빨리, 그림자 후작을 소환했다.

그림자 속에서 룬, 레슬러, 프리실라, 가츠가 스윽~ 하고 솟구쳤다.

(주인님!!!)

크게 놀란 그들이 내 몸을 부축했다.

‘휴,’

그제서야 조금 안심되었다.

(주인님, 석화에 걸리셨어요.)

프리실라가 내 몸을 살피며 말했다.

(····· 자세히 말해줄래?)

(석화는 일종의 저주 마법이에요. 주인님을 단번에 요격할 정도면 절대 마법이 틀림없어요.)

(절대 마법?)

(권능이라고도 하죠. 고대 악마의 짓이 틀림없어요.)

(권능이라··· 그런데, 고대 악마가 뭐지?)

(고대 악마는 굉장한 놈이에요. 악신에 버금갈 정도랄까. 웬만한 힘으로는 흠집도 낼 수 없어요.)

(하, 그 정도야?)

(네.)

(젠장, 어쩐지 드럽게 강할 것 같더니···)

(주인님, 일단 어둠의 숲부터 정리할까요?)

(아니, 그보다 권능이란 것부터 풀어줘.)

(그건 못 풀어요.)

(너무 단호박이잖아.)

(어쩔 수 없어요, 주인님. 권능은 스스로 푸셔야 해요. 타인의 마력은,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큭.)

프리실라의 말에,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런 후, 마력을 움직여 디스펠을 발현했다.

강철같이 단단했던 석화가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하더니,

5분쯤 지나자 감쪽같이 해제되었다.

“하아,”

가쁜 숨을 내뱉었다.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긴장이 풀려버린 것이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어둠의 숲 덕분에, 비홀더 킹은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어둠의 숲을 돌파해 봤자, 소용없다는 거잖아.’

어둠의 숲, 다음은 비홀더 킹의 권역.

놈의 광범위한 권능은 모든 길을 다 차단시켰다.

놈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눈을 감는 것뿐.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자살행위예요.)

눈을 감은 채 돌파하겠다고 하자,

프리실라가 반대했다.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방법이 없잖아.)

(그래도, 눈을 감는 건 안 돼요.)

(프리실라.)

(마물과 마수, 악마들이 득실대고 있어요. 이런 곳에서 눈을 감겠다고요? 말도 되지 않아요.)

프리실라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눈을 감는 건,

포기했다.

‘정말 터무니없는 괴물이야. 위로그 총관은 왜 말을 안 해준 거지. 저런 게 있다면 미리 언질을 줬어야지.’

아공간에서 지도를 꺼냈다.

다시 한번 살펴봤지만,

비홀더 킹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저토록 거대한 괴물을, 그가 몰랐을 리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었다.

(어머! 마법 지도네요?)

프리실라가 다가왔다.

(잠깐만 봐도 될까요?)

프리실라의 요청에, 지도를 건네주었다.

지도를 받은 그녀가 마력을 발현했다.

순간, 빛이 번쩍이고···

지도 위로, 홀로그램 영상이 펼쳐졌다.

홀로그램 영상은 주변 지형과 지물 그리고 사물 등을,

입체적으로 구현했다.

마치, 현장을 보는듯한 생생한 모습.

낡아빠진 양피지에서, 이런 기적이 펼쳐지다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프리실라가 어둠의 숲을 터치했다.

삑! 소리와 함께 팝업이 뜨더니,

마물과 마수 그리고 악마들의 이름이 출력되었다.

그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 지도를 보니, 아슬란 자라님이 떠오르네요. 그분도 드래고니안이셨죠. 활동하시던 시대가 바로, 마도 문명이고요.)

프리실라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림자 공작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한번 물어봐도,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지금, 그림자 공작을 언급한 것이다.

(마도 문명이라면, 암흑룡 길가메시가 핀들레이를 배반했을 때인가?)

(맞아요. 마법 지도는 그 당시에 만들어진 거예요.)

(하, 여태껏 기억이 안 난다더니···)

(저희들의 기억은 봉인당한 상태였어요. 주인님께서 프로미아의 역사를 듣는 순간, 봉인 해제가 이뤄진 거죠.)

(엥? 나 때문이라고?)

(네, 주인님 덕분이에요.)

(·····)

(오래전, 아슬란 자라님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모두 떠올랐어요.)

프리실라가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룬, 레슬러, 가츠도 마찬가지.

그들 모두가, 그림자 공작을 그리워했다.

(그분과 함께한 마지막 시간들이 떠오르네요.)

프리실라가 눈물을 글썽였다.

그때, 머릿속에서 그녀의 기억이 공유되었다.

- 지옥문이 개방되고, 수많은 악마들이 침공해왔다.

마도 제국은 혼신의 힘을 다해, 맞서 싸웠다.

특히, 총사령관 아스란 자라는 단연 발군이었다.

그는 아칸 대공과 함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끝도 없이 쏟아지는 악마들에게···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죠.)

당시의 참혹했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목불인견의 참상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슬란 자란님이 돌아가시고, 저희도 소멸되기 직전이었죠. 그런데 그때, 차원에서 균열이 발생했어요. 핀들레이님과 길가메시의 전투 중에 발생한 일이었죠. 프로미아랑 지구가 연결된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거예요.)

(헐,)

(균열을 확인한 우리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발타제를 비롯한 그림자 후작은 정령의 율법을 어겼다.

그들은 차원의 균열로 들어가, 아슬란 자라의 무덤을 만들었다.

이는 인과율을 배반한 명백한 죄였다.

정령의 신이 분노했다.

그들에게 천벌을 내렸다.

죄의 대가로 기억을 봉인했으며,

이면 세계로 추방시켰다.

억겁의 시간 동안 말이다.

(만약, 핀들레이님이 로도스 왕국을 구하지 않았다면, 무덤은 절대로 발견되지 않았을 거예요. 당연히 주인님과 만날 수도 없었을 테고요. 우린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서 살았겠죠.)

프리실라의 말을 종합해 보면,

그림자 후작은 본래 정령이었고, 드래고니안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어쨌든, 아슬란 자라의 직속 부하였으니 말이다.

프리실라의 말에, 분노가 느껴졌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마, 저 많은 악마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저희들은 주인님의 노예일 뿐이에요. 감히, 주인님의 의지에 반할 생각은 없어요. 다만···)

(다만?)

(주인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헬바인에게 복수하고 싶어요.)

프리실라를 비롯한 룬, 레슬러, 가츠가 무릎을 꿇었다.

그만큼이나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슬란 자라를 죽인 게 헬바인인가?)

(····· 네···)

물어볼 필요도 없는 얘기.

(····· 생각해 보지.)

나는 즉답을 회피한 채 고개를 돌렸다.

뭔가 단숨에 거절하는 건, 모양새가 빠졌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런 내 마음도 모른 채 황송하다는 듯,

오체투지 했다.

(흠, 흠~)

땀이 삐죽~ 흘렀다.

‘헬바인? 헬바인이라···’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낯익은 이름.

꽤나 익숙한 이름에,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다,

!!

‘카마쉬!’

카마쉬가 떠올랐다.

놈은 분명,

- [어쨌든, 지구의 최강자가 됐구나. 축하한다, 이태민. 그럼 이 몸도 정식으로 소개하지. 본좌는 헬바인님의 권속이자, 마계의 특사인 카마쉬라고 한다. 귀하디귀한 발록의 일족이지.]

헬바인의 권속이라며 자신을 소개했었다.

‘젠장! 어쩐지 섬뜩하더니···’

헬바인,

이름만 들어도 섬뜩했다.

녀석의 이름을 기억에서 완전히 지웠다.

“퉤! 퉤! 퉤!”

그것도 모자라, 땅에다 침까지 뱉었다.

그제서야 조금 진정되었다.

(프리실라,)

(예, 주인님.)

(비홀더 킹을 터치하도록.)

프리실라가 비홀더 킹을 터치했다.

삑! 소리와 함께 새로운 팝업창이 떴다.

비홀더 킹에 관한 자료들이 출력되었다.

- 비홀더 킹

고대의 존재.

석화 마법 사용.

- 핀들레이의 반지.

최초의 드래곤, 핀들레이의 뼈와 살로 만들어진 반지.

로도스 왕국의 10대 보물 중 하나.

석화 마법 무력화.

자료를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비홀더 킹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위로그 총관이 분명했다.

‘위로그 총관이 기록했다면··· 설마,’

(비홀더 킹을 돌파한 건가?)

(음, 그건 아닌 거 같아요. 황야의 들판은··· 아무런 기록이 없어요. 그곳에 진출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죠.)

황야의 들판까지는 진출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핀들레이의 반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최소한 위로그 총관에게는 말이다.

‘어쨌든, 핀들레이의 반지는 알고 있다는 소리. 일단 가서 물어보자.’

(성으로 돌아간다.)

(예, 주인님!!!)

룬, 레슬러, 프리실라, 가츠를 소환 해제했다.

‘이동.’

발타제가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순간, 눈앞이 암전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연무장으로 전송되었다.

***

발타제와 기사들이 훈련에 몰두 중이었다.

내가 나타났지만 발타제를 제외한,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주인님.)

발타제가 인사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연무장 밖으로 나갔다.

***

연무장 밖에는 린이 대기 중이었다.

“어디 가세요, 단장님?”

그녀가 쪼르륵 달려왔다.

“총관실로 가는데,”

“낮에 만나셨잖아요.”

“물어볼 게 생겨서···”

“아,”

“그런데 그쪽은 어딜 가는 거지?”

“저요? 저야 당연히 단장님을 따라가는 중이죠.”

“날? 왜?”

“단장님이 지내실 곳이랑,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챙겨드려야 하니까요.”

린의 말에, 위로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궁금한 것은, 린에게 물어보도록.”

‘설마,’

린이 10대 보물을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핀들레이의 반지에 관해 물어보았다.

“핀들레이의 반지요?”

뜻밖에도 린의 대답은 청산유수였다.

“로도스 왕국의 10대 보물 중 하나잖아요. 석화 마법을 무력화시키는 반지죠.”

“어디 가면 구할 수 있지?”

“당연히 베스 제국이겠죠.”

“····· 하, 혼자서 쳐들어가야 하나?”

“농담이시죠?”

“농담 아닌데?”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 혼자서 어딜 쳐들어간다는 거예요!”

“윽, 귀청 떨어지겠네.”

“하아,”

린이 황당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베스 제국에 쳐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뭐가 이렇게 진지해? 어차피 전쟁은 터졌는데.”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더욱 조심해야죠.”

“잉?”

“하나뿐인 목숨이잖아요.”

‘나를 걱정해 준다고? 외계인인 나를?’

뭔가 진심인듯한 표정에, 살짝 뭉클해졌다.

“내가 바보냐. 혼자서 쳐들어가게.”

“단장님은 뭔가, 진심 같아서 무섭단 말이에요.”

린이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아, 맞다!”

뭔가 떠오른 듯, 그녀가 손뼉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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