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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85화 (85/110)

85화

연무장의 크기는 축구 경기장 크기의 3배였다.

지금 이곳에서, 많은 기사들이 훈련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련 중이던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풀 플레이트를 착용한 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기사들.

그들의 대련은 실전과도 같았다.

혼신의 힘을 다한 그들의 모습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광 어린 눈빛이, 기량의 출중함을 방증해 줬기 때문이다.

얼핏 봐도, 최소 마스터 이상.

이 정도 전력이면, 미국과 중국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동작 그만!”

위로그가 들어서자, 누군가 소리쳤다.

일순간, 모든 기사들이 동작을 멈췄다.

“가지.”

위로그가 별일 아니라는 듯, 눈짓했다.

나는 그를 따라,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다.

***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제7 연무장이었다.

위로그의 출현에, 누군가 달려왔다.

꽤 낯익은 모습이, 어제 싸웠던 디폴트 기사장이었다.

“모두 주목!”

디폴트 기사장이 소리쳤다.

“총관께 경례!”

그가 구령을 외치자, 기사들이 예를 갖췄다.

“이쪽은 제7 기사단의··· 이런,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못했군. 자네 이름이···”

위로그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태민입니다.”

“리, 태, 리?”

“이. 태. 민입니다.”

“리, 태, 리··· 리, 태, 리??”

“····· 그냥 태리라 부르시면 됩니다.”

“흠흠, 알겠네. ····· 이쪽은 태리 기사단장이네.”

“기, 기사단장이라뇨!?”

기사단장이라는 말에, 디폴트가 화들짝 놀랐다.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디폴트 기사장.”

“예, 총관님.”

“지금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해 봐야 5일뿐.”

“하,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십이 군단이 몰려드는 중이네. 2차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규모지.”

위로그가 디폴트의 어깨를 다독였다.

“베스 놈들도 이번엔 끝장을 볼 생각인 게야.”

“·····”

“태리 단장의 실력은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나. 그는 분명 큰 힘이 될 거야.”

위로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디폴트.

그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인정한 것이다.

내 압도적인 실력을 말이다.

디폴트 기사장이 몸을 돌려, 날 바라봤다.

“제7 기사장, 디폴트입니다.”

그가 정중히 예를 표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7 기사단은 이틀 후, 글로디악으로 출발할 걸세. 앞으로 잘 부탁하네.”

위로그가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의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

“참! 린이 자네를 보조할 걸세. 필요한 것들은 린에게 요구하게나.”

“·····.”

“그럼, 나는 이만 가봄세.”

위로그가 몸을 돌리더니, 자리를 떠났다.

***

제7 기사단의 수는 천명이 훌쩍 넘었다.

모두가 마스터 이상의 최상급 기사들이었다.

이 정도 수가 일개 기사단이라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는 기사단의 훈련을 말없이 지켜봤다.

기사들 대부분이 검술을 수련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검술이 뇌리에 박혔다.

단 한 번 봤을 뿐인데, 검술을 습득한 것이다.

마치 폭룡진노처럼 말이다.

‘시스템인가···’

시스템의 권능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불가능했다.

검술에 무지한 내가, 단숨에 익혔으니 말이다.

나는 기사들의 훈련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그들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기사단장의 출현에, 모두가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개중 몇몇은 불만스러운 얼굴도 있었다.

디폴트 기사장은 인정했으나,

자신들은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이야 비록, 디폴트 기사장 때문에 참고 있지만,

언젠가는 본때를 보여주고 싶은 표정들이었다.

그래서,

‘이거 참,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조금 난감해졌다.

명색이 기사단장이었다.

부하들의 불만과 불신을 모른 척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기사단장으로서 확실한 위계질서와 기강을 잡아야 했다.

‘어쩔 수 없나···’

“모두 동작 그만!”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집합!”

그들을 집합시키자, 어슬렁거리며 모여들었다.

“이 자식들이, 단장님 말씀이 안 들려!”

디폴트 기사장이 소리치자, 그제서야 후다닥~ 움직였다.

‘어쭈, 요것들 봐라?’

“기사장님.”

“예, 단장님.”

“이들 중에서 누가 제일 뛰어납니까?”

“뛰, 뛰어나다면···”

“전투력 말입니다.”

“아, 전투력이라면 아무래도 제가···”

“기사장님은 빼고요.”

“아, 하하;; 그럼, 백인장들이 제일 뛰어납니다.”

디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인장들은 앞으로 나오세요.”

열 명의 기사들이 앞으로 나왔다.

“11:1로 대련 한번 하죠.”

“예?”

갑작스러운 제안에, 디폴트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랑곳 없이, 아공간을 개방했다.

그리고, 서서히 폭룡을 뽑았다.

“선공은 양보하겠습니다.”

전투 자세를 취하자, 디폴트가 입을 열었다.

“저, 이런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혹시, 저까지 포함해서 열한 명인 겁니까?”

“네.”

“하,”

디폴트가 얼척없는지, 코웃음쳤다.

“단장님, 단장님 실력이 뛰어난 건 누구보다도 제가 잘 압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로열 등급만 11명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어서 덤비세요.”

디폴트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를 무시하며, 도발한 것이다.

디폴트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제법 분노한 표정이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지금 실수하시는 겁니다.”

디폴트 기사장이 무기를 뽑았다.

뒤에 있던, 백인장들도 무기를 뽑았다.

“문답 무용.”

피식 웃으며 또다시 손가락을 까닥였다.

디폴트를 한 번 더 도발한 것이다.

“이익!”

분노한 디폴트가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

이에, 나도 바닥을 박찼다.

──── 콰콰콰쾅!

폭룡과 디폴트의 검이 부딪치자, 폭발이 일었다.

──── 콰앙!

폭발의 충격에, 디폴트가 튕겨져 나갔다.

“우윽!”

꽤나 충격이 컸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디폴트를 향해 짓쳐들었다.

백인장들이 가로막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순식간에 디폴트의 뒤를 점한 후,

우측 다리로 뒤통수를 강타했다.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디폴트가 무너졌다.

“헉!”

“무, 무슨!”

“맙소사···”

“아!”

“말도 안 돼···”

디폴트가 쓰러지자, 침음성이 터져 나왔다.

백인장들도 마찬가지. 그들도 놀란 표정들이었다.

“흥!”

이번엔, 넋이 나간 백인장들을 향해 짓쳐들었다.

폭룡을 역으로 쥔 채, 그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 퍼버벅...

주먹이 번쩍이고···

“억!”

“커헉!”

“악!”

“꾸엑~”

“허억!”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열 명의 백인장들을 순식간에, 쓰러트린 것이다.

충격과 공포.

기사들의 눈에 두려움이 내려앉았다.

***

“이얍!”

“합!”

“받앗!”

“어딜!”

언제 그랬냐는 듯, 연무장이 불타올랐다.

기사들의 눈빛이 영롱하게 반짝였다.

나에 대한 충성심이랄까.

워낙 압도적인 패배라, 충격에서 금방 벗어났다.

정신을 차린, 디폴트와 백인장들이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검술에 대해 문외한인데 말이다.

‘별수 없나···’

그래서 발타제를 소환했다.

(발타제.)

그림자 속에서 발타제가 솟구치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누, 누구!”

디폴트가 물었지만,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부하라고만 소개했다.

어차피 마법이 통용되는 세상.

기사들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마법사들의 소환술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검술을 배우고 싶다는데 말이야. 부하 녀석들이라,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알겠습니다, 주인님. 제가 가르치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니가 좀 수고해 줘라.)

(예, 주인님.)

발타제가 흔쾌히 수락했다.

발타제가 기사들을 모으더니, 검술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폭룡 진노와 같은 진귀한 검술은 아니지만,

제법 심오한 검술 같았다.

***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늦은 점심을 먹은 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단장님.”

디폴트 기사장이 다가왔다.

“설마, 하이퍼 스피릿일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저기 계신 발타제 님도 하이퍼 스피릿이라고 하시더군요. ····· 저,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궁금해서요.”

디폴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발타제 님께 물었더니, 특수 능력을 각성하지 못했다고 하시더군요. 혹시, 단장님께서도···”

“특수 능력요?”

처음 듣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특수 능력이라니,

무척 황당한 소리였다.

“저희 드래고니안들은 하이퍼 스피릿이 되는 순간, 특수 능력을 각성합니다. 예를 들어, 위로그님 같은 마법사들은 엘리멘탈 능력을, 다비온 님 같은 전사들은 자이언트 능력을 각성하지요.”

“오, 그래요?”

꽤나 놀라운 얘기.

쉽게 말해서, 하이퍼 스피릿이 되는 순간,

특수 능력을 각성한다는 소리였다.

“이상하네요. 저는 특수 능력을 각성하지 못했거든요.”

“아, 그럼 단장님께서도 발타제 님처럼···”

디폴트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드래고니안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왜 특수 능력을 각성하지 못하셨지···”

‘드래고니안이 아니기 때문이라···.’

디폴트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었다.

“정말 안타깝네요. 특수 능력은 하이퍼 스피릿을 2배 이상 강화시켜주는 능력인데···”

“예!? 아니, 그 무슨···”

디폴트의 말에 경악했다.

하이퍼 스피릿을 2배 이상 강화시켜주다니···

만약 사실이라면, 기필코 얻어야 할 힘이었다.

“자세히 말해줄 수 있습니까?”

디폴트의 말은 이랬다.

하이퍼 스피릿의 특수 능력은 총 3단계로 구분되었다.

1단계가 바로, 자이언트와 엘리멘탈 능력이었다.

전사인 경우, 자이언트란 능력을 각성했는데,

이것은 일종의 변신 능력이었다.

자이언트를 발현한 순간,

모든 능력치와 더불어 전투력이 2배 이상 상승한다고 했다.

‘맙소사···’

디폴트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특수능력을 왜 각성하지 못했는지, 짐작 가는 부분이 있을까요?”

“글쎄요. 일단, 총관님께 여쭤보시죠. 그분이라면 뭔가 알고 계실 것 같은데···”

“위로그 총관님요?”

“예.”

“흐음.”

디폴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래도 지금은 그것이 최선일 듯했다.

“자리 좀 비우겠습니다.”

“예, 단장님.”

디폴트를 뒤로하고, 총관실로 향했다.

***

총관실에 도착해, 면담을 요청했다.

총관 위로그가 면담을 받아줬다.

갑작스러운 요청인데도 흔쾌히 응해준 것이다.

“그래, 무슨 일인가?”

“특수 능력이 궁금해서요.”

“특수 능력?”

“하이퍼 스피릿인데, 특수 능력을 각성하지 못했거든요.”

“하이퍼 스피릿!”

위로그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설마 하이퍼 스피릿일 줄, 꿈에도 생각 못 한 것이다.

“이거 참, 자네가 하이퍼 스피릿일 줄이야. ····· 그래, 특수 능력을 각성하지 못했다고?”

“예. 하이퍼 스피릿이 됐지만, 특수 능력을 각성 못 했습니다.”

“흐음, 그건 확실히 이상한 일이군.”

“이유가 뭘까요? 제가 인간이라서··· 아니, 드래고니안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요?”

위로그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짚었다.

“종족의 차이라··· 아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야.”

“아.”

“특수 능력은 마력에 의해 각성되지만, 종족의 특성도 무시 못 하니까 말이야.”

“역시, 드래고니안이 아니라서 그런 거군요.”

“그렇다고 벌써부터 낙담하지는 말게. 일단, 자네의 마력부터 확인해 봐야겠어. 팔이나 좀 줘보게.”

위로그의 말에, 팔을 내밀었다.

위로그가 팔목을 잡았다.

뭔가 이질적인 마력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차갑고 뜨거운 마력이었다.

마력이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 이건!”

위로그가 두 눈을 부릅떴다.

얼핏 봐도, 무척이나 경악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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