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거대한 손에서 흑색 아우라가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흑색 마력이 발현되었다.
──── 사사사사사...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바람 불듯, 허공을 날았을 뿐이다.
흑색 마력이, 물체에 닿았다.
──── 스스스스스...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인간은 물론, 자동차나 빌딩···
모든 물체에 말이다.
인간이 녹았다.
자동차는 주저앉았다.
거대한 빌딩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모든 물체가 부식되어버린 것이다.
그 때문일까,
리치 왕이 지나친 곳은 어김없이 고요했다.
[나와라, 이태민! 당장 나오지 않으면, 도시를 무너트릴 것이다!]
리치 왕의 두 손에서 흑색 아우라가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흑색 마력이 발현되었다.
──── 스스스스스...
반경, 100m 이내가 폭삭 주저앉았다.
압도적인 위력에,
“꺄악!”
“으악!”
“사, 살려···”
“컥!”
“크악!”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어서, 도망쳐!”
“피해!”
“사람 살려!”
“달려!”
사람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비규환.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 크아아앙!
리치 왕이 괴성을 질렀다.
분노의 포효였다.
[어서 나와라!]
일반인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이태민뿐이었다.
[이태민, 당장 나와라!]
[····· 당장 나오란 말이다!]
──── 사사사사사...
리치 왕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분노한 놈이, 흑색 마력을 쉼 없이 발현했다.
──── 스스스스스...
도시 일부가 통째로 주저앉았다.
***
미친 듯이 달아났다.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섬찟한 기운에, 금방이라도 잠식될 것만 같았다.
죽음의 공포에, 입술만 타들어 갔다.
‘살아야 해!’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곳에서 절대, 죽을 수 없었다.
반드시 살아서, 가족을 구해야 했다.
‘아미꼬···’
딸아이가 떠올랐다.
아미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설령 그것이 목숨을 바치는 일이라도 말이다.
‘아빠가 간다.’
이제 겨우 다섯 살,
이런 엄혹한 세상에, 자신마저 없다면···
‘윽,’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미꼬에겐 자신이 필요했다.
‘살아남는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살겠다고···
반드시 살아서, 딸아이와 재회하겠다고···
카가마 신지가 이를 악물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지금은 달리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
꿈속에서, 카가와 신지가 나왔다.
지옥 같은 모습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카가와 신지에게 심었던, 그림자 병사 때문이었다.
- 하코다테시 -
도시가 초토화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갔다.
그 모습에, 분노가 치솟았다.
‘사람들을 살려야 해.’
자리에서 일어나 슈트를 착용했다.
그런데 그때,
(주인, 무리다.)
폭룡이었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혼자서는 절대 무리다.)
(흠,)
폭룡의 말이 맞았다.
혼자서는 절대, 무리였다.
(걱정 마라, 폭룡. 쉽게 당할 생각은 없으니까.)
(주인. 주인의 능력은 알고 있다. 허나, 그래도 무리다.)
(폭룡,)
(리치 왕은 대단히 위험한 존재다.)
(알고 있다.)
(아니, 모른다.)
(폭룡!)
(놈의 힘은 모든 것을 부식시키는 힘이다. 스치는 즉시, 즉사인 힘이지. 그러니 차분히 생각해라, 주인.)
폭룡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옳았기 때문이었다.
(놈의 공격기는 광역 공격기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둠 속성이다.)
(어둠 속성? 니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리치 왕과 부딪쳤을 때, 느낄 수 있었다. 놈이 가진 어마무시한 마력과 진득한 힘을 말이다.)
폭룡의 말에 침음을 삼켰다.
만약 사실이라면,
상당히 위험했다.
그래서 고민되었다.
(주인, 저들은 일본인들이다. 수많은 잘못을 저지른 일본인들 말이다. 그들은 한 번도 반성한 적이 없었다. 그런 자들을 위해, 목숨을 걸다니···)
폭룡의 말이 맞았다.
일본인들을 위해 목숨 거는 건, 쓸데없는 짓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서야만 했다.
(사람들이 녹고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녹고 있다고.)
일본은 싫었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게다가, 리치 왕은···
‘내가 아니면, 누구도 막을 수 없어.’
재앙급 마물이었다.
(주인, 발타제를 비롯한 그림자 백작이 곧 부활한다. 그때까지만,)
(아니,)
단호히 거절했다.
(설마···)
발타제, 레슬러, 프리실라, 가츠는 소멸했지만,
룬이 있었다.
(룬의 병력이 하코다테시, 외곽에서 대기 중이다.)
(주인, 그림자 백작이 모두 있어도 위험한 존재다. 백작들이 모두 부활한 후에···)
(그만!)
폭룡이라도, 막을 수 없었다.
내 의지는 확고했다.
(흠, 어쩔 수 없나. ····· 주인의 뜻이라면,)
폭룡도 포기했는지,
전투를 선언했다.
‘이동.’
카가와 신지가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
카가와 신지가 미친 듯이 도망쳤다.
얼마나 빠른지 쏜살같았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리치 왕은 도시를 파괴 중이었다.
“이, 이태민 헌터님!”
카가와 신지가 깜짝 놀랐다.
내가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다.
카가와 신지를 보낸 후,
하코다테시 외곽으로 순간이동했다.
***
(주인님!)
룬이었다.
(신도맹을 모두 척살하였습니다.)
(수고했다, 룬.)
룬을 치하했다.
‘개방.’
아공간을 개방했다.
(창을 하나씩 챙겨라.)
(예!!!)
그림자 병력이 엘리시움 창을 하나씩 챙겼다.
2천 자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룬.)
(예, 주인님.)
(엘리시움 창으로 리치 왕을 잡는다.)
(예, 알겠습니다!)
(다만,)
룬의 어깨를 다독였다.
소멸할 위험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룬이 몸을 숙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표정이었다.
(맡겨 주십시오, 주인님!)
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림자 병력과 함께,
리치 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었다.
***
리치 왕이 도시를 파괴 중이었다.
놈을 향해, 크게 외쳤다.
[야 이 개뼈다귀 같은 놈아! 당장 멈추지 못해!]
순간 거짓말처럼, 놈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드디어 왔구나, 이태민.]
[그래, 이 뼈다귀 새끼야!]
[크크크크,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리치 왕이 거대한 팔을 쭈욱~ 뻗었다.
검은빛 아우라가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흑색 마력이 발현됐다.
‘이동.’
순간이동했지만, 섬찟했다.
내가 있던 곳이,
완전히 주저앉았다.
그 파괴력에,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조심해라, 주인.)
폭룡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지금, 초긴장 상태였다.
리치 왕이 짓쳐 들었다.
‘이동.’
나는 또다시 순간이동했다.
[이놈!]
리치 왕이 엄청난 속도로 짓쳐 들었다.
나는 또다시 순간이동했다.
‘윽,’
아찔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잘못하다간, 따라잡히겠어.’
연속으로, 순간이동했다.
허나, 리치 왕은 순식간에 나타났다.
놈이 흑색 마력을 발현했다.
압도적인 힘에, 기함했다.
‘이동.’
황급히 순간이동했다.
리치 왕이 또다시 나타났다.
놈이 우측 팔을 뻗었다.
흑색 마력을 발현하려던 그때,
(룬!)
건물 위에서, 그림자 병력이 솟구쳤다.
2천의 병력이 엘리시움 창을 들었다.
[죽어!]
리치 왕이 흑색 마력을 발현했다.
나는 또다시 순간이동했다.
[이놈! 대체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것이냐!]
리치 왕이 바닥을 박찼다.
순식간에 달려온 놈이,
짓쳐 들려던 그때,
엘리시움 창이 쏟아졌다.
[흥! 가소로운 것들!]
놈이 우습게 여기며, 창을 맞았다.
헌데, 놀랍게도 창날이 몸에 꽂혔다.
[헉!]
놈의 전신이 빠르게 마비되었다.
[이, 이건···]
리치 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엘리시움 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 엘리시움은 마력 증폭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다.
──── 쩌저적...
놈의 몸이, 쩌억~ 금이 갔다.
하나둘씩 산산조각 났다.
거대한 뼛조각이 후드득~ 떨어졌다.
──── 콰직!
다리뼈가 박살 나더니, 쿵! 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아공간을 개방했다.
손을 집어넣었다.
(폭룡!)
폭룡의 머리를 가볍게 움켜잡았다.
(드디어 이 몸인가.)
폭룡을 잡자, 마력이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그와 함께, 두려움이 사라졌다.
전신에서 검붉은 아우라가 치솟았고,
주체 못 할 힘에, 용기가 샘솟았다.
바닥을 박차고, 도약했다.
허공에서 또다시 몸을 띄웠다.
리치 왕의 머리통까지, 순식간에 도달했다.
양손으로 폭룡을 꽉 쥐었다.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전신의 마력을 폭룡에 쏟아부었다.
(가자, 폭룡!)
폭룡이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화되었다.
거의 30m가 넘는 크기였다.
나는 있는 힘껏, 일도양단했다.
거대한 폭룡이 리치 왕의 머리를 직격했다.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일도양단했다.
──── 쩌저저저적...
두개골이 박살 나더니 쩌억~ 하고 갈라졌다.
가볍게 땅으로 내려섰다.
결국, 리치 왕을 처리한 것이다.
이로써 한층 더 강해졌다.
헌데···
(주인, 좀 이상하다.)
폭룡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이상하다니···’
(주인, 조심!)
그때, 폭룡이 소리쳤다.
다급한 말에,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황급히 몸을 틀었다.
검은색 구체가 둥실~ 떠 있었다.
검은색 구체에서, 날카로운 촉수가 쏘아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룬이 몸을 던졌다.
10여 개의 촉수가 룬을 관통했다.
(커헉!)
룬이 피를 토했다.
(룬!)
룬이 아니었으면,
내가 당했을 것이다.
(다, 다행입니다··· 주, 주인···)
룬이 검은색 구체를 꽈악~ 껴안았다.
검은색 구체가 옴짝달싹 못 했다.
(어, 어서···)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노’
폭룡 진노를 발현했다.
빛이 번쩍이고,
100개의 대검이 생성되었다.
모두가 불타오르는 폭룡이었다
(룬, 고맙다.)
나는 룬과 함께 검은색 구체를 단칼에 벴다.
검은색 구체가 100 조각났다.
룬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녀석의 몸체가 완전히 소멸되었다.
(룬,)
룬을 보려면, 하루를 기다려야 했다.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때였다,
!!
전신에서, 황금빛 아우라가 솟구쳤다.
그와 함께,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 하이퍼 스피릿으로 진화하였습니다.
- 로열 등급의 그림자 신체가 하이퍼 스피릿으로 진화하였습니다.
- 로열 등급의 그림자 실드가 하이퍼 스피릿으로 진화하였습니다.
- 그림자 백작이 그림자 후작으로 승작하였습니다.
- 폭사의 대미지가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 폭룡 강림의 대미지가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 폭룡 진노의 대미지가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 그림자 부활이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막대한 마력이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막대한 마력···
‘아,’
신비로운 마력에, 엄청난 고양감이 느껴졌다.
전신에 활력이 넘쳐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