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헐···’
점점 강해진 놈이 허공에 떠올랐다.
- 파츠츳!
시커먼 아우라가 번쩍였다.
놈의 몸이 산산조각 났다.
‘맙소사!’
피와 살 그리고 뼈···
그 외 남은 것은,
검은색 구체뿐이었다.
검은색 구체가 번쩍였다.
순간, 스켈레톤 무리가 우르르~ 달라붙었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 무리가 하나가 되었다.
──── 쩌저저적...
수많은 뼈다귀들···
얼굴이 형성되고, 몸이 형성되고,
팔과 다리가 형성되었다.
리치 왕이 거대화된 것이다.
“헉,”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주인, 무리다.)
폭룡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엄청난 마력에 기함한 것이다.
단순히, 한 등급 위가 아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저 너머의 등급이었다.
‘젠장!’
힘을 겨우 빼놨더니,
거대화되었다.
욕지기가 치밀었다.
(주인,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뭐!)
(거대화는 일종의 마력 증폭 현상.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거다.)
(그건···)
사실상 도망치자는 소리였다.
(크윽,)
자존심 상하지만, 폭룡의 말이 맞았다.
발타제도 소멸한 상태,
혼자서는 절대 무리였다.
(주인, 터무니없이 강한 놈이다. 일단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꽤나 긴장했는지, 목소리가 떨려왔다.
!!
(아,)
그때, 뭔가가 뇌리에 번뜩였다.
(····· 왜 그러나, 주인?)
‘마력 증폭 현상이라면···’
- 엘리시움은 마력 증폭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이다.
미래에 밝혀질, 엘리시움 연구 결과였다.
(폭룡, 미국부터 간다.)
때마침, 제퍼슨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말이다.
(미국?)
(그래, 스켈레톤 드래곤부터 처리한다.)
그림자 백작이 부활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스켈레톤 드래곤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그 후, 마감청에서 엘리시움 창을 대량으로 챙겨올 작정이었다.
- 크아아앙!
리치 왕이 괴성을 질렀다.
압도적인 마력에, 으스스~ 소름이 돋았다.
놈이 주먹을 뻗었다.
엄청난 속도였다.
‘이동.’
제퍼슨이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했다.
***
센디에이고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도 초토화되었다.
불과 5일···
단, 5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조차 집계되지 않았다.
대 참사···
핵전쟁에 버금가는 대미지였다.
미국 전역이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 우릴 지켜줘요, 슈페리얼!
- 도와주세요, 슈페리얼!
- 살려주세요, 슈페리얼!
전 국민이 슈페리얼만 찾았다.
슈페리얼 파이브.
그들 중 무려, 셋이나 죽은 상황에서 말이다.
- 스켈레톤 드래곤은 불가항력적인 존재.
- 인간이 잡을 수 있는 마수가 아니다.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건 우리도 마찬가지.
- 허나, 놈은 터무니없이 막강한 마물이다.
다이슨과 크리스가 거절했다.
슈페리얼인 그들의 판단이었다.
- 전략폭격기 발사 순항 미사일(ALC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하자!
펜타곤에서 3대 핵우산을 모두 동원하자고 했다.
허나,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단순히, 방사능을 염려한 것이 아니었다.
핵으로도 놈을 잡을 수 없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 미국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슈페리얼의 발표에, 미국이 침몰했다.
아비규환···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약탈, 강도, 살인, 방화 등,
강력 범죄들이 치솟았다.
미국 전역이 무법천지가 된 것이다.
- 시민들을 지켜라!
정부가 전시 상황을 선포했다.
각 도시마다, 군을 실전 배치했다.
허나, 드래곤의 공포는 막을 수 없었다.
- 스켈레톤 드래곤,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더욱더 광분했다.
일본처럼 혼돈이 도래한 것이다.
***
다이슨과 크리스가 비웃었다.
- 한국인 헌터라고?
자신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듣보잡이었다.
- 미국 최강의 헌터가, 세계 최강의 헌터다!
헌터라면 모두가 인정하는 수식어였다.
세계 최강의 슈페리얼이 죽었다.
그것도 단, 한방에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인 헌터라니···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 이태민 헌터, 그는 누구인가!
- 스켈레톤 드래곤을 혼자서 사냥하다!
- 1인 군단.
- 세계 헌터 협회, 전투 시뮬레이션 결과, 압도적 1위.
- 비공식 월드 랭킹 1위.
- 아시아의 떠오르는 태양.
- 인류 최초의 스켈레톤 드래곤 슬레이어!
이태민에 관한 루머들이 전해졌다.
루머 중에는 확인된 사실도 있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 말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믿지 않았다.
스켈레톤 드래곤 슬레이어라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허무맹랑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
<샌프란시스코>
[앞으로 5분 후, 스켈레톤 드래곤이 침입합니다.]
[알았다.]
제퍼슨이 침음을 삼켰다.
- 스켈레톤 드래곤, 제가 처리하죠.
이태민의 호언장담이, 귓가에 맴돌았다.
‘정말, 잡을 수 있을까···’
세계 최강의 슈페리얼도 포기한 마수였다.
그런 마수를 일개 헌터가 사냥하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말이다.
[제퍼슨, 쓸데없는 짓이다. 이제 그만하고 돌아와라.]
슈페리얼인, 크리스 브라운이었다.
[애초에 동양인 따위를 믿다니··· ㅉㅉ~]
그가 혀를 찼다.
[내버려 두게. 죽고 싶어서 환장한 놈이니.]
슈페리얼인 다이슨이었다.
[죽으려면, 뭔 짓을 못 할까.]
그가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다이슨!]
[저런 멍청한 녀석은, 뜨거운 맛을 봐야 해. 어디, 동양인 따위를···]
다이슨과 크리스가 대화했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이태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였다.
[헉!]
저 멀리서, 거대한 뭔가가 날아왔다.
‘스켈레톤 드래곤···’
엄청난 속도로 활공했다.
‘크윽, 이대로 죽는가···’
이태민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태민! 이태민! 이태미이이인!!!]
무전기에 대고 하염없이 소리쳤다.
한국을 떠날 때, 이태민에게 건넸던 소형 무전기였다.
미국으로 온다면, 이것으로 통화하기로 했었다.
[어서 나타나! 어서 나타나라고! 이태민!]
제퍼슨 주위로 그늘이 졌다.
빛살처럼 날아온 스켈레톤 드래곤.
그것이 머리 위를 활강했던 것이다.
- 크아아앙!
놈이 거대한 아가리를 쩌억~ 하고 벌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헉!]
그림자 속에서 뭔가가 솟구쳤다.
그것은,
[태민!!!]
자신이 그토록 기다렸던, 이태민 헌터였다.
***
[멍청한 놈.]
제퍼슨이 혼자서 서 있었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날아오는데도 말이다.
[죽고 싶으면 뭔 짓인들 못 할까.]
다이슨이 피식~ 웃었다.
고작, 동양인 따위를 믿다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제퍼슨···]
밀려드는 안타까움에,
크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 아가리가 벌려지고 있었다.
[굿바이, 제퍼슨.]
제퍼슨의 죽음에, 마음이 착잡했다.
쓸데없는 고집 때문이었다.
[태민!!!]
제퍼슨이 소리쳤다.
그와 함께, 녹색 빛이 번쩍였다.
[아,]
스켈레톤 드래곤 브레스였다.
녹색빛이 뿜어졌다.
──── 콰콰콰콰콰...
강렬한 열기에, 모든 것이 녹았다.
녹색빛이 주욱~ 그어지면서,
모든 것이 소멸했다.
헌데,
[헉!]
크리스는 두 눈을 부릅떠야 했다.
제퍼슨이 멀쩡했던 것이다.
드래곤 브레스에도 말이다.
제퍼슨 옆으로 뭔가가 번쩍였다.
[아,]
그것은 놀랍게도 사람이었다.
‘설마···’
그자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거렸다.
말로만 듣던, 순간이동 능력자였다.
[이태민!]
이태민이란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이태민이 고층 빌딩으로 순간이동했다.
[헉!]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렸다.
아니 정확히는,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몸을 던졌다.
[히익!]
크리스뿐만 아니라,
[허억!]
다이슨도 경악했다.
이태민의 대검이 거대화된 것이다.
──── 촤르르륵...
스켈레톤 드래곤을 직격했다.
머리에서 떨어진 검이,
등 허리를 갈랐다.
──── 쩌저저저저...
스켈레톤 드래곤이 반으로 쩌억~ 하고 갈라졌다.
땅으로 내려선 이태민,
그의 뒤로 스켈레톤 드래곤이 추락했다.
둘로 쪼개진 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곧이어, 잠잠해졌다.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이것이 바로, 스켈레톤 드래곤의 최후였다.
***
스켈레톤 드래곤을 처리한 후, 러시아로 향했다.
러시아의 대사, 마트베이 사포노프 곁으로 순간이동했다.
현재 이곳은, 아쿠츠크 관문.
이미, 블라디보스토크가 초토화된 후였다.
지금, 스켈레톤 드래곤이 날아오고 있었다.
바닥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나는 가차 없이, 몸을 날렸다.
거대화된 검으로, 놈을 일도양단했다.
마트베이 사포노프가 기함했다.
러시아 최강의 헌터, 표도르 스몰로프도 마찬가지였다.
[감사드립니다, 이태민 헌터님.]
표도르 스몰로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와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대통령께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크렘린궁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러시아 대사, 마트베이 사포노프였다.
나는 그의 초대를 정중히 거절했다.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일본의 리치 왕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
[그럼,]
인사를 나눈 후, 순간이동했다.
황 과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대표님!”
황 과장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왜 안 그럴까.
자신의 그림자에서 불쑥,
솟구쳤으니 말이다.
“미안해, 황 과장.”
“아니, 연락도 없이 갑자기···”
황 과장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마감청으로 향했다.
***
“엘리시움?”
“예.”
“그래, 알았다. ”
엘리시움 반출 요청에 곽 청장이 흔쾌히 수락했다.
잠시 후,
창고에 쌓여있던 엘리시움 창들을 아공간에 옮겼다.
엘리시움 창만, 2천 자루가 넘었다.
(이걸로 잡을 수 있다고?)
폭룡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 축하한다.)
갑작스러운 폭룡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리치 왕을 잡을 수 있다는 거잖아.)
(그래서?)
(그래서라니··· 리치 왕만 잡으면, 등급 UP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큭,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라.)
폭룡에게 핀잔을 준 후,
엘리시움 창을 옮겼다.
***
창을 모두 옮긴 후, 집으로 돌아갔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오늘은 꽤나 고단했다.
내일은 눈 뜨자마자, 일본으로 갈 생각이었다.
리지 왕을 잡은 후, 마귀까지 단번에 처리할 작정이었다.
***
- 쿵! 쿵! 쿵! 쿵! 쿵!...
어디선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를 타고 있던 카가와 신지가,
절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대한 뭔가가 불쑥 솟구쳤다.
“허억!”
카가와 신지가 기함했다.
난생처음 보는, 거대한 괴물이었다.
- 쿵! 쿵!...
거대한 괴물이 다가왔다.
“도, 도망쳐!”
카가와 신지가 소리쳤다.
“이동! 이동!”
유노카와 항만으로 배를 몰았다.
미친 듯이 말이다.
잠시 후, 유노카와 항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뒤를 살폈다.
뒤를 쫓던,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물속에 가라앉은듯했다.
“휴,”
소름 끼칠 만큼 흉포한 놈이었다.
꿈에서 볼까 두려울 정도였다.
“하,”
겨우, 안정을 취하려던 찰나,
!!
“히익!”
거대한 뭔가가 불쑥 솟구쳤다.
그것은 절벽에서 보았던 괴물이었다.
“도, 도망쳐!”
배에서 뛰어내렸다.
카가와 신지를 비롯한 헌터들이,
하코다테시로 도망쳤다.
아무래도 오늘, 홋카이도의 마지막이 될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