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샌디에이고가 단, 하루 만에 반파되었다.
지금도 도시가 공격받고 있었다.
인명 피해가 얼마나 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제 있었던 슈페리얼 3인과 스켈레톤 드래곤의 전투?
이것을 전투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퍼슨은 어제 녹화된 드론 영상을 떠올렸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빗살처럼 날아왔다.
마이클이 그 앞을 당당히 막아섰다.
“덤벼라!”
용기백배한 마이클이 소리쳤다.
허나 말과 함께, 즉시 소멸되었다.
브레스 한 방에 녹아버린 것이다.
충격이었다.
헌데, 더 큰 충격은 미키와 노바 소닉도,
소멸되었다는 것이다.
팔짱을 낀 채 지켜보다가,
브레스에 휘말린 것이다.
북미 최강이라는,
슈페리얼 3인이 그렇게 훅~ 사라졌다.
무섭도록 허망한 죽음이었다.
이들의 죽음이 알려지자, 미국 전역이,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국방부 펜타곤.
전략 회의실.
“대한민국의 이태민 헌터라고요?”
“예, 각하.”
“정말 혼자서, 스켈레톤 드래곤을 없애버린 겁니까?”
“혼자서 없애버렸다기보다는, 수만 명의 헌터들과 함께했다고 봐야 합니다.”
“수만 명의 헌터들요? 그렇다면, 한국의 헌터들을 모두 동원한 겁니까?”
“저희가 판단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슈페리얼 1인이자, 헌터 협회 회장인 다이슨이었다.
그가 대통령에게 얼통당토 한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잘못된 정보입니다.”
제퍼슨이 손을 들었다.
“CIA 직원 같은데···”
대통령이 볼튼을 쳐다봤다.
“한국을 담당 중인 제퍼슨입니다. 이태민에 관해서라면, 그의 말이 옳을 겁니다.”
“흐음···”
대통령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말해 보세요.”
제퍼슨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저것들은 헌터가 아닌, 이태민 헌터의 소환수들입니다.”
“헛소리!”
“저게다 소환수라고? ”
“말도 안 되는 소리군.”
“그런 게 어딨어.”
“믿기 힘든 얘기야.”
제퍼슨의 말에, 각료들이 웅성거렸다.
납득이 안 된다는 소리였다.
왜 안 그럴까.
소환수라는 것이 한두 마리가 아닌,
수만 마리라니···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할 얘기였다.
“영상을 틀어도 되겠습니까?”
제퍼슨의 말에,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몰라, 준비했던 영상이었다.
이것을 전략 회의실에서 틀게 될 줄이야,
생각도 못 한 일이었다.
제퍼슨이 영상을 틀었다.
이태민이 소환할 때마다 촬영한 영상이었다.
“····· 챔피언 당시, 소환수만 수십에서 수백 마리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강해졌고, 강해질수록 소환수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지금 현재, 그의 소환수는 무려, 2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 중입니다.”
제퍼슨의 말에 모두가 기함했다.
헌터 한 명이 2만 명의 각성자들을 거느렸다는 소리였다.
이 정도 사이즈면, 국가급 권력이었다.
“아니, 이 중차대한 일을 왜 이제서야 보고하는 거요!”
“보고드렸습니다만,”
“보고했다고?”
“그만 하세요, 보고받았으니까.”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을 제지시켰다.
볼튼이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제가 더 상세히 보고드렸어야 했는데··· 제 선에서 마무리 짓는다는 게···”
볼튼이 정중히 사과했다.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다이슨이었다.
“소환수가 2만이면 뭐 합니까? 이미, 스켈레톤 드래곤에게 깡그리 소멸당했는데요.”
“하긴···”
“그렇지.”
“아,”
“뭐, 어쨌든 스켈레톤 드래곤을 잡았으니, 한국으로서는 다행입니다만,”
“저···”
제퍼슨이 손을 들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소멸되긴 했지만, 완전히 소멸 됐다고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제퍼슨의 말에, 다이슨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제 느낌입니다만,”
“느낌? 하, 지금 장난하나! 이 자리가 자네 느낌이나 듣는 자린가!”
“죄, 죄송합니다.”
제퍼슨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됐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습니까.”
두통이 오는지, 대통령이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래서, 이태민 헌터에게 도움을 청할 겁니까? 안 청할 겁니까?”
“당연히 청해야지요.”
“그가 우리를 도와줄까요?”
“당연히, 도와줄 겁니다.”
다이슨의 말에, 대통령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태민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가 그랜드라서,
깔보고 있는듯했다.
“제퍼슨, 당신이 한번 말해보세요. 이태민 헌터가 우리를 도와줄까요?”
“····· 아마, 도와줄 겁니다.”
“근거는?”
“제가 본 이태민 헌터는 정의로웠습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위험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8귀와 싸웠던 일만 봐도 그렇습니다. 모두가 외면할 때 그 혼자서 고군분투했습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는 반드시 도와줄 겁니다.”
“이태민 헌터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공식적으로 말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최대한 들어주겠다고 하세요.”
“각하, 하지만···”
대통령이 손을 들었다.
“제퍼슨,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각하.”
제퍼슨이 고개를 숙였다.
***
스켈레톤 드래곤을 처단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옆 나라 일본 때문이었다.
일본은 지금, 지옥으로 변하고 있었다.
스켈레톤 드래곤과 레비아탄 그리고 이름 모를 괴물들.
도쿄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이 초토화되었다.
정부라도 있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헌터와 자위대를 규합해, 최소한의 방어라도 했을 테니까.
허나, 제일 먼저 도망친 건, 일본의 각료들이었다.
정부가 무너지니 모든 것들이 다 무너졌다.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한 일본인들은,
참담함에 죽어갔다.
그들의 집이 불탔고, 도시는 피에 잠겼다.
세기말.
아마겟돈을 연상시켰다.
몇몇 헌터들이 자위대와 함께 반격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들에 비해, 괴물들이 너무나 강했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이트 브레이크까지 빈번히 터졌다.
온갖 괴물들이 튀어나왔고,
도시가 괴물들에게 잠식되었다.
단 2일 만에, 일본의 3분의 1이 점령당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밀려드는 피난민에 우리나라만 골머리를 썩였다.
그들을 받아주자니, 우리 코가 석 자였고,
모른척하자니, 인도적으로 비난받을 것 같았다.
정부는 연일 대책 회의를 이어갔다.
***
어제, 스켈레톤 드래곤이 러시아에 진입했다.
이에, 러시아 헌터들이 놈을 막아섰다.
헌터들 중에는 표도르 스몰로프와 두 명의 로열 헌터도 있었다.
러시아 최강의 헌터들이 모두 출동한 것이다.
러시아 헌터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이윽고, 전투가 벌어졌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멸.
표도르 스몰로프를 제외한 모두가 전멸했다.
블라디 보스토크가 초토화되는 건 덤이었다.
오늘 낮, 1시.
스켈레톤 드래곤이 북상했다.
다른 도시를 향해 날아간 것이다.
모스크바 크렘린궁이 발칵 뒤집혔다.
***
새빨간 피바다 위에 한 인영이 떠 있었다.
시커먼 두 날개를 펄럭이며 체공 상태에 머물던 그가 눈을 떴다.
그는 놀랍게도 마귀였다.
시체의 영혼을 대량 흡수한 마귀는 예전의 힘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발록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미, 인간의 몸에 빙의됐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완벽했다.
기분 좋아진 마귀는, 리치 왕을 떠올렸다.
그가 리치 왕을 데려온 이유는,
스켈레톤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체만 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생성된 스켈레톤 병력은,
최소 엘리트에서 챔피언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야말로 권능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태민을 잡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놈의 소환물들을 잡기 위해서는,
리치왕이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리치왕을 직접 투입해,
놈을 잡는 것은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일본 점령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리치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가노 도심 한복판, 정중앙에 리치 왕이 있었다.
그의 앞에는 수십만의 스켈레톤 병력이 집결한 상태였다.
“드디어 출발인가?”
마귀의 말에, 리치 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오사카, 교토, 나고야, 도쿄, 지바, 나가노까지 점령한 후였다.
스켈레톤 드래곤은 이미, 니가타를 공격 중이었다.
리치 왕은 후속 병력을 출발시키려 하고 있었다.
“출격하라!”
리치 왕의 명령에, 스켈레톤 병력이 움직였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사불란한 스켈레톤 병력이었다.
그 모습에 마귀가 흡족히 바라봤다.
일본 점령은 시작에 불과했다.
일본을 점령한 후, 다음 타깃은 이태민의 한국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태민.’
마귀는 벌써부터 손이 근질했다.
그는 자신의 병력인 제너사이드 10마리,
악마의 기사 100마리,
다크 템플러 2000마리와 함께 움직였다.
니카타를 향해서 말이다.
“이태민이 스켈레톤 드래곤을 죽였다.”
“뭐!”
리치 왕의 말에 깜짝 놀랐다.
“말 그대로다. 이태민이 스켈레톤 드래곤을 죽였다.”
리치 왕은 모든 스켈레톤을 관장했다.
그가 드래곤이 죽었다고 한다면, 틀림없이 죽은 것이다.
“이태민···”
설마 했지만, 스켈레톤 드래곤을 죽일 줄이야.
마귀는 분노가 솟구쳤다.
지금 당장, 한국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제너사이드를 보내지.”
제너사이드는 로열 오브 로열의 마물이었다.
“이태민을 무시하지 마. 스켈레톤 드래곤도 잡는 마당에··· 제너사이드로는 무리다.”
“제너사이드는 암살형 마물. 거기에, 스켈레톤 수백만 마리면?”
“수백만 마리?”
“이태민을 죽일 수 없어도, 한국에는 충분한 타격이 될 거다. 우리가 일본을 점령하는 동안에 말이다.”
“흐음, 임시방편이라면···”
리치 왕의 말에 마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치 왕이 손을 들었다.
순간, 빛이 번쩍였다.
이곳 나가노가 아닌 오사카에서,
엄청난 수의 스켈레톤 병력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거대 게이트로 진입했다.
스켈레톤 병력이 움직이자, 리치 왕이 마귀를 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오사카의 거대 게이트를 통해,
한국으로 진입할 것이다.
마귀가 손을 뻗었다.
순간, 게이트가 개방됐다.
제너사이드 3마리가 게이트로 진입했다.
그들이 빠져나간 곳은, 오사카에 위치한 거대 게이트였다.
그들도 거대 게이트를 통해, 한국으로 진입할 작정이었다.
***
서울 삼성동.
거대 게이트를 연구 중이던 공간술사 이명호는 기함했다.
갑작스럽게 거대 게이트가 발현된 것이다.
시뻘건 빛이 번쩍이자,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모두 물러나!”
거대 게이트를 연구 중이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윽고,
-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명호는 등골이 주뼛거렸다.
틀림없는 위험 신호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거대 게이트에서 스켈레톤 무리가 걸어 나왔다.
“도망쳐!”
소리를 지른 후, 능력을 발현했다.
공간을 왜곡하는 능력이었다.
이것이라면 잠깐의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었다.
그는 황급히 마감청에 전화를 했다.
“비상! 비상!”
- 쾅!
폭음 터지고···
결계가 박살 났다.
“크윽,”
스켈레톤이 무리가 끝도 없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