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로 인류 최강-72화 (72/110)

72화

“맙소사, 게이트가 살아있잖아.”

일본에 생성된 거대 게이트.

새빨간 빛을 뿜으며, 활성화돼있었다.

균열이 닫힌, 삼성동 게이트와는 전혀 달랐다.

“일본은 아직, 레비아탄을 잡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것 때문인지도 몰라요.”

“····· 레비아탄을 잡으면 균열이 닫힌다는 소리냐?”

최 대장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부관!”

“예!”

“지금 즉시 각국의 거대 게이트 상태를 확인하도록!”

“예!”

최 대장 말에, 부관이 상황실로 향했다.

잠시 후, 부관이 돌아왔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레비아탄을 사냥한 나라들은, 저희들과 마찬가지로 게이트가 닫혔습니다. 또한,”

부관이 잠시 숨을 돌렸다.

“인도, 남아공 등. 레비아탄을 사냥하지 못한 나라들도, 저희들과 마찬가지로 게이트가 닫혔습니다.”

“게이트가 닫혔다고?”

“예.”

“확실한가?”

“예, 재차 확인했습니다.”

부관의 말대로라면,

게이트 활성화와 레비아탄의 사냥 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 말인즉슨 특이하게도,

일본 쪽 게이트만, 활성화됐다는 뜻이었다.

‘일본 쪽 게이트만 활성화됐다고? 왜,’

생각해봤지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이태민 본부장님.”

“예.”

“기자회견 시간입니다만,”

“아,”

얼마 전, 길드와 클랜을 모두 통합하면서,

마감청이 너무 강해졌다는,

국민적 불안이 형성되었다.

이에, 국민적 불안을 없애기 위해,

기자회견을 약속했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고,

“가시죠.”

부관과 함께, 기자회견실로 향했다.

***

“지금부터, 마감청 통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자분들께서는 정해진 순번대로 질문해 주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 질문,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태민 본부장님. 헌터 매거진의 김윤희 기자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먼저, 바쁘신 와중에도 기자회견을 열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본부장님의 정책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헌터가 마감청 소속이 되었는데요. 마감청이 너무 거대해졌다는 평이 많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거대해진 마감청이, 대한민국 정부 위에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정 수준 이상의 헌터들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전략 병기입니다. 그런 헌터들이 정부의 눈치를 봤던가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헌터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내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금기시되는 내용이었다.

“마감청이 있기에 정부의 눈치를 봤고, 법과 원칙을 지켰습니다. 물론, 모든 헌터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마감청으로 통합한다고 해서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민주주의적이다? 저 역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마감청 내 권력이 상호 견제되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마감청은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내 말이 끝나자, 다른 기자가 일어났다.

“굿모닝 와일드의 김성희 기자입니다. LD. 레비아탄을 순식간에 처리하셨는데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태민 본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기자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LD. 레비아탄의 사냥 후에도 거대 게이트가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요. 거대 게이트를 소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아, 그 부분은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지금, 게이트를 조사 중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마감청에서 발표할 겁니다.”

대답을 한 후, 다음 질문을 받으려 할 때였다.

부관이 다가왔다.

“본부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부관의 말에 깜짝 놀랐다.

난데없이, 긴급 상황이라니···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이동했다.

부관이 상황을 설명했다.

“기자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러는 법이 어딨습니까? 아직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정말 부득이한 일로 일찍 종료된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빠른 시일 안에 다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회견장을 벗어나는 내내, 기자들이 아쉬워했다.

***

갑작스러운 긴급상황.

웬만한 일로는 긴급이라 하지도 않았다.

전략 브리핑룸에 들어서자,

무거운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 표정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웬만한 일로는 꿈쩍도 않던 최 대장마저도,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꽤나 심각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영상 화면을 확인했다.

!!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거대한 뼈다귀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말이다.

크기는 또 어찌나 큰지, 말도 못 할 정도였다.

판타지 소설에서나 등장할 뼈로 된 드래곤이었다.

목이 바짝 타들어 갔다.

“대장님,”

“마파실에서 연락이 왔다. 동해 쪽에서 엄청난 파장이 감지됐다고.”

최 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감지 장치가 고장 난 줄 알았다. 마력 파장이 바다에서 감지됐으니까.”

“으음,”

“그래서 가볍게, 인공위성으로 확인한 것뿐인데···”

최 대장이 말을 잊지 못했다.

하긴 그랬다.

누가 봐도,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마수가 아니었다.

말문이 막히는 것은 당연했다.

추정치, 몸길이만 무려 70~ 100m.

상식적으로 저 거대한 것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뭐, 백번 양보해서,

놈을 상대한다고 치자.

비행 마수를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공군 제19 비행단과 K-FX 비행 편대가 출격한답니다.”

부관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평소라면, 출격을 막았을 것이다.

현대 무기로는 마수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군에게 전하세요. 절대 부딪치지 말고, 견제만 하라고.”

“예, 알겠습니다.”

스켈레톤 드래곤을 떠올리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주인, 이대로 물러설 것인가?)

폭룡이었다.

(괴물은 현세에 이미 출현했다.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주인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건 상관없지만, 나까지 과소평가하는 건 사양이다.)

폭룡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무슨 소리야?)

(레비아탄과 처음 마주쳤을 때, 주인은 마스터급이었다.)

김소영 교관을 구하러, A급 게이트에 들어갔을 때가 떠올랐다.

(레비아탄의 머리를 두 쪽 내려고 했었다. 마스터급 주제에 말이다.)

(그래서 결국, 실패했잖아.)

일도양단하려다, 레비아탄의 화만 더 북돋웠었다.

(마스터 주제에, 레비아탄의 머리를 일도양단하다니, 턱도 없는 소리지. 하지만, 주인은 거의 성공했었다.)

(아,)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랬다.

당시, 마력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일도양단에 성공했을 것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주인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나였기에 가능했던 거다.)

폭룡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녀석은 그만큼이나 강력한 무기였기 때문이다.

(레비아탄이나, 스켈레톤 드래곤은 그랜드와 로열을 뛰어넘는 등급이다. 그러니, 일반적 유물로는 생채기조차 내기 어렵다.)

(그, 그건··· 그렇지.)

(하지만 나는 가능하다. 데미갓의 유물인 폭룡이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폭룡은 데미갓의 유산이었다.

(지금의 주인이라면, 저 괴물을 막을 수 있다.)

(뭐라고!)

(그림자 자작은 주인의 분신,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내 분신이기도 하다.)

!!

폭룡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만약, 폭룡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림자 자작의 무기들도 거대화가 된다는 소리였다.

(폭룡··· 서, 설마···)

(선택해라, 주인. 두려움에 물러설 것인지, 아니면 용기 내서 싸울 것인지···)

(큭,)

(비겁함과 용기는 오로지, 주인의 뜻에 달려있다.)

폭룡의 말이, 뇌리를 강타했다.

‘비겁함과 용기라···’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직 나만이, 저 괴물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래, 어쩌면···’

검이 박히지 않는다면 몰라도, 대미지를 줄 수 있다면,

한 번쯤 싸워 볼 만했다.

- 공군 제19 비행단이 전멸했습니다.

- K-FX 비행 편대가 전멸했습니다.

- 요격 미사일이 실패했습니다.

- 앞으로 15분 후, 괴생명체가 포항에 진입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15분 후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포항 시민들은 대피 중인가?”

“예, 그렇습니다.”

“얼마나 대피했나?”

“그게 아직···”

“최대한 빨리 산에 숨거나, 포항을 벗어날 수 있게 조치하게.”

“예!”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괴물이 포항에 진입하면,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간다.’

괴물에게 대미지를 줄 수 있는 건,

폭룡뿐이고,

폭룡의 주인은 바로 나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태민아!”

“포항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닐 겁니다.”

“····· 그건 그렇지만,”

“제가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최선을 다해 한번 막아보겠습니다.”

최 대장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태민이가 가면, 저도 갑니다.”

“강판석!”

“최 대장, 나도 간다.”

“유선배, 선배까지···”

“저도요~”

김하늬까지 손을 들자,

최 대장이 졌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

- 두두두두두...

수리온3을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최대한 빨리 날아간다고 해도,

15분 안에 당도하기는 힘들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힌 후,

순간이동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주인, 자부심을 가져라.)

폭룡이 말을 걸어왔다.

(주인은 옛날과 다르다. 지금은 그림자 자작이 있다.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폭룡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10분쯤 지났을 때,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

스켈레톤 드래곤이 날아올 지점은

포항, 호미곶 해맞이 광장 근처였다.

사람들이 대피하느라 난리가 난 상태였지만,

생각보다 혼잡하지는 않았다.

‘소환.’

그림자 병력을 소환했다.

그림자 속에서 2만이 넘는 병력이 솟구쳤다.

★ 그림자 부활 : 죽은 자를 즉시 부활시킨다.(8/10)

‘소환.’

그림자 부활을 소환하자, 찐삐라 여덟 마리가 소환됐다.

◎ 망령의 팔찌 : 리퍼를 소환한다.(2)

‘소환.’

망령의 팔찌에, 리퍼를 소환했다.

“후우~”

내가 가진 모든 병력을 소환했다.

준비가 모두 끝난 것이다.

(발타제, 룬, 레슬러, 프리실라, 가츠.)

(예, 주인님!!!)

(너희들만 믿겠다.)

(전력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잠시 후, 하늘에서 스켈레톤 드래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병력을 천천히 뒤로 물렸다.

조금씩 뒤로 물리면서, 최대한 높은 곳을 사수하도록 했다.

- 크아아앙!

스켈레톤 드래곤이 괴성을 질렀다.

우리를 본 것이다.

놈이 활강했다.

‘어서 와라.’

놈을 향해, 우측 팔을 뻗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