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
알 수 없는 주문과 함께, 뼈의 구슬이 번쩍였다.
뼈의 구슬이 붕~ 하고 공중에 떠올랐다.
“######”
마귀가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다.
- 파츠츠!
녹색빛이 터지며,
지평선 끝까지 퍼져나갔다.
- 츠츠츠츠츠...
녹색 빛에, 시체의 살들이 녹아내렸다.
이윽고, 뼈만 남게 되자,
공중에 떠올랐다.
수천, 수만의 뼈였다.
공중에 떠오른 뼈가, 뼈의 구슬 주위로 모여들었다.
- 타타타타타...
뼈 소리가 울려 퍼지고···
뼈가 뭉치더니,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이 봤다면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만큼,
공포스러운 형상이었다.
스켈레톤 드래곤.
흉포한 두개골과 두 개의 다리 그리고 기다란 꼬리.
스켈레톤 드래곤의 체고만 무려, 30m였다.
활짝 펼친 네 개의 뼈 날개는, 세상을 덮을 만큼 거대했고,
머리끝에서 꼬리 끝까지의 길이는, 너무나도 길었다.
- 크아아아!~
괴성이 터지고,
스켈레톤 드래곤이 날개를 펼치며 비상했다.
마귀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과연, 리치성 최강의 전략무기였다.
‘도시를 지워라.’
명령을 내리자, 스켈레톤 드래곤이 활강했다.
거대한 입을 벌리며, 녹색불을 뿜었다.
- 카아아!~
녹색불에,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크하하하!”
하늘에서는 스켈레톤 드래곤이.
지상에서는 레비아탄이.
오사카 미나토구가 지옥이 되었다.
“으악!”
“아악!”
“사람 살려!”
“크악!”
“살려줘!”
“켁!”
“피해!”
“꺄악!”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죽었다.
피난 가던 행렬들도 모두 다 소멸됐다.
도시에서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남지 않았다.
“크하하하!”
마귀가 대소를 터트렸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모습이었다.
***
일본 내각정보국.
국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비서실장, 후카시와 타쿠였다.
“총리를 비롯한 각부 대신들께서, 미국으로 출국하셨답니다.”
“뭣이!”
내각정보국 국장, 와다 아츠키가 놀라서 소리쳤다.
핵전쟁을 대비한 벙커가 아닌, 미국으로 떠나버렸다니···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 이런, 나쁜 새끼들···’
사실상, 도망쳤다는 소리였다.
“큭,”
와다 아츠키가 침음을 삼켰다.
오사카 미나토구를 시작으로,
오사카 전체가 소멸되고 있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오사카가 소멸되는 데 하루면 충분했다.
그 말인즉슨, 일본이 곧 사라진다는 뜻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세계 헌터 협회에 도움을 청해야 했다.
조선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에 도움을 청해야 했다.
며칠 전, 와다 아츠키는 총리에게 직언했었다.
도움을 요청하라고,
그들에게 부탁하라고,
“대일본 제국이 조센징 따위에게 도움을? 자네, 제정신인가!”
“이태민에게 부탁해야 합니다. 그라면 분명, 도와줄 겁니다.”
“빠까야로! 그딴 소리 할 거면, 당장 나가!”
“총리님!”
“어서!”
세계 헌터 협회의 권고대로, 엘리시움 창을 제작했더라면,
레비아탄쯤은 쉽게 막았을 것이다.
“조선에서 나온 정보는, 절대 믿을 수 없다!”
극단적 극우인 총리는, 헌터 협회의 권고를 묵살했다.
“일본을 도울 수 있는 건, 오직 미국뿐이다. 미국만이 일본을 구할 수 있다.”
총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
오직, 미국에게만 도움을 요청했다.
정작, 자국민의 정보는 통제한 채 말이다.
그는 언론에 엠바고를 걸었고,
인터넷망을 차단했다.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명분이었다.
와다 아츠키는 참았다.
그래도 총리대신이 일본을 구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
허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출현하자, 줄행랑을 쳤다.
쥐도 새도 모르게 말이다.
“언론에 엠바고를 풀고, 인터넷망을 복구한다.”
“국장님, 상류층분들이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이 모두 떠날 때까지···”
“칙쇼! 상류층 살리자고 시민들을 다 죽일 셈인가!”
“국장님!”
“자네가 하기 싫다면, 내가 하지.”
와다 아츠키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때였다.
- 철컥!
권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카시와 타쿠! 이게 무슨 짓인가!”
“총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츠키는 다 좋은데 사람이 너무 무르다고요.”
“타쿠!”
“혹시라도 그가 잘못 판단하면, 국가를 위해서 반드시 처단하라고 하셨습니다.”
“····· 너, 이 자식···”
“국민은 개돼지다. 기억나십니까? 당신이 제게 했던 말입니다.”
“후카시와 타구, 아이들을 생각해라.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아이들만이라도 살려야···”
- 탕!
총성이 울리고,
와다 아츠키의 머리가 박살 났다.
“안 그래도 지금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판입니다. 개소리는 집어치웁시다. 국민들이야 나중에 도망쳐도 상관없잖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후카시와 타쿠가 몸을 돌렸다.
***
수십만 개의 뼈를 이용해,
뼈의 구슬 4개를 모두 발동시켰다.
스켈레톤 드래곤 4마리가 생성되었다.
녀석들이 창공을 가득 채웠다.
그 모습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우선, 최강국인 미국에 한 마리.’
명령을 내리자, 스켈레톤 드래곤 1마리가,
태평양을 향해 날아갔다.
‘다음은, 러시아에 한 마리.’
스켈레톤 드래곤 1마리가 교토를 향해 날아갔다.
교토를 지나, 러시아로 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마귀가 손짓했다.
스켈레톤 드래곤 1마리가 땅에 내려앉았다.
마귀가 녀석의 두개골을 어루만졌다.
“크크~”
‘중국으로 가기 전에 한국부터 처리해야겠지.’
이태민.
놈을 떠올리자, 분노가 솟구쳤다.
지금껏 당했던 수모를, 대갚음해 줄 것이다.
- 크아아아!~
자신의 마음을 읽었는지,
스켈레톤 드래곤이 괴성을 질렀다.
‘가라.’
스켈레톤 드래곤이 비상했다.
한국이 있는 동해를 향해, 훨훨~ 날았다.
‘내려오너라.’
마지막 남은 스켈레톤 드래곤을 향해 손짓했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내려앉았다.
마귀가 드래곤 위로 올라탔다.
‘가자.’
스켈레톤 드래곤이 비상했다.
하늘 높이, 수직 상승하더니,
구름 위를 비상했다.
오사카가 보였다.
피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마귀가 미소 지었다.
‘다음은, 나고야다.’
오사카에서 도쿄로 가려면,
나고야를 거쳐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고야로 가는 것이다.
스켈레톤 드래곤이 나고야로 향했다.
지상에서는 레비아탄과 리치군이 나고야로 진격했다.
“크크크··· 크하하하!”
늦어도 내일이면, 세상이 뒤집어질 것이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박살 날 테니까.
인류는 깨닫게 될 것이다.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복종하고, 경배해야 하는지 말이다.
***
6개월 전, 봉황 길드 사태와 더불어,
일본이 침략했다.
봉황 길드와 합작해, 침략한 것이다.
분노한 나는, 일본 놈들을 쓸어버렸다.
일본의 8대 천왕을 비롯,
각종 길드와 클랜의 강자들을 모조리 척살했다.
그 결과, 일본이 폭망했다.
G7의 일본이 하루아침에 약소국이 되었다.
자업자득.
놈들은 원망조차 하지 못했다.
***
6개월 후, 많은 것들이 변했다.
희생당한 마감청 청장을 대신해,
곽철용 부장이 마감청 청장이 되었다.
최 대장은 실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올랐다.
마감청 서열 2위였다.
나는 마감청 서열 3위가 되었다.
***
대한민국 최강자로서,
내 위상은 수직상승했다.
세계 랭킹 15위.
대통령 국무회의도 참석했다.
모두가 내 눈치를 봤다.
내가 다른 나라로 갈까 봐, 전전긍긍했다.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말이다.
***
대한민국 최강자로서,
각종 길드와 클랜을 통합했다.
- 일본이 침략했듯이, 중국과 러시아도 침략할 수 있다.
-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 우리 대한민국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이러한 명분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모든 헌터를 끌어모았다.
제일 먼저 화답한 것은, 백호 길드였다.
백호 명왕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백호 길드를 마감청에 편입시켰다.
청룡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청룡 명왕도 은퇴를 선언하면서,
청룡 길드를 마감청에 편입시켰다.
거대 길드 2개가 합쳐지자,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전국에 흩어진 수많은 클랜들이,
마감청 소속이 되었다.
- 현무 길드는 반대한다.
광주의 현무 길드가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이에,
- 마감청에 편입되지 않으면, 현무 길드를 공중분해시킬 것이다.
마감청이 발표했다.
현무 길드가 반발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현무 길드를 찾았다.
현무 명왕과의 결투.
싱겁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났다.
현무 명왕은 패자답게 길드를 넘겼다.
사실, 현무 명왕 배성범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내게 패한 직후,
악심을 품을 만큼 잔혹한 자였다.
허나,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눈치챈 것이다.
내가 자신보다 훨씬 더 잔혹하다는 것을,
또한, 현무 길드 정도는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나는 현무 길드를 멸하려 했었다.
일본이 침략했을 때 구경만 했었고,
뒤에서 못된 짓만 저질렀었다.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현무 명왕이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일단, 살려준 것이다.
현무 길드까지 마감청에 합류하자,
대한민국 모든 헌터가 마감청 소속이 되었다.
이제 돈 때문에 위험한 게이트를 보유할 수 없었다.
게이트가 생성되면, 무조건 소멸해야 했다.
***
레비아탄이 쓰러졌다.
그런데도 거대 게이트가 소멸되지 않았다.
“최 대장님, 공간 능력자를 불러야겠는데요.”
내 말에, 최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공간 술사 이명호가 도착했다.
과거, 백호 길드 소속의 인물이었다.
“게이트에 진입할 수도, 게이트가 소멸되지도 않습니다.”
내 말에, 공간 술사 이명호가 거대 게이트를 살폈다.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진 균열이 다시 막히다니···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입니다.”
“게이트를 소멸할 방법이 없겠는가?”
최 대장 말에, 이명호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뭐라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공간 술사가 더 필요합니다. 균열을 연구할 과학자들도 더 필요하고요. 그들과 의논해야 합니다.”
“알겠네. 최대한 빨리, 사람들을 모으지.”
“이명호 헌터님.”
내가 부르자, 이명호가 고개를 돌렸다.
“혹시, 게이트 브레이크가 다시 터지는 건 아니겠죠?”
“저도 모릅니다. 연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
***
최 대장과 나는 마감청으로 복귀했다.
마감청에 복귀하자, 공간 술사와 연구진들부터 섭외했다.
‘거대 게이트라,’
거대 게이트를 떠올리자, 찜찜해졌다.
뭔가 엄청난 것이, 숨어있을 것만 같았다.
“태민아, 브리핑룸으로.”
최 대장이 불렀다.
브리핑룸으로 이동했다.
브리핑룸에는 일본의 현 상황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었다.
여러 가지 정황과 정보들도 속속들이 들어왔다.
우리나라 인공위성으로 일본을 자세히 살폈다.
일본 오사카, 미나토구가 피에 잠겨 있었다.
“이런 미친 새끼들, 엘리시움으로 사냥하면 될 것을···”
최 대장이 안타까워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잠시 후, 인공위성에 충격적인 장면이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