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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65화 (65/110)

65화

아무것도 없던 빈 공간이 쩌억~ 하고 갈라졌다.

그 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마귀였다.

“어서 와라.”

그를 맞이한 건 40대 초반의 사내였다.

새빨간 머리에 정장 차림의 그는 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볼케이노 정태진.

8년 전 실종된 창절을 대신해 육명왕에 오른 자였다.

“왔습니까?”

“왔지.”

“병력은?”

“이미 구룡포항에 도착했다고 들었다. 본진도 인천항과 부산항에 도착했다고 들었고.”

“구룡포 병력은 경북으로 빨리 보내야 합니다.”

“안에 있으니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

정태진의 말에 마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정태진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회의실이었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일본의 8대 천왕 마츠모토 세이초가 와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귀가 90도로 인사하자

“어서 오게 마귀.”

마츠모토 세이초가 웃으며 그를 맞았다.

마귀와 정태진이 자리에 앉자

마츠모토 세이초가 입을 열었다.

“봉황 명왕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

“그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우리가 안 도와줘도 될지 모르겠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마감청의 힘만 빼겠다는 거로군. 이봐 마귀. 우린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네. 병력을 돌릴 수 있음을 잊지 말게.”

“1악이 죽었습니다.”

“뭐라!”

마귀의 말에 마츠모토 세이초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누가.”

“이태민이라는 녀석에게 당했더군요.”

“이태민?”

“이제 갓 20살이 넘은 녀석입니다.”

“지금 농담하는 건가?”

“그림자의 힘을 얻었습니다. 그 녀석.”

“……흠.”

“생각보다 대단한 능력인듯합니다. 1악을 죽였으니까요.”

“그림자의 힘이라… 봉황 명왕이 더 힘들어지겠구만.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인가?”

“봉황 명왕에게 혈석 2개와 아드리안느의 사념을 던져줬습니다.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아드리안느의 사념이라면 1악의 힘이잖은가?”

마츠모토 세이초의 말에 마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봉황 명왕은 로열 등급에 오를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 계획을 알려주는 게 낫지 않을까.”

“봉황 명왕은 일본의 지배를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니 버리는 패로 쓸 수밖에요.”

“허나 로열 등급이 된다면 분명 살아남을 텐데… 그렇게 된다면 우리와 척을 지지 않겠나.”

“그는 죽을 겁니다.”

“……근거는?”

“어디까지나 반쪽짜리 로열이니까요.”

“무슨 소리지?”

“아드리안느의 사념은 저주의 힘입니다. 그런 힘은 꼭 문제가 있지요.”

“하긴 완벽한 힘이었다면 1악이 벌써 이 나라를 지배했겠지.”

“살아남기 힘들 겁니다.”

“마감청이 이긴다는 소린가?”

마귀가 고개를 저었다.

“둘 다 양패구상할 겁니다. 서로 치명타를 입은 채 말이죠.”

“흐음 꽤 낙관적이군.”

“8대 천왕께서는 살아남은 놈들만 정리하시면 됩니다. 봉황 명왕이든 마감청이든 상관없이 말이죠. 그 후 고위급 헌터들만 싹 다 몰살시키면 게임 오바. 그 외.”

마귀가 고개를 돌려 정태진을 바라봤다.

“정부와의 협상은 볼케이노에게 맡기면 됩니다.”

“그럼 앞으로.”

“물론입니다. 대한민국은 완벽한 일본의 속국이 될 겁니다. 이 나라의 모든 게이트는 8대 천왕에게 예속될 겁니다. 앞으로 그 누구도 일본인 헌터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 낼 겁니다.”

마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고등급 헌터들만 죽여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이 나라의 모든 게이트가 일본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속국이었다.

“하기야 우린 볼케이노의 요청에 응한 것뿐이니까 말일세.”

명분도 그럴듯했다.

“천왕께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볼케이노 정태진이 90도로 몸을 숙였다.

그 모습에 마츠모토 세이초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닭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리를 자르고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이빨을 뽑고 꼬리를 자른다.

수소도 마찬가지 거세해 버리지.

인간도 마찬가지야.

일단 태어나면 상대방을 짓밟아야 해.

그래야 세상이 돌아가는 법이거든.)

아드리안느의 사념을 먹자

알 수 없는 음성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마력이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전신에서 황금빛 아우라가 번쩍였고

주체하지 못할 힘에 분노가 솟구쳤다.

분노는 곧 희열 격정 쾌락 등

형언할 수 없는 고양감을 선사했다.

그가 눈을 뜨자 세상이 달라 보였다.

‘나는 포식자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먹잇감으로 보였다.

심지어 김두식과 이대호조차도 말이다.

“먹어라.”

김두식과 이대호에게 혈석을 던져줬다.

그들이 혈석을 삼켰다.

순간 뿌드득~거리며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팔 다리에 근육이 붙고 상체가 훌쩍 커졌다.

체고 역시 2m를 훌쩍 넘겼다.

붉은빛이 번쩍이고

그들의 몸에서 시뻘건 아우라가 넘실거렸다.

폭발적인 힘에 어안이 벙벙한 듯

주먹을 쥐었다 폈다만 반복했다.

봉황 명왕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기분 좋지?”

“…….”

“그게 바로 혈석이라는 거다.”

“……혈석.”

“이제부터 너희들은 그랜드다. 그랜드에 오른 것이다.”

“그 그랜드.”

그토록 원하던 그랜드에 단숨에 오르자

김두식과 이대호가 격정의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 우리가 접수하자.”

봉황 명왕이 건물 밖으로 뛰어내렸다.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린 그는 쿵 소리와 함께 자세를 잡았다.

아스팔트 바닥이 쩌억~ 하고 금이 가버렸다.

그런데도 충격이 없었다.

“후읍.”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도시의 찌든 냄새가 폐부를 가득 채웠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어찌 기쁘지 않을까.

그는 오연한 자세로 눈앞에 있는 자들을 바라봤다.

마감청 청장을 비롯한 청룡과 백호의 주인들 그리고 신화 클랜의 독고연 8군 8룡 8범까지

수백이 넘는 헌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모두가 몰려온 것이다.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뒤로는 서른 명의 길드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는 턱없이 부족했으나 이들이야말로 봉황 길드의 진정한 충신들이었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다면 목숨은 살려주마.”

“흥!”

청장의 말에 코웃음 쳤다.

“투항할 생각이었다면 당신들이 이곳에 있지도 않았겠지.”

“제갈길 정신 차려라! 니가 이러면 네 가족들도 국가 반역죄다!”

“국가 반역죄? 그거 누가 정하는데?”

봉황 명왕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잘 들어라.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법이다.”

“……미쳤군.”

“미치고 안 미치고는 붙어봐야 알 일!”

봉황 명왕이 손을 들자 황금빛 반구가 생성됐다.

“헉!”

“로 로열!”

“말도 안 돼!”

“모두 피해!”

“막아!”

마감청 청장을 비롯한 청룡과 백호의 주인들이 몸을 움직였다.

“죽어라.”

봉황 명왕이 반구를 던졌다.

━━━ 쾅!

폭발과 함께 시작된 전투.

곧이어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광란의 살육전이 시작되었다.

***

━━━ 쾅! 쾅! 쾅! 쾅! 쾅…!

“알뜰 세트 같은 오합지졸들이 감히 투항을 요구해!”

로열 등급.

“송불암 강민구 김철호! 네놈 새끼들부터 싹 다 쳐 죽일 테다!”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다.

봉황 명왕이 길길이 날뛰는 순간 그것이 착각이 아님을 자각했다.

말로만 듣던 로열 등급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 말이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랜드를 넘어선다는 게 어떤 뜻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1인 무적.

그야말로 절대자가 되는 것이다.

헌데 그런 자리에 봉황 명왕이 올라서 버렸다.

저자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해졌다.

“크악!”

피 분수를 뿌리며 날아가는 청룡 명왕.

“으악!”

피떡이 된 채 땅에 뒹굴고 있는 백호 명왕.

그 외 많은 고위급 헌터들.

봉황 명왕이 날뛰기 시작하자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이것이 정말 현실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

대한민국 최강의 헌터들이 봉황 명왕 하나를

감당 못하고 있는 것이다.

“커헉!”

8군의 곽 부장조차 한방에 나가떨어지자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마감청 청장 최불암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현하기로 작정했다.

“중력 제어술 극진!”

그가 능력을 발휘하자

쿵! 소리와 함께 봉황 명왕의 자리가 움푹 내려앉았다.

자그마치 100톤의 중력이 그에게 집중된 것이다.

“드래곤!”

청룡 명왕이 자신의 수호 수를 불러냈다.

허공에서 시퍼런 용이 불쑥 튀어나왔다.

“샤벨 타이거!”

백호 명왕도 자신의 수호 수를 불러냈다.

허공에서 새하얀 백호가 불쑥 튀어나왔다.

“크하하하!”

봉황 명왕이 대소를 터트렸다.

막대한 중력 때문에 울긋불긋한 힘줄이 터진 모습이었다.

“덤벼라!”

그의 전신에서 황금빛 아우라가 솟구쳤다.

“죽어!”

드래곤과 샤벨 타이거가 날아왔다.

━━━━━━ 콰앙!

버섯구름이 솟을 만큼의 대폭발이 일었다.

먼지가 서서히 걷히자

봉황 명왕의 자리도 서서히 드러났다.

커다란 크레이터가 생성된 자리

그 중심에 한 인물이 오연히 서 있었다.

봉황 명왕이었다.

약간의 피를 흘리고 있지만

비웃음 가득한 표정이었다.

“으힉!”

“헉!”

“큭.”

마감청 청장을 비롯한 청룡과 백호의 주인들이 침음을 삼켰다.

“크크크크. 이젠 내 차례다.”

말과 함께 바닥을 박찬 봉황 명왕

그의 몸이 번쩍였다.

- 퍼버버버벅!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청룡 명왕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직이다.”

말과 함께 봉황 명왕이 또다시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백호 명왕의 뒤를 점하더니

주먹과 강기를 날렸다.

- 퍼버벅!

━━━ 쾅!

“크악!”

백호 명왕이 피 분수를 뿌리며 날아갔다.

송불암은 전신이 떨려옴을 느꼈다.

공포였다.

설마 자신이 공포를 느낄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봉황 명왕이 황금빛 주먹을 날렸다.

눈앞이 번쩍이고

“커헉!”

엄청난 충격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감히 내게 항복을 권해!”

마감청 청장을 잔인하게 짓밟았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검까지 빼 들었다.

“죽어!”

그렇게 얼마나 쑤셔댔을까.

피에 흠뻑 젖은 그가 소리쳤다.

“김두식 이대호!”

“예!”

“이곳에 있는 놈들을 싹 다 죽여라.”

봉황 명왕의 말에 김두식과 이대호가 몸을 날렸다.

마감청 청장 청룡과 백호의 주인 신화의 독고연 8군과 8룡 그리고 8범까지

모두가 피를 흘린 채 쓰러진 후였다.

그랜드에 오른 김두식과 이대호를 막을 자 아무도 없었다.

봉황 명왕은 팔짱을 낀 채 오연한 자세로 지켜보았다.

수백 명의 헌터들이 몰살되는 광경을.

헌데

“크악!”

“커헉!”

피 분수를 뿌리며 날아온 건 김두식과 이대호였다.

!!

깜짝 놀란 봉황 명왕

그들이 날아온 방향을 주시했다.

- 척! 척! 척! 척! 척…!

쇠 발굽과 같은 울림소리.

저 멀리서 대규모의 뭔가가 몰려왔다.

냉병기에 풀 플레이트를 착용한 모습이

중세 시대의 병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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