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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60화 (60/110)

60화

“…아무래도 의심스럽습니다.”

S급 게이트를 지목하자 최 대장이 피식 웃었다.

“태민아. 너무한 거 아니냐. 다른 곳도 아니고 봉황이 관리하는 곳인데. 안 그래도 요즘 민감하다고. 대충 상황 알잖아.”

S급 게이트 때문에 마감청 VS 사방신 길드가 힘겨루기 중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소멸시키려는 정부와 마감청.

그렇게 못하겠다는 사방신 길드.

예전에도 관계가 안 좋았지만, 요즘은 정말 살얼음판이었다.

조금만 엇나가도 터질 것 같은 폭탄이랄까.

아니면 곧 터질 예정인 시한폭탄이랄까.

양쪽 진영의 첨예한 의견 대립.

팽팽히 당겨진 고무줄처럼 숨 막힐듯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악과 마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하나로 아무런 증거 없이 S급 게이트를 수색하겠다고 한다면, 싸우자는 말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다른 누구도 아닌 1악과 마귀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질적인 빌런들.

그런 자들을 봉황 길드가 품었다고 의심하는 순간

사생결단을 내자고 달려들 것이다.

봉황 길드에서는 아마 전쟁 불사 결사 항전을 외칠 게 분명했다.

“그래도 조사해야 합니다.”

“…태민아.”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님을 눈치챈 최 대장

그제서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조사는 혼자서 하겠습니다.”

“태민아,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생사가 불분명한 아이들이 수백 명입니다. 의심이 간다면 봉황이 아니라 그 어디라도 조사해야 합니다.”

사실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조사할 수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승인을 요구하는 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흐음…….”

고민하는 최 대장 앞에서 은신을 사용했다.

내가 모습을 감추자 최 대장이 기함했다.

“하, 대체 너란 녀석은….”

최 대장이 졌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연했다.

내가 보유한 능력만 해도 대단하다 못해 놀라울 정도.

헌데 그것도 모자라 은신 능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놀라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

“저 아시잖습니까. 자신 있습니다. 대장님.”

“……흐음, 봉황을 조사하는 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최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30분 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마감청 청장실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

대한민국 육명왕이자 마감청 청장인 송불암은 전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중력 술사 중 한 명이었다.

“허허, 어서 오게, 태민 군. 아니, 이 대표라 불러야 하나.”

“안녕하십니까, 청장님.”

마감청 청장과는 첫날에 인사를 나눈 후 오늘이 두 번째였다.

“그동안 꽤 소원했구먼. 어서 앉게.”

자리에 앉자 비서가 차를 내왔다.

“그래. 무명 길드는 좀 어떤가?”

“청장님께서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허허, 신경은 무슨.”

송 청장의 배려로 마감청에서 나오는 마석의 일정량을 배정받고 있었다.

그렇게 배정받은 마석을 황 과장 아버님께 넘기는 식이었다.

일종의 하청이었다.

또 마감청의 요청으로 아웃 칼리, 즉 엘리시움을 사들이고 있었다.

이것도 역시 일종의 하청이었다.

덕분에 무명 클랜 직원 수만 벌써 열 명이 넘었다.

“이 대표.”

송 청장이 미소를 지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상황이 매우 민감하네. 얘기는 들었겠지만, 사방신과 힘겨루기 중이지.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증거 없이 움직이는 건 힘든 일이야.”

“200명이 넘는 아이들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증거가 없어도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합니다.”

“그 지푸라기가 초가삼간 다 태울 수 있음을 명심하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물론입니다. 하지만 청장님. 1악과 마귀가 관련된 일입니다. 그들이 어떤 잔혹한 짓을 저지를지 상상조차 안 됩니다.”

“흐음….”

“저라면 가능합니다. 아니, 오직 저만이 가능합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확인만 하고 오겠습니다.”

“허허, 순간이동에 은신까지 갖췄으니 말할 필요도 없겠지. 더욱이 자네 실력이야 내가 더 잘 아니까 말일세.”

“맡겨주십시오. 제가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되네.”

“가서 증거만 가져오겠습니다.”

송 청장이 드디어 허락했다.

나는 이쯤에서 민감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청장님.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내가 머뭇거리자,

“……무슨?”

송 청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필요하다면 누구와도 싸울 각오를 해야 합니다.”

“……대규모 전투는 안 되네. 피해가 너무 커.”

“봉황이 1악과 관련 있다면요?”

“허, 곤란한 질문을 하는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자는 뜻이었습니다.”

“뭐,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송 청장이 날 바라봤다.

“……단호히 잘라야겠지.”

“아…!”

“우린 너무 오랫동안 1악과 육명왕이라는 구도를 유지해 왔네. 애초에 창절의 뜻대로 일치단결했어야 했어. 그랬다면 오늘날 많은 게 달라졌을 것이네.”

송 청장이 눈을 감았다.

“모두 각자의 생각과 상황, 그리고 욕심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네. 하. 그때 창절께서 실종만 되지 않았어도….”

다시 눈을 뜬 송 청장이 날 바라봤다.

“이 대표, 조사를 하겠다면 확실히 하게. 1악과 관련된 자들은 반드시 단죄할 테니.”

“예, 청장님.”

“참!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자네 혼자선 절대 그들과 싸우지 말게. 아무리 급박해도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청장님!”

송 청장이 다가오더니 어깨를 다독였다.

***

승인이 떨어지자 부리나케 달려갔다.

봉황 길드가 관리하는 S급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최 대장과 함께 영천시 외곽에 도착.

“태민아! 조심해라.”

“예, 대장님.”

그 말을 끝으로 순간이동 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S급 게이트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살폈다.

인적이 드문 곳에 생성된 S급 게이트.

꽤나 한적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봉황 길드원만 무려 20여 명.

그들의 눈에서 안광이 번득였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살이 떨릴 지경.

‘설마 디텍트 능력자는 없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짝 멈칫했으나, 생각해 보니 디텍트 능력자가 있을 리 없었다.

아니, 있다 하더라 상관없었다.

은신한 것도 모르는데 디텍트 능력을 사용할 리 없었다.

‘시작부터 별걱정을 다하는군.’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

‘헛.’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능력이 확연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랜드라는 건가.’

게이트 입구를 지키는 자들 중 17명이 엘리트, 3명이 챔피언이었다.

챔피언 중에서 머리가 벗겨진 사내가 리더였다.

게이트를 지키고 있으니 경비 대장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그의 수준이 확연히 느껴졌다.

그들을 지나쳐 자연스럽게 게이트로 진입했다.

순간 눈앞이 암전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으 추워.’

실제로 추운 것이 아니었다.

그저 끝도 없이 펼쳐진 새하얀 풍경에 춥다고 느낀 것뿐이었다.

게이트 입구에서 벗어나 한적한 빙벽 뒤로 이동했다.

은신을 풀었다.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3,875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느껴졌다.

빙판 위에 있는 마물들의 움직임이

체고가 3m에 달하는 킹콩이었다.

그런데 팔이 네 개나 달려 있었다.

일명 프룰레라 우르칸.

디멘션들이 찾아낸 이름이었다.

외국에서는 아이스 맨이라 불렀고

우리는 그냥 설인이라고 불렀다.

‘헐…. 그나저나 끝이 없네.’

아무리 넓은 게이트라도, 지평선 너머에는 어렴풋한 투명한 막이 보였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웬만한 도시보다 훨씬 더 크다는 뜻이었다.

‘대체 얼마나 넓은 거야?’

나는 즉시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그렇게 얼마쯤 이동했을까.

- 쾅!

어디선가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반경 1km 내에는 무엇도 없었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순간이동 했다.

다시 한번 손바닥을 땅에 대었다.

느껴졌다.

사람들 모습이

붉은 봉황이 새겨진 최상급 히든 슈트를 착용한 자들.

누가 봐도 봉황 길드의 수뇌부 같았다.

어쩌면 8봉일지도 몰랐다.

‘흐음.’

그들 곁으로 다가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생각해 보니 그들은 마스터, 나는 그랜드였다.

은신을 하고 다가가도 들킬 염려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게이트 자체가 너무 넓었다.

길을 찾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을듯했다.

차라리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엿듣기로 했다.

‘은신.’

은신을 사용한 후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쾅! 쾅! 쾅! 쾅! 쾅…!

연이은 폭발과 함께 설인들을 후두려 패고 있었다.

모두 다섯 명.

그들 중에서 한 명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장판석 선배와 비견될만한 체격의 소유자.

8봉의 탱커 이대호였다.

그는 허벅지 굵기만 한 쇠몽둥이를 다뤘는데 꽤나 유명한 탱커였다.

나는 말없이 그들의 사냥을 지켜보기로 했다.

1악과 마귀 그리고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야 했기에

오래 지켜볼 여유는 없었다.

***

그렇게 얼마쯤 지켜봤을까.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아 슬슬 움직이려던 찰나

사냥이 끝났는지 그들이 휴식을 취했다.

“마감청 새끼들.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대호 탱커였다.

“시민들이 불안에 떤다는 이유로 S급 게이트를 전부 소멸시키겠다니. 아니, 막말로 우리나라가 이만큼 안전한 게 누구 덕분입니까? 다 우리들 덕분 아닙니까.”

이대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강해져야 시민들도 지킬 수 있죠. S급 게이트를 전부 소멸시키면 우린 어쩌란 말이죠?”

30대 초반의 미녀였다.

“씨벌, 우리가 강해지게 도와줘도 모자랄 판에 게이트나 없앤다고 지랄하고 있으니.”

“……나는 그 새끼도 마음에 안 들어.”

인상이 날카롭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사내였다.

“누구?”

“이태민인가 뭔가 하는 애새끼.”

“크크크. 마감청에서 X 나게 빨아주더만. 언론매체들도 연일 빨아젖히고 말야.”

“그러게요. 개 같은 새끼들.”

“그런데 형님, 이태민이가 정말 8귀를 잡았을까요?”

“그럴 리가. 최 대장이 옆에서 도와줬겠지.”

“……하긴.”

그때였다.

“어, 나오신다.”

이대호가 일어나더니 거대한 빙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빙산 아래 깎아지른 빙벽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기 때문이다.

40대 중 후반으로 보이는 세 명의 장년인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본 순간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내가 아는 자들이었다.

‘이런 X 자식들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저들이 함께 있다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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