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이런 대규모 범죄가 발생했음에도 영천 일대가 조용했다.
아마도 지역 전체가 영천교 수중에 넘어간 듯했다.
관공서, 경찰 등
공권력까지 장악됐다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최 대장을 불러 아귀에 대한 정보를 풀었다.
아귀가 있는 곳을 알려주자 최 대장이 깜짝 놀랐다.
“그동안 어디 있었나 했더니 사이비 교주 노릇을 하고 있었구나. 하여튼 이 새끼 골 때리는 놈이라니까.”
최 대장이 인상을 썼다.
사이비 종교는 정신 나간 자들의 집합체였다.
그들에게는 부모, 부부, 형제, 자매, 자녀, 친척, 친구도 없었다.
교주가 신이고 교주가 세상의 전부였다.
소위 말하는 가스라이팅.
완전히 세뇌된 것이다.
“사이비라니 골치 아프네.”
최 대장이 본청에 전화를 넣었다.
최근 10년간 경북 영천의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영천교에 대한 자료도 함께 요청했다.
사이비란 것이 워낙에 골치 아픈 집단이라 사전 정보가 필수였던 것이다.
막말로 말해서, 자신들을 핍박했다는 이유로 집단 자살이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잠시 후 본청에서 자료가 왔다.
경북 영천.
안 그래도 적었던 인구가 영천교가 들어선 이후부터 가파르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현재 16,000명 대로 떨어졌고,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 자치단체가 되었다고 한다.
“인구가 이렇게나 줄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단 말인가요?”
“지역에서 쉬쉬하면 솔직히 답 없다. 특히나 작은 지방에서는 더욱 그렇지. 피해자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데 뭐라고 할 거야?”
“지난 7년간 어린 학생들 수백 명이 신앙촌으로 이주했어요.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일단 종교단체다 하면 보통은 그냥 넘어가니까. 일종의 프리패스라 할까…. 부모들이 이주시키겠다는데 무슨 수로 막아.”
“정말 볼수록 답이 안 나오네요. 아귀가 관련됐다면 학생들 생사가 불분명할 텐데 이런 상태로 계속 방치해 뒀다니….”
“그러니까 무서운 거지. 사이비 종교라는 게.”
경상북도 영천에 영천교가 들어선 지 올해로 7년.
막대한 자금으로 지역을 야금야금 장악했다고 한다.
“영천교에서 나오는 자금이 일본 쪽 자금 같다는군.”
최 대장 말에 이자카와 재단이 떠올랐다.
‘이 새끼들….’
나는 이를 으득 갈았고,
“어휴.”
최 대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보고만 있을 순 없어요.”
이단은 종교적 용어에 가깝고, 사이비는 사회적 용어에 가깝다.
기독교에서는 이단 - 이단성 - 사이비 - 사이비성 – 이단 옹호 - 경계 - 참여 교류 금지 - 예의주시 이런 식으로 이단을 8단계로 나눴다.
이단의 종류는 장로교, 감리교 등 8개 교단이 연합해서 분류했고
이단의 규정과 해제는 회의를 통해서만 규정했다.
물론 관련자들을 출석시켜 반론 기회도 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이런 것들이 다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세뇌당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착취당할 수밖에 없었다.
“저희가 잡죠.”
“태민아. 사이비 종교는….”
“1악도 아니고 고작 아귀 놈입니다.”
“…흠흠.”
내 말에 최 대장이 고심했다.
“…좋다. 대신 관련자들만 잡자.”
“물론이죠.”
정부에서 이미 8귀에 대한 척살령을 선포한 상태.
놈들을 발견 즉시 척살해도 무방했다.
다음 날
최 대장을 비롯한 마감청 가디언들과 함께 경북 영천으로 향했다.
***
그는 아름다웠다.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듯한 수려한 외모와 백옥 같은 피부, 그리고 야리야리한 몸짓과 부드러운 목소리.
천상의 선인 같았다.
“나의 성도들아-!”
그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졌다.
성당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몽롱한 얼굴로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너희에게 빛은 무엇이더냐.”
그가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교주시여, 저희에게 빛은 교주님의 사랑, 은혜, 자애이옵니다. 영원한 빛으로 저희를 지켜주소서.”
사람들이 마치 주문과 같은 어조로 동시에 답했다.
“너희에게 행복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이더냐?”
“거룩하신 피 흘리시고 저희를 아껴주시는 교주님의 마음, 그것이 바로 저희의 행복이고 사랑이옵나이다. 교주님의 사랑으로 저희 영혼을 이끌어주소서.”
“내 오늘 너희에게 이적을 보여줄 것이니, 너희의 모든 것을 나에게 바칠지어다.”
“바라는 자의 생을 당신께 바칠지니 부디 이 어리석은 종들을 어둠 속에서 영원토록 지켜 주시옵소서.”
“고맙구나. 너희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나를 감동시켰음을. 우리 다 함께 큰소리로 외쳐보자꾸나.”
교주가 감동했다는 듯 눈물을 흘리자
성도들 역시도 눈물을 흘렸다.
“교주시여! 영원한 빛으로 지켜주소서. 거룩하신 피로 날 이끄시고 내가 가는 길 고통에 싸여있어도 거룩하신 사랑으로 내 영혼을 이끄소서. 바라는 자의 생을 당신께 받칠지니 부디 이 어리석은 종들을 어둠에서 영원토록 지켜 주시옵소서!”
성도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성당이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다.
“세상은 너희들을 속이고 있음이다. 게이트가 무엇이더냐. 마물과 마수가 무엇이더냐. 그것들은 너희를 타락시키고 너희를 죽이러 온 지옥의 괴물들이 아니더냐.”
“교주님을 믿습니다!”
“성도들아! 우린 지금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단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너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천국의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신청하거라. 너희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신청하거라. 그것이 너와 네 가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주님을 믿습니다!”
“나오라, 선택받은 천사들이여.”
교주의 말이 끝나자 10여 명의 아이들이 연단 위로 올라왔다.
“아이야, 너의 이름은?”
“김지영이요.”
“몇 살이지?”
“열두 살이요.”
“신앙촌에서 살고 싶다고?”
“네.”
“왜 그렇지?”
“신앙촌에 가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했어요.”
“누가?”
“부모님이요.”
“참으로 올곧은 부모님이시구나. 하지만 신앙촌에 들어가면 부모님 얼굴을 볼 수 없단다. 그래도 괜찮을까?”
“교주님께 사랑과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일이에요. 세상에 그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있을까요? 엄마 아빠를 못 보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요.”
“참으로 기특하구나, 우리 지영이.”
교주가 시익- 하고 웃었다.
***
- 부산지부를 장악했던 빌런들이 일망타진되었습니다.
마감청은 이태민 헌터의 주도하에 실행된 작전에서 모든 빌런들을 완벽히 소탕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아무런 희생 없이 인질들을 모두 구출했다고 전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이태민 헌터였습니다.
월드 랭커 이태민. 1군 이태민. 그림자 네크로맨서 이태민. 순간이동 능력자 이태민. 패스파인더 이태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김석대 기자.
- 네, 김석대입니다.
- 자세한 상황 좀 전해주시죠.
- 네, 오늘 오후 3시경 이태민 헌터의 주도하에 빌런 소탕 작전이 실시되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끝나버린 이번 작전은……
- 쾅!
TV가 박살 났다.
“이런 미친….”
TV를 보던 아귀가 급격히 분노했다.
고작 이태민 하나에 8귀 중 셋이나 당한 것이다.
‘아니지, 총 다섯이지. ……실종된 적귀까지 합치면 총 여섯인가.’
‘설마 이태민 혼자서 죽였을 리는 없고 마감청 8군이 개입한 건가.’
‘암묵적 약속을 깬 건 어쨌든 독귀니까.’
‘참나, 어이가 없구만.’
하도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
아무리 8군이지만 8귀 중 무려 셋이나 당하다니
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귀가 이태민을 떠올렸다.
어린놈의 자식이 생각하면 할수록 열받게 했다.
‘잠깐 그것보다…. 설마 여기까지 쳐들어오진 않겠지?’
지귀와 냉귀가 이곳의 위치를 불었을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했다.
‘혹시 모르니 방비를 해둬야겠다.’
그는 자신의 수족인 주 신부를 불렀다.
잠시 후 주 신부가 달려왔다.
“주 신부, 성도들로 하여금 방비를 강화토록 하세요.”
“예, 교주님.”
“전투력 높은 신부들로 순찰도 강화토록 하시고요.”
“예? 예…. 교주님. 혹 무슨 일이라도…?”
“세상일이라는 게 모르잖습니까. 느낌이 좀 그래서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아이들 수급이 갈수록 줄고 있어요. 더 많은 아이들이 필요합니다.”
“교주님, 영천에 있는 아이들은 벌써.”
“더 많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게…….”
“어허. 성도라는 게 뭡니까? 내가 보라면 보고, 내가 들으라면 듣고, 내가 믿으라면 믿고, 내가 하라면 하는 게 성도 아닙니까!”
“……교, 교주님.”
“자녀든 뭐든 바치라면 바쳐야지요. 그 누가 있어 내 뜻에 반한단 말입니까! 그자가 누굽니까! 그자야말로 사탄에 물든 자예요.”
“올해만 벌써 수십 명째라….”
“…우리 주 신부가 배가 불렀군요.”
“죄, 죄송합니다. 교주님.”
“어린아이 가릴 것 없습니다. 닥치는 대로 긁어모으세요. 우리가 왜 비싼 돈 들여 젊은이들을 혼인시켰습니까! 그 취지를 절대 잊지 마세요.”
“예, 교주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만 나가보세요.”
“예.”
주 신부가 나가자,
“쯔쯔.”
아귀가 혀를 찼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으니.”
기분이 꿀꿀했던 그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아름다운 문양의 보석이 들어있었다.
새빨간 핏빛의 마름모 모양 보석.
참으로 요사한 빛깔이었다.
‘이태민이라….’
혈석을 보자 기분 좋아진 그는 이태민과 8군을 떠올렸다.
순간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씻은 듯 사라졌다.
지금으로선 그들이 아니라 육명왕이 와도 두렵지 않았다.
“키키키키!”
그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
경북 영천에 도착한 우린 주변부터 탐문했다.
영천교의 영향력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은신 상태로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사람들 대부분이 매우 평범했다.
허나 영천교에 대해서만큼은 무척 민감했다.
조금이라도 영천교를 헐뜯으면 죽일 듯이 덤벼들었다.
마감청 요원들에게 말이다.
더 이상 볼 것이 없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완벽히 세뇌된 상태였다.
‘골치 아프군.’
사이비 교주를 함부로 죽일 수 없었다.
교주를 죽여 버리면 성전으로 변할 수 있었다.
성전이 되면 신격화가 진행되었다.
신격화란 영천교 내부의 신격화가 아닌, 외부의 신격화를 뜻했다.
쉽게 말해 지역구 교단에서 전국구 교단으로 발전한다는 뜻이었다.
영천교를 영원히 뿌리 뽑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리소문없이 전광석화처럼 일을 처리해야 했다.
영천교 수뇌부 척살 작업을 말이다.
***
밤 10시가 넘어서야 성도들이 모두 집에 돌아갔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3,875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느껴졌다.
영천교 내부의 모습이
아귀 놈이 웃고 있었다.
‘그 입 찢어주마.’
놈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