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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55화 (55/110)

55화

게이트 생성과 동시에 브레이크가 터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욱이, 이런 현상이 벌어진 곳이 전국에서만 다섯 곳이나 되었다.

마감청이 난리가 났다.

다섯 곳 모두가 인구 밀접 지역이었던 것이다.

신사동을 제외한 네 곳에서 인명피해가 급증했다.

그나마 다행히 대량 살상은 면할 수 있었다.

마감청의 신속한 출동 덕분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기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이날,

세계 헌터 협회는, 적색 게이트 1단계를 선포했다.

***

마감청.

소진 선배와 헤어진 후, 브리핑룸으로 직행했다.

브리핑룸에는 최 대장이 있었다.

“아니, 그분도 참. 하….”

최 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물어보니까 무슨 사악한 힘이라는데.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저도 잘….”

“그분이 워낙 광명정대하신 분이라,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

“광명정대고 자시고, 저, 죽을뻔했는데요.”

“어, 그, 그래….”

최 대장이 땀을 삐죽 흘렸다.

“흠흠. 우선, 사진부터 살펴보자.”

사진에는 CCTV에 찍힌 독귀와 대머리 사내가 있었다.

“제이슨이라고, 독귀의 밀입국을 도운 놈이다.”

최 대장이 대머리 사내를 가리켰다.

“제이슨이요?”

“부산에서 암약 중인 빌런 조직의 두목인데. 제이슨 가든이라고. 여기, 자료가 있으니까 참고하고.”

“아.”

“중요한 건, 이 사진.”

사진에는 독귀와 함께 웃고 있는 두 명의 사내가 찍혀 있었다.

“뱁새눈이 바로 지귀고, 볼에 칼자국 있는 놈이 바로 냉귀다. 이 자식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네.”

“이놈들 다 부산에 있겠네요?”

“현재로선 그렇다고 봐야지.”

“자료는 제가 챙겨도 되죠?”

“그럼.”

“고맙습니다, 대장님.”

자리에서 일어나자,

“벌써 가려고?”

“제이슨부터 족치게요.”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최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리며, 마감청 요원이 들어왔다.

“대장님, 여기.”

최 대장에게 폰을 건넸다.

- 최 대장입니다. …예, 부장님.

곽 부장인듯했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최 대장.

무척이나 굳은 표정이었다.

“태민아.”

최 대장이 내 어깨를 잡았다.

“같이 가자.”

“네?”

“사건 터졌다. 가면서 설명하마.”

최 대장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

제이슨은 아무래도 불안했다.

독귀는 지금 대형 사건을 준비 중이었다.

이 사건이 터지면, 마감청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아무리 8귀지만, 무모한 짓거리였다.

더욱이 1악이 없는 지금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도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그중에는 일반인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살아남았다.

왜?

최소한의 룰은 지켰기 때문이었다.

“이봐, 독귀. 아무리 생각해도 불안해. 정말 괜찮겠어?”

“걱정 마. 불똥 안 튀게 할 테니까.”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굳이 마감청을 자극할 필요는 없잖아.”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이런 짓 할 리가 없잖아. 날 극한까지 몬 건,마감청과 이태민이야.”

독귀가 인상을 썼다.

“넌 걱정 말고, 돌아갈 배편이나 준비해.”

그 말을 끝으로 독귀가 움직였다.

***

마감청 놈들이 마츠모토 타카토를 잡아갔다.

이것은 치명타였다.

마츠모토 타카토는 마츠모토 세이초의 단 하나뿐인 아들.

그를 잡아간 순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호아킨 피닉스를 얻기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그를 구해야 했다.

상식적으로 자국민의 심장을 거래한 일본인을 풀어줄 리 없었다.

그가 아무리 마츠모토 세이초의 아들이라 해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인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것이 바로, 독귀의 계획이었다.

***

‘마감청 놈들, 엿이나 먹으라지.’

타깃으로 정한 곳은 마감청 부산지부였다.

오늘 이곳에서 대형 사건을 터트릴 예정이었다.

지귀와 냉귀.

그리고, 제이슨 부하 100여 명을 데리고 움직였다.

오전 11시.

- 콰르릉!

땅이 울리며, 부산 지부 입구에 석벽이 솟아났다.

“무, 무슨 일이야!”

깜짝 놀란 요원들이 달려 나왔다.

“버러지 같은 놈들.”

- 쩌저정!

바닥이 얼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요원들을 꽁꽁 얼렸다.

“허억!”

“뭐, 뭐야!”

“히익.”

그 모습에, 멀리 있던 요원들이 몸서리쳤다.

“반항하는 자들은 모두 죽여라.”

어느새 나타난 독귀가 부하들을 독려했다.

100여 명의 빌런들이 요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대형 사건이 터진 것이다.

***

부산 지부 요원들 대부분이 엘리트 이하였다.

독귀와 같은 마스터는 단 한 명뿐.

바로, 지부장이었다.

“죽어!”

- 쾅! 쾅! 쾅! 쾅! 쾅-!

지귀와 냉귀가 지부장을 상대로 싸웠다.

그들과 달리 지부장은 탱커였다.

상생이 좋지 못했다.

더군다나 1:1도 아닌 2:1의 상황.

냉귀가 얼려버리면, 지귀가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지부장이 연신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커헉.”

지귀의 공격에, 지부장이 쓰러졌다.

“네, 네놈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당신이 지부장인가?”

때마침 다가온 독귀가 피식 웃었다.

“그, 그렇다.”

“항복하면 살려주지, 어때?”

“항복? 하, 당신들,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

“떽! 떽! 떽! 거참 더럽게 시끄럽네.”

냉귀가 다가왔다.

그가 지부장 목에 검을 들이댔다.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항복해라. 그럼 살려주마.”

“이래 봬도 마감청 지부장이다. 빌런들 따위에게 절대 항복하지 않아.”

“그래? 그럼 죽어라.”

독귀의 말에, 냉귀가 검을 그었다.

“컥.”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지부장의 숨이 끊어졌다.

“시체는 한곳으로 모으고,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다 강당으로 끌고 와!”

“예!”

독귀의 명령에 부하들이 움직였다.

***

강당에 잡혀 온 이들은 모두 80여 명.

이 중에는 각성자들도 있었고, 일반인들도 있었다.

독귀가 우측 팔을 뻗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독구가 생성됐다.

독구를 인질들에게 던지자, 팟! 소리와 함께 공중에서 분해되었다.

새하얀 입자들이 강당 안을 가득 채웠다.

각성독.

독과 관련된 특성을 보유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독이었다.

각성독을 날리자, 강당 안의 모든 이들이 순식간에 중독되었다.

“콜록, 콜록.”

“켁, 콜록…!”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그 소리에 독귀가 시익 하고 웃었다.

각성독을 흡인한 이상, 이제 그들은 꼼짝 마라였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대로 죽일 수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독귀가 소리쳤다.

“방송국에 전화해!”

“예!”

부하 중 한 명이 전화를 걸었다.

***

- 오늘 낮, 오전 11시.

마감청 부산 지부가 괴한들에게 공격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매우 단호하고, 엄중하게 다룰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마감청 역시도 이번 사건을 …

- 속보입니다.

부산 지부를 습격한 괴한들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독귀, 지귀, 냉귀 그리고 제이슨 가든의 빌런들이었습니다.

아!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괴한들이 영상을 보내왔답니다.

일단, 영상부터 보시죠.

- 오후 5시까지, 마츠모토 타카토를 석방할 것.

그리고 이태민을 이곳으로 보낼 것.

둘 중 하나라도 거절한다면, 1분에 한 명씩 잔인하게 살해할 것이다.

- 와, 정말, 소름 끼치는 음성인데요.

마감청은 이번 사건을…

한창 뉴스에서 떠들고 있을 때,

- 두두두두두….

대한민국 국방 헬기 수리온 3.

나와 최 대장은 수리온 3를 타고 부산으로 가고 있었다.

상황이 그만큼 급박했기 때문이었다.

( 주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럴 수는 없다. )

( 알았어, 미안해. 조금만 참아봐. )

( 세계 최강인 나를 이런 곳에 가두다니. 이러고도 정녕 주인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

( 미안하다니까. )

헬기를 타기 전, 혹시나 몰라 폭룡을 강림시켰다.

폭룡의 크기는 2m.

폭룡을 든 채 헬기를 타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폭룡의 투덜거림이.

녀석이 꽤나 서운한듯했다.

( 나중에 김 선배 소개해 줄게. )

( 저, 정말인가. )

( 그래. )

( 뭐, 굳이 그렇게까지 한다면야. )

김하늬 선배 얘기를 꺼내자,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

마감청 부산지부 앞,

신화 클랜을 비롯한 경남 연합이 모두 모였다.

8귀의 악명이 워낙에 컸기에, 최대한으로 몸집을 불린 것이다.

“상대는 8귀요. 섣불리 덤볐다간 큰 화를 당할 겁니다.”

“그럼, 계속해서 지켜만 보실 건가요?”

“지켜만 보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싸우자는 겁니다.”

“지금 이곳에 마스터만 셋이에요. 그런데 고작 8귀가 무서워서 안전을 말하는 겁니까?”

“무섭다니요? 막무가내로 들이치기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선봉이 싫다면 제가 앞장서겠다고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아니, 선봉이 문제가 아니라니까! 상대는 독귀요. 8귀중 랭킹 2위. 본청 사람들이 올 때까지 무조건 기다려야 합니다.”

“부상 당한 사람은요? 그들을 죽게 놔두자는 건가요? 우리만 힘을 합쳐도 그들을 충분히 구할 수 있다고요.”

“자자, 진정들 하세요. 이제 곧, 본청 사람들이 온다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봅시다.”

신화 클랜의 독고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저 지켜만 보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이다.

“아, 저기 오네.”

-끼이익, 끼이익, 끼이익….

그때, 10여 대의 차량이 연이어 멈춰 섰다.

차에서 일단의 사내들이 내렸다.

그토록 기다리던 본청 가디언 들이었다.

***

현장에 도착한 나는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이곳은 저희 금빛 독수리가 맡겠습니다. 길드 대표분들은 저희와 긴밀한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최 대장이 이곳에 모여있던 대표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 저 친구가 바로 이태민이구만.”

“이야, 잘생겼는데.”

“혼자서 혈귀랑 백귀를 죽였다지?”

“저렇게 어린데?”

“어려도 실력 하나는 끝내준대.”

“가지고 있는 특성도 대단하다더라.”

“패스파인더라던데….”

“무슨 소리. 순간이동 능력자라고.”

“도대체 능력이 몇 개야?”

“하긴, 그 정도 되니까 벌써 금빛 독수리가 됐지.”

“멋있다.”

“그림자 네크로맨서를 실제로 볼 줄이야.”

많은 사람들이 날 보며 웅성거렸다.

클랜 마스터가 있어서 그런지,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개를 돌려, 최 대장을 바라봤다.

최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 최 대장과 의견을 나눴던 것이다.

“태민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다.”

“자신 있습니다. 그러니 외곽만 맡아주십시오.”

그렇게 부산지부 공략은 내 차지가 되었다.

어차피 놈들도 날 원했고, 나 역시도 놈들을 원했다.

‘모조리 쓸어주마.’

각오를 다진 후, 놈들과 싸울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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