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로 인류 최강-50화 (50/110)

50화

‘내가 예민한 건가.’

뭔가 아리송한 느낌.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3,750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3,750곳이라 그런지. 그야말로 모든 상황이 속속들이 느껴졌다.

‘뭐야 이거!’

분명 이곳은 S급 게이트였다.

헌데 규모가 턱없이 작았다.

1등급 게이트보다도 훨씬 더 작았다.

‘무슨!’

입구에서 저 끝까지의 거리가 불과 700m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날 끌어당기던 무언가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대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와, 무슨 사람들이,]

[어휴~ 왜들 저러는 거야.]

[몰라서 묻냐? 태민이가 잘생겨서 그러잖아.]

[하긴 그건 맞지.]

[사람들한테 압살당할 뻔했어요.]

그런 내 상황도 모른 체, 다들 잡담하느라 바빴다.

김 선배가 자신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그만! 정신들 차리고 게이트 공략이나 하자.]

다행히 최 대장이 상황을 정리했고, 우린 대오를 갖춰 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돌로 만들어진 던전 통로였다.

통로 곳곳에 횃불이 부착돼 있었다.

시야 확보에는 문제없을듯했다.

[시작부터 길이 두 개네.]

통로가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태민아.]

[우측요.]

내 말에 강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 선배를 필두로 우린 앞으로 이동했다.

[잠깐만요.]

그때, 디멘션 이정도가 나섰다.

길목에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정도가 동상에 손을 얹었다.

[…흐음. 던전이긴 한데 탑처럼 만들어진 곳이에요.]

[몇 층짜리야?]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최소 10층은 되지 않을까요.]

[낮은 레벨은 아니라는 소리군.]

[아마도요.]

[가자.]

최 대장 말에 강 선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300m 정도 이동했을 때였다.

[태민아, 계속?]

[네. 저기 모퉁이만 돌면 광장이 나올 겁니다.]

내 말에 강 선배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믿어라.]

최 대장이었다.

잠시 후 모퉁이를 돌자 광장이 나왔다.

강 선배가 깜짝 놀란 듯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곳에서 능력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공개할 생각이었다.

광장에는 로바 오크 수십 마리와 실리엔 나이트 두 마리가 있었다.

[갑니다.]

강 선배 말에 최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 선배가 달려 나갔다.

[실드!]

그가 실드를 발현하자마자, 강 선배 주위로 수십 마리의 로바 오크가 달려들었다.

[와…!]

강 선배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초대형 자판기 한 대가 떡 하니 자리 잡더니, 실드를 발현한 채 꿈쩍도 않는 모습이었다.

혼자서 수십 마리의 로마 오크와 맞짱을 뜨고 있었다.

게다가 쥐고 있던 오함마로 머리통까지 깨부쉈다.

[뚝배기!]

- 퍽!

그 모습에 무척이나 든든했다.

그런데 그때,

- 콰직!

- 쩍!

- 우두둑!

로바 오크의 관절들이 툭툭거리며 꺾여나갔다.

몇몇 오크는 공중에 뜬 채 역방향으로 몸이 뒤틀려 버렸다.

김 선배가 염동력을 발현한 것이다.

관절이 꺾여버린 오크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때를 틈타 최 대장과 유 선배가 짓쳐 들었다.

둘의 검에서 녹색 빛이 번쩍였다.

로바 오크 무리가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이윽고,

[실리엔 나이트다!]

강 선배가 소리치자,

[먼저 가!]

유 선배가 화답했다.

강 선배가 또다시 달려 나갔다.

실리엔 나이트 두 마리가 녹강기를 뿜으며 마주 달려왔다.

[실드!]

강 선배가 실드를 발현했다.

- 쾅! 쾅! 쾅! 쾅! 쾅…!

실리엔 나이트가 미친 듯이 실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강 선배가 시선을 끄는 사이, 최 대장과 유 선배가 달려왔다.

김선배 역시도 마찬가지.

실리엔 나이트와 공방이 시작되었다.

- 콰직!

- 우두둑!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리엔 나이트의 관절이 꺾여나갔다.

그 덕분에 최 대장과 유 선배가 큰 어려움 없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 …주인 오늘부터 김하늬는 내 거다. )

( 잉……? )

갑작스러운 폭룡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 무슨 자다가 똥 싸는 소리란 말인가.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

( 푸하하, 미쳤냐 너? )

폭룡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태어난 지 불과 반년도 안된 놈이 벌써부터 무슨 소린지.

( 주인. 하늬는 내 거다. 알겠나? 이봐 주인. 듣고 있는 건가? )

녀석이 계속해서 떠들었다.

헛소리도 한두 번이지, 이젠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너무나 얼척 없고 황당해서 그냥 무시해 버렸다.

[하압!]

그사이 유 선배의 검이 실리엔 나이트의 몸을 일도양단했다.

쩌억!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이 양분되었다.

[하앗!]

최 대장의 검도 번쩍거리고, 마침내 실리엔 나이트의 머리가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뻗었다.

‘나와라.’

실리엔 나이트의 그림자가 쭈욱- 하고 늘어났다.

- 그림자 남작이 생성되었습니다.

- 그림자 남작이 생성되었습니다.

눈 깜빡할 사이에 그림자 남작이 생성되었다.

실리엔 나이트 두 마리가 내게 무릎을 꿇었다.

(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

(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

!!

놀랍게도 녀석들과 대화가 가능했다.

( 기억부터 살펴보자. )

( 예, 주인님. )

그러나, 완전히 깜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들의 기억은 완전한 무였다.

‘큭…. 어쩔 수 없지.’

실리엔 나이트를 소환 해제 후 고개를 돌렸다.

팀원들이 경악한 채 쳐다보고 있었다.

꽤나 충격적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림자 병력이 생성되는 모습을 실제로 목격한 것이다.

[괴물.]

유 선배가 고개를 저었다.

[괴물.]

김 선배도 고개를 저었다.

[괴물.]

강 선배까지 고개를 저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꿀은 사장이 먹는다더니.]

최 대장마저도 고개를 저었다.

[태민아, 나중에 고기 사야겠다.]

나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태민 형님. 존경합니다.]

이정도가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주물렀다.

[진심입니다.]

뭐야, 도대체?

그들은 잠시 잡담하며 재정비를 마치고는 다시 걸어나갔다.

이윽고,

[다들 올라오세요.]

이정도가 한 장소를 가리켰다.

커다란 원 안에 마법진이 그려진 곳이었다.

[어서요.]

정도의 말에 마법진이 그려진 곳으로 향했다.

팀원들이 원에 들어서자,

[갈게요.]

녀석이 요상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얼핏 듣기엔 무슨 외계어 같았다.

순간 눈앞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전송되었다.

[2층이에요.]

정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제서야 이곳의 구조가 이해가 됐다.

1층과 2층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곳에 존재했던 것이다.

확실히 끌어당기는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들었다.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3,750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2층의 구조도 1층과 비슷했다.

단지 갈림길이 2개에서 4개로 늘었으며,

함정과 마법진이 여러 곳에 설치된 것뿐이었다.

◈ 그림자 남작 : 마스터 등급의 그림자 남작(3/5)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25/2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125/1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625/6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3125/3125)

[여기서부터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팀원들에게 말한 후, 나는 그림자 병력을 소환했다.

백귀를 비롯한 실리엔 나이트 두 마리와 그림자 기사 스물다섯 마리가 소환됐다.

[헐…….]

[괴물이라고 했지?]

[저게 뭐야? 좀 무서운데.]

[그림자 병력이라는 거죠.]

[태민 씨. 나 한 번만 만져봐도 돼?]

김 선배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선배가 다가오더니 그림자 병력을 이리저리 만졌다.

[신기하네.]

김 선배가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다들 꽉 잡으세요. 저는 브레이크 없습니다.]

이때부터였다.

내가 본격적으로 나선 건,

그림자 병력과 함께 앞으로 나서며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진격했다.

미로와 함정 마법진들은 내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길을 선택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함정을 돌파했다.

그림자 병력은 계속해서 전투에 투입됐다.

팀원들과 함께 싸울 때도 있었고, 팀원들이 지치면 그들만으로 싸웠다.

그림자 병력은 소멸돼도 상관없었다.

이곳에 마물의 사체는 많았으니, 소멸되는 즉시 다른 녀석으로 대체되었다.

팀원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3층, 4층, 5층을 돌파하고 6층, 7층마저도 돌파하자,

팀원들이 더는 놀라지 않았다.

무엇을 하건 그 이상을 보여줬기에 남은 건 두터운 신임뿐이었다.

그렇게 8층, 9층, 10층, 11층, 12층마저도 돌파해 버렸다.

[태민아. 보스 룸이다.]

최 대장이 13층을 가리켰다.

***

13층으로 전송된 후,

‘이곳이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네임드 이름은 둠바예요.]

정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임드 보스 둠바.

일명 킹이었다.

정도가 이곳에 있던 비석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둠 속에서 거대한 뭔가가 스윽- 하고 나타났다.

‘헐.’

압도적인 크기에 할 말을 잃었다.

3m가 훌쩍 넘는 체고.

게다가 팔은 여섯 개나 달려있었다.

여섯 개의 팔에는 각각 검, 도, 창 등을 쥐고 있었다.

마치 아수라를 연상케 했다.

게다가 놈 주위로 녹색빛 아우라가 넘실거렸다.

최상급 마스터.

마스터 중에서도 최고만이 쓸 수 있다는 극강의 아우라였다.

어둠 속에서 놈이 스윽 나타났을 때, 사실 긴장했었다.

하지만 두렵다거나 공포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싸워보고 싶다는 투지가 샘솟았다.

나는 눈앞에 있는 그림자 남작 다섯 마리를 바라봤다.

이 녀석들만 있다면 킹이 아니라 킹의 할아버지가 와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손짓하자 백귀가 움직였다.

자신의 필살기 백색 광선을 뿜었다.

━━━ 쾅!

폭음이 터지고,

그림자 남작 네 마리도 움직였다.

- 쾅!

- 콰직!

- 퍽!

- 쾅! 쾅! 쾅…!

마물 vs 마물의 싸움.

피와 살이 난무했다.

정말 지독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다.

[무섭다 무서워.]

나 선배가 고개를 흔들었다.

허나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판석아!]

최 대장이 강 선배를 부르자,

[갑니다!]

강 선배가 둠바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쾅! 쾅! 쾅…!

곧이어 최 대장과 유 선배도 짓쳐 들었다.

- 콰직!

원거리에선 김 선배가 지원했다.

━━━ 쾅!

백귀가 또다시 백색 광선을 뿜었다.

[와! 대단하다.]

나 선배가 감탄성을 질렀다.

[그러게요.]

정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 선배와 정도를 보호해야 했다.

그래서 싸움을 지켜보며 언제든 뛰어들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투를 지켜본 결과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팀원들이 다칠 일은 없을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하게 방심하면 안 되겠지.

나는 룸바를 찬찬히 살펴봤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달라붙어야 상대가 가능한 놈이다.

압도적인 파워와 폭풍 같은 휠, 그리고 무자비한 탱킹까지.

그야말로 전사의 모든 기술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개 마물 주제에 말이다.

룸바의 압도적인 모습에 보면 볼수록 군침이 돌았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생소한 감정.

바로 소유욕이었다.

50화

‘내가 예민한 건가.’

뭔가 아리송한 느낌.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3,750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3,750곳이라 그런지. 그야말로 모든 상황이 속속들이 느껴졌다.

‘뭐야 이거!’

분명 이곳은 S급 게이트였다.

헌데 규모가 턱없이 작았다.

1등급 게이트보다도 훨씬 더 작았다.

‘무슨!’

입구에서 저 끝까지의 거리가 불과 700m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날 끌어당기던 무언가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대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와, 무슨 사람들이,]

[어휴~ 왜들 저러는 거야.]

[몰라서 묻냐? 태민이가 잘생겨서 그러잖아.]

[하긴 그건 맞지.]

[사람들한테 압살당할 뻔했어요.]

그런 내 상황도 모른 체, 다들 잡담하느라 바빴다.

김 선배가 자신의 팔과 다리를 주물렀다.

[그만! 정신들 차리고 게이트 공략이나 하자.]

다행히 최 대장이 상황을 정리했고, 우린 대오를 갖춰 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돌로 만들어진 던전 통로였다.

통로 곳곳에 횃불이 부착돼 있었다.

시야 확보에는 문제없을듯했다.

[시작부터 길이 두 개네.]

통로가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태민아.]

[우측요.]

내 말에 강 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 선배를 필두로 우린 앞으로 이동했다.

[잠깐만요.]

그때, 디멘션 이정도가 나섰다.

길목에 동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정도가 동상에 손을 얹었다.

[…흐음. 던전이긴 한데 탑처럼 만들어진 곳이에요.]

[몇 층짜리야?]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최소 10층은 되지 않을까요.]

[낮은 레벨은 아니라는 소리군.]

[아마도요.]

[가자.]

최 대장 말에 강 선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300m 정도 이동했을 때였다.

[태민아, 계속?]

[네. 저기 모퉁이만 돌면 광장이 나올 겁니다.]

내 말에 강 선배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믿어라.]

최 대장이었다.

잠시 후 모퉁이를 돌자 광장이 나왔다.

강 선배가 깜짝 놀란 듯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곳에서 능력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공개할 생각이었다.

광장에는 로바 오크 수십 마리와 실리엔 나이트 두 마리가 있었다.

[갑니다.]

강 선배 말에 최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 선배가 달려 나갔다.

[실드!]

그가 실드를 발현하자마자, 강 선배 주위로 수십 마리의 로바 오크가 달려들었다.

[와…!]

강 선배 모습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초대형 자판기 한 대가 떡 하니 자리 잡더니, 실드를 발현한 채 꿈쩍도 않는 모습이었다.

혼자서 수십 마리의 로마 오크와 맞짱을 뜨고 있었다.

게다가 쥐고 있던 오함마로 머리통까지 깨부쉈다.

[뚝배기!]

- 퍽!

그 모습에 무척이나 든든했다.

그런데 그때,

- 콰직!

- 쩍!

- 우두둑!

로바 오크의 관절들이 툭툭거리며 꺾여나갔다.

몇몇 오크는 공중에 뜬 채 역방향으로 몸이 뒤틀려 버렸다.

김 선배가 염동력을 발현한 것이다.

관절이 꺾여버린 오크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때를 틈타 최 대장과 유 선배가 짓쳐 들었다.

둘의 검에서 녹색 빛이 번쩍였다.

로바 오크 무리가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이윽고,

[실리엔 나이트다!]

강 선배가 소리치자,

[먼저 가!]

유 선배가 화답했다.

강 선배가 또다시 달려 나갔다.

실리엔 나이트 두 마리가 녹강기를 뿜으며 마주 달려왔다.

[실드!]

강 선배가 실드를 발현했다.

- 쾅! 쾅! 쾅! 쾅! 쾅…!

실리엔 나이트가 미친 듯이 실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강 선배가 시선을 끄는 사이, 최 대장과 유 선배가 달려왔다.

김선배 역시도 마찬가지.

실리엔 나이트와 공방이 시작되었다.

- 콰직!

- 우두둑!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리엔 나이트의 관절이 꺾여나갔다.

그 덕분에 최 대장과 유 선배가 큰 어려움 없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 …주인 오늘부터 김하늬는 내 거다. )

( 잉……? )

갑작스러운 폭룡의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 무슨 자다가 똥 싸는 소리란 말인가.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

( 푸하하, 미쳤냐 너? )

폭룡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태어난 지 불과 반년도 안된 놈이 벌써부터 무슨 소린지.

( 주인. 하늬는 내 거다. 알겠나? 이봐 주인. 듣고 있는 건가? )

녀석이 계속해서 떠들었다.

헛소리도 한두 번이지, 이젠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너무나 얼척 없고 황당해서 그냥 무시해 버렸다.

[하압!]

그사이 유 선배의 검이 실리엔 나이트의 몸을 일도양단했다.

쩌억!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이 양분되었다.

[하앗!]

최 대장의 검도 번쩍거리고, 마침내 실리엔 나이트의 머리가 툭! 하고 떨어졌다.

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손을 뻗었다.

‘나와라.’

실리엔 나이트의 그림자가 쭈욱- 하고 늘어났다.

- 그림자 남작이 생성되었습니다.

- 그림자 남작이 생성되었습니다.

눈 깜빡할 사이에 그림자 남작이 생성되었다.

실리엔 나이트 두 마리가 내게 무릎을 꿇었다.

(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

(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

!!

놀랍게도 녀석들과 대화가 가능했다.

( 기억부터 살펴보자. )

( 예, 주인님. )

그러나, 완전히 깜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녀석들의 기억은 완전한 무였다.

‘큭…. 어쩔 수 없지.’

실리엔 나이트를 소환 해제 후 고개를 돌렸다.

팀원들이 경악한 채 쳐다보고 있었다.

꽤나 충격적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림자 병력이 생성되는 모습을 실제로 목격한 것이다.

[괴물.]

유 선배가 고개를 저었다.

[괴물.]

김 선배도 고개를 저었다.

[괴물.]

강 선배까지 고개를 저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꿀은 사장이 먹는다더니.]

최 대장마저도 고개를 저었다.

[태민아, 나중에 고기 사야겠다.]

나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태민 형님. 존경합니다.]

이정도가 다가오더니 내 어깨를 주물렀다.

[진심입니다.]

뭐야, 도대체?

그들은 잠시 잡담하며 재정비를 마치고는 다시 걸어나갔다.

이윽고,

[다들 올라오세요.]

이정도가 한 장소를 가리켰다.

커다란 원 안에 마법진이 그려진 곳이었다.

[어서요.]

정도의 말에 마법진이 그려진 곳으로 향했다.

팀원들이 원에 들어서자,

[갈게요.]

녀석이 요상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얼핏 듣기엔 무슨 외계어 같았다.

순간 눈앞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전송되었다.

[2층이에요.]

정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제서야 이곳의 구조가 이해가 됐다.

1층과 2층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곳에 존재했던 것이다.

확실히 끌어당기는 느낌이 좀 더 강하게 들었다.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3,750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2층의 구조도 1층과 비슷했다.

단지 갈림길이 2개에서 4개로 늘었으며,

함정과 마법진이 여러 곳에 설치된 것뿐이었다.

◈ 그림자 남작 : 마스터 등급의 그림자 남작(3/5)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25/2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125/1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625/6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3125/3125)

[여기서부터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팀원들에게 말한 후, 나는 그림자 병력을 소환했다.

백귀를 비롯한 실리엔 나이트 두 마리와 그림자 기사 스물다섯 마리가 소환됐다.

[헐…….]

[괴물이라고 했지?]

[저게 뭐야? 좀 무서운데.]

[그림자 병력이라는 거죠.]

[태민 씨. 나 한 번만 만져봐도 돼?]

김 선배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김 선배가 다가오더니 그림자 병력을 이리저리 만졌다.

[신기하네.]

김 선배가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다들 꽉 잡으세요. 저는 브레이크 없습니다.]

이때부터였다.

내가 본격적으로 나선 건,

그림자 병력과 함께 앞으로 나서며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진격했다.

미로와 함정 마법진들은 내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길을 선택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함정을 돌파했다.

그림자 병력은 계속해서 전투에 투입됐다.

팀원들과 함께 싸울 때도 있었고, 팀원들이 지치면 그들만으로 싸웠다.

그림자 병력은 소멸돼도 상관없었다.

이곳에 마물의 사체는 많았으니, 소멸되는 즉시 다른 녀석으로 대체되었다.

팀원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3층, 4층, 5층을 돌파하고 6층, 7층마저도 돌파하자,

팀원들이 더는 놀라지 않았다.

무엇을 하건 그 이상을 보여줬기에 남은 건 두터운 신임뿐이었다.

그렇게 8층, 9층, 10층, 11층, 12층마저도 돌파해 버렸다.

[태민아. 보스 룸이다.]

최 대장이 13층을 가리켰다.

***

13층으로 전송된 후,

‘이곳이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네임드 이름은 둠바예요.]

정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임드 보스 둠바.

일명 킹이었다.

정도가 이곳에 있던 비석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어둠 속에서 거대한 뭔가가 스윽- 하고 나타났다.

‘헐.’

압도적인 크기에 할 말을 잃었다.

3m가 훌쩍 넘는 체고.

게다가 팔은 여섯 개나 달려있었다.

여섯 개의 팔에는 각각 검, 도, 창 등을 쥐고 있었다.

마치 아수라를 연상케 했다.

게다가 놈 주위로 녹색빛 아우라가 넘실거렸다.

최상급 마스터.

마스터 중에서도 최고만이 쓸 수 있다는 극강의 아우라였다.

어둠 속에서 놈이 스윽 나타났을 때, 사실 긴장했었다.

하지만 두렵다거나 공포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싸워보고 싶다는 투지가 샘솟았다.

나는 눈앞에 있는 그림자 남작 다섯 마리를 바라봤다.

이 녀석들만 있다면 킹이 아니라 킹의 할아버지가 와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손짓하자 백귀가 움직였다.

자신의 필살기 백색 광선을 뿜었다.

━━━ 쾅!

폭음이 터지고,

그림자 남작 네 마리도 움직였다.

- 쾅!

- 콰직!

- 퍽!

- 쾅! 쾅! 쾅…!

마물 vs 마물의 싸움.

피와 살이 난무했다.

정말 지독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다.

[무섭다 무서워.]

나 선배가 고개를 흔들었다.

허나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판석아!]

최 대장이 강 선배를 부르자,

[갑니다!]

강 선배가 둠바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쾅! 쾅! 쾅…!

곧이어 최 대장과 유 선배도 짓쳐 들었다.

- 콰직!

원거리에선 김 선배가 지원했다.

━━━ 쾅!

백귀가 또다시 백색 광선을 뿜었다.

[와! 대단하다.]

나 선배가 감탄성을 질렀다.

[그러게요.]

정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 선배와 정도를 보호해야 했다.

그래서 싸움을 지켜보며 언제든 뛰어들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투를 지켜본 결과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팀원들이 다칠 일은 없을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하게 방심하면 안 되겠지.

나는 룸바를 찬찬히 살펴봤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달라붙어야 상대가 가능한 놈이다.

압도적인 파워와 폭풍 같은 휠, 그리고 무자비한 탱킹까지.

그야말로 전사의 모든 기술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개 마물 주제에 말이다.

룸바의 압도적인 모습에 보면 볼수록 군침이 돌았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생소한 감정.

바로 소유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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