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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47화 (47/110)

47화

이태민을 찾아낸 후 감시한 지 오늘로써 3일째였다.

녀석을 감시한 결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래에 비해 강한 건 사실이나, 전무치를 죽일 정도의 역량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한계점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3일 내도록 하급 게이트만 돌았다.

특히나 1등급 게이트를 많이 돌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1등급 게이트에 들어가고 있었다.

백귀는 확신했다.

전무치를 죽인 건 마감청 8군의 짓이라고.

‘일단 너부터 죽인다.’

이태민에게 지옥의 맛을 보여주기로 했다.

백귀는 공격을 위해 녀석에게 접근했다.

“뭐 하냐?”

그때, 녀석이 자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

자신은 현재 은신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냐고 븅신아.”

욕설을 내뱉었다.

분명 자신을 향한 욕설이었다.

이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다,

‘아.’

그제서야 떠올랐다.

녀석은 디텍트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깜빡한 것이다.

‘…어이가 없군.’

은신을 풀었다.

그리고 멋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내가 깜빡했구만. 디텍트 능력자였지?”

그 말을 끝으로 백귀가 시익 하고 웃었다.

“…웃어?”

이태민의 말에 백귀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

“하!”

코웃음 쳤다.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말하는 모습에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어린 노무 새끼가 버르장머리가 없구나.”

“어린 노무 새끼? 버르장머리가 없어? 하…!”

또다시 코웃음 쳤다.

“좋시다. 백귀 씨. 내 백번 양보하지.”

“백귀 씨?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환장이고 나발이고, 하나만 묻겠다.”

“입을 찢은 후에도 물어볼 용기가 나는지 보자.”

백귀가 바닥을 박찬 후 짓쳐 들었다.

‘단검.’

양손에 단검이 생성되었다.

- 쾅!

곧장 백귀와 맞부딪쳤다.

단 한 번의 공방으로 알 수 있었다.

백귀와 나.

둘 사이엔 메울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백귀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졌다.

그 모습에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어주었다.

“입은 그쪽이 찢기겠는데?”

나는 말과 함께 번개처럼 짓쳐 들었다.

- 쾅! 쾅! 쾅…!

녹강기가 부딪칠 때마다 폭음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백귀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갔다.

내 공격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놈과 나는 동급.

허나 압도적인 마력 차이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었다.

“이제 대답할 준비가 됐냐? 너, 도대체 왜 사람을 죽이고 다녔냐?”

“뭐? 왜 죽이고 다니냐고? …풋, 푸하하하하하!”

공격을 받아내느라 연신 얼굴을 찌푸리던 백귀가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어이가 없구나. 사람 죽이는 데 이유를 묻다니.”

“뭣이…!”

“사람 죽이는 데 이유 따윈 없다는 거다. 알겠냐? 애송아.”

지난번 놈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분노가 솟구쳤다.

빠르게 녀석에게 접근한 나는 날카로운 단검으로 10여 방 넘게 백귀를 연속으로 찔렀다.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백귀의 온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크아악!”

비명성이 터졌다.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말. 아직도 유효하냐?”

***

이태민에게 짓쳐 들었다.

- 쾅!

단 한 번의 공방에 가슴이 철렁했다.

‘무슨!’

강렬한 충격에 팔이 저릿했다.

‘…설마.’

녀석이 미소를 지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고 있었다.

이윽고 녀석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빨랐다.

그리고 강렬했다.

두 개의 단검이 쉴 새 없이 날아왔고,

단검에 실린 녹강기는 그 자체로 공포였다.

- 슈! 슈! 슈! 슈! 슈…!

귀청을 때리는 바람 소리와 함께 슈트가 찢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핏물이 흘러내렸다.

‘말도 안 돼…!’

백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힘 한 번 못 써보고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고작 애송이 따위에게 말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죽어!”

온 힘을 다해 필살기를 발현했다.

━━━쾅!

폭발이 일었다.

“하악! 하악…!”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

허나 두 눈을 부릅떠야 했다.

시커먼 방어막에 둘러싸인 놈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백색 광선을 실드로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랜드가 아닌 이상 절대로 막을 수 없었다.

“어떻게…!”

머리끝이 쭈뼛했다.

“말 안 했나? 내 실드가 좀 특별해서 말야. 동급 최강이거든.”

“미친!”

그 말을 끝으로 눈앞이 번쩍였다.

“컥!”

강맹한 주먹에 얼굴을 직격당했다.

아찔한 고통에 주르륵 밀려났다.

“사람을 함부로 죽여선 안 되는 이유.”

녀석이 단검을 겨눴다.

“네놈 대갈통에 확실히 박아주마.”

말과 함께 녀석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

“사람을 함부로 죽여선 안 되는 이유.”

쥐고 있던 단검을 놈에게 겨눴다.

“네놈 대갈통에 확실히 박아주마.”

나는 말과 함께 백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장갑.’

단검이 무투용 장갑이 되었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무차별 폭격이.

가늑골을 시작으로 진늑골로 올라가면서 빗장뼈까지,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때려 박았다.

“커헉!”

피를 토하며 비명을 지르는 놈에게 성큼 다가섰다.

흉골 부위를 중심으로 또다시 주먹을 때려 박았다.

“컥!”

놈을 쉽게 죽일 생각은 없었다.

더욱 잔인하게 박살 내기로 마음먹었다.

머리채를 잡은 후 커다란 바위에 박았다.

- 쿵!

“끄아아거거거거거거-!”

그리곤 있는 힘껏 면상을 갈았다.

두려움을 넘어선 공포.

공포에 질린 놈이 벌벌 떨었다.

하지만 아직이었다.

죄의 대가는,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

“꺼어어억…. 사, 살려줘…. 내 내가 잘못했다…!”

백귀가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돌연,

“…크크크. 내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냐?”

“아니? 눈물은 흘리는데 눈깔에 독기가 가득해. 니 새끼 말을 믿을 리가 없잖아.”

“죽여. 이 새끼야! 그 대신 이것만은 기억해라. 넌 X 됐다는 거다.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되는 것. 바로 우리 8귀를 건드렸다는 거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마감청과 사방신이 왜 우릴 놔뒀을까? 그들이 몰랐을까? 천만의 말씀. 그들은 알고 있었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알아. 그러니까 1악이 강하다는 소리잖아? 맞지?”

내 말에 백귀가 눈을 부릅떴다.

“네놈…. 그걸 알면서도 우릴 건드렸다는 거냐?”

“하!”

백귀의 말에 코웃음 쳤다.

이미 전무치의 머릿속을 모두 확인한 나였다.

1악이 어느 정도 강자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너한테만 말하는데. 전무치를 죽일 때 말야. 1악도 죽일 생각이었거든.”

“큭 크크크…. 크하하하!!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네가 1악을 죽여?”

“왜? 내가 못 죽일 것 같아? 안 죽이면 내가 죽는데?”

“너, 1악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

“응, 알아.”

“아니, 넌 몰라.”

“아니, 난 알아. 1악 그자는 인간이 아니잖아.”

백귀가 두 눈을 부릅떴다.

무척이나 경악스러운 것이다.

당연했다.

1악의 정체는 자신들만의 비밀이었을 테니까.

“왜? 내가 알면 안 되는 거야?”

“너, 너…!”

“백귀. 아니, 박동수 씨. 똑똑히 들어. 1악은 반드시 내가 잡는다.”

“미… 미친……!”

“어차피 나한테 남은 선택지는 그거 하나야. 이왕지사 이리된 거, 70년간 이어온 악의 카르텔. 내가 뿌릴 뽑겠어.”

말과 함께 박동수의 머릴 붙잡았다.

“그러니 박동수 씨. 나 좀 도와줘라.”

그 말을 끝으로 박동수의 목을 비틀었다.

“켁!”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숨이 끊어졌다.

‘박동수, 일어나라.’

박동수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자, 놈의 그림자가 쭈욱- 하고 늘어났다.

- 그림자 남작이 생성되었습니다.

역시 백귀였다. 그림자 남작이 생성되다니.

박동수가 다가오더니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주인님께 인사 올립니다. )

박동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기억부터 살펴보자. )

( 예, 주인님. )

머릿속으로 수많은 정보들이 들어왔다.

박동수와 기억이 공유된 것이다.

기억을 살펴본 결과 깜짝 놀랐다.

‘이런 미친 새끼가!’

게이트에서 헌터들을 살해한 이유가 밝혀졌다.

각성자들의 심장을 얻어, 마력을 채취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모은 심장을 일본에 보내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독귀에게.

독사와 형배.

이놈들부터 빨리 잡아야 했다.

***

인천항 제8부두.

퀸즈호.

퀸즈호에 들어선 박형배는 30대 초반의 사내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입니다. 타카토 씨.”

깍듯이 인사한 형배가 부하에게 손짓했다.

부하가 아이스박스를 들고 왔다.

아이스박스엔 심장이 들어 있었다.

“한국인들의 심장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불굴의 기상이 있다고나 할까. 우리 일본인들은 그게 좀 부족하거든.”

마츠모토 타카토가 매우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맞은편 사내가 품에서 서류를 꺼냈다.

“앞으로 572개 남았습니다. 사인하시지요.”

박형배가 사인했다.

“여기.”

사내가 검은색 가방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때,

“마감청이다! 지금부터 반항하는 자는 빌런법에 의거 즉결 처형한다.”

최 대장을 비롯한 마감청 헌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

빠르게 독사를 처리한 후 퀸즈호에 합류했다.

어느새 최 대장을 비롯한 마감청이 도착해 있었다.

“마감청이다! 지금부터 반항하는 자는 빌런 법에 의거 즉결 처형한다.”

최 대장과 함께 퀸즈호에 들어섰다.

있었다.

마츠모토 타카토.

이자카와 재단 후쿠오카 지부의 지부장.

마츠모토 세이초.

그의 아들이 바로 마츠모토 타카토였다.

참고로 마츠모토 세이초는 일본의 그랜드 헌터 중 한 명이었다.

소위 말하는 8대 천왕.

거물급 중의 거물이었다.

독귀는 일본에서 마츠모토 세이초와 거래를 하고 있었다.

호아킨 피닉스와 관련된 열쇠를 얻는 대신, 대한민국 각성자들의 심장을 충분히 공급하기로 말이다.

한데 오늘, 세이초의 아들이 직접 찾아온 것이다.

백귀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최 대장에게 황급히 연락을 취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현장을 급습했으니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상황.

여기서 조금만 반항해도 즉살이었다.

마감청 요원들이 빌런들에게 약물을 투여했다.

마력을 제어시키는 약물이었다.

그러고도 부족해 구속구까지 채웠다.

“당신들, 내가 누군 줄 알아! 나중에 감당이나 할 수 있겠어!?”

일본의 8대 천왕이라면 숨 막힐듯한 강자였다.

절대 가벼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대장의 답변은 간단했다.

“청장님께서 기다리신다.”

그 말을 끝으로 마츠모토 타카토를 데리고 갔다.

마감청 청장이라는 무게로 모든 것을 정리한 것이다.

오늘 일은 독귀에게 족쇄가 될 것이다.

마츠모토 타카토로 압박한다면 놈은 치명타를 입을 게 분명했다.

최 대장이 다가왔다.

“태민아. 결국 백귀까지 잡았구나. 대체 어디까지 갈 생각이냐?”

“어디까지라니요? 당연히 끝까지지요.”

“감당할 수 있겠냐?”

“감당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어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최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말없이 내 어깨를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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