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말도 안 돼.”
“맙소사….”
뒤늦게 그것을 본 팀원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무려 10m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흑색 게이트.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흑색 게이트를 처음 본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공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저것이었다.
내가 느끼고 있던 아득한 어둠이.
그때였다.
- 쿠궁!
굉음이 울리고
암흑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스윽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
시뻘건 눈빛.
흉포한 얼굴.
날카로운 이빨.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 마계 수문장 LD. 레비아탄이 출현하였습니다.
놀랍게도 재앙급 마수였다.
- 크르르…!
우리를 확인한 놈이 으르렁거렸다.
그러더니 흑색 게이트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
- 쿠궁!
10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
사자 얼굴에 뱀의 꼬리.
현실판 키메라인 레비아탄이었다.
놈의 몸에서 시뻘건 아우라가 치솟았다.
그야말로 막대한 마력이었다.
- 크아앙!
괴성과 함께 아우라가 번쩍이고 강맹한 기파가 터져나갔다.
이윽고
- 카아아아아!
놈이 괴성을 질렀다.
피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도, 도망쳐!”
팀원들에게 외쳤다.
“도망치라고!”
그때였다.
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창!’
5m 크기의 장창이 생성되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레비아탄에게 장창을 날렸다.
녹강기가 실린 거대한 창이 레비아탄을 직격했다.
- 쾅!
폭발과 함께 놈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었다.
“도망가! 어서!”
“태민아, 너 설마…!”
“제가 누군지 잊었습니까!”
“아!”
순간 이동 능력자 이태민.
그것이 바로 나였다.
“가세요, 어서!”
“알, 알겠다!”
강경한 내 말에 최 대장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장 선배가 김 교관을 안았다.
최 대장을 필두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순간에도 나는 계속해서 순간 이동을 사용했다.
- 쾅!
레비아탄의 거대한 앞발이 계속해서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 크아아아!
레비아탄은 공격이 맞지 않아 화가 났는지 브레스를 뿜기 시작했다.
엄청난 열기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숨이 막혀왔다.
‘젠장…!’
시간이 필요했다.
팀원들이 도망칠 아주 약간의 시간이.
동굴 전체가 브레스에 녹기 시작했다.
황급히 통로 쪽으로 몸을 날리자, 레비아탄이 빠르게 쫓아왔다.
나는 레비아탄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쳤다.
헌데
‘…미친!’
어느 순간부터 레비아탄이 쫓아오지 않았다.
놈은 팀원들을 쫓고 있었다.
‘큰일이다!’
이대로 팀원들을 쫓게 해서는 안 되었다.
황급히 순간 이동을 사용해서 팀원들의 뒤로 이동한 나는 레비안탄을 향해 강기 다발을 날렸다.
- 쾅! 쾅! 쾅!
요란한 소리가 울렸으나, 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장창.’
5m 크기의 장창을 만들어낸 나는 또다시 전력으로 장창을 날렸다.
녹강기가 실린 거대한 창이 레비아탄을 직격했다.
- 쾅!
폭발과 함께 놈의 시선이 다시 한번 내게 고정되었다.
‘성공했나…?’
허나 잠시뿐.
놈은 계속해서 팀원들만 쫓았다.
( 주인, 실망이다. )
( ……뭐? )
( 적어도 이 폭룡의 주인이라면 레비아탄 정도는 잡아야 하지 않는가. )
( 무슨 소리야? 대체 저걸 어떻게 잡으라고! )
( 방법이 있다. )
!!
방법이 있다는 폭룡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재앙급 마수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엘리시움뿐이었다.
엘리시움은 제작 공방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수로 저것을 잡는다는 것인지
( 폭룡 강림이다. )
( ……아 )
폭룡 강림이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 그건…. )
( 주인, 생각해 보라. 저것을 잡는다면 엄청난 마력을 얻게 될 것이다. )
( 윽…. )
( 어쩌면 그랜드에 오를지도 모른다. )
폭룡이 그랜드를 언급하자 나도 모르게 침음을 삼켰다.
( 주인, 그랜드다. 그랜드가 바로 눈앞이다. )
( 하지만…. )
( 혹 고통 때문인가? )
● 폭룡 강림 : 현세에 폭룡을 강림시킨다.
폭룡 강림은 현세에 폭룡을 강림시키는 능력이었다.
허나 이 능력은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엄청난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이었다.
( 주인. 눈 한번 질끈 감고, 이 꽉 물고 주먹도 꽉 쥐자. )
( 크윽…. )
( 주인은 이 폭룡의 주인이다. 날 실망시키지 말아다오. 제대로 된 싸움 한번 못 해보고 도망친다면, 난 평생 오늘의 주인을 기억할 것이다. 겁쟁이로 말이야. )
( 이익…! )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허나 지금은 도박이 필요했다.
팀원들을 쫓는 레비아탄의 시선을 다시 내게 돌려야 했다.
‘장 선배는 김 교관까지 안고 있다. 잡히는 건 시간문제야.’
시간이 없었다.
선택을 해야 했다.
- 레비아탄 처치 시 특전이 주어집니다.
- 특전 : 그림자 병력 확충 ( 등급에 상관없이 1회에 한해 그림자 병력이 확충된다 - 비용은 따로 지불할 것. )
!!
‘이 무슨…!’
게다가 처음으로 각성 음성, 아니, 시스템 음성이 내게 특전을 제안하고 있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정도.
( 주인 날 믿어라. 난 폭룡이다. )
이 와중에도 폭룡의 권유는 계속됐다.
“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방법이 없었다.
레비아탄의 시선을 돌릴 유일한 방법은 폭룡 강림뿐이었다.
‘재앙급 마수를 못 잡을 이유도 없잖아.’
게다가, 폭룡의 말처럼 폭룡 강림으로 놈을 잡을 수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모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원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폭룡의 권유.
팀원들을 쫓고 있는 레비아탄의 압박.
시간이 없었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폭룡 강림-!!”
뭔가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폭룡 강림을 외쳤다.
순간 우측 팔이 검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힘줄이 하나둘씩 터져나갔다.
“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허나 고통은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아아악!”
손바닥 끝에서 검날이 튀어나왔다.
검날은 점점 더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렇게 주르륵 빠져나온 검날은 종국에 2m에 달하는 대검이 되었다.
폭룡이었다.
( 마력 전도율 200%, 마력 증폭률 300%의 압도적 무기. 그것이 바로 나 폭룡이다. )
검붉은 폭룡 주위로 핏빛 아우라가 번쩍였다.
그와 동시에 작살 난 팔이 순식간에 복원되었다.
“하악, 하악….”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 상황.
혼신의 힘을 다해 정신을 차렸다.
폭룡을 들자 엄청난 기운이 솟구쳤다.
그와 함께 두려움이 사라졌다.
내 전신에 검붉은 아우라가 번쩍이고
주체못할 힘에 용기가 치솟았다.
“하압!”
바닥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레비아탄을 향해 짓쳐 들었다.
‘이동!’
‘이동!’
‘이동!’
순간 이동을 연속으로 사용했다.
- 쾅! 쾅! 쾅…!
레비아탄의 거대한 앞발도 피해야 했지만
브레스를 맞는 즉시 순삭이었기 때문이다.
- 카아아아아!
“커헉…!”
놈이 위협을 느꼈는지 피어를 터트렸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한 움큼의 핏물을 내뱉었다.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피어에 대항하며 강기 다발을 날렸다.
- 쉬익!
빛살처럼 날아간 강기가 레비아탄을 직격했다.
- 쾅!
- 커허엉!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충격이 컸는지 놈이 괴성을 질렀다.
레비아탄은 이제 더 이상 팀원들을 쫓지 않았다.
날 노려보더니 내가 있는 곳으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 주인! )
( 알았다. )
폭룡의 말에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그런 후 폭룡에게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야아압!”
폭룡에게 전력을 쏟아붓자, 순간 빛이 번쩍였다.
그와 함께 폭룡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하아압!”
양손으로 폭룡을 꽉 쥐었다.
폭룡은 눈 깜작할 사이에 10m가 넘는 크기가 되었다.
이 이상 커진다면 동굴 천장을 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아압!”
나는 거대해진 폭룡을 쥐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도양단했다.
- 콰직!
거대한 검날이 레비아탄의 머리를 직격했다.
“폭룡!”
검붉은 아우라가 붉게 타오르며 레비아탄의 머리를 가르기 시작했다.
- 콰지직!
두개골이 으깨지며 녹색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가자, 폭룡!”
폭룡의 거대한 검날이 레비아탄의 머리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허나 거기까지.
거대한 검날이 반이나 박혔지만, 더 이상 파고들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때, 레비아탄의 눈동자가 점점 붉게 달아올랐다.
엄청난 살기가 내 전신을 옥죄여 왔다.
놈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뼈저리게 실감할 정도였다.
( 으음, 역시 무리였던 것인가. 그러게 하지 말라고 내 그토록 말렸거늘. )
( 이 새끼야! 자신만만하더니 그게 지금 할 말이냐!? )
( 레비아탄이 화가 많이 난듯한데…. )
- 카아아아아!
귀청을 때리는 피어와 함께 강맹한 기파가 터져 나왔다.
기파에 직격된 나는 충격을 받아 뒤로 날아갔다.
“커헉!”
쿵!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혔다.
아찔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희미해져 가는 시야.
혼신의 힘을 다해 눈을 떴을 땐 거대한 뭔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직감했다.
저것에 맞으면 즉사라는 것을.
‘이… 동…….’
사력을 다해 순간이동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변하고.
주위를 둘러봤을 땐
“허억, 허억….”
1km 밖 안전한 곳이었다.
충격이 좀 가시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주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럴 수는 없다! )
!!
그러고 보니 폭룡을 놔둔 채 순간이동해 버렸다.
검붉은 기운으로 변한 폭룡이 날아오고 있었다.
( 날 두고 혼자만 도망치다니. 방금 소멸할뻔했다고! )
지금 폭룡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팀원들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레비아탄에게 쫓기는 건 아닌 듯했다.
폭룡이 있는 곳으로 순간 이동 후 녀석을 흡수했다.
그런 후 게이트 입구로 다시 순간 이동했다.
잠시 기다리니 팀원들이 도착했다.
“태민아! 괜찮냐?”
“예, 괜찮습니다.”
“휴, 정말 다행이다. 대체 저 괴물은….”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저런 건 난생처음 봐. 다들 음성 들었지?”
유 선배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마계 수문장 LD. 레비아탄이 출현하였습니다.
각성할 때마다 들려오는 음성.
사람들은 이 음성을 각성의 음성, 혹은 시스템 음성이라고 불렀다.
본래 이 음성은 마수의 정체를 알려줄 만큼 친절하지 않았다.
“재앙급 마수라는 겁니다.”
내 말에 팀원들이 깜짝 놀랐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눈빛이었다.
“마감청에 자료가 있습니다. 나중에 한번 확인해 보세요.”
“재앙급 마수라니…?”
내 말에 팀원들이 어리둥절했다.
“시간 없다. 일단 나가자.”
최 대장 말에 우린 게이트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