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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43화 (43/110)

43화

“어서 오게 이 대표. 아니, 이제부터 1군이라 불러야 하나.”

“어제 일은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죄송할 뿐인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나한텐 언질을 줬어야지. 그러다 덜컥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린 어쩌란 말인가.”

“한다고 한 것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제 너무 화가 났던 바람에….”

“당연히 화가 났겠지.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건드렸으니.”

곽 부장이 다가왔다.

“어쨌든 잘 처리됐으니 다행이네. 정말 큰일 날뻔했어.”

곽 부장이 내 어깨를 다독였다.

“그나저나 앞으로가 문제일세. 독귀가 일본에 머물고는 있다는데, 가급적이면 독자행동은 삼가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부장님.”

내 말에 곽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히든 방어구가 완성됐다는구만. 강 실장에게 가보게. 히든 방어구를 내어 줄걸세.”

제작을 의뢰했던 히든 슈트가 완성된 듯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할 말이 있었다.

“부장님, 이것 좀 봐주시죠.”

“응?”

아웃 칼리.

즉 엘리시움과 관련된 자료들이었다.

곽 부장의 동공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게이트 사냥 중 마도 문명의 유적을 발견했고, 그곳에서 발견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게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올해 안에 적색 게이트가 생성될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재앙급 마수가 출현할 겁니다.”

다소 허무맹랑한 얘기였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디멘션에게 해석을 의뢰했더니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하, 게이트 브레이크도 아니고 갑자기 적색 게이트라니….”

“믿기 힘드실 겁니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마수가 출현한다면요?”

“크흠.”

내 말에 곽 부장이 침음성을 내뱉었다.

“비석에 지구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고?”

“대한민국이라는 글자도 또렷이 적혀 있었답니다.”

“외계어를 해석했다는 디멘션부터 만나야겠네.”

곽 부장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만나실 수 없습니다.”

“아니, 왜?”

“아웃 헌터거든요.”

아웃 헌터란, 각성은 했지만 평범하게 사는 헌터를 뜻했다.

“아웃 헌터라 해도 일단은 만나야겠네.”

곽 부장 말에 진땀을 흘렸다.

‘헌터가 없다고요.’

가공의 헌터를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어쩔 수 없이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부장님.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진다는 말에 곽 부장이 황당해했다.

“올해 안에 적색 게이트가 생성되지 않으면 뭐든지 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제안에 곽 부장이 혹하는 눈치였다.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습니다. 대비 좀 한다고 해서 해될 것 없잖습니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흐음….”

잠시 고민하던 곽 부장

결국 딜을 넣었다.

“좋아. 자네 말대로 세계 헌터 협회에 정식으로 보고하지. 대신 자네가 틀릴 경우 무명 클랜을 해체하고 마감청에 정식으로 들어오게. 어떤가? 받을 텐가?”

“물론입니다.”

곽 부장 말에 나는 두말없이 콜을 했다.

“그리고, 오늘 A급 게이트에 들어갈 겁니다.”

“A급 게이트? 거긴 왜?”

“게이트 변이가 발생했답니다. 그곳에 제가 아는 분들이 갇혔다네요.”

“하…. 어째 자네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구만.”

“팔자려니 생각해야죠.”

“A급 변이면 만만찮은 곳인데. 흐음. 그러지 말고 최 대장과 함께 가게.”

“최 대장과요?”

“내가 연락해 두지.”

최 대장과 함께 가라는 말에 만세라도 외치고 싶었다.

무려 8군이 함께 간다는 소리였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게.”

“예, 부장님.”

곽 부장과 인사 후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 밖에는 강 실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쪽으로.”

강 실장과 함께 장비 보관소로 향했다.

***

“여기 있습니다.”

강 실장이 히든 벨트를 건네줬다.

“아…!”

감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슈트였다.

히든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얼마나 가벼운지 아무런 무게도 느껴지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에 버튼을 살포시 눌렀다.

순간 촤르륵-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슈트가 착용되었다.

“헐.”

슈트의 착용감 재질 무게 등등등.

그 어떤 말도 의미가 없었다.

그야말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특히 가슴팍에 새겨진 금빛 독수리 문양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마감청 금빛 독수리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강 실장에게 인사를 했다.

히든 슈트를 착용 후 안봉안이 있는 접견실로 향했다.

***

김 선배를 필두로 안봉안 정영미 등이 날 찾아온 이유는 이랬다.

김소영 교관이 명성 클랜과 함께 A급 게이트에 들어갔는데, 그 게이트가 갑자기 변이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중 게이트는 아니었고 미로로 발전한 케이스였다.

쉽게 말해 전형적인 던전형 미로였다.

지금 김소영 교관과 최태식 교관이 그곳에 갇혀있다고 했다.

김소영 교관이 힐러라 아직까지는 상황을 나쁘게 보고 있지는 않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뿐이었다.

게이트 내에선 당장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할 게 없었다.

더욱이 변이를 일으켰다면 더더욱 그랬다.

한시라도 빨리 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른 패스파인더들은 모두 다 S급 게이트에 들어간 상황.

유일하게 남은 것이 바로 나였다.

그러니 내게 달려와 매달릴 수밖에.

“근데 최태식 교관은 왜?”

“김 교관님 따라 자신도 들어가겠다고….”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태민아, 교관님들 좀 꼭 구해줘.”

정영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민아. 나도 부탁한다. 교관님들 좀 구해다오.”

“그래, 알았다.”

김소영 교관은 날 선입견 없이 대해준 유일한 분이셨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교관이기도 했다.

“태민 씨. 부탁드려요. 저희 언니 좀 도와주세요.”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김소진 선배의 얼굴이 무척이나 초췌했다.

“걱정 마세요. 선배.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고마워요.”

“역시 화끈하다니까.”

버서커 유숙희였다.

놀랍게도 그녀가 바로 정영미의 모친이었다.

내가 이곳에 온다는 사실도 그녀를 통해 알게 된듯했다.

“제가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어머니라고…?”

유숙희 헌터가 바로 헤드록을 걸었다.

“죽고 싶냐! 선배님이라고 불러라. 알았냐.”

“예 선배님.”

듣던 대로 여장부다운 스타일이셨다.

***

잠시 후 김소진 선배와 함께 경기도 평택으로 향했다.

A급 게이트는 경기도 평택 함박산에 위치해 있었다.

함박산에는 명성 클랜을 비롯한 많은 헌터들이 나와 있었다.

우린 그들을 피해 조용히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 변이는 무엇보다 속도전이다. 그러니 많은 인원은 필요 없다.”

나와 함께 온 최 대장의 말이었다.

날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무려 8군이 온 것이다.

김 선배의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와 유 선배, 그리고 태산이와 태민이만 들어간다.”

“대장님, 저도 가겠습니다!”

김 선배 말에 최 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A급 게이트다. S급 마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 대장이 김 선배를 다독였다.

“탱커라면 몰라도 원거리 딜러는 무리다.”

“하지만….”

“최 대장 말이 맞다. 김 팀장은 여기서 대기하도록.”

“아…….”

유숙희 헌터가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게이트에 들어갈 인원들이 정해졌다.

“태민아. 잘 부탁한다.”

장 선배가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장 선배의 손을 맞잡았다.

“엘릭서랑 비상 약품은?”

최 대장 물음에,

“모두 챙겼습니다.”

장 선배가 팩백을 가리켰다.

사실 팩백은 필요 없었다.

엘릭서를 비롯한 비상 물품들은 내 아공간에 충분히 들어있었다.

하지만 조용히 있기로 했다.

아공간은 그 자체로 진귀한 유물.

아공간 보유자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진 않았다.

“좋아. 그럼 입장하자고.”

최 대장의 지휘하에 유숙희 선배, 장태산 선배와 함께 A급 게이트에 입장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이 바뀌고

눈앞에 황량한 모래사막이 펼쳐졌다.

마감청 요원들의 말대로였다.

황량한 모래사막 저 끝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전형적인 던전형 미로였다.

장태산 선배를 필두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가는 도중 모래바람이 불었으나.

눈을 뜨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한 5분 정도 이동했을 때였다.

모래 속에서 커다란 마수가 튀어나왔다.

“다들 조심해. 사막 전갈이다.”

편의상 사막 전갈이라고 했지만, 정확한 명칭은 모래 제다시였다.

모래 제다시는 체고가 2m에 달했고

꼬리가 무려 3개나 달려있었다.

꼬리에는 독침이 매섭게 솟아있었다.

성격이 무척이나 난폭해서

A급 마수 중에선 위험한 놈으로 취급되었다.

- 키에엑!

놈이 괴성을 지르자 여기저기서 다른 놈들이 튀어나왔다.

순식간에 포위된 것이다.

장 선배가 실드를 발현했다.

그가 정면에 서니, 양 사이드에서 최 대장과 유 선배가 달려 나갔다.

놈들에게 가장 먼저 짓쳐 든 건 최 대장이었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막 전갈을 도륙 냈다.

섬광이라는 이명에 걸맞은 빠른 속도였다.

그런 빠름은 유 선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대검이 번뜩일 때마다 사막 전갈이 일도양단됐다.

압도적인 힘으로 순식간에 쪼개버리니 대항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공격마다 강기가 줄줄 뿜어져 나왔다.

- 쾅! 쾅! 쾅…!

강기에 직격된 사막 전갈이 완전 박살이 났다.

그 모습에 장 선배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말로만 듣던 마스터 헌터의 실력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다.

그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10여 마리의 사막 전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정리되었다.

“가자.”

최 대장 말에 우린 다시금 던전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쯤 이동했을까.

커다란 던전이 눈앞에 보일 때쯤이었다.

모래 속에서 또다시 무언가 솟구쳤다.

샌드 소울이었다.

샌드 소울은 모래로 만들어진 인간형 마물이었다.

체고가 무려 3m에 달했다.

- 크엑!

괴성을 지른 놈이 모래 폭풍을 일으켰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모래가 불어닥쳤다.

장 선배가 황급히 실드를 발현했다.

모래 폭풍이 실드에 가로막히자

- 쿵! 쿵! 쿵…!

샌드 소울이 실드를 타격하기 시작했다.

“거참 시끄러운 놈이네.”

유 선배가 피식 웃더니 참격을 날렸다.

- 쾅!

녹색 빛이 번쩍이더니, 폭음과 함께 샌드 소울이 산산이 조각났다.

그와 동시에 거짓말처럼 모래 폭풍이 멎었다.

장 선배가 또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잠시 후 우린 던전에 다다를 수 있었다.

어둠 속에 잠긴 던전을 보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750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느껴졌다.

던전 안의 움직임들이.

!!

곧이어 그림자 영상을 확인한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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