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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39화 (39/110)

39화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부모님은 본가에 가셨고, 오빠는 중요한 일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

자신만 혼자 남아서 집을 지켰다.

사실, 은영은 지난번 일 때문에 아무 데도 가지 않은 것이다.

게이트 브레이크 이후 얻게 된 트라우마.

사람이 죽는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당연했다.

난생처음 그런 잔인한 참상을 목도했다.

정신이 강화된 각성자가 아니고서야, 일반인이 견뎌내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나마 오빠 덕분에 이 정도 선에서 그친 것이다.

저녁 8시.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주리였다.

“요즘도 집에만 있니?”

“응.”

“바람 좀 쐬고 그래야지.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 거야.”

브레이크 트라우마를 가장 먼저 극복한 것은 주리였다.

주리가 카페 루루에서 잠깐 보자고 했다.

때마침 무료하던 차라 은영은 흔쾌히 수락했다.

***

집을 나섰다.

카페로 가기 위해 대로변으로 향했다.

집에서 카페까지의 거리는 불과 10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새해 연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붐비지 않았다.

꽤 한산한 도시의 풍경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오늘따라 무척 센티한 기분.

주변 건물을 감상하며, 천천히 카페로 향했다.

그때였다,

- 끼이익!

- 끼이익!

차량 2대가 갑자기 급제동을 걸었다.

승합차 문이 열리더니, 일단의 사내들이 우르르 내렸다.

무슨 일이지?

설마, 나를?

이런 대로변에서?

말도 안 돼.

은영은 애써 의구심을 지우려 노력했다.

“은영?”

험상궂은 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순간, 은영은 직감했다.

위험하다고.

그녀는 있는 힘껏 왔던 길로 내달렸다.

살려달라고 소리쳐 볼까 했지만, 소용없을 듯했다.

슈트를 착용한 저들은 누가 봐도 헌터였던 것이다.

‘은영아.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오빠를 즉시 떠올려. 알았지?’

지난번 병실에서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오빠!”

목청껏 오빠를 불렀다.

그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쳤다.

이곳보다 더 밝은 곳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곳으로.

정말 사력을 다해 도망쳤다.

하지만 그들을 따돌릴 순 없었다.

오히려 추월당해, 제자리에 멈춰 서야 했다.

험상궂은 사내들이 은영의 주위를 둘러쌌다.

“사람 살려! 누가 신고 좀 해주세요!”

다시 한번 더 목청껏 소리쳤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은영을 둘러싼 사내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사람들을 노려보며 낄낄거렸다.

***

“쩝.”

쌍대가 입맛을 다셨다.

사실, 오늘 일은 탐탁지 않았다.

자신도 악인이지만, 가족까지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혈귀, 전무치의 명령이었다.

어젯밤 전무치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태민 가족들 신상 자료입니다. 살펴보시고, 여동생부터 잡아 오세요.”

“여동생요? 이태민은 적귀님께 넘기셨지 않습니까.”

“그래서요?”

“네? 아니, 그게….”

“이태민이 죽는 건 당연합니다. 제 동생을 죽였으니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지요.”

“그럼.”

“하지만, 거기서 끝나서는 곤란합니다. 제 동생을 죽였으니, 자기 동생도 죽어야겠지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뭐, 그런 겁니다.”

전무치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아주 잔인하게 죽일 겁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잡아 오세요. 생채기 하나 없이 산 채로요.”

“예? 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요?”

깜짝 놀란 쌍대가 되묻자, 전무치가 인상을 찌푸렸다.

“탐탁지 않나 보군요.”

“그, 그럴 리가요. 다만, 사람들 보는 앞에서 잡아오는 건….”

“걱정마세요. 제아무리 마감청이라도 아무 말도 못 할 테니까요.”

“그게 무슨….”

“마감청의 뒷배도 이태민이 살아있을 때나 유효한 겁니다. 이태민의 죽음이 알려진다면 그들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아.”

“뒤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니, 보란 듯이 가서 잡아 오세요. 세상이 떠들썩하게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예, 이사님.”

전무치는 지금,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말이다.

상념에서 깨어난 쌍대가 부하들을 주시했다.

“뭣들 해! 여기서 밤샐 거야? 빨리 가서 잡아!”

“예!”

그가 소리치자, 부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영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그때였다,

“멈춰!”

두 명의 헌터가 달려왔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헌터들이었다.

그녀들 슈트엔 은빛 독수리 문양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가디언 특수 경호대다. 당신들은 지금 매우 심각한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빌런법에 의거, 즉결 처형될 수 있음을 알리는 바이다.”

특수 경호대란 말에 쌍대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이, 여기도 있다고.”

20대로 보이는 젊은 사내였다.

“빌런 따위가 설치는 꼴은 내가 못 참지.”

그가 주먹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의 슈트에는 푸른빛 청룡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청룡 길드다!”

“청룡 길드야!”

“청룡 길드가 왔다!”

“휴, 정말 다행이다.”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감청에 청룡 길드라면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 저 사람. 세븐 스타 강석이잖아.”

“강석?”

“그러고 보니, 닮았는데.”

“진짜다! 진짜 강석이다!”

“강석이 나타났다! 세븐 스타 강석!”

“강석이다!”

젊은 청년이 세븐 스타 강석임이 밝혀지자,

“강석!”

“강석!”

“강석!”

“강석!”

“강석!”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강석은 그만큼이나 유명한 헌터였던 것이다.

“이런 썅! 지금 장난쳐! 누구든 입만 놀려! 아가리를 확 찢어버릴 테니까! 빨리 안 꺼져!”

2m가 넘는 쌍대가 위협하자,

“꺼져, 새꺄!”

“빨리 꺼져!”

“구경났냐! 구경났어?”

“뭘 멍청히들 서 있어!”

“안 꺼져, 썅뇬아!”

“확 마, 죽여 버린다.”

“당장 꺼지라고!”

쌍대의 부하들도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몇몇은 병장기까지 뽑아 들었다.

“꺄악!”

“으악!”

“이힉!”

기겁한 사람들이 놀라서 도망쳐 버렸다.

어느새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쌍대가 새로 나타난 1남 2녀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마감청 경호대야 그렇다 치고.”

쌍대가 강석을 주시했다.

“야 이 X만 한 새끼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어디서 지랄이야!”

그가 욕설을 퍼붓자,

“큭, 아가리에 똥내 나는 놈아. 제발 좀 싸 물어라.”

강석이 코웃음 치며 비웃었다.

“이 새끼가. 야! 저 새끼 조져!”

“예!”

쌍대의 말에, 부하들이 강석에게 달려들었다.

“빌런 새끼들. 아주 박살을 내주마.”

강석이 힘을 주자, 양손에 뇌전이 번쩍였다.

이를 지켜보던, 여성 가디언들도 싸움에 가담했다.

16대3의 싸움.

쌍대의 부하들과 강석의 난타전이 시작되었다.

“호오….”

쌍대가 감탄성을 내뱉었다.

자신의 부하들은 최하 엘리트에서 기본이 챔피언이었다.

그런 부하들을 상대로 제법 잘 싸웠던 것이다.

“여기서 밤샐 거냐? 앙!”

쌍대의 말에, 부하들이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밀리기 시작한 강석은 결국 위기에 처했다.

“청룡 길드다. 죽이진 마라.”

쌍대가 부하들을 제지시켰다.

이미 강석은 칼침을 맞은 상황이니 더 했다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가디언들도 마찬가지.

압도적인 수에 밀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오빠가 가만 안 있을 거예요.”

!!

뜬금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쌍대가 벙찐 표정을 지었다.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 오빠가 가만 안 있을 거라구요.”

“큭, 오빠? 크크크크. 그래, 가만 안 있으면?”

쌍대가 은영에게 다가갔다.

“지깟 게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다, 당신들 후회하게 될 거예요.”

“후회? 하!”

쌍대가 코웃음 쳤다.

“아가리 닥쳐라. 그 예쁜 얼굴에 상처 나기 싫으면.”

쌍대의 엄포에 은영이 벌벌 떨었다.

‘은영아.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오빠를 즉시 떠올려. 알았지?’

‘오빠…!’

그때였다.

누군가 다가왔다.

“……오빠?”

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오빠를 불렀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무언가 번쩍인 것이다.

그 실루엣은 오빠가 분명했다.

‘오빠? … 근데, 머리가….’

무언가 번쩍인 것이 꼭 가로등 불빛만은 아닌듯했다.

“눈 감아.”

“응.”

오빠의 말에 은영이 눈을 감았다.

***

지난번 브레이크 트라우마가 아직 아물기도 전이었다.

안 그래도 가엽고 불쌍한 여동생에게 웬 놈들이 들이닥쳤다.

열이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향한 도발은 어느 정도 용납이 됐다.

왜!

당사자였으니까.

하지만 가족들까지 끌고 들어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상황을 인지한 순간, 즉시 순간 이동을 사용했다.

눈앞이 번쩍이고,

은영의 뒤로 순간 이동 후, 은신을 사용했다.

그리고 현 사태를 관망했다.

특수 경호대와 강석이란 인물이 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오빠가 가만 안 있을 거예요.”

“뭐?”

“우리 오빠가 가만 안 있을 거라구요.”

“큭, 오빠? 크크크크. 그래, 가만 안 있으면?”

떡대가 은영에게 다가왔다.

“지깟 게 가만 안 있으면 어쩔 건데!”

“다, 당신들 후회하게 될 거예요.”

“후회? 하!”

은영의 말에, 떡대가 코웃음 쳤다.

“아가리 닥쳐라. 그 예쁜 얼굴에 상처 나기 싫으면.”

떡대의 엄포에 은영이 벌벌 떨었다.

‘이런 X새끼가.’

그때였다.

내가 나선 것은.

“오빠?”

“눈 감아.”

“응.”

은영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귀도 막고.”

“응.”

은영의 어깨를 다독인 후, 앞으로 나섰다.

“은영!”

“….”

이름을 불렀지만,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잘했어!”

분명 내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못 들은 척하는 모습이 꽤나 대견해 보였다.

고개를 돌려 떡대를 주시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쌍욕을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엔 여동생이 있었다.

속전속결.

치솟는 분노만큼이나, 빠르게 피를 보기로 했다.

“뭐냐, 대머리.”

“이 새끼가.”

“……어라? 넌, 이태민? 아니, 니가 어떻게!”

“잘 들어, 이 머저리 새끼야.”

놈에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가족만큼은 절대 건드리지 말자. 이 말을.”

“….”

“네놈들 대갈통에 가차 없이 박아주마.”

“이 새끼가!”

“문답 무용.”

말이 끝나자, 양손 가득 검붉은 폭룡이 솟구쳤다.

“속전속결이다.”

그 말을 끝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동.’

눈 깜짝할 사이에 적의 중심지로 이동.

- 쉬이익!

폭룡을 움직였다.

순간, 뭔가 번쩍임과 동시에 반경 10m 이내의 적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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