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1악과 볼케이노는 현재 그랜드에 오른 괴물들이었다.
그 말인즉슨,
‘X됐네.’
등골이 서늘해졌다.
각성자가 되면 일반인에 비해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갖는다.
그래서 각성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마감청이었다.
허나, 마감청의 한계는 분명했다.
일정 등급 이상은 통제할 수 없었다.
예로, 마스터 등급만 되어도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
하물며 그 위 등급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을 대놓고 학살하거나 대형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그들이 무슨 짓을 하든 모른 척한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백귀가 게이트 안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도.
그를 제재할 헌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느 국가든 다 마찬가지였다.
마스터 헌터는 살아있는 재해이자 무서운 전략 병기였다.
그들과 목숨을 걸고 대적할 헌터는 없다고 봐야 했다.
그런 전략 병기들을 무려 일곱이나 상대해야 했다.
1악과 볼케이노를 제하더라도 말이다.
하무일이 소속된 볼케이노.
박대출이 소속된 블루문.
전무진의 진상 그룹과 북벌 클랜.
‘진짜 X됐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적이 너무 많았다.
허나, 이미 엎질러진 물.
싸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더욱이, 하무일까지 처리된 상태.
저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들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된 것이다.
“하.”
나오느니 한숨뿐이지만,
어차피 이리된 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멍청히 앉아서 놈들에게 당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사생결단을 낸다.’
마음먹은 후, 각성창을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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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능력>
▣ 마스터 등급 : 그림자 격투술
▣ 마스터 등급 : 그림자 무기술
<특수 능력>
◈ 마스터 등급 : 그림자 실드
◈ 그림자 남작 : 마스터 등급의 그림자 남작(5),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2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5/1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125/6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625/3125)
<그림자>
★ 그림자 전송 : 반경 1km 이내, 그림자를 매개물로 전송시키거나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자신을 전송한다.
★ 그림자 은신 :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폭룡>
● 폭사 : 상공에서 100개의 창이 생성된다.
● 폭룡 강림 : 현세에 폭룡을 강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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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창이 꽤 많이 변했다.
데미 갓에 올랐던 마계령 때문인듯했다.
‘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스터 등급에 올랐으니 말이다.
1악과 볼케이노는 몰라도,
8귀와는 한번 붙어볼 만했다.
‘그림자 남작이라면.’
게다가, 나에게는 그림자 남작이 있었다.
마스터 등급의 마물을 무려 다섯이나 부릴 수 있었다.
이 정도 화력이라면 제아무리 8귀라도 즉살이 가능할 정도.
X됀건 내가 아니라 어쩌면 8귀일지도 몰랐다.
사실, 놈들과 싸우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얌전히 물러날 놈들이 아니었다.
필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해 올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방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그나저나.’
주위를 살펴보니, 장산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장산 전체가 반 이상 날아간 것이다.
만약, 데미 갓이 전력을 다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두려울 지경.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때였다.
( 주인. )
‘으힉!’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랐다.
( 뭐, 뭐야! )
( 폭룡이다. )
( 폭룡? )
분명 마계령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 그래, 폭룡이다. 주인에게 종속된 마검 폭룡. )
( 크윽, 너도 마계령과 같은 존재냐? )
( 마계령과 나는 다르다. )
( 뭐가 다르지? 너도 영혼체가 아닌가? )
( 아니다. 나는 에고 소드다. 데미 갓이 만들어낸 에고 소드. )
( 에고 소드? )
( 검에 깃든 생명체다. 신의 반열에 오른 자만이 창조할 수 있는 작품이지. )
( 흥, 마계령의 산물이라면 내가 살려둘 이유가 없지. )
(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마계령과 다르다. 한번 주인은 영원한 주인. 주인이 죽으면 나도 따라 죽는다. 고로, 주인에게 무조건 충성한다. 그것이 바로 나의 사명이다. )
( 너를 창조한 건 마계령이다. 그런데 왜 내게 충성한다는 거지? )
( 마계령은 주인에게 종속된 하위 개체. 따라서, 상위 개체인 주인이야말로 내 진정한 주인이다. )
마검 폭룡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 종속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든 녀석을 소멸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생각으로 거하게 뒤통수를 맞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대처가 불가능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주인. 사람들이 몰려온다. )
마검 폭룡의 말에 산 아래를 살폈다.
현재 난리가 난 상태였다.
장산이 폭파됐다는 소식에 마감청을 비롯한 군경이 대대적으로 몰려와 있었다.
마물이나 마수로 판단했는지.
숨죽인 채 이곳을 포위하고 있었다.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어디로 가지?’
현재 알몸인 상태.
이 상태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있다면 단, 하나.
‘하, 거기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뿐이었다.
‘미안하다, 황 과장.’
황 과장의 그림자에는 그림자 병사가 스며 있었다.
고로, 단번에 이동이 가능했다.
‘이동.’
눈 깜짝할 사이에 황 과장 방으로 이동했다,
“으악!”
깜짝 놀란, 황 과장이 비명을 질렀다.
“사, 사람….”
황 과장이 소리치자,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진정해라, 황 과장.”
“우읍….”
“진정하라니까.”
“우읍… 웁….”
얼마나 놀랐는지, 황 과장의 얼굴이 샛노래졌다.
왜 안 그렇겠는가.
홀딱 벗은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방에 나타났으니 말이다.
“황 과장. 나다. 나라고.”
황 과장이 조금 진정되자, 얼굴을 보였다.
“우읍… 대, 대….”
“그래, 나다.”
틀어막았던 손에 힘을 풀었다.
“…대, 대표님? 대표님이 왜….”
“손 치울 테니까. 소리 지르지 마라. 알았지?”
내 말에 황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이 있다.”
“사정요?”
“그래.”
“대, 대표님. 근데 머리가…….”
황 과장 말에 머리를 만졌다.
“크윽, 이 자식. 꼭 아픈 데를 건드리네.”
부상은 완벽히 치유가 됐지만, 타버린 머리카락은 금세 자라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도 대머리 상태였다.
“사정이 있다고 했잖아. 빨리 옷이나 좀 줘라.”
“예, 대표님.”
황 과장이 자신의 옷장에서 옷을 꺼냈다.
“대표님. 이런 말씀 드리긴 좀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모습으로 오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뭐, 저도 대표님을 좋아하긴 하지만… 진짜, 이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자 쪽이지, 남자 쪽이 아니거든요.”
“자꾸 헛소리할래?”
“앗, 죄송합니다.”
황 과장이 건네준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대표님. 키가 자꾸 크시는 것 같은데요.”
“뭐?”
“제 바지가 칠부바지가 됐는데요.”
황 과장의 키는 180이었다.
지금의 내 키는 190을 훌쩍 넘었다.
“처음 봤을 땐 분명 저보다 작으셨는데 갑자기 저랑 비슷해지시더니, 지금은 저보다 훨씬 더 크시네요.”
“훨씬은 무슨. 조금 컸나 보지.”
“체격도 좋아지시고. …대표님은 정말 신비한 분이십니다.”
“뭐래.”
- 똑! 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황보성 아저씨였다.
“아니, 이 대표. 언제 왔는가?”
“바, 방금요….”
“사람이…. 왔으면 왔다고 얘기를 해야지.”
“죄송해요, 아저씨. 황 과장만 보고 가려던 거라.”
“어허이~ 그 무슨 섭섭한 소리야. 왔으면 저녁이라도 먹고 가야지. 어라? 근데 이 대표. 머리가….”
황보성 아저씨도 머리를 지적했다.
땀이 삐쭉 흘러내렸다.
“하하…. 그냥 시원하게 한번, 밀어봤습니다.”
“혹시, 사회에 불만 있고 뭐, 그런 건 아니지?”
“그, 그럴 리가요…….”
“하하하. 농담일쎄. … 여보! 여기 이 대표 왔으이~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으시게~”
“이 대표요?”
황 과장 어머님이 주방에서 고개를 내미셨다.
“이 대표. 오랜만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얼른 와서 밥 먹어요. 밥 준비 다됐어.”
“자, 가자고 이 대표.”
황보성 아저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녁 식사를 해야 했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시게.”
“호호~ 미안해요. 갑자기 준비하느라….”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죠. 잘 먹겠습니다.”
“아 참! 고맙다는 말부터 해야겠지. 고맙네, 이 대표.”
“예? 뭐가 말입니까?”
“자네가 S급 게이트 마석을 배정해 주지 않았나.”
“아!”
이번에 마감청과 프리랜서 계약을 하면서 마석 체취에 관한 권한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권한을 황보성 아저씨에게 위임한 것이다.
아저씨는 지금도 이득을 많이 보고 있다며, 10%만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
기존과 같은 비율을 유지토록 했다.
지금은 옛날과 달랐다.
먹고 살 만큼 충분히 벌었다.
더군다나, 이제 곧 있으면 떼돈을 벌 수 있었다.
바로, 엘리시움 금속이었다.
그러니 돈에는 큰 미련이 없었다.
“뭐든 말하게. 자네는 우리 집안의 큰 은인이야. 자네 말이라면 뭐든지 할 테니까.”
“하하, 뭘요….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 내 진심일세.”
황보성 아저씨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참, 이건 소문인데 말이야. 요즘 들어 고등급 게이트에서 빌런들이 자주 출몰한다더군.”
“빌런들이요?”
백귀가 A급 게이트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이 떠올랐다.
“낌새가 무슨 물건을 찾고 있다는데. 정확히야 나도 모르지.”
“아.”
“업계에 떠도는 소문이 그렇다는 거야. 너무 귀담아들을 필요 없어. 하지만 주의할 필요는 있네. 어차피 이 대표도 S급 게이트에 들어갈 게 아닌가.”
황보성 아저씨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해서 말이네만. 방비를 철저히 하고 들어가게. 막말로 게이트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또 알아.”
“어머! 이이는. 식사하는데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래요.”
“쓸데없는 소리라니. 이게 다 이 대표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이 대표. 신경 쓰지 말아요. 어디서 이상한 말을 듣고 와서는.”
“이상한 말이라니.”
“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하여튼 이 대표. 게이트에서는 신경을 바짝 쓰시게.”
“알겠습니다, 아저씨.”
황보성 아저씨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것이.
요 근래 빌런들의 출몰 얘기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들이 게이트에서 피를 뿌리고 다닌다는 소문이었다.
그래서 마감청에서도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이번에 대대적으로 빌런 소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참이었다.
생각해보니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티 타임을 가졌다.
그런 후,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
그림자 병사가 급한 소식을 전해왔다.
“이런 X 새끼들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