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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21화 (21/110)

21화

“상헌이 형.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최고예요. 괜히 움직이다가 구조대랑 길만 엇갈릴 거예요.”

한눈에 봐도 공포에 질린 듯한, 젊은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재동아. 답답하게 왜 그래? 저쪽을 봐.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거 안 보여? 여기 있으면 죽는다고!”

“그래도, 전 싫어요.”

다급히 말했지만, 재동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좋아. 그럼 다수결로 정하자. 됐지?”

“…까짓, 그럽시다. 어차피 여기 있어 봐야 답도 없고.”

박 형이라는 20대 후반의 사내가 흔쾌히 동의했다.

“재동아, 오케이?”

결사반대하던 재동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상헌을 비롯한 사람들이 투표를 시작했다.

그 결과, 4:2로 움직여 보자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자, 불만 없지?”

김상헌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앞장설 테니까. 내 뒤에 김 형이 서고, 그 뒤에 남국이랑 재동이. 맨 뒤에 박 형이랑 주현 씨가 서라고.”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 서자, 김상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김상헌이 조심스럽게 활시위를 먹였다.

- 쉬익-!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핑거스톤의 몸통을 그대로 직격했다.

- 크르릉~

화살에 맞은 핑거스톤 한 마리가 무리를 이탈하더니, 김상헌을 노려보며 달려왔다.

“김 형.”

“오케이!”

탱커인 김 형이 방패를 앞세우며, 김상헌의 앞을 가로막았다.

“덤벼, 이 새끼야!”

- 크앙!

괴성을 지른 핑거스톤이 압도적인 힘으로 김 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으윽… 으라차차찻!”

“김 형! 좀만 더 버텨!”

“앞에 비키!”

그때, 팀의 다크호스인 박 형이 시뻘건 불덩이를 생성하며, 소리쳤다.

“비키! 비키!”

박 형의 말에, 사람들이 황급히 몸을 피했다.

“쑤구리!”

그 말을 끝으로, 박 형이 시뻘건 불덩이를 날렸다.

“김 형! 머리!”

김상헌이 다급히 외쳤다.

- 쉬익!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 불덩이가 쾅! 소리와 함께 핑거스톤을 직격했다.

“으악, 뜨거!”

직격된 불덩이 중 일부가 김 형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악, 내 머리!”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가 타버린 김 형이 뜨거움에 몸부림쳤다.

“쑤구리라니까. 쩝.”

그 모습에 박 형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양심상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람 참, 조심 좀 하지.”

김상헌이 박 형에게 살짝 핀잔을 줬다.

“이번엔 제 차례네요.”

팀의 홍일점 박주영이 전력구를 생성했다.

“비켜요!”

그녀가 손을 뻗자, 시퍼런 전력구가 핑거스톤을 향해 날아갔다.

- 파지직-!

전력구에 직격된 핑거스톤이 전신을 부르르 떨며 스턴 상태에 빠져들었다.

“지금이야!”

기회를 포착한 남국과 재동이 핑거스톤을 향해 달려들었다.

***

“형님! 정말 너무 한 거 아닙니까!”

머리가 홀랑 타버린 김 형이 박 형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데.”

“흠흠….”

머쓱해진 박 형이 딴청을 피워댔다.

“크윽, 정말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라고요.”

돌연, 김 형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무척 서러웠던 것이다.

“거참, 사람 민망하게. 이 봐 김 형. 그렇다고 울면 어떡해?”

“끄윽. 끄윽…….”

“…아니, 내가 쑤구리라고….”

“박 형!”

김상헌이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또다시 머쓱해진 박 형이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자자, 진정하라고. 김 형. 박 형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당신이 참아야지 어쩌겠어?”

김상헌이 김 형의 어깨를 다독였다.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고요! 머리가 다 타버렸는데!”

“……쩝.”

김상헌과 박 형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핑거스톤을 처리한 남국과 재동이 헉! 헉! 거리며 다가왔다.

“수고했어. 급할 거 없으니까 천천히들 움직이자고. 어디까지나 안전이 제일이니까 말이야.”

김상헌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세상천지에 무슨 사냥을 저따위로 하는지.

너무 시끄러워서 몰살당하기 십상이었다.

은신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금이야 그렇다 쳐도, 만약 핑거스톤이 조금만 더 가까이에 있었다면 눈 깜빡할 사이에 이곳으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그때였다.

‘잉?’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헐.’

당최 어디로 가는지.

출구 쪽과 정반대로 움직이자, 할 수 없이 은신을 풀어야 했다.

“그쪽이 아닙니다.”

“으힉!”

“누, 누구야!”

내가 갑자기 나타나자,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쉿!”

검지를 입술에 대며, 조용히 시켰다.

“이쪽으로.”

내가 있는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뭐해요?”

아직도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

“정신들 차려요. 여기서 죽고 싶은 겁니까?”

“그, 그게 아니라. 어, 어떻게 여길….”

김상헌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일일이 답해줄 시간 없어요. 나도 바쁜 몸이라고.”

“….”

“뭘 멍청히 서 있어요? 살고 싶으면 따라오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설마….”

팀의 홍일점 박주영이 혼잣말을 했다.

“주영 씨. 왜?”

“……에이. 아니겠죠?”

“뭐가?”

“….”

입술을 살짝 깨물며, 뭔가를 결심한 박주영,

“이봐요, 잠깐만요.”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당신. 혹시… 패스파인더?”

그녀의 말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패스파인더라….’

치유사, 디멘션, 패스파인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희귀한 헌터를 뽑으라면 누구나 다 이들을 뽑을 것이다.

우선, 치유사는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특별한 자들을 칭했다.

소위 말하는 힐러.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힐러는 약 50여 명.

그들 모두가 특급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그만큼이나 소중한 인재들이라는 뜻이었다.

다음으로 디멘션.

디멘션은 외계 문명, 즉, 마도 문명의 글을 해독할 수 있는 자들을 칭했다.

이들은 각종, 발굴 작업에 동원되었는데,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외계 문명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멘션은 약 30여 명.

이들은 힐러들보다도 더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패스파인더.

패스파인더는 길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속칭 3대 미로.

필드형 미로, 던전형 미로, 탑형 미로.

이런 미로에서 패스파인더 없이 길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더욱이, 패스파인더는 단순히 길만 찾는 능력자가 아니었다.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는 최단 루트는 기본.

마물과 마수의 분포도 및 각종 장애물과 함정들.

게다가, 뜻하지 않게 발생할 미래의 위험들까지.

미로에서 발생할 모든 위험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스파인더는 불과 넷.

그 수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이는 전 세계 어느 국가나 다 마찬가지.

패스파인더야말로 가장 희귀하고 희귀한 존재들이었다.

‘재밌는 아가씨네.’

솔직히 말해, 패스파인더의 능력은 내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다.

패스파인더가 깜깜한 어둠 속에서 횃불 하나로 길을 찾는다면, 나는 환한 대낮에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다랄까.

세상천지 그 어떤 패스파인더가 1km나 되는 지역을 자신의 권역 안에 둘 수 있단 말인가.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625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바닥을 땅바닥에 대었다.

느껴졌다.

이곳에 생성된 마물의 위치와 함정, 그리고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 최단 루트가.

“지, 진짠가 봐.”

“맙소사! 패스파인더를 직접 볼 줄이야.”

“정말 패스파인더가 직접 온 거야?”

“말도 안 돼.”

“딱 봐도 포스가 장난 아니잖아.”

“헐….”

내가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손을 대자, 사람들이 매우 놀라워했다.

뭔가 단단히 착각한 듯하지만.

뭐,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따라오시죠.”

우측 상단에 미니맵이 오픈된 것처럼, 머릿속에서 최단 루트가 그려졌다.

사람들을 이끌고 좌측으로 들어서자, 핑거스톤 한 마리가 어물쩍거렸다.

잠시 기다리자, 놈이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가죠.”

좌측을 통과한 후, 다시 좌측으로 이동했다.

이번엔 아무것도 없었다.

“뛰세요.”

그 말을 끝으로 우측 방향으로 달리자, 사람들이 우르르 쫓아왔다.

다행히 늦지 않았는지 핑거스톤 무리와 마주치지 않았다.

“다시 우측으로.”

모퉁이를 돌아 우측으로 빠져나갔다.

‘여기가 문젠데.’

이번엔, 핑거스톤 무리가 모여있었다.

얼핏 봐도, 빠져나가는 것이 녹록지 않아 보였다.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더 최단 루트를 그려보았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곳을 무조건 통과해야 했다.

‘흐음….’

이곳만 벗어나면, 앞으로 500m 정도는 손쉽게 이동이 가능할 듯했다.

“모이세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잘 봐요.”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든 후,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저것들은 내가 유인할 테니까 그 틈에 우측, 좌측, 우측, 우측… 이런 식으로 도세요. 여기, 이곳에서 대기하시고요.”

“…예? 저, 저희들끼리만 이동하라고요?”

“그럼 저것들은요? 그쪽에서 처리하시게요?”

고갯짓으로 핑거스톤 무리를 가리키자, 김상헌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안전하니까, 걱정 말고 여기까지만 이동하세요.”

사람들에게 안전하다고 말했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불안감을 지울 순 없었다.

“그냥 날 믿어요. 죽고 싶지 않다면.”

이런 경우 시간을 끌어봤자 의구심만 생길 뿐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나는, 핑거 스톤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 크아앙!

핑거스톤 무리가 으르렁거리며 몰려들었다.

어그로가 끌리자, 출구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달려!”

핑거스톤 무리가 사라지자, 김상헌을 비롯한 사람들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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