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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17화 (17/110)

17화

‘설마….’

마물과 마수가 아닌, 사람에게 스킬이 통할 리 없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측 팔을 뻗고 손바닥을 쫙 펼쳤다.

‘일어나라.’

순간, 그림자가 쭈욱~ 하고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

‘맙소사….’

곽동수, 박대출, 김득구, 박상도, 유명호, 김태호, 천영준, 정지성, 김주성까지.

놈들의 생전 정보가 머릿속으로 자동 각인되었다.

깜짝 놀란 나는 각성창을 개방했다.

◈ 그림자 준남작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6/1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168/625)

그림자 투사가 둘, 그림자 전사가 여섯.

김주성이란 녀석만 베테랑이었다.

‘어라?’

그런데, 곽동수의 모습이 이상했다.

분명 주검이 된 모습은 양복 차림이었는데, 그림자의 모습은 슈트에 대검을 찬 모습이었다.

‘전투 모습인가?’

그림자는 생전의 전투 모습을 반영했다.

아마도, 그 이유 때문인듯싶었다.

일단, 미친개의 검부터 수거했다.

화려하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꽤나 투박하면서도 소박한 문양이 검날에 새겨져 있었다.

고대의 상형문자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느낌의 문양이었다.

유물급 무기는 마력 전도율이 5%만 돼도 최하 10억이었다.

만에 하나, 10% 이상이라면 그야말로 대박.

심장이 두근두근거렸다.

그런데 그때, 곽동수와 박대출이 자신들의 금고를 알려왔다.

내가 돈을 좋아하니, 금고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과연, 충성스러운 그림자 투사였다.

‘그렇지. 바로 그거지.’

곽동수와 박대출의 어깨를 다독이며 녀석들을 치하해 줬다.

일단, 곽동수만 데리고 밀실 한편에 있는 집무실로 들어갔다.

곽동수가 생전에 쓰던 집무실이었다.

녀석은 이곳을 호텔처럼 꾸민 뒤,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동수야.’

곽동수가 벽을 만지작거렸다.

순간, 벽에 걸린 그림이 두 쪽으로 쫘악~ 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곽동수의 비밀 금고였다.

녀석이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금고 문이 오픈되었다.

‘이 새끼….’

금고를 본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녀석이 사용하던 장비를 비롯한 골드바와 각종 보석, 현금다발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매우 흡족한 마음에 곽동수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곽동수가 사용하던 대검부터 살펴봤다.

한눈에 봐도 유물급 대검이 틀림없었다.

이것 역시도 마력 전도율이 최소 5% 이상은 될듯했다.

다음은 슈트.

슈트가 무려 유닉 등급이었다.

매직 등급인 내 슈트와는 차원이 다른 괴물 슈트였다.

유닉 등급이면 최하 50억 이상이었다.

‘대박이다.’

쿵쾅대는 가슴을 차분히 진정시켰다.

일단 백호 슈트를 해제시킨 후, 유닉 슈트로 바꿔 착용했다.

‘이런 미친 새끼….’

곽동수를 또다시 치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닉 슈트가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잘했어, 잘했어.’

곽동수의 어깨를 다독이며 다시 한번 더 치하했다.

집무실에 있던 가방에 골드바와 각종 보석, 그리고 현금다발을 깡그리 다 집어넣었다.

장검은 허리춤에 장착하고 대검은 등 뒤에 장착했다.

이곳에서 반경 3km 이내에 박대출의 아파트가 있었다.

박대출은 천애 고아라 아파트에 올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일단 박대출의 아파트에 장물들을 보관하기로 했다.

그림자 전사들이 현장을 깨끗이 치웠다.

이제 나와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 굳이 찾자면 카펫 위에 찍힌 족적 정도인데….

희미한 족적으로 날 찾을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곽동수를 비롯한 그림자들을 해제시킨 후, 순간 이동을 했다.

단 4번의 순간 이동만으로 박대출의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박대출을 소환한 후, 비밀 금고를 열게 했다.

비밀 금고에는 현금과 골드바, 그리고 엘릭서가 들어 있었다. 중급 엘릭서 1개와 하급 엘릭서 3개였다.

중급 엘릭서는 시가로 5억이었고, 하급 엘릭서는 시가로 5천이었다.

입술이 귀밑까지 걸려버렸다.

‘…하여튼, 요 범죄자 새끼들.’

싱글벙글 웃으며 박대출을 치하했다.

들고 온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 들어 있던 골드바와 보석 그리고 대검은 금고 안으로 쏘옥~ 집어넣고, 오만 원권, 현금다발만 가방에 차곡차곡 담았다.

안 그래도 돈이 없어서 죽겠더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돈벼락을 맞아도 아주 야무지게 맞아버렸다.

‘고생했다. 들어가.’

박대출의 어깨를 토닥인 후, 녀석을 소환 해제했다.

‘이제 슬슬 강원도로 가야 하나.’

곽동수를 통해 작업장 위치를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놈들은 점조직처럼 무려 다섯 군데에 걸쳐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강원도 방태산까지는 130km.

순간 이동을 무려 130번이나 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불가능했다.

지금 시각은 9시.

택시를 타고 다녀오기로 했다.

조금은 피곤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과부 마음은 홀아비가 안다고, 감금된 뉴비들을 하루빨리 해방시켜 줘야 했다.

일단 몸통만 한 가방만 챙긴 후, 순간 이동을 사용해 밖으로 나갔다.

그런 후, 도로가에서 택시를 잡았다.

“기사님, 장거리 갑니까?”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강원도요.”

“안 갑니다.”

“백만 원요.”

“…네?”

“현금으로 백만 원요.”

“아….”

택시 기사의 동공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다.

피식 웃은 후, 결정타를 먹였다.

“강원도 방태산요. 선불로 백 드리고 도착해서 다시 백 드리죠.”

“아, 하하… 그, 그럴까요. 그럼. 하하하하.”

택시를 탄 후, 가방에서 오만 원권 20장을 꺼내 택시 기사에게 건넸다.

“출발하겠습니다~”

돈을 받자마자, 급방긋하는 택시 기사.

돈이 확실히 요물이긴 요물이었다.

강원도 뉴비 해방작전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흩어진 조직원들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기 때문이다.

곽동수와 박대출을 필두로 강원도에 있던 조직원들을 깡그리 조져 버렸다.

놈들을 조지고 나니, 시체가 무려 12구나 나왔다.

그림자의 권능을 발현했다.

시체 12구 중, 뱅가드가 다섯이었고, 베테랑이 일곱이었다.

덕분에,

◈ 그림자 준남작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11/1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175/625)

그림자 전사와 그림자 병사가 또 늘어나 버렸다.

‘나야 땡큐 감사지.’

이곳에서 발생했던 미등록 게이트들은 마감청 강원지부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본래부터 그들이 할 일인데, 외주를 맡기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난 것이다.

노예 생활을 하던 뉴비들은 내일 아침이 되면 알아서들 빠져나갈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지금은 새벽이라서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도심으로 나가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순간 이동을 사용해야 했다.

순간 이동만 연속으로 열두 번.

그제서야 자그마한 동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네에서 꽤나 허름해 보이는 모텔에 방을 잡았다.

모텔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 들어 있던 현금다발을 세기 시작했다.

“헐….”

17억.

오만 원권 현금만 무려 17억이었다.

가방에 다시 돈을 담은 뒤,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야말로 대박 중의 대박이었다.

기분 좋게 샤워를 한 후, 침대 위에 누웠다.

왠지 오늘만큼은 행복한 단꿈에 퐁당 빠질 것만 같았다.

***

< 꿈을 꾸다 - 김주성 >

불과 열두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는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밤늦도록 일하셔야 했다.

어머니가 몸져누운 건, 7년 전 여름이다.

마력 중독증이란 병인데, 게이트가 생성되면서 방출되는 마력에 사람이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생기는 병이다.

이 병은 하급 엘릭서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했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안 그래도 몸이 약하신 분인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셨으니….

하루 이틀, 병을 방치하다 보니 화근이 된 것이다.

김주성은 편찮으신 어머니를 대신해 16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16살짜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어머니 약값으로 급전이 필요한 상황.

범죄에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16살 때부터 유흥가 뒷골목을 전전하며 살았다.

힘들고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었던 것일까?

17살이 되던 날, 극한의 확률로 각성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나도 각성자다!

사냥해서 돈을 벌 수 있다!

그야말로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아카데미에 입학할 돈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빌런의 길을 걸어야 했다.

불과 17살.

범죄를 저질러도 훈방 조치 되거나 적당한 처벌만 받을 나이다.

하지만 빌런은 달랐다.

빌런의 경우, 나이가 어려도 아주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자신은 굶어도 동생들은 굶길 수 없었다.

몸져누우신 어머니 약값도 마련해야 했다.

특히 지금은, 어머니 병이 너무 악화된 상태였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하급 엘릭서를 복용하셔야 했다.

그러나, 엘릭서 값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떡해서든 그 돈을 마련해야 했다.

그런 자신에게 곽동수가 찾아온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간단한 일이다. 네가 하겠다면 하급 엘릭서를 매달 지급해 주겠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곽동수의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했다.

아카데미를 갓 졸업한 뉴비들에게 접근했다.

“일 편하고, 돈 많이 벌게 해줄게.”

간단한 유혹이었다.

이 간단한 유혹을 그 누구도 뿌리치지 못했다.

그야말로 백발백중.

김주성은 그 대가로 매달 하급 엘릭서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동생들에게 필요한 생활비, 학비 등은 줄리에서 일을 하면서 충당했다.

김주성은 정말 열심히 일했다.

어머니 병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동생들이 다시 웃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몸이 가루가 되어도 좋았다.

진심이었다.

그런데….

미친개가 오더니, 심심하다며 자신을 죽여버렸다.

김주성은 억울했다.

너무나 억울해서, 눈도 감지 못했다.

그림자가 된 후에도, 그 억울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제 곧 있으면 하급 엘릭서를 드실 시간이다.

혹시라도 때를 놓친다면 어머니가 위험해진다.

살려야 한다.

반드시 살려야 한다.

자신이 죽은 지 벌써 10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

“아우 씨발!”

오늘도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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