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블루문은 강남을 주름잡는 빌런 조직으로 마약을 비롯한 사채, 매춘, 도박, 살인 청부 등 돈 되는 일이라면 물, 불을 가리지 않았다.
강남 변두리 조직이 감당하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큰 조직이었다.
“휴우……. 알았다.”
조금 진정이 됐는지, 곽동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는 득구와 함께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3층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밀실에는 자신의 또 다른 수족인 박상도가 있었고, 미친개를 비롯한 똘마니 넷이 약에 취한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이미 주검이 된 김주성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형님!”
박상도가 인사를 했다.
고개를 끄덕인 곽동수가 미친개가 있는 소파 쪽으로 다가갔다.
“왔냐? 크크크~”
대머리 사내가 곽동수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블루문의 미친개였다.
“무슨 짓이야!”
“뭘?”
“왜 여기 와서 개아리를 트냐고! 이게 한두 번이야? 그리고 우리 애는 왜 죽였어!”
“기차 화통을 삶아 드셨나. 거, 드럽게 시끄럽네.”
“이 새끼가….”
“아니, 내가 무슨 개아리를 틀었다고 그래?”
“그럼, 얘는 뭔데?”
싸늘한 주검이 된 김주성을 가리켰다.
“아~ 이 새끼? 크크크크~ 그냥. 왜? 그러면 안 돼?”
“내 새끼를 왜 니 맘대로 죽이냐고!”
“거참, 너무하네. 내가 득구를 죽인 것도 아니고. 상도를 죽인 것도 아니고. 끽해봐야 어린 노무 새끼 한 마리 죽인 건데. 그게 그렇게나 따질 일이야?”
“미친….”
“아~ 혹시, 뒤처리가 걱정돼서 그래? 걱정하지 말라니까. 우리 애들이 깔끔하게 처리한다고 했잖아.”
“이익…! 됐고. 뭐 때문에 또 온 건데?”
“나? 크크크크~ 위에서 오다 가지고 왔지롱~”
“오다? 무슨 오다?”
“쉿!”
검지에 입을 댄 미친개가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비밀. 하하하하~”
“미친놈.”
“그러지 말고 술이나 한잔 빨자. 위스키가 아주 독한 것이, 숨이 콱 막히고 종나게 좋다.”
미친개가 건네는 술잔을 받았다.
곽동수가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우리가 무슨 애들도 아니고. 이 나이 처먹고 싸울 수는 없잖아.”
“…….”
“깔끔하게 처리할 테니까, 너무 역정 내지 말라고.”
자리에서 일어선 미친개가 주검이 된 김주성에게 다가갔다.
손에는 단검이 들려있었다.
미친개가 피식 웃더니, 김주성의 복부를 무자비하게 찌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곽동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피 맛은 어린놈이 최고라니까.”
“……혹시, 쌍대 형님 오다냐?”
“잉? 어떻게 알았데?”
“무슨 오단데 그래?”
“그게… 어라? 니 뒤에….”
“뭐?”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찟함,
“형님!”
“형님!”
득구와 상도의 다급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곽동수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
!!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등 뒤에 누군가 서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미 날카로운 단검이 왼쪽 겨드랑이 밑을 파고든 후였다.
“너, 넌…!”
등 뒤에서 자신을 찌르고, 순식간에 물러선 자가 씨익 하고 웃었다.
그는 놀랍게도 지하 주차장에서 마주친 후드티 청년이었다.
“잘 지냈어?”
“대체… 어, 어떻게….”
“거기가 바로 상박 대동맥이란 곳이야. 인체에 5개밖에 없는 혈관이지.”
“크윽….”
“그곳이 끊기는 순간, 1분에 30리터의 출혈이 발생해. 일반인이 사망하는 데 불과 5초밖에 안 걸리는 곳이지.”
청년이 또다시 씨익~ 하고 웃었다.
***
곽동수가 밀실로 들어선 순간, 드디어 때가 됐음을 직감했다.
슈트를 착용한 후,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 들었다.
‘이동.’
세상이 바뀌고….
눈 깜짝할 사이에 곽동수의 뒤로 순간이동 했다.
“그게… 어라? 니 뒤에….”
“뭐?”
곽동수의 겨드랑이 밑, 상박 대동맥을 단번에 끊어 버렸다.
그런 후,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형님!”
“형님!”
다급한 외침이 들리고, 곽동수가 몸을 돌렸다.
“너, 넌!”
곽동수가 놀라자, 씨익~ 하고 웃었다.
“잘 지냈어?”
“대체… 어, 어떻게….”
“거기가 바로 상박 대동맥이란 곳이야. 인체에 5개밖에 없는 혈관이지.”
“크윽….”
“그곳이 끊기는 순간, 1분에 30리터의 출혈이 발생해. 일반인이 사망하는 데 불과 5초밖에 안 걸리는 곳이지.”
씨익~ 하고 다시 한번 더 웃었다.
“아, 그렇다고 너무 무서워하지는 마. 헌터들은 조금 더 견딜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가 끊겨봐서 아는데, 졸라게 아픈 것 빼고는 그럭저럭 견딜 만하거든. 그러니까 잘 참아봐.”
“…씨발 새끼가… 죽어!”
곽동수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지 온 힘을 다해 달려들었다.
한 걸음 이동해 놈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그런 후, 가늑골을 시작으로 진늑골로 올라가면서 빗장뼈까지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때려 박았다.
“커헉-!”
곽동수가 한 움큼의 핏물을 내뱉었다.
“아파?”
흉골 부위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더 주먹을 때려 박았다.
“컥!”
“마이 아파?”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마치 연체동물처럼 무너져 내렸다.
엘리트치고는 무척이나 허망한 죽음이었다.
역으로 쥔 단검을 바로잡았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얼이 빠진 상도와 득구.
놈들을 향해 단검을 치켜들었다.
‘변환.’
그림자 병사들을 전송석으로 변환시키자, 반경 1km 이내의 135곳이 통제하에 들어왔다.
상도와 득구를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은 후, 눈 깜짝할 사이에 득구의 뒤로 순간 이동했다.
“여기야.”
깜짝 놀란 득구가 황급히 몸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목이 잘린 후였다.
“그륵~ 컥….”
득구의 목에서 피가 솟구칠 때쯤, 이미 난 상도의 눈앞으로 순간 이동한 상태였다.
“반갑다, 상도야.”
상도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 푹! 푹! 푹…!.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너, 잘 안다.”
놈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상도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가지를 비롯한 심장, 그리고 뱃가죽에 구멍이 숭숭 뚫린 후였다.
“커… 컥….”
“잘 가라, 상도야.”
고통스러워하는 상도를 뒤로하고 소파에 앉아 있는 놈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자, 약에 취한 놈들이 해롱거리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쓱싹.
뽕쟁이 놈들을 가볍게 순삭해버렸다.
고개를 돌려, 미친개를 주시했다.
“이히~”
미친개가 날 보며 방긋 웃었다.
피를 보니 무척이나 흥분되는지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다.
놈의 새하얀 치아가 무척이나 싱그러워 보였다.
놈이 천천히 일어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얼핏 봐도 엘리트 이상의 실력자.
더군다나 약을 먹고 각성한 상태였다.
물론, 능력 각성이 아닌, 전투력 각성을 뜻했다.
놈은 자신의 전투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준비가 된 것이다.
“너, 누구야!”
미친개가 소리를 질렀다.
놈의 검에서 마력이 어슴푸레 비치는 것이 딱 봐도 유물급 무기인듯했다.
마력 전도율 5%? 아님 10%?
5%만 돼도 최하 10억은 넘을 것이다.
“누구긴 누구야. 빚 받으러 온 사람이지.”
“이 새끼가….”
놈의 검에서 시퍼런 검강이 번개처럼 솟구쳤다.
검강은 검기와 달랐다.
스치기만 해도 사망.
놈 역시 엘리트 이상의 실력자인 것이다.
지금처럼 긴장한 상태에서는 등 뒤를 습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로지 정면 승부뿐이었다.
처음 겪는 엘리트 vs 엘리트의 싸움.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일반 병기도 아닌 유물급 무기 앞에서 허접한 단검은 이점이 없었다.
어차피 거리 싸움이라면 확실히 거리를 좁히는 게 나았다.
단검을 버리고, 주먹을 들었다.
두 주먹에서 시퍼런 권강이 번개처럼 솟구쳤다.
그 모습에 미친개가 낄낄거렸다.
“키키키, 권강이라니. 꽤나 재밌는 기술이구나.”
“…….”
“그러지 말고 차라리 단검이라도 들지 그래? 키키~”
놈이 비웃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강기라는 것이 물체를 박살 내는 파괴력을 뜻하지, 방어력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말 그대도 사람의 손이었다.
강기를 덧씌운다고 해서 사람의 손이 무쇠가 되지는 않았다.
검강과 부딪힌다면 파괴력은 있을지 몰라도, 사람의 손은 순식간에 작살 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용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고.
“애송이 녀석,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맨손으로 덤비시겠다?”
바닥을 박찬 미친개가 순식간에 달려들었다.
놈의 검에서 발현된 검강이 눈앞을 가득 메웠다.
상하좌우, 그 어디에도 빈틈이 없었다.
검강은 오로지 검강으로만 막을 수 있었다.
맨 주먹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불리한 상황.
하지만 내게는 실드도 있었고, 순간 이동도 있었다.
검강이 치고 들어오자, 좌측으로 순간 이동했다.
놈이 몸을 틀더니 우측에서 치고 들어왔다.
우측으로 순간이동했다.
놈이 다시 몸을 틀더니 좌측에서 치고 들어왔다.
이에 맞춰 좌측으로 순간이동했다.
“이런, 시발 새끼가!”
때론 5m, 때론 10m, 때론 눈앞에서, 전후좌우 가릴 것 없이,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거렸다.
미친개의 표정이 깊은 빡침으로 물들어갔다.
“빡대가리~ 너 사회에 불만 있냐?”
일부러 도발을 걸었다.
“빡, 빡대가리…? 이익!”
그게 통했는지, 놈이 바닥을 박차며 뛰어올랐다.
상공에서 검강을 생성하더니, 순식간에 내 몸을 옥죄여 왔다.
한 걸음 혹은 두 걸음….
“아이쿠, 이런!”
일부러 당황한척하면서 검강을 회피했다.
“잡았다, 요 쥐새끼!”
순간 이동을 사용해 계속 도망만 쳤더니, 내가 자신의 아래로 착각한 듯싶었다.
거기다, 방심까지 했는지 검이 솜털처럼 가벼워졌다.
또한, 열폭한 상황이라 오로지 공격뿐이었다.
방어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빈틈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씨익~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야말로 결정적인 찬스.
‘이동.’
눈 깜짝할 사이에 놈의 코앞으로 순간 이동했다.
깜짝 놀란 놈이 눈을 부릅 뜨며 검강을 날려댔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고개를 숙여 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 퍼버버버버벅!
가늑골을 시작으로 진늑골로 올라가면서 빗장뼈까지 무차별적으로 권강을 때려 박았다.
“꾸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무나 듣기 싫은 소리에, 목울대도 손날로 직격했다.
- 챙그랑!
“켁!”
놈이 괴로운지 바닥에 검도 떨군 채 자신의 목을 움켜잡았다.
숨을 쉴 수가 없는지 캑캑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더니 결국 털썩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신체 능력이 무려 엘리트다.
엘리트의 주먹은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에 가까웠다.
그런데, 권기도 아닌 권강에 직격됐다.
최소한 놈의 내장은 완전히 파괴됐다는 소리였다.
“휴~ 힘드네.”
놈들을 모두 조져 버렸다.
이제 남은 일은 현장을 깨끗이 치우는 일뿐이다.
그런데,
‘…뭐지.’
뭔가 모르게 자꾸만, 시체의 그림자가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