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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13화 (13/110)

13화

“그, 그런 법은 없지만. 크흠~ 그렇다고 해서, 그게 합법적인 일은 아니잖소.”

“네, 맞습니다. 합법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적인 일도 아니지요.”

“….”

“굳이 말하자면, 탈법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 삼자면 얼마든지 문제가 될 거요.”

“문제 삼지 않으면, 얼마든지 문제가 안 될 겁니다.”

“하, 말은 청산유수군.”

“1인당 선금 250에 매달 100만 원씩 따박따박 입금될 겁니다. 거기다! 마석 배분 비율이 무려 5:5입니다.”

“….”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어딨습니까. 어차피 사장님이나 직원분들한테는 별 쓸모도 없는 라이센스지 않습니까.”

“….”

“정 마음에 안 내키시면, 어쩔 수 없죠. 저야 다른 곳으로 가면 그만이니까요.”

오만 원권, 현금 뭉치를 다시 백팩에 집어넣으려 했다.

“잠깐만요.”

황만배였다.

“아버지.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끄응.”

“어차피 밑져야 본전입니다.”

“자제분께서 법을 공부하신 거 같은데….”

황만배가 보고 있던 법전을 가리켰다.

“계약서도 그쪽에 맡기죠.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황만배가 수락했다.

“만배야.”

“아버지. 절 믿으세요. 절대 손해 볼일 없습니다.”

“…그래도.”

“아버지!”

아들의 거듭된 요청에 황보성 아저씨도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

황만배가 표준계약서를 다운받더니, 몇 가지 조항을 수정한 뒤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흠흠…. 클랜 창설은 언제쯤 할 생각인가?”

“오늘 당장 해야죠.”

“오늘 당장?”

“왜, 안 됩니까?”

“안 될 거야 없지만.”

“참, 만배 씨는 로스쿨 학생인 거 같은데. 혹시 지금 휴학 중입니까?”

“그렇죠.”

“학비 때문이겠죠?”

“뭐, 워낙 비싸니까요.”

“초면에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만배 씨만 괜찮다면 고용하고 싶습니다만.”

갑작스러운 내 말에 황보성 아저씨와 황만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은 것이다.

“오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보아하니 휴학하신 것 같고, 전 마침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니까요. 단순한 매니저 일입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죠.”

황보성 아저씨가 황만배를 쳐다봤다.

“…제가 아직 공부를 더 해야 해서요.”

“압니다. 그러니 하루 4시간만 투자해 주세요. 게이트 예약과 뒷마무리 정도만 해주시면 됩니다.”

테이블 위에 남아 있던 4백만 원을 황만배 쪽으로 밀어 넣었다.

“4백입니다. 우리 딱, 한 달만 같이 일해 봅시다. 일하다가 정 못하겠으면 바로 그만두셔도 좋습니다. 4백만 원? 돌려받지 않겠습니다.”

내 말에 황만배가 크게 놀랐다.

“…감사합니다만, 제가 진짜 경험이 없어서.”

“편하게,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

황만배가 침을 꿀꺽 삼켰다.

4백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사회 경험이다~ 생각하시고 계약하시죠. 매니저 계약도 만배 씨에게 일임하겠습니다.”

황만배는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계약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작성해도 된다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었다.

“왜 저한테….”

“운때가 맞았다고 생각하세요. 전 매니저가 필요했을 뿐이고, 만배 씨가 눈앞에 있었던 것뿐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처음이지만, 앞으로 열심히 한번 해보겠습니다.”

황만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꾸벅~ 인사를 했다.

***

“어지간한 이름은 이미 다 선점하고 있네.”

“그러게요. 쓸 만한 이름이 없네요.”

“아, 정말 뭘루 하지….”

“이름이 없다라……. 그럼, 무명으로 짓죠.”

어깨를 으슥했다.

그렇게 해서 클랜명이 무명으로 정해졌다.

어제 황보성 아저씨와 황만배, 그리고 내가 머리를 맞댄 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다.

‘클랜 마스터라….’

어제 라이센스도 업그레이드했다.

비록 소형 클랜이지만, 클랜 마스터는 역시 클랜 마스터였다.

계좌 연동부터 시작해 심지어 라이센스까지 뭔가 특별했다.

업그레이드된 라이센스가 무려 플래티넘 카드였던 것이다.

게다가 클랜 마스터에겐 최대 5천만 원까지 무이자로 대출이 됐다.

이게 웬 떡인가 싶어서 바로 5천만 원을 땡겼다.

그리고, 그렇게 대출받은 돈으로 BNS 사에서 제작된 바이크를 일시불로 구매해 버렸다.

2030 BNS M10000RRP

최대 출력 : 212.0ps/14,500rpm

최대 토크 : 11.5kg/m/11,000rpm

공차 중량 : 192.0 kg

배기량 : 999cc

연비 : 6.5리터/100km

가격 : 4,872만 원

오늘부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움직여야 할 텐데, 그때마다 택시를 탈 순 없었다.

물론 그림자 전송이라는 권능이 있지만, 그것도 매번 사용하다 보면 정체를 들킬 위험이 높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바이크를 구입한 것이다.

‘바이크야 어쩔 수 없이 샀지만. 크~ 돈을 쓸어 담아도 모자랄 판에 이 무슨.’

불과 1년 후, 인류는 처음으로 절망을 경험하게 된다.

인류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재앙급 마수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재앙급 마수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불가해의 존재였다.

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지구촌 곳곳이 불타버리게 된다.

우리나라 충북 충주도 그랬다.

재앙급 마수가 등장한 순간, 단 하루 만에 충청북도 충주가 불타올랐다.

그리고 인간이 살 수 없는 불모지로 변해 버렸다.

재앙급 마수는 그 후에도 계속 등장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세계 강대국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고, 심지어 일본은 지상에서 완전히 지워져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우리나라엔 재앙급 마수가 몇 마리 등장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축복받은 나라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주, 대전, 세종, 영주, 대구 등 무려 8개 지역이 깡그리 불타버렸다.

재앙급 마수는 2050년이 돼서야 사냥이 가능해진다.

그제야 마도 문명을 발견한 누군가가 놈들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금속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바로 엘리시움이라는 특수 금속이었다.

인류는 엘리시움으로 무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 무기로 재앙급 마수를 사냥하기 시작한다.

엘리시움은 마석을 분해하면 나오는 수많은 금속 중 하나였다.

본래는 아웃 칼리라 명명된 금속이었는데, 다른 물질과 화학적 결함이 불가능한 금속으로, 처음엔 그냥 폐기시켜 버렸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금속 공예의 재료로 사용되었는데, 지금은 kg당 1만 원 정도에 팔리고 있었다.

훗날 이 금속이 재앙급 마수를 사냥할 수 있는 유일한 금속임이 밝혀지면서, kg당 무려 2억 원을 호가하게 된다.

지금 현재,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엘리시움, 즉 아웃 칼리를 부지런히 사 모아야 한다.

이제 곧 있으면, 아웃 칼리의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이다.

물론, 재앙급 마수가 출현하기 전, 아웃 칼리의 존재를 세상에 밝힐 것이다.

내가 전 세계는 못 구해도 그 정도 도리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뭐, 내 말을 믿고 안 믿고는 각국의 헌터들에게 달렸겠지만 말이다.

‘웁스~ 벌써, 9시 반이구나.’

- 내일 창동역으로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창동역 1번 출구에 소형 게이트가 생성됐대요. 노원구랑 가까워서 마감청 요원이 특별히 배정해 준 것 같아요.

- 오케이~ 몇 시까지 가면 돼?

- 오전 10시쯤 게이트를 인계받기로 했으니까. 아마, 그때쯤 오시면 될 것 같아요.

- 오케이~

황만배와의 통화가 떠올랐다.

녀석은 어제, 클랜을 창설하자마자 소형 게이트 하나를 배정받았다.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

어제 구입한 2030 BNS M10000RRP 바이크.

줄여서 적토마에 탑승했다.

- 두두두….

시동을 켜자, 적토마가 울었다.

- 부우웅~

악셀을 당기자, 웅장한 바이크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려 나갔다.

- 부아아앙~

사물이 금세, 휙휙~ 스쳐 지나가며 사라졌다.

엄청난 속도감에 온몸이 짜릿해지더니 머리가 쭈뼛거릴 정도의 전율이 일었다.

일명 카타르시스.

사람들이 너도나도 바이크를 타는 이유였다.

***

창동역에 도착하니 황만배가 보였다.

“오셨어요?”

“어.”

창동역 1번 출구 근처에 바이크를 세웠다.

“이쪽으로 오세요.”

만배를 따라 샛길로 들어서자 과연 소형 게이트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요?”

헬멧을 벗어 만배에게 던졌다.

“넉넉잡고 1시간만 기다려.”

“예?”

황만배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뜬금없이 1시간만 기다리라니, 당최 뭔 소린지 헷갈리는 게 당연했다.

더군다나, 팀은 없고 나 혼자였다.

나는 그런 만배를 뒤로하고 게이트 속으로 진입했다.

순간, 수욱~ 하고 몸이 빨려 들어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게이트 속은 다 무너져가는 콜로세움 광장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투명한 벽들로 꽉 막힌 상태.

약 300평 크기의 콜로세움만 지구와 연결된듯했다.

콜로세움 광장에는 100여 마리가 넘는 마블족 무리가 포진해 있었다.

마블족은 체고가 1m 50cm 정도였는데, 고블린과 비슷한 생김새에 좀 더 크고 사나운 녀석들이었다.

날 발견한 마블족 무리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내가 안전지대를 벗어난 순간, 벌떼처럼 달려들 게 분명했다.

‘가소로운 놈들.’

◈ 그림자 준남작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1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32/625)

‘소환.’

그림자 병사를 소환했다.

소환된 그림자 병사는 총 열다섯 마리.

가족들에게 열다섯 마리, 전무진에게 한 마리, 그리고 어젯밤 황만배에게 한 마리.

황만배에게 그림자를 붙인 이유는, 혹시나 모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세상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현재 열다섯 마리만 소환된 것이다.

나는 우라토를 보았다.

그림자 병사들은 생전에 사용하던 무기를 그림자로 구현할 수 있었다.

우라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녀석도 생전에 사용하던 무기를 그대로 구현해서 사용 중이었다.

‘든든하군.’

그림자 병사들도 살폈다.

뭔가 모르게 깊은 빡침이 느껴지는 듯한 표정.

‘씩씩하군.’

나는 흡족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두 번 말하지 않겠다. 그러니, 잘 들어라. 쪽수가 많을 땐, 무조건 한 놈만 패라. 알겠나!”

“….”

“…알아들을 리가 없지.”

소리쳐 말했지만, 그림자 병사들은 그냥 무덤덤했다.

그나마 우라토만이 살짝 으르렁댔을 뿐이다.

우라토의 어깨를 다독였다.

‘우라토. 할 수 있겠지?’

비록 열다섯 마리밖에 없지만, 그림자 병사들은 1등급 게이트에선 무적인 존재.

하물며 우라토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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