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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로 인류 최강-11화 (11/110)

11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순간, 교관실 내부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김소진 팀장은 물론, 이 자리에 있던 김소영 교관마저도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당연히 내가 승낙할 줄 알았던 것이다.

“태, 태민 군.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김소영 교관이 황급히 말했다.

“이런 기회는 정말 흔치 않아요. 너무 아까운 기회죠. 그러니까, 다시 한번 차분히….”

“아뇨. 제 생각은 확고합니다.”

“태민 군!”

김소영 교관이 불렀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백호를 거절하시겠다? 어디 갈 데가 있나 보죠?”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래요?”

김소진 팀장은 내 거절이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뭐,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죠. 알겠어요. 부디,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

그 말을 끝으로 김소진 팀장이 돌아섰다.

“태민 군.”

김소영 교관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불렀지만, 나는 가볍게 묵례를 한 후 교관실을 빠져나왔다.

‘…백호 길드라.’

솔직히 말해서 나도 아쉬웠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방신 길드.

그 정도 이름값이면 세상 어디 가도 꿀리지 않았다.

더욱이 그 엄청난 혜택들.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쓰렸다.

‘아까워도 할 수 없지.’

그림자 준남작이라는 특수 능력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백호 길드에 입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림자 준남작이 있었다.

그리고 이 능력이라면 가능했다.

게이트 1인 독식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백호 길드가 뉴비에게 그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이유는 마석 때문이었다.

마석은 마정석과 달랐다.

마정석은 마력을 함유하고 있어서 가격이 비쌌고, 헌터 장비에 많이 사용됐다.

하지만, 마석은 그냥 금속이었다.

여러 가지 산업 재료로 쓰이는 특수 금속.

1등급 게이트를 기준으로 보통 100kg 정도가 채취되는데, 이게 또 돈이 됐다.

마석 값은 보통, kg당 십만 원 정도 나갔다.

헌터들이 마물과 마수들을 모두 처리하면, 게이트 색이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한다.

이때, 마석 채취자들이 투입되는 것이다.

게이트가 완전히 소멸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3일.

마석을 채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시간에서 4시간 정도다.

마석을 채취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길드가 게이트를 배정받고 그곳을 클리어한 뒤, 마석 업자들에게 게이트를 넘긴다.

그러면 마석 업자들이 마석을 채취한 후, 일정량의 돈을 길드와 나누어 갖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길드가 헌터들에게 각종 혜택을 줄 수 있는 이유였다.

“태민아~”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안봉안이었다.

“학장님 연설 끝났다. 교실로 돌아가자.”

“벌써?”

“어.”

“근데, 교실은 왜?”

“최쌤이 라이센스 나눠준대.”

드디어 헌터 자격증을 나눠준다는 소리에 안봉안과 함께 교실로 돌아갔다.

잠시 동안 교실에서 대기하니, 최태식 교관이 들어왔다.

“그동안 고생했다. 헌터 라이센스다.”

“오예~”

“오우, 쉣!”

“모두 조용! 그럼 지금부터 이름을 부르겠다. 차례대로 앞으로 나와, 라이센스를 받도록.”

최태식 교관이 헌터 자격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내 이름이 호명됐다.

“이태민!”

“네.”

“…태민아.”

최태식 교관이 헌터 자격증을 주면서 다시 이름을 불렀다.

“네?”

“…오늘, 술 한잔할 수 있겠냐?”

갑작스러운 술 약속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가족들이랑 선약이 있어서요.”

가볍게 거절하고, 몸을 돌리려 할 때,

“미안하다.”

!!

“그동안, 반푼이라고 부른 거 말이다.”

“….”

“3년이나 유급했잖냐. 그래서 스파르타 교육이 널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반푼이라 놀린 것만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었다.”

“….”

“혹시, 앙금이 남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다 털고 가기 바란다. 다시 한번 더 사과하마. 미안하다 태민아.”

최태식 교관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더 사과했다.

그가 고개를 들 때, 나도 모르게 주먹을 날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최태식 교관이 나가떨어졌다.

“아~ 결국 이렇게 돼버렸네요. 친구들 다 보는 앞에서.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굳이 들추셔가지구.”

“큭, 주먹 하나는 확실히 맵구나.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럼, 한 방 더 맞으실랍니까?”

“아니. 나 입술 터진 거 안 보이냐? 집에 가면 엄마가 걱정한다고. 그러니 이 정도로 봐줘라.”

“한 방 더 맞아도 될 것 같은데요?”

“태민아, 나도 교관으로서 가오 있다. 제자한테 얻어맞는 건 상당한 충격이라고.”

“하.”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뭔가 모르게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원했다.

가슴속에 쌓였던 울분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최태식 교관에 대한 울분이 아니었다.

지난날, 나에 대한 울분이었고 이 사회, 이 세상에 대한 울분이었다.

***

- 죄송해요. 갑자기 약속이 생겨서요.

- 약속?

- 네. 저는 못 갈 거 같아요.

- 급한 일이니? 졸업식에 가지도 못하고, 축하도 못 해줬는데.

- 축하는요. 이제 겨우 졸업했는걸요. 신경 쓰지 마세요. 친구들이랑 파티 겸 회식하는 거니까. 적당히 놀다가 금방 들어갈게요.

오랜만의 가족 회식에 결국 불참하게 됐다.

최태식 교관을 한 방 때린 후, 나도 모르게 고깃집까지 끌려온 것이다.

옆에 있던 안봉안은 그냥 따라왔다.

그리고 안봉안의 여자친구도 그냥 따라왔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이렇게 돼버렸다.

그런데,

“…넌 뭐냐?”

“뭐?”

“네가 왜 여기 있냐고.”

“남이사.”

정영미가 도끼눈을 떴다.

이 녀석은 대체 언제,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르겠다.

슬그머니 나타나 합류하더니 열심히 고기만 집어 먹었다.

“자자~ 다들 한 잔씩 받아.”

최태식 교관이 술을 따라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축하한다. 이제부터 니들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헌터다. 백호 아카데미 출신으로서 그리고 이 최태식의 제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길 바란다. 건배!”

“건배!”

“캬~”

“크~”

“술맛 조오타~ 저 한 잔 더 주세요~”

김지민이라고 했던가.

아카데미 2학년 학생이다.

학교를 2년이나 꿇어서 자칭 20살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 같았다.

그런 김지민이 술을 물처럼 들이켰다.

차분하고 앳돼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정작, 병나발을 불 것 같은 안봉안은 술 대신 음료수를 마셨다.

‘뭐지, 이 괴리감은. 나만 그런 건가.’

“하하하하~ 우리 지민이가 봉알이랑 다르게 아주 씩씩하구만. 좋아, 좋아. 아주 좋아. 그래도 지민아~”

“…제 이름은 봉알이 아니라 봉안입니다.”

“네~”

“어른들이랑 마시는 건 괜찮지만 그래도 적당히 마셔야 한다~”

최태식 교관이 웃으며 다시 술을 따라 주었다.

“네, 싸부님~”

“싸부님? 으하하하~ 그래, 그래. 마시고 죽자. 오늘부터 지민이도 내 제자다! 건배!”

“건배!”

‘뭐냐, 이 흥청망청한 분위기는.’

여자친구를 뜯어말려도 시원찮을 판에, 안봉안은 다소곳한 분위기다.

녀석은 그저, 봉알에서 봉안으로 교정했을 뿐이다.

“캬~”

“크아~ 하, 바로 이거지.”

“저도 한 잔 주세요~”

“오, 그래 영미야~”

“근데, 쌤.”

“응?”

“어떻게 됐어요?”

“뭐가?”

“김소영 교관님요.”

뜬금없이 김소영 교관을 언급하자, 최태식 교관이 상당히 당황했다.

“뭐, 뭐.”

“며칠 전에 다 봤어요. 김소영 교관님 친구분 찾아왔을 때요. 쌤 혼자서 진땀을 뻘뻘 흘리시던데요? 막, 안절부절못하면서.”

“어험! 흠흠~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친구분이 남자라서 그런 거예요?”

“아, 아니야.”

“정말 아니에요?”

최태식 교관이 속이 타는지,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크~ 영미야. 이왕지사 이리된 거… 나 좀 도와주라.”

“좋아하시죠? 김소영 교관님.”

정영미가 훅~ 하고 들어가자, 최태식 교관이 움찔거렸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아니지. 최쌤이랑 김쌤이랑 나이 차이가 있는데. 그건 범죄야, 범죄.”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안봉안이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강하게 어필했다.

“무슨 소리야. 김쌤이랑 나이 차이라니. 내가 김쌤보다 무려 두 살이나 어리다고.”

“푸악~”

깜짝 놀란 나는 마시던 술을 도로 뱉어버렸다.

“맙소사.”

“에엑!”

“말도 안 돼.”

나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크게 놀라워했다.

최태식 교관은 누가 봐도 40대, 김소영 교관은 누가 봐도 20대였다.

그런 최태식 교관이 무려 두 살이나 어렸다니.

이건 자연법칙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웃기려고 하는 말 아니죠?”

“이 자식이.”

“….”

“….”

“….”

“….”

“뭐야, 그 진지한 표정들은? 진심인 거 같잖아.”

“….”

“….”

“….”

“….”

“왜 그래, 무섭게? 자꾸 이러면 나 진짜로 상처받는다고.”

“아빠랑 딸 같애.”

“야!”

김지민의 말에 최태식 교관이 버럭 했다.

“니들 진짜 이럴래? 나 진짜로 상처받았어. 나 올해로 서른밖에 안 됐다고!”

!!

충격적인 최태식 교관의 폭로에 우리 모두가 기함했다.

***

눈을 뜨니 아침 7시.

“아우, 머리야…….”

어제저녁,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소주로 1차, 2차, 3차까지 간 거 같은데. 그리고 호프집과 노래방도.’

두통이 얼마나 심한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잠시 후, 두통이 조금 가라앉자 거실로 나갔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은 직장에, 여동생은 학교에 간 듯했다.

간단히 씻고 아침을 먹었다.

엄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는 언제 먹어도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만능통치약이기도 했다.

확실히, 된장찌개를 먹으니 어젯밤 숙취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식사를 끝낸 후, 청바지와 맨투맨을 입었다.

그리고 허리에 슈트를 착용했다.

슈트는 헌터에게 필수 장비였기에,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착용하고 다녔다.

‘좋았으~’

백팩을 열어 등받이에 달린 주머니를 열었다.

마정석 4개가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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