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림자로 인류 최강-7화 (7/110)

7화

‘사람들 눈에 띄지 마라.’

주위를 둘러보니, 현재 이곳까지 도달한 동기들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그림자 병사에게 주의를 주었다.

혹시라도 마주친다면 주변 지형으로 숨어들 것이다.

‘우라토가 있는 동굴로 가자.’

명령을 내리자, 40마리가 넘는 그림자 병사들이 우르르 움직였다.

그 모습이 흡족하기 그지없었다.

‘빠르게 움직여.’

우라토를 잡고 출구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게다가 너무 혼자 떨어져 있는 것도 뭔가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최대한 빨리 우라토를 잡고 동기들과 합류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서 달렸다.

우라토가 있는 산, 중턱으로.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선두의 그림자가 인기척을 전해왔다.

나는 그 즉시 그림자 병력을 해제시켰다.

‘잘도 숨는군.’

40마리가 넘는 그림자 병사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빠릿빠릿한 동작이 상당히 맘에 들었다.

전방을 주시하자, 과연 사람이 있었다.

낯익은 얼굴.

안봉안이었다.

아카데미 내에서 유일하게 친구처럼 지내던 녀석.

녀석은 나와 마찬가지로 실드를 각성한 특수 능력자였다.

사실, 실드란 것이 제법 희귀해서 실드를 각성하면 검방 전사로서 장밋빛 미래가 펼쳐졌다.

게이트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탱커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처럼 반쪽짜리 탱커만 아니라면 말이다.

안봉안은 지금, 고블린 두 마리와 대치 중이었다.

바닥에는 고블린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고, 안봉안의 슈트는 흙투성이인 상태.

얼핏 봐도 방금 전 제대로 한판 붙은듯했다.

“태, 태민아!”

날 발견한 안봉안이 무척이나 반겼다.

악전고투를 벌이다 구세주를 만난 표정이었다.

“한 놈은 내가 맡을게.”

“어? 어, 그….”

안봉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블린의 목젖을 뚫었다.

기다란 장창이 번개처럼 쏘아진 것이다.

이에 격분한 다른 고블린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살짝 피한 후, 우측 발을 걸었다.

“끼엑!”

놈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붕~ 뜨더니 그대로 추락.

맨땅에 헤딩을 했다.

“뭐해?”

내가 눈짓을 주자, 그제서야 봉안이 고블린의 목을 단칼에 베었다.

“…고맙다 태민아.”

“….”

나는 고블린의 귀를 잘라 안봉안에게 건넸다.

“아니 이건, 네가 잡은 건데….”

“필요 없어.”

“어?”

“그보다… 방금 전에 봤는데, 너 실드를 방패에다가 덧씌우더라.”

안봉안이 고블린과 대치할 때 실드를 방패에다가 덧씌운 것이다.

내가 그 점을 꼬집자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실드는 그렇게 쓰는 게 아니야. 잘 봐.”

전방을 주시하자 방패가 생성됐다.

“실드는 보호막이야.”

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내 양 사이드로 실드가 생성됐다.

“아….”

안봉안이 크게 놀라워했다.

“집중해!”

다시 빛이 번쩍이더니 나를 중심으로 전후좌우에 각각 실드가 생성됐다.

안봉안이 넋이 나간 듯 바라봤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또다시 빛이 번쩍이더니 내 주위로 여덟 개의 방패가 생성됐다.

“아직 멀었어!”

여덟 개의 방패가 내 주위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 맙소사. 대체!”

“아니!”

안봉안의 말을 끊었다.

녀석이 무슨 말을 할지 알았기 때문이다.

“뱅가드가 아니야.”

또다시 빛이 번쩍이더니, 내 주위로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벌집 모양의 반구가 생성됐다.

“엘리트도 아니야.”

벌집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베테랑 등급의 힘으로 최대치를 구현한 모습이었다.

만약, 뱅가드 등급의 힘으로 구현했다면 완벽한 방어막이 생성됐을 것이다.

당연히 엘리트 등급의 힘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더 강력한 방어막이 생성됐을 것이다.

그렇다.

등급이란 힘의 차이지 기술의 차이가 아니었던 것.

“베테랑 기술이야. 베테랑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술. 따라서 너도 할 수 있는 기술이지.”

“마, 말도 안 돼….”

베테랑이 이 정도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처음 봤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것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을 테니까.

게이트가 생성되고 인류가 힘을 얻은 건 고작 70년.

그 짧은 시간에 체계적으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정립되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학습해야 했다.

더군다나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자신의 노하우를 함부로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죽하면 아카데미조차 기본적인 것들만 가르칠까.

지금, 내가 구현한 기술은 35년간의 내 피와 땀이었다.

안봉안의 어깨를 다독였다.

“봉안아. 자신에게 족쇄를 채우지 마라. 뱅가드, 엘리트? 등급이 오르면 힘이 강해질 뿐이다. 뱅가드라서, 엘리트라서 가능한 기술?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너도 할 수 있는 거다. 스스로가 정한 한계를 깨부숴라! 그게 바로 핵심이다!”

뭔가 충격을 받은 듯 온몸을 부르르 떠는 안봉안.

사실, 큰소리는 뻥뻥 쳤지만 나도 확실히는 몰랐다.

챔피언 등급, 아니, 그보다 더 높은 등급에 올라서야지만 가능한 기술이 있을지 없을지….

‘뭐, 그때는 그때고.’

어쨌든 안봉안에게 희망을 줬으니 그것으로 된 거다.

나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우라토가 있는 산 중턱으로 향했다.

***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우거진 숲을 지나쳐 풍요로운 들판에 들어섰을 때는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특히, 들판 끝자락에 펼쳐진 아름다운 호수는 보석처럼 반짝였다.

우라토가 있는 자그마한 산까지는 동기들이 사냥 중이라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넋을 잃은 것 빼고는 괜찮은 속도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라토가 있는 산을 오르려 할 때였다.

“거기 서! 거기 서라고!”

“저 자식 잡아!”

“딱 서, 이 새끼야!”

잔뜩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웬 대머리와 떡대들이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녀석들은 순식간에 달려와 내 앞을 막아서더니 헉헉거렸다.

“드, 드디어 잡았다. 헉… 헉….”

“으아~ 죽겠네. 헉….”

얼마나 급히 달려왔는지 계속해서 헉헉거렸다.

잠시 후, 조금 진정이 됐는지 대머리가 입을 열었다.

“요 쥐새끼 같은 놈. 그동안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녔겠다?”

“크크크~ 어딜 또 도망가려고~”

“짜샤, 넌 오늘 잣 됐어.”

당최 뭔 소린지.

그리고 대체 왜들 이러는지.

도무지 영문을 몰라 살짝 어리둥절했다.

“반갑다, 태민아~”

대머리가 다가오더니 위협적으로 창을 겨눴다.

“쇼부다. 각오는 됐나?”

“…누군데 너?”

내 말에 급당황하는 대머리.

곁에 있던 떡대 둘도 급당황한 표정이었다.

“이런 미친. 죽고 싶어, 새끼야!”

“이거이거 분위기 파악 못 하네. 야 이 자식아.”

“그만!”

떡대들이 으르렁거리자 대머리가 제지했다.

“큭… 이 새끼, 잘도 기억 못 하는군.”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닐까?”

“맞아.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시끄러!”

떡대들이 중얼거리자 대머리가 또다시 제지 시켰다.

“똑똑히 들어라. C반 강봉식이다.”

“아….”

그제서야 떠올랐다.

대머리의 정체가.

얼마 전, 뜬금없이 찾아와 대련을 신청했던 녀석.

정성재를 쓰러뜨렸으니, 자신과 붙어야 한다나 어쨌다나.

택도 아닌 소리에 모른척했더니 갑자기 덤벼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업어 치기로 깔끔하게 조졌던 녀석이었다.

“뽕식이.”

“으아악! 봉식이라고 이 새끼야! 봉식이!”

“알았어, 알았어. 봉식이.”

녀석이 길길이 날뛰자, 할 수 없이 봉식이라고 정정해 주었다.

“근데 왜?”

“한판 뜨자!”

“뭐?”

“한판 뜨자고!”

나는 말없이 녀석들을 지나쳐 갔다.

“어딜 가, 이 새끼야!”

“거기 서!”

“야!”

녀석들이 후다닥 뛰어와 또다시 내 앞을 가로막았다.

“한판 뜨자는데 어딜 가!”

“한판 떠!”

“한판 뜨자고!”

창을 든 봉식이 화려하게 기교를 부리더니, 창날을 내게로 고정하며 자세를 잡았다.

“덤벼!”

“그러다 피똥 싼다.”

“덤비라고!”

가볍게 한숨을 쉰 나는 살기를 머금고 녀석에게 살짝 다가섰다.

그러자, 빛살처럼 물러서는 봉식.

“보, 봉식아.”

“그, 그렇게나 물러설 필요는….”

살짝 다가섰을 뿐인데 봉식은 이미 10m나 물러나 있었다.

누가 보면 마치 무서워서 도망친 듯한 모양새.

이에 당황한 떡대들이 땀을 삐죽 흘렸다.

나는 피식 웃은 후, 그들을 말없이 지나쳐 갔다.

쓸데없이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우라토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야 했다.

바닥을 박차고 산 위로 뛰어올랐다.

나무와 바위들이 휙휙 거리며 지나쳐 갔다.

한걸음에 2, 3m씩 쭉쭉 오르자, 마물들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소환.’

그림자 속에서 40마리가 넘는 그림자가 솟구쳐 올랐다.

그림자 병사였다.

‘가라.’

명령을 내리자, 그림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기본적으로 그림자 병사는 기척이 없었다.

세계 최고의 암살자나 마찬가지.

그 덕분에, 산속에 숨어있던 고블린 무리가 단숨에 쓸려나갔다.

그림자 병사들이 지나간 자리엔 10여 마리의 고블린 시체들만 남았다.

‘일어나라.’

내 손짓에 따라 시체의 그림자가 엿가락처럼 늘어나더니 순식간에 그림자 병사가 생성됐다.

산 중턱, 우라토가 있는 동굴에 도착했을 땐 그림자 병사가 무려 70마리가 넘었다.

바글바글한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진입.’

그림자 병사가 일사불란하게 동굴 속으로 진입했다.

동굴 속은 분명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그런데 내게는 대낮처럼 환히 보였다.

아무리 헌터지만 이건 아니었다.

‘설마, 이것도 권능일까.’

믿지 못할 정도로 놀라운 일.

어쩌면 이것도 그림자 권능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나야 땡큐 감사지.’

어둠 속을 환히 볼 수 있다는 건 상당한 메리트였으니까.

“키에엑-!”

살기를 느낀 것일까.

동굴 속에 있던 네임드 우라토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달려 나왔다.

놈은 고블린보다 두 배는 큼직한 홉 고블린이었다.

네임드답게 장검을 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제법 씩씩해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