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마감청의 마력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코어가 세상 밖으로 나갈 수는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하무일.
그는 제3의 적귀에게 코어를 맡기기로 한다.
제3의 적귀, 그녀의 그림자 능력이라면 마력 파장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게이트 밖으로 나온 13의 적귀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마력 파장을 완전히 감출 순 없었다.
크리스탈 코어가 가진 막대한 마력 파장이 마감청 레이더망에 걸리고.
그들은 황급히 도망쳤지만 이미, 마감청 요원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였다.
- 13의 적귀들을 사살하라!
마감청에 특급 비상이 걸리는 순간이었다.
-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13의 적귀들을 사살하라!
마감청 소속 특급 가디언들이 총출동했다.
13의 적귀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그 많은 가디언들을 모두 다 상대할 순 없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피가 튀고 살이 난무했다.
적귀 여섯이 단숨에 사살되고.
마력 파장이 요동치는 제3의 적귀만 순식간에 생포되었다.
그리고 그 외, 나머지 적귀들은 치명상을 입은 채 뿔뿔이 도망쳐 버렸다.
적귀들의 수장, 하무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
곧 있으면 죽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부상이었다.
하무일은 억울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크리스탈 코어를 흡수할 방법을 찾았을 텐데… 지금으로선 크리스탈 코어를 흡수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무일은 결심했다.
이왕지사 이리된 거 어쩔 수 없다고.
크리스탈 코어를 발동시켜 지구를 멸망시켜버리겠다고.
그는 제3의 적귀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 크리스탈 코어를 전송하라. ]
하무일의 명령이 떨어지자, 제3의 적귀는 크리스탈 코어를 전송한다.
얼빵해 보이는 장년인의 몸속에 숨겨서 말이다.
이윽고, 얼빵한 장년인이 전송되고.
그를 단숨에 죽여버린 후, 심장에서 크리스탈 코어를 획득하게 된다.
하무일은 침음을 삼켰다.
이곳에서 크리스탈 코어를 발동시킨다면 차원 벽이 무너져 블랙홀이 생성될 것이다.
지구의 운명이 자신의 손에 달린 것이다.
“크하하하! 다 죽어라!”
하무일은 결국, 크리스탈 코어를 발동시켰다.
- 쿠콰콰콰콰콰콰콰……………………….
크리스탈 코어가 발동되자, 붉은빛이 번쩍이고….
순간, 차원 벽이 무너지면서 블랙홀이 생성되었다.
- 슈우우우우우우우……………………….
한 점에서 시작된 블랙홀은 눈 깜짝할 사이에 덩치를 키우더니, 세상의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였다.
- 크리스탈 코어가 권능을 발현합니다.
- 시전자가 소멸되었습니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간 하무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크리스탈 코어가 파괴되었습니다.
- 간섭자가 감지되었습니다.
- 간섭자가 코어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 코어 조각이 권능을 발현합니다.
- 시공간이 개방되었습니다.
- 간섭자가 시공간을 탈출하였습니다.
- 시공간이 봉인되었습니다.
- 간섭자가 각성하였습니다.
- 뱅가드 등급의 실드가 엘리트 등급의 실드로 진화하였습니다.
- 베테랑 등급의 초급 무기술을 각성하였습니다.
- 베테랑 등급의 초급 무기술이 뱅가드 등급의 중급 무기술로 진화하였습니다.
- 뱅가드 등급의 중급 무기술이 엘리트 등급의 상급 무기술로 진화하였습니다.
- 그림자를 각성하였습니다.
-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를 각성하였습니다.
-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가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로 진화하였습니다.
-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가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로 진화하였습니다.
-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가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로 진화하였습니다.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가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준남작으로 승작하였습니다.
- 그림자 권능이 개방되었습니다.
- 그림자 전송을 각성하였습니다.
- 그림자 은신을 각성하였습니다.
< 돌아오다. >
“허억…!”
무엇인가 작렬하는 듯한 충격과 함께 가쁜 숨을 토해냈다.
“허억… 허억…….”
땀이 비 오듯 흐르며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느낌을 전했다.
‘…분명… 죽었는데….’
팔, 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여졌다.
‘이곳은….’
뭔가 낯익은 광경.
‘…말도 안 돼.’
불 켜진 방안.
이곳은… 예전에 내가 살던 방이었다.
‘…왜 이곳에… 아니, 그보다, 내가 살아있기는 한 건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선 후, 몸을 살펴보았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책상 위에 올려진 핸드폰이 눈에 띄었다.
무척이나 익숙한 구형폰.
냉큼 폰을 집어 들었다.
‘2030년! 맙소사… 대체 무슨 벌어진 거야.’
때마침, 컴퓨터에 전원이 들어와 있었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2030년.
아무리 봐도, 2030년이 틀림없었다.
‘거울!’
갑자기 내 모습이 궁금해졌다.
방안을 둘러보니 벽에 거울이 걸려 있었다.
‘…오우 쉣! 이럴 수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20대 초반의 나였다.
과거의 내 모습.
‘분명, 육명왕 하무일에게 죽었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이곳이 사후 세계가 아니라면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2030년. 2030년이면….’
내 나이 스물셋 그리고 오늘이… 10월 17일.
이때는 내가 아카데미를 졸업하느냐 못 하느냐의 시기였다.
‘그래, 맞아.’
3년 연속 유급.
아카데미 역사상 4년 연속 유급자는 없었기 때문에, 올해만큼은 반드시 졸업하자는 다짐뿐이었다.
뭐, 결과는 안타깝게도 4년… 아니, 5년 연속 유급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워버렸지만.
오죽하면 사람 좋기로 소문난 학장님이 백호 아카데미의 수치라며 제발 좀 꺼지라고 소리쳤을까.
‘큭, 그땐 정말 죽고 싶었지.’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졌다.
사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차라리 아카데미를 포기하고 노가다를 뛰었다면 최소한 밥은 굶지 않았을 것이었다. 52살의 나에겐 가장 후회됐던 시기이기도 했다.
‘잠깐! 과거로 돌아왔잖아. 지금이라도 아카데미를 그만두면….’
나는 곰곰이 생각을 이어갔다.
‘……맞아. 내가 그만두면 끝이야. 그래. 오늘부터 노가다라도 뛰자.’
결심했다.
미래가 없는 헌터 따윈 개나 주기로.
마음을 굳힌 난, 반쪽짜리 각성창을 개방했다.
내가 기절했을 때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고, 마지막으로 능력치를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
==============================
<기본 능력>
▣ 상급 무기술 : 엘리트 등급의 강기를 생성한다.
<특수 능력>
◈ 상급 실드 : 엘리트 등급의 실드를 생성한다.
◈ 그림자 준남작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1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625)
<권능>
★ 그림자 전송 : 반경 1km 이내, 그림자를 매개물로 전송시키거나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자신을 전송한다.
★ 그림자 은신 :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
‘이 무슨!’
각성창을 개방한 나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알던 각성창이 아니었다.
‘분명, 뱅가드 등급의 중급 실드만 있어야 하는데.’
뱅가드 등급의 중급 실드.
35년간 쌓아 올린 내 피와 땀.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뱅가드 등급의 실드가 무려 엘리트 등급의 실드가 되었고, 꿈에 그리던 검기는 무려 검강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엘리트보다 더 강력한 챔피언 등급의 특수 능력까지.
나는 각성창을 뚫어져라 살폈다.
==============================
<기본 능력>
▣ 상급 무기술 : 엘리트 등급의 강기를 생성한다.
<특수 능력>
◈ 상급 실드 : 엘리트 등급의 실드를 생성한다.
◈ 그림자 준남작 : 챔피언 등급의 그림자 기사(5), 엘리트 등급의 그림자 투사(25), 뱅가드 등급의 그림자 전사(125), 베테랑 등급의 그림자 병사(625)
<권능>
★ 그림자 전송 : 반경 1km 이내, 그림자를 매개물로 전송시키거나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자신을 전송한다.
★ 그림자 은신 : 그림자 속으로 숨어든다.
==============================
아무리 쳐다봐도 변화가 없었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심장이 마구잡이로 요동쳤다.
“우와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 때문일까.
문이 벌컥 열리고.
“오빠 미쳤어? 야심한 밤에 왜 이래!”
동생 은영이가 도끼눈을 뜬 채 큰 소리로 쏘아붙였다.
“은영아!”
“무슨 일이니? 왜 소리를 질러.”
“엄마!!”
“얘가 지금, 시간이….”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엄마를 부둥켜안았다.
“…아들, 무슨 일 있니?”
“미쳤나 봐. 왜 저래 진짜.”
“김은영!”
“별꼴이야 정말.”
“죄송해요. 엄마. 미안하다 은영아.”
그때, 쫘악~ 하는 소리와 함께 엄마표 등 스매시가 작렬했다.